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14

립싱크

음악을 좋아한다. 그냥 즐겨 듣는 정도는 아니고 사실 꽤 좋아한다. 이것 저것 많이 찾아듣는 편이고, 살면서 참 많은 음악을 들었다. 한때 락 키드(Rock Kid)였던 적도 있지만 더 쌘게 아니면 안되를 외칠 만큼 그다지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고 골고루 듣는 편이다.

장르 구분도 거의 없는 편이지만 크로스오버는 별로 안좋아한다. 이 부분 대해서는 예전에(너무 예전이라 찾기 힘들겠지만) 한번 긴 이야기를 쓴 적이 있으니 넘어가고 오늘은 립싱크에 대해서. 얼마 전에 이에 대해 살짝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고 한 김에 써본다.

기본적으로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람의 목소리를 특히 더 좋아하는건 아니다. 물론 사람의 목소리라는건 정말 훌륭하다. 여기에는 어떤 이론이 없다. 하지만 내가 음악을 듣는 목적은 소리와 그것의 조화, 그리고 이어짐을 듣고자 하는 것이지 딱히 사람의 목소리에 방점을 찍고 있는건 아니다.

이와 비슷하게 세상에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신디사이저와 손으로 두드리는 스네어 소리 사이에 어떤 우열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둘 다 소리이고, 곡을 만드는 사람이 어떤 조화를 노리고 배치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생 목소링와 보코더 같은걸 거친 기계적인 목소리, 오토튠 뭐로 만든 소리든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그건 목소리를 듣는데 있어서는 중요한 문제일지 몰라도 음악들 듣는데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궁금한건 그 결과물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듣는데 있어서 라이브보다는 스튜디오에서 정제된 씨디를 좋아한다. 물론 라이브를 싫어한다는 뜻은 아니다. 라이브는 유흥으로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울림을 온 몸으로 받으며 신나게 하루 밤을 보낼 수 있는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서 좋아한다.

보통 대규모 공연장에서 음악의 디테일한 부분은 잘 안들리기도 하고, 소극장 같은데서는 사실 뭘 두드려도 공기의 울림이 좋게 들리게 만들기 때문에 평가가 조금 어렵다는 점에서 뭔가 들었는데 혹 하는 데가 있다면 스튜디오 음반도 꼭 들어보는 편이다.





이야기가 조금 새버렸는데 또 하나. 뮤지션도 있고, 엔터테이너도 있다. 미스에이나 2ne1을 들으면서 솔직히 잊을 수 없는 훌륭한 가창력을 기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것보다 훨씬 잘하는 다른게 있어서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춤을 잘 추고,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또 흥겨운 대중 가요를 가지고 있다. 그걸 보고 듣고 싶어서 그들의 음악을 찾아 듣는다. 이런 경우에 음악 방송에서 가끔 들어오는 LIVE라는 글자는 방해만 될 뿐이다. 이건 떡볶이 집에 가서 라면이 맛없다고 투덜거리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뭐든 잘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극히 드물고 그래서 마이클 잭슨이 돈을 그렇게 많이 번거다. 모두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들의 음악과 엔터테인으로 충분한데 왜 대체 그들 음악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도 아닌 라이브를 강요하고 혹시나 노래 잘하면 좋아하고, 노래 못하면 책망하는지 잘 이해가 안간다.





아니 솔직히 말해 잘하고 못하고가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고음을 잘 처리하면 좋은 음악인가? 그럼 저음을 잘 처리하면 좋은 음악인가? 목소리가 좋으면 좋은 음악인가? 그건 좋은 음악이 아니라 좋은 목소리 아닌가? 아까 말했던 신디사이저 소리와 생드럼 소리 사이에 대관절 어떤 상하관계가 존재하는 것일까.

좋은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걸 위해 반주는 그저 거들 뿐인 음악 장르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중 음악이 과연 그런건지 잘 모르겠다. 좋은 목소리로 좋은 곡을 만들면 그것도 좋은 음악이고, 기계로 조작해 좋은 곡을 만들면 그것도 역시 좋은 음악이 아닌가 생각한다.


테크닉이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좋은 소리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스타일의 경쟁이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다. 예전의 명곡들을 노래방 같은 곳 말고 라디오에서 들어보면 창법도 연주도 확실히 자신만의 스타일들을 가지고 있다는걸 느낄 수 있다.

괜히 가는 길도 다르고 들어야할 것도 다른 애들을 모조리 한 줄로 세워보려는 욕심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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