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2

지나가는 것들

FTA는 계속 반대해왔다. 세상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다. MB가 못생겼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KB가 불쌍하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걸 기반으로 하는 게 대의 민주주의다.

정말 옳은 것들, 논리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들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애초에 소비에트 실험도 성공했을 것이다. 소비에트라는 건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피곤한 시스템이고, 감시가 없을 때 빠질 수 있는 구멍도 많았다. 즉 본능과 다르게 움직이려니 귀찮았고, 가만히 내비뒀더니 스탈린 같은 괴물을 키우게 되었다.

그렇다면 대의 민주주의는 틀렸나 하면 적어도 아직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똑똑한 왕이라도 그가 다스리는 독재에 비해 낫다고 믿고, 또 현 상황에서 이것 만한 게 없기도 하다. 만약 가능하다면 좀 더 소규모 지방 자치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요새는 워낙 복잡해지고 돈도 많이 들어서 이런 것도 점점 더 녹록치 않게 된다. 몽테스키외나 로크가 이야기하던 시절과도 또 엄청나게 다르다.

여튼 FTA에는 반대한다. 한미든 한일이든 아니면 어디든 다 같다. 두 가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비교 우위설이라는 게 그다지 믿기지가 않고(FTA는 비교 우위에 기반하고 있다), 그리고 한계 효용이 감소한다는 것도 그다지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후자는 전자의 논거이기도 한데, 매번 이야기하는 심플한 예가 밥이다. 배고플 땐 밥이 맛있지만, 배가 부르면 밥이 맛없어진다. 즉 한계 효용은 Q가 늘어날 수록 감소한다. 뭐,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예를 들어 돈을 생각해 보자. 돈이 많아지면 효용이 감소할 거 같나? 과연 어느 시점에서 감소할까. 100억? 1000억? 1조? 감소점이 존재하기는 하나? 돈이 많아지면 더 많은 돈을 만드는 데 쓸 수 있다. 그래서 이제 그만 벌어도 되겠네, 하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 더구나 물려주거나, 주변에 쓸 수도 있다.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효용 따위 100조가 되도 한 눈금도 감소하지 않는다.

결국 한계 효용이 감소하지 않는 재화는 존재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가지면 이제 필요없다는 자연의 논리(사자들은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기 때문에 톰슨 가젤이 살 수 있는 여백이 존재한다)는 인간 세계에는 완벽히 적용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사실 보다 많은 숙고와 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쯤에서 치운다. 그냥 대충,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거다.

어쨋든 비교 우위에 의해 우리가 팔 수 있는 것과 미국이 파는 것 사이에 균형이 존재할 거라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이런 거래는 물건만 존재하는 게 아니고 나라 간 힘의 균형이라는 외적 요인이 함께 존재한다. 경제가 경제만 홀로 서있고, 그런 외적 요인을 무시하는 건 그저 나이브한 바람일 뿐이다. 여튼 이게 틈을 만들어내고, 틈이 존재하면 그게 뭐든 파고 들어온다.

 

그건 그렇고 항상 의문은 왜 우리의 대기업들이 한미 FTA를 찬성하는 가 하는 점이었다. 현대는 미국에도 공장이 있고, 반도체는 원래 관세라는 게 그다지 높지 않다. 그리고 공장은 점점 커지며 외국으로 옮겨간 곳도 많다. 그렇다면 FTA는 그다지 이익이 될 거 같지 않다. 오히려 관세 없이 들어오는 미국 자동차 같은 게 더 위협적이지 않을까.

물론 지금 미국 자동차가 별로 안팔리는 게 가격 탓이라고 생각하는 오바마도 좀 웃기긴 하지만 사실 오바마도 아마도 잘 알면서 미국 자동차 업계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립 서비스 정도(관세가 내리면 아마도 잘 팔릴 거에요)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오바마도 재선이 발등에 불이다(개인적으로는 현 상황에서는 별 이변이 없는 한 안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어쨋든 이런 상황에 소가 쥐잡듯 별종 하나 만들어지면 꽤 잘 팔릴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런 건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현상이다.

중소기업들이 찬성하는 건 약간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시장에는 빈틈들이 있기 마련이고 누군가 운 좋고, 머리 좋은 사람들이 선점해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그토록 중시하는 수출에서 대기업 : 중소 기업의 비중은 7:3 정도다(참고로 중소 기업의 고용 창출은 99 정도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통계나 재선에 도움이 안되는 무리도 없다).

그나마 3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30%라는 작은 수치를 점유하고 있고, 그나마 갈갈이 흩어져 있어 딱히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정치권이 발벗고 나서고 있다고는 믿을 수 없다.

 

그렇다면 다시 대기업.

FTA로 무역 자유화가 진행되어도 미국 기업들이 마음대고 들어올 수는 없다. 뭔가 교두보, 발판, 현지 소식통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거대한 사업이 진행될 때 대기업과 합작(내지는 그냥 투자) 정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자본의 규모가 커질 수 있으므로 이런 면에서는 대기업에 좋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아마도 공공 기관들이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특히 물(상수도, 하수도), 전기, 공항, 도로, 의료, 연금 같은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고, 반독점 상태로 운영되는 분야들이다. FTA로 모든 분야의 시장화가 더욱 진행될 것이고 여러 압박들을 통해 이런 것들이 시장에 나올 거다.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 아시아, 러시아 등 국가가 증명하듯 이런 분야는 문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그런 나라에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이 직접 들어갔지만 여기는 골목이어도 만만치 않은 갑부들이 꽤 많다. 결국 대기업들이 잔뜩 쌓아놓고 투자 안하고 붙잡고 있는 돈들은 아마 여기에 쓰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이런 분야의 사영화는 계속 진행될 것이고, 결론적으로 삶의 유지 비용은 점점 올라가게 될 거다.

그러면 어떻할 것인가.

여당에 2/3에 달하는 의석수를 몰아주고, 삼성이 수출 많이 하면 괜히 기뻐하고, 성희롱을 하든 말든 자기네 동네에 도로라도 하나 더 놔 준다면 의원으로 뽑아주는 작금의 상황에서 극복 방법은 전혀 없어 보인다.

삼성이 건강 보험 분야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의료비가 오르기 시작하고, 가난한 이들이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고 다니고, 또는 포기하고, 그래서 결국 삼성 매출액 드디어 500조 돌파~ 라는 기사가 헤드라인에 나온다고 해도 우리 나라 기업이 잘 된다니 이 얼마나 좋은가, 역시 삼성이구나 하며 감탄할 사람들이 여기에 얼마나 많은데.

어쨋든 만약 가능하다면 관련 대기업 주식을 한 푼이라도 사 놓으면(이것도 잘 골라야지 엄한데 넣으면 독박이다) 그나마 입에 풀칠들은 하지 않을까 싶다.

udu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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