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2

J.E.후버

후버댐의 후버가 아니다. 참고로 후버댐의 후버는 허버트 클락 후버로 1800년대 말 미국 대통령이다.

여튼 존 에드가 후버라는 사람이 있었다. 주경야독해 야간 대학을 졸업하고 법무부에 들어간 이후 그는 수사국에서 일했다. 여기서부터 비밀 서류를 만든다든가 은밀한 임무를 처리한다든가 하는 노하우를 익힌 후버는 1924년에 수사 국장이 되고 1935년에 이 조직을 FBI로 확대 개편해 내는 데 성공한다. 그는 이 조직의 수장을 48년간 역임한다.

후버가 관심의 초점이었던 이유, 그리고 그를 아무도 내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정보의 독점이다. 유력자들과 관련된 각종 정보들은 그를 법 위에 존재하게 만들었고, 그 법 위에서 그는 더욱 정보를 수집했다. 아무도 그를 제어하지 못했다. 해외 정보망까지 장악하려는 후버에 대항해 트루먼이 CIA를 창설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후버 사후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FBI의 공식 수사 문건 중에 정작 안보와 관련된 것들은 20%밖에 안되었다. 나머지는? 국가 안보와는 전혀 무관한 내용들이었다. 매커시즘 열풍 속에서 스파이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도청, 불법 침입을 불사했다.

그 중에서도 정작 중요한 것들은 소위 후버의 비밀 파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영화나 소설의 소재가 되고 있다. 그게 어디 있는 지 없는 지는 모른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김대중 정권이 탄생했을 때 안기부 곳곳에서 어떤 문서들을 계속 활활 태워버렸다는 '소문'이 떠오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보의 독점자는 국정원과 검찰이다. 둘다 전혀 제어가 되지 않는다. 사기관으로는 많은 이들이 삼성이라는 곳을 든다.

국정원은 그나마 대통령의 직할 조직으로 대통령의 콘트롤이 약간은 미치지만 검찰 쪽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말을 듣는 척 하는 거 같지만 따지고 보면 그 쪽은 그 쪽의 이익 만을 쫓고 있다. 왜 그럴까.

 

감시의 기관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의 힘은 엄청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법의 힘을 제어한다. 사법부는 주도적으로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들어온 재판의 판결을 통해서만 의지를 표출할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과 국회의 강한 제어를 받는다.

물론 우리의 경우에는 제어가 좀 심한 편이고 그래서 정부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다. 예전 군사 정권때도 어처구니 없는 짓들에 비분 강개해 뛰쳐나가버린 그래도 의식있는 재판부가 있었는데 요즘엔 그런 것도 별로 안보인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면 대학의 헌법이나 법률 교과서에서 두고두고 놀림을 당하겠지만(그래서 판결문에는 재판관의 이름이 적히는 법이다) 그런거야 나중 일이다. 나중 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지도 않을거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실상 사법부에 발을 걸치고 있다. 누구도 그들을 감시하지 않고 제어도 없다. 자기들이 직접 한다. 덕분에 강력한 힘과 기동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거기에 다가, 정보가 있다.

전현 정부에서 검찰 개혁을 위해 감사 창구를 둔다든가 하는 묘안들을 생각하고는 했지만 다 실패했다. 아마도 법원 개혁보다 훨씬 어려울 거다. 왜 그러냐하면 기존 양 정당에서 정치 좀 했다는 사람들 치고 검찰에 아쉬울게 없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이건 후버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대통령들은 아쉬울 때 후버를 긴요하게 써먹었지만 동시에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목을 죄어왔다. 도덕 군자 뭐 이래야 된다는 게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뭔가 있는 듯 하며 립 플레이만 해도 상대방은 쫄게 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에 후버가 자연사하고 후버의 비밀 파일이라는 게 사라지면서(혹은 발견되지 않으면서, 또는 아예 있은 적도 없으면서) 자연스럽게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 왜냐하면 일 인에 기대고 있는 게 아니라 조직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처치 곤란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결국 시민들의 손에 달려있다. 기존 거대 양당제가 청산되어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여기에도 존재한다. 완전 새로운 사람들을 뽑아야 한다. 능수능란하지 못할 지 몰라도 차라리 그게 낫다.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몇가지 투표가 점점 다가오며 이 쪽 방면으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여당, 야당, 검찰, 그리고 이에 편승한 몇몇 조직들의 생사가 걸려있기 때문에 아마도 많은 제어가 잇다를 것이다. 미국의 정책들이 점점 어리숙해 지는 것도(동시에 힘의 과시로 흐른다) 양당제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여러가지 세력들이 존재해 왔지만 따져보면 다 엇비슷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힘을 너무 과시했고 덕분에 텐션이 너무 강해졌다. 이제 무슨 짓을 더 할 수 있을 지 모른다. 다가올 선거들은 그래서 너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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