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3

하나만 믿고 간다

일본은 원전 문제로 아마도 골치가 아플 지경일텐데 대충 묻어놓은 채 미래만 보고 간다는 마인드인 것 같다. 유일한 피폭 국가이면서도 그 에너지가 주는 가공할 힘에 반한 건지, 질린 건지, 어쩐 건지 어쨋든 일본 사회 재건립의 토대로 원자력 에너지는 자리매김을 했다. 또한 제국주의 시대가 끝나고 냉전 이후에는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안락함도 만끽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일본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태도는 엄청나게 큰 사태가 터졌음에도 크게 달라지진 않아 보인다. 물론 반대와 우려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아사히 신문 조사에 따르면 47개 지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탈 원전으로 가야 한다는 사람은 2명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즉 무슨 일인가 생기고 있음을, 그것도 아주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내심 직감하고는 있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내기는 너무 어렵고, 그래도 위험을 감수해야 겠지만 그래도 믿을 건 이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 위 내용은 다른 분 글이라 대충 이 정도까지만 하고,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게 뭐가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했는데 어제 FTA 의회 통과를 보며 든 생각은 바로 수출이라는 거다.

 

극한 빈국에서 군사 혁명이 나더니 어느 날 부터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우리 나라는 어딘 가에서는 많은 걸 잃었을 지 몰라도, 수출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극한 빈곤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경이 그 자체일 거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섰지만 여전히 그 기억을 떼어 내지는 못하고 있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에 한 푼 보탬이 된다면 독재도 용인되고, 부정이나 부당함도 용인되고, 경공업이나 다른 분야의 손해도 용인되고, 몇 군데 대형 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도 용인된다.

수많은 불편함들이 있지만 그냥 넘어가고, 부정이나 부패마저 떠 안고 만다. 결국 수출은 이데올로기처럼 작용한다.

FTA에 대해서 우려들은 하고, 극한 반대도 나타나고 있지만 (그다지 믿을 수는 없을 지 몰라도) 여론 조사나, 또 나이 드신 어른 들은 여튼 수출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찬성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여러 곳에서 말하듯 불편함이 있을 지도, 손해가 있을 지도, 또는 서민 이하 계층의 경우 아주 극한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을 지언정 그건 당장의 일도 아니고, 또 수출에 도움이 된다하니 정작 이익을 볼 당사자가 아닌 입장에서도 용인한다.

물론 곳곳에서 패러다임 쉬프트는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 몇 군데가 수출을 열심히 해 봐야 대기업이나 유력한 직군에 적을 두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기 살림에는 하나 도움도 안되고, 오히려 손해(특히 복지 분야나 물가 등에서)만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에 도움이 된다니까'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로 자리잡고 있다. 어쨋든 수출 덕분에 다시 일어선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FTA에 대한 찬성도 가능해진다. 뭔가 위험하다는데, 정말 괜찮을까 싶기는 한데, 그래도 자유 무역은 수출을 증대시킬 거라는 일종의 립 서비스는 여전히 잘 먹히고 있고, 이것 때문에 살 수 있다는 믿음도 여전히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왠지 휘성의 '놈들이 온다'가 생각나는 군. 자세히 쓸까 싶었지만 대충 이렇게 단상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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