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5

간만에 정치

저번 주민 투표때 의견을 썼다가 지운 적이 있다. 뭐, 보통 머리 속에서 이야기가 이리저리 재구성이 되기 때문에 말을 하면서 의견이 만들어질 때도 있고, 바뀔 때도 있고, 굳을 때도 있고 그렇다. 내가 그냥 머리 속으로 구성했던 것보다 워낙 엉망인 투표였다.

여튼 의견이라는 건 아마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러다가 투표일이 다가오고 다들 뭔가 결정을 한다. 가기로, 혹은 안가기로, A를 혹은 B를.

마치 운동 선수가 컨디션 조절을 통해 결승전에 최적의 컨디션을 맞추듯 이 타이밍을 만들어내는게 사실 프로훼셔날 정치가가 할 일이다. 선거일 한달 전에 돌풍의 인기를 몰고 왔어도 선거 당일날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세상사다. 아카데미 시상을 노리는 영화들이 괜히 비슷한 타이밍에 개봉하는 게 아니다.

 

투표에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철저히 정당 투표를 고수한다. 사실 개개인의 공약이라는 건 아무리 봐도 아무 의미가 없다. 자기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정부나 국회, 정부가 밀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존 정당이라면 공약 실현에 있어 약간은 더 가능성이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약간일 뿐이다. 결국은 정당의 이념, 정당의 이익을 따라가게 되어 있다.

예전에 잠깐 이야기한 적 있지만 지금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몇몇 진보적인 인사들이 농촌 쪽 정책이 매우 진보적이라고, 그런 점에서 훨씬 생각을 많이 한 결과라고 칭찬을 한 적이 있다. 그걸 보고 어이가 없었는데 : 그런 진보적인 의견이 나온 이유는 내 생각에는 - 그 쪽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딱히 직접 손본 게 아닐 뿐이다.

그런 게 실현될 거라고는 당사자도, 그 정책안을 만든 담당자도, 심지어 그들의 지지자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냥 빈 칸을 메운거다. 그런데 물리학자들이 자연 현상을 둔 장난에 잘 속듯이(너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탓이다), 진보적인 학자들도 이런 꼬임에 잘 속는다(역시 너무 열린 마음을 가진 탓이다, 세상은 그렇게 착한 곳이 아니다).

여튼 무슨 정책안이든 100짜리 아이디얼에 실현 가능성 1 vs 30짜리 아이디어에 실현 가능성이 20이라면 20을 뽑아야 한다. 그래야 20이나마 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열린다. 왜 아이디얼이 30이냐고 백날 욕해봐야 소용없다. 그런 결과로 우리는 매번 100짜리 립서비스와 1짜리 결과물들을 볼 뿐이다.

 

국회 의원과 지방 의원, 자치 단체장은 주민이 투표를 통해 정책을 반영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지자체 쪽은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자치 단체라는 곳은 현행법 상 정부의 입김을 강력하게 받고 있다. 어떤 정책을 추진하든 자금, 법률, 사람, 인허가 등등 모든 면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줘야 그걸 이룰 수 있다.

무소속으로 블룸버그가 당선된 뉴욕 같은 곳하고는 다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자치제도가 뭉쳐져서 만들어진 곳이다. 우리는 강력한 정부에서 파생된 지자체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뭐 대충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더 자세히 들어가면 복잡해지고 문제도 발생할 수 있으니 그냥 여기까지. 여튼 무소속 출마를 생각한다면 차라리 정당을 만드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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