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15

여러가지 가능성

세상엔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다. 가끔 인터넷 상에서 128kbps로 인코딩된 mp3와 192kbps로 인코딩된 mp3 사이에 차이가 있느냐하는 논쟁이 벌어진다. 이런건 이 둘을 구별 못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참여가 불가능한 논쟁이다. 그렇기 때문에 논쟁은 챗바퀴를 돌 수 밖에 없다. 나는 안들리는데 무슨 소리냐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128과 192는 분명히 다른 것이고 그 분야의 심도있게 파해친 사람이라면 (다는 아니겠지만) 대충은 구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꾸 소리 분야에 한정되서 이야기하는데 케이블 논쟁, 인코더 논쟁, 고급 앰프 논쟁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이다. 구별 못하는 사람들끼리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봐야 소용이 없다.

비틀즈의 A day in the Life에 존 레논이 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넣은건 유명하다. 이걸 어떤 사람들은 들을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못듣는다. 사실 대부분 못듣는다. 하지만 내가 못 듣는다고 그 소리가 없는게 아니다. 일단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아주 간단한 예들이 많다. 군대 우편병은 말도 안되는 스피드로 우편 봉투를 쉭쉭 통에 집어넣는다. 나는 일단은 절대 못한다. 하지만 우편병으로 2년을 근무하면 아마 할 수 있을 것이다. 계산기를 잔뜩 두드리는 군생활을 했던 나는 처음에 계산기를 잘 못두드렸지만 나중에는 은행원처럼 계산기를 두드리게되었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있다.

사실 아주 하찮은 예에서 이런 생각이 시작되었다. 또 군대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군대라는 곳은, 특히 훈련소라는 곳은 자연과 매우 가까이 있구나 하는걸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다. 그리고 묻혀져 있던 인간의 능력이 아주 많이 깨어난다. (물론 한가해지면 다 사라진다, 애써 길렀는데 약간 아까웠다)

훈련소에서는 단 음식을 잘 안준다. 설탕은 피로를 푸는데 도움은 되지만 쉽게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사실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비싸서 안주는걸 수도 있다). 자극적인 음식도 거의 안주기 때문에 냄새에 무척 민감해진다.

어느날 누군가 확 지나가는데 아주 아련하게 초코파이와 커피 냄새가 났다. 내가 개가 되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전에 개는 몇 시간전에 이 자리에서 누가 무엇을 먹었는지 냄새를 맡아서 알 수 있다는 내용의 방송을 EBS에서 본 적이 있다,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도심 속에서 수많은 소리와 냄새, 향기에 취해 있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인간은 이런걸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이런 냄새를 조금 더 멀리서 느낄 수 있었을 것이고, 원시인들은 아마 훨씬 더 그런 냄새에 민감했을 것이다.




원시 시대에는 자신을 위협하는 맹수, 내일까지 살 수 있게 만들어줄 사냥감을 느껴야 했으니 그건 생존의 문제이고, 필사적으로 냄새를 맡았어야 했다. 원시인이나 지금 인간이나 커팩서티에서 그다지 큰 차이가 있을거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딱 2주만에 초코파이 냄새를 맡을 수 있었는데 1년쯤 완전 자연 속에 들어가 있으면 무엇을 하게 될 수 있을지 잘 짐작되지 않는다.

이런거 말고도 사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하는 사람들은 많다. 타블로 논쟁이 벌어졌을때 이런 대단한 걸 사람이 어떻게 하겠냐 하는건 내게 별로 설득력이 없었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별 사람이 다 있는거다. 그러므로 잣대를 내 능력치, 혹은 내 상상치로 잡는 일은 가능하면 금하고 있다. 약간 황당할 수 있지만 날 수 있는 사람이 혹시 있을지도 모른다고 언제나 생각은 하고 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는 인터넷에서 이 사진을 보면서다.


딱히 논쟁을 부르고 싶지는 않아서 댓글을 달지는 않았는데 이런 사진이 올라오면 꼭 주차를 잘못했네요, 주차 매너가 황이네요 하는 댓글이 달린다. 과연 주차를 잘못한걸까? 잘 모른다.

예전에 아는 사람 집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좀 좋은 주상복합이었다) 가구당 주차 공간이 다섯대 반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모두들 다섯대씩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 다닥 다닥 붙여놓으면 긁힐 염려도 있고 하니까(그런 단지에는 크고 비싼 차들이 많다) 저렇게 걸쳐서 주차해 놓기로 반상회에서 합의를 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저게 잘못 주차한건지 잘 주차한건지 나로서는 잘 모른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써봤다. 아무리 러프 사이드지만(블로그 이름에 보면 써있다) 날이 갈수록 글이 엉망이다 ㅠㅠ 요새 정신적 컨디션이 무척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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