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휘청, 유지, 저편

1. 도서관 사람이 많아서 집에 이틀 있었다가 오늘 나갔다. 이틀 정도만 집에 있어도 다리가 살짝 휘청거려. 하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나 봄.


2. 하이브 - 어도어 사건에서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민희진이 지분을 20%나 가지고 있는 것. 자본 투자 없이 어떻게 이렇게 가지고 있나 했는데(예전에 봤을 때는 분명 하이브 100%였다) 옵션이 있었다. 20%라니! 대단하다! 저거 공시가 저번 달인가 그랬더만.

아무튼 이 사건은 본체와 자회사로 운영되는 하이브의 운영 방식에 의문을 남기게 된다. 평상시라면 케이팝이라는 특수한 직종의 특징으로 볼 때 각자의 운영 방식을 유지할 수 있고 적당한 거리감은 서로 윈윈하는 데 도움이 된다. LVMH나 케링 같은 패션 conglemate가 이런 방식이다. 

하지만 자회사가 본체보다 더 수익이 높고 인기가 많은 경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독립을 꿈꾸게 되는 거다. 법이 어떻게 되어있는 지는 모르겠는데 어도어의 경우 사내이사가 민희진 임명이었다고 한다. 즉 본체로부터 간섭이 없는 상태다. 규모가 작으니까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구조라면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다. 처음에는 시스템이 아쉽겠지만 성장하고 나면 왜 내가 먹을 걸 쟤가 가져가지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본진에서는 팔아 넘긴다와 다 쫓아내고 유지한다 중 선택을 하게 된다.

패션 대기업 집단의 경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경영 CEO를 본진에서 임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분을 51%만 가지고 있는 경우도 꽤 있는데 아마도 이런 권리를 통해 균형과 견제를 꾀하고 있는 듯. 물론 여기라도 완전히 안정적인 건 아니다. 그렇지만 예컨대 구찌는 케링의 브랜드라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거다. 이건 누가 자본을 대고 이익을 가지고 가느냐의 문제다.


3. 그러고보니 구찌를 두고 벌어진 케링(당시는 PPR)과 LVMH의 인수 대결도 꽤 흥미진진했었다. 예전 일이라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있었군.


4. 아무튼 하이브의 질문에 대한 어도어의 첫번째 회답은 세상이 다 나를 베끼고 있어 + 뉴진스는 내 편 이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두 가지 답이 다 문제가 많지만 가장 큰문제는 이게 여론에 특히나 좋지 않다는 것. 이후 답이 있었지만 비공개라서 알기 어렵고 결국 하이브가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수순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부터 궁금한 건 하이브는 뉴진스를 어떻게 빼낼 것인가, 그게 가능할까 정도인 듯. 어도어를 껍데기를 만들어서 다시 사들인다는 점과 그 실현 방식에 있어서는 피프티 피프티와 비슷한 점이 좀 있는데 피프티의 경우 아티스트의 계약 당사자가 어트랙트였던 데 비해 뉴진스는 계약 대상이 하이브가 아니라 어도어라는 차이가 있다. 


5. 민 대표의 기자회견 혹은 라방이라 할 만한 일이 있었다. 이걸 보면서 문득 든 생각.

일단 이 무대의 주인공인 방 의장과 민 대표 두 명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회사 대표들이다. 그게 너무나 전형적이고 그 모습을 그대로 생방에서 이야기 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나름의 공감을 하며 받아들이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기대하는 건 뉴진스의 음악이지 민희진이 아니기 때문에 이건 별로 도움이 안됨.

아무튼 하이브의 남초 이사진과 민 대표의 막무가내식을 비교해 보자면 양쪽 다 직원들에게는 재앙일텐데 그래도 하이브 고위, 하이브 직원, 어도어 고위, 어도어 직원 사이에는 약간씩 다른 반응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서 어느 쪽이 다수냐 하면 당연히 하이브 직원 같은 상황이다. 물론 슬쩍슬쩍 걸러서 본 반응은 커뮤니티 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어도어 입장에서 바라본 하이브 고위직의 모습에 빙의를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기사 딸린 차 타고 골프나 치러 다니면서 같은 말은 매우 효과적이다. '그래 맞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음.

민 대표의 케이팝에 대한 불만과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민 대표 타입의 사람과 일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생각이 지워지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오늘 같은 말투, 언어의 사용 방식은 오랫동안 기억 어딘가에 묻혀 있던 불쾌한 감정들을 자극한다. 시혁님이 개꼰대로 호칭이 바뀌는 타임까지 보고 더 보기가 어려워지고 급격하게 피곤해진 건 그런 이유다. 힘들다. 이걸 다시 기억의 저편에 묻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전환의 계기가 필요할 거 같다.


6. 아무튼 그의 라방 속에는 쉼없는 욕설, 미성년 착취, 엄한 곳에 자아 의탁, 인형놀이, "어렸을 때가 더 예뻤다" 류의 가스라이팅 등등 혐오스러운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아무래도 케이팝을 그만 들을 때가 된 듯.


7. 야구를 안 본다고 했지만 집에 오는 길에 티빙에서 딱 하기 때문에 조금씩 챙겨보게 된다. 응원할 팀이 딱히 없는데 최강야구에서 본 두 선수가 가 있는 팀 한화와 키움을 일주일 쯤 봤는데 둘 다 정말... 황영묵이 10경기 연속 안타를 치고 있다지만 다 부질없다. 야구는 안 보는 게 맞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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