20140908

추석 잡담

추석하고는 별 관계 없는 이야기고. 아이돌 기획 방송으로써 주간아이돌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최근 들어 한 아이돌 팀만 20분 쯤 보여주는 방송이 없다. 보통은 여러 팀이 함께 나와 분량 싸움을 해야 하는데 - 그 와중에 팀의 멤버 한 명이라면 정말 어렵다 - 오직 한 팀만 나오는 건 요즘 세상에 정말 드문 장점이다.

또 주간아이돌 MC진이 예전 모닝구 전성 시대의 우타방의 이시바시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멤버 한 명 한 명 캐릭터를 만들고 눈에 띄는 사람이 있으면 집중하고 강화한다. 그러고 나면 나중에 이걸 다른 방송에 나갔을 때도 써먹게 된다. 이건 사실 이 방송에 나오는 팀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나오는가에서 향방이 약간 갈리기는 한다. 신곡 홍보나 팀을 알리는 데 우선 집중하는 팀과 이제 그 단계는 지났다고 판단해 멤버 각자의 인지도 향상을 노리는 팀은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하는 건 '노래를 부르는 행위'에 전혀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간아이돌에서 팀으로 보여주는 건 랜덤 플레이 댄스다. 즉 팀으로써 군무의 완성도에 집중하지 노래 부르는 건 거의 시키지도 않고 보여주지도 않는다. 사실 케이 아이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 부분이다. 이 방송에서 보컬이 소비되는 부분은 기껏해야 고음 대결 같은 데나 아주 가끔 메인 보컬이 요청에 의해 한 소절 정도 부르면서 실력 과시하는 경우 뿐이다. 이런 점에서 립싱크를 반대하는 음악 방송과 극단적으로 대치점에 서 있고, 같은 음악이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아이돌을 소비하게 한다. 사실 이건 초기에 주간아이돌 세트의 한계에서 비롯된 방식일텐데 우연이든 뭐든 매우 훌륭한 결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라스를 비롯해 아이돌이 나오면 곤란하고 민감한 질문을 던지는 방송과 완전히 다른 점인데 예를 들어 연애 스캔들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 방송에서 소비되는 아이돌 스캔들은 오직 주간아이돌이 자체 제작한 스캔들 뿐이다.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방송에서는 이상한 꼬투리를 잡아 자체 연애설을 양산한다. 그리고 기획의 일부로써 가공된 연애담만을 계속 이용할 뿐 실제와는 완전 괴리되어 있다. 3년을 넘게 했으니 이제는 자체 내러티브가 얼추 형성되었고 그러므로 그 안에서 계속 소비할 수 있다. 실제 연애담을 지닌 게스트가 올 경우 보통은 아예 언급을 안한다.

이 방송이 이렇게 틀이 꽉 잡혀있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다른 장점 중 하나는 게스트로 찾아온 아이돌 팀을 보고 있으면 이들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 그 전략에 충실한 지 같은 걸 대략 엿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베스티나 레인보우의 경우 한계 같은 게 한 눈에 들어와버렸다. 너무 준비한 듯한 것도 웃기지만 너무 준비 안 한 듯한 것도 웃기게 된다. 이 선이 매우 어려운데 그 지점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데서 실력이 나오는 듯.

문제는 시청률이 낮고 케이블의 파급력이 낮다보니 팬덤 외에는 인지도가 거의 없다는 건데 사실 뭐 팬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좀 더 분명하고 명확한 캐릭터를 보여준 다는 것만 가지도고 충분히 존재 가치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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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 표현,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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