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7

진정의 세계

어제 저번 주에 방송했던 1박 2일을 틀어놓고 있었는데 재밌는게 멤버들이 한효주를 처음 만나서 한 이야기가 "민낯이에요? 그래도 예뻐요!" 이런 거였다. "민낯"과 "그래도"가 대체 왜 필요한 지 모르겠는데 여하튼 한효주의 미모를 이야기할 때 그게 가장 중요한 사항처럼 들렸다.

이 비슷한 걸로 어떤 여성 게스트가 나왔을 때 눈이나 코를 보면서 "안 했어? 그래도 예쁘네" 뭐 이런 게 있다. 여기도 "그래도"가 있다. 이 무슨 괴악한 태도냐...라고 하기 전에 그런 말을 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했냐 안했냐를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기 때문이다... 혹은 궁금해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예 게시판 등을 보면 실제로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찬가지로 비슷한 사고의 연상이 작용하는 것 중 하나가 음악 방송을 보면서 저게 AR이니 MR이니, 그래도 저렇게 잘 부르네 못 부르네 하는 게 있다. 몇 번 말했지만 노래 부르는 걸 보면서 립싱크 타령 하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 음악과 노래라는 장르를 그저 기능성 대결로 하락시키는 행동이다. 그런 점에서 보이스 코리아나 복면 가왕도 잘 모르겠는 방송이다.

이렇게 세가지를 보면 "그래도"가 만들어 내는 이상한 진정성의 세계 같은 게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대체 이런 데서 찾는 진정은 무엇인가. 방송 화면에 비친 모습, 티브이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를 일단 불신하고 "그래도"를 찾은 다음 몇 가지가 조건에 합당하면 "역시"하고 그제서야 감탄하는 이유가 대체 뭔가.
어쨌든 시청자들 중 누군가 궁금해 하는 거 같더라도(개인적으로 거의 초등학생들 아닐까 생각하는데) 굳이 방송에서 전달하지 않으면 또 모르는 채로 살고 그러다 보면 그런 질문 자체를 잊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아니면 그게 뭔 상관이야!하면서 타박하는 타박 개그맨이 하나쯤 나오든가...


그건 그렇고 1박 2일 한효주 편은 꽤 재밌었다. 몇 년 전에 런닝맨에 출연했을 때도 꽤 재미있었다. 나름 특급 게스트 나온다고 방송 측에서 좀 큰 기획을 준비한 면도 있겠지만, 가만 보면 이 분 예능 꽤 잘한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순간적으로 내뱉는 말들도 센스가 좋다. 런닝맨에서 "내가 왕이다" 였던가... 잊을 수가 없다. 물론 예능하기에 몸값이 너무 아깝지만.


그리고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봤는데 이런 방송은 일단 당분간은 남자 게스트가 안 나오는 게 좋을 거 같다. 가수나 배우는 그래도 괜찮은 데 특히 예능인, 개그맨들은 남자 게스트가 등장하는 순간 기존 방송에서 여성 개그맨이 맡던 롤로 회귀해 버린다. 오랜 훈련 탓에 그냥 반사적으로 튀어나와 버림... 이게 사실 단기간에 극복이 어렵고 이래 가지고는 여성 예능이라는 기본 틀에 적합하지 않다. 

말하자면 예전 해투 같은 방송에서 신봉선이나 김신영이 했던 부분만 모아서 보여주는 거랑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방송은 김숙과 홍진경이 어떻게 기존 방송에서 자신이 담당했을 기본 롤을 극복해 가는가, 그리고 이 멤버들이 어떻게 새로운 스타일의 예능을 만들어 내는가가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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