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디선가 쌀독에 마늘 몇 쪽을 넣어 두면 벌레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쌀독도 없고, 그냥 종이 봉지채(이건 가마니는 아니고 뭐라고 하지, 포대) 두고 있는데 쌀벌레를 딱히 많이 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벌레는 찝찝하니 마늘 몇 쪽을 던져 두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시작되었다. (아마도) 쌀 포대에서 기어 나온 게 확실한 새까맣고 단단해 보이는 몸체에 느리게 - 하지만 꾸준히 기어다니는 그 놈들이 사방에 널리기 시작했다. 마늘은 살균의 기능은 없고 그저 쫓아내는 기능만 있는 모양이다. 왜 이렇게 많은 겨. 나는 지금껏 벌레를 함께 먹고 있었던 것인가.
여튼 사방에 기어다닌다. 지금 이 순간 내 몸 어디엔가도 있지 않겠나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2. 예전에 바퀴가 몇 마리 보이길래 방치해 둔 적 있다. 그랬더니 4월, 5월 따뜻함과 함께 대 창궐 집이 점렴당해 버렸다. 아, 빼앗긴 나의 쉴 곳이여. 딱히 생각나는 방법이 없어서 스프레이와 파리채, 고무 장갑과 후레시를 든 채 온 집 구석구석을 뒤져 그들을 말살시켰다.
일요일 오후의 수많은 학살 끝에 일단 사태는 진정이 되었고 약 1년 정도 바퀴는 사라졌다. 하지만 물론, 끝은 아니었다. 이건 청소와 정리 습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저절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여튼 저번보다 더 심할 때 까지 바쁘다는 핑계로 방치되었고, 바야흐로 새벽에 화장실에 가는 동안에도 몇 마리가 밟혀 죽는 초만원 사태를 초래했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그 사각 사각거리는 소리의 섬뜩함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다.
인터넷을 뒤져 새로운 솔류션을 찾다가 발견한 건 맥스포스겔인가 맥스파워겔인가 뭔가 하는 약. 밑져야 본 전 식으로 그 약을 옥션에서 구입해 설치했다. 종이에 설치 위치 지도까지 표시하며 처음 1개월 동안 두고 다 회수, 다시 2개월 두고 다 회수, 80% 두고 3개월 이런 식으로 1년이 흘렀다.
사실 첫 3개월 째에 그들은 거의 모두 학살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6개월 정도 더 교체를 했다. 스프레이와 파리채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량 학살의 방식이다. 혹시 다시 등장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아직 남아있는 약은 보관중이다.
이렇게 2~3년 쯤 지났는데 아직까지 그들은 레욱트라 전투에서 패배한 스파르탄처럼 두번째 대학살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그 다음에 나타났는데 아마도 지역의 맹주였을 바퀴가 순식간에 사라지자 돈벌레, 짚신 벌레에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이상하게 생긴 벌레들이 갑자기 창궐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에서든 자연은 균형을 이루고 있고, 그 균형이 문득 깨지면 엉뚱한 것들이 창궐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건 문득 창궐한 벌레의 자기 능력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환경 변화에 의한 능력 밖의 일이므로 다 한때이고 그런 시절은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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