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 더워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온도계는 30도를 가리킨다. 창문과 열기를 쏙쏙 빨아들이는 얇은 콘크리트 벽이 남에서 서로 가는 햇빛을 내 방 벽이 그대로 받아 건물 자체를 익히지만 낮에는 어떻게든 나가기 때문에 집에 잘 없다. 그리고 밤에는 습한 열기 - 이것들은 둥둥 떠다니며 모두를 괴롭힌다 - 만 없다면 큰 문제는 없다. 지금이 그렇다.
장마가 시작된 지 좀 되었지만 (비는 딱 한 번 봤다만) 다행히 아직은 그렇게까지 습하지가 않다. 앞으로 7월과 8월, 길게는 9월 중순 정도까지 습한 열기로 시름시름 앓을테고 그 다음 곧바로 또 온도가 떨어져 오리털 이불을 덥고도 벌벌 떨 계절이 올 거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먼지다. 바깥에 나갔다가 오면서 뭘 그리 짊어지고 오는 지는 몰라도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둬도 이틀이 지나면 책상 위에 얇게 먼지가 쌓여있다. 사일쯤 지나면 심각해진다. 손으로 쓱 쓸면 명백한 두께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창문을 닫을 수는 없다. 어찌될 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삼계탕과 비슷한 상태가 될 거 같다.
여튼 저 먼지를 하루 8시간 씩 꼼작없이 뒤집어 쓰고 있다는 뜻이다. 대략 3년 쯤 살았는데 아마 지금쯤이면 해운대 해수욕장 모래사장 정도만큼 내 폐 안에 쌓여있지 않을까. 뭔 짓을 해도 몸이 시름시름 아픈 건 먼지 탓이 아닐까. 무섭다 먼지. 어디서 오는거냐 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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