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4

무급 인턴

나꼼수 최근 2회를 듣지 못했다. 못 들은 건지, 안들은 건지 어쨋든 아이폰 안에 들어가 있는데 마음이 심난하고 부산해 듣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무급 인턴 이야기를 들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운영하는 무급 인턴제다.

무급 인턴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다. 복지나 봉사와 관련된 단체에서는 많이들 무급 인턴을 실시하는 걸로 알고 있다. 다만 봉사와는 조금 다르다. 봉사의 경우에는 제 돈 들여가며 하는 경우도 알다시피 많이 있다.

하지만 나꼼수에서 말한, 스펙에 최고이기 때문에 무급 인턴은 용인된다는 논리는 이상하다. 이 논리에는 이상한 함정들이 담겨있다. 여기 나오는 스펙은 어디에 사용되는 것일까. 바로 취업이다. 아니면 나중에 사회적인 활동이나 봉사를 업으로 한다고 해도 거기에서 좋게 쓰일 스펙이다. 그렇다면 무급 인턴은 누가 할 수 있는가.

 

등록금 투쟁에서 흔히 나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아무리 해도 등록금을 따라갈 수가 없다, 생활비를 댈 수가 없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무급 인턴은 생활비와 등록금이 해결된 상황에서 가능하다. 아슬아슬할 수도 있고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가능해야 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그게 가능하지도 않고 절대 불가능하기 때문에 취업을 위해 유급 인턴을 뛰던가 생활비와 등록금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뛴다. 가난이라는 건 원래 이런 거다. 일면 당연해 보이는 것도 못한다.

물론 낮에는 무급 인턴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일하면 되지 않냐 뭐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에는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다.

결국 생활비와 등록금이 해결된 사람들은 아름다운 가게에서 무급 인턴을 하며 소위 '최고'의 스펙을 얻게 된다. 이 스펙은 취업 등을 위해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돈 문제가 해결이 안되 유급 인턴과 아르바이트를 뛴 자들은 '최고'의 스펙을 얻을 수 없고 나중에 취업이나 사회라는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다.

 

나중에 사회 운동을 뛰어들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도 마찬 가지다. 무급 인턴이 가능해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 비슷한 무급 인턴을 경험한 사람은 나중에 NGO 등에서 일하려는 마음을 먹는다면 면접을 할 때 훨씬 좋은 인상을 주게 될 것이다. 반대는 위와 마찬가지다. 맨 피시방, 과외, 편의점 알바로 세월을 보냈는데 딱히 봉사든 NGO든 경험이 있을리가 만무하다.

이건 그들이 지금까지 말해온 것들, 돈이 많아서 따로 일 안하며 좋은 학력을 얻어 좋은 데 들어가거나, 작은 회사를 차려주고 자식에게 주식을 증여하고 거기에 일을 몰아 주식을 폭등시켜 재산을 물려주는 일과 '구조적으로'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구조적이라고 말한 점에 유의해주기 바란다. 그게 위의 예처럼 나쁜 일일 수도 있지만, 좋은 일인 경우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다. 즉 부나 지식, 경험의 되물림이다.

부나 직업, 지식의 되물림을 완전히 막는 건 불가능하고 좋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 차이가 너무 심해서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문제가 있는 거다. 당장 끼니 걱정, 등록금 걱정, 대출금 이자 걱정에 밤 잠을 못 이루는 자들은 아름다운 가게의 무급 인턴이라는 그 '스펙'에 좋다는 자리에, 혹은 그 대의에 찬성하고 있어 함께 참여하고 싶지만 결코 들어갈 수가 없다.

기성 사회의 즉물적인 되물림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면 자기 조직이 가지고 있는 현 방법의 문제점도, 또 그걸 극복할 다른 방법도 생각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없고, 또 지금껏 그런 문제를 비판하던 사회자들이 저걸 저런 식으로 얼버무리며 지나쳐 버리는 건 말이 안된다.

NGO나 NPO의 무급 인턴이라는 건 나라의 복지가 그런 문제를 커버할 수 있는 다음에야 가능하고, 그래야 정말 옳은 방향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참여한 사람들이 그런 문제가 해결 가능해 무급인 지 알고 참가했다는 인터뷰를 올리는 건 실질적으로 이 문제와 별로 관계없는 이야기다.

정작 들어야 할 이야기는 아름다운 가게의 인턴이 무급인지 알았기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자들, 그러니까 정말 그런 것도 할 돈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댓글 5개:

  1. 부자가 돈을 기부해서 명성을 얻는것도 가난한 사람은 돈을 기부해서 명성을 얻을수 없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하실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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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익명 / ㅎㅎㅎ 과연 말이 된다고 생각하고 댓글을 단 건지 내심 궁금하긴 한데, 뭐 사람 생각은 가지가지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는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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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에효... 나꼼수에서 스펙에 최고기 때문에 용인해도 된다는 논리를 펼친게 아닙니다. 갖다 붙일 수는 있겠으나 전형적인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계시네요.스펙에도 최곤데 뭐가 문제야? 라고 발언한 정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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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익명 :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아름다운 가게에 한정된 문제를 이야기한 게 아니라, 복지가 제대로 완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급 인턴의 존재와 취업간의 큰 상관 관계가 과연 괜찮은가, 정치 평론가들로서 그 부분을 간과하는 게 괜찮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나꼼수가 그러했듯이 저 역시 스펙에 최고라는 부분은 도입용, 지나가는 발언용으로 썼을 뿐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저는 일반화를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없습니다. 저 글에 오류의 가능성이 있다면 그릇된 유추의 오류나 의도 확대의 오류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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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적절한 글입니다. 너무 적절해서 억울할 정도네요. ㅠㅠ

    물론 사회제도를 바꾸는 건 중요합니다.

    등록금이 반만 되어도 무급인턴 뛸 사람이 훨씬 많겠지요.

    하지만 아름다운가게 측의 인사도 안타까운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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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평화,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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