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5

과거의 극복

이거(링크) 읽고 생각난 김에. 2008년 시위는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여러모로 복잡한 생각할 거리를 남겨놨다. 그리고 사실 그 대부분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그 실패의 잔해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당시 가장 강하게 고심했던 건 대체 이 시위대는 청와대에 왜 가려고 하는가, 뭔가 들을 생각이 전혀 없는 정부도 있구나 이렇게 두 가지다. 이 문제 역시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시위대는 왜 청와대에 가려고 했을까. 물론 청와대 앞을 굳이 못 오게 하는 정부라는 것도 쓰잘데없고 이상하긴 매 한 가지 지만 그렇게 오지 마라는 데 여러가지 손실(내부의 분열, 다함께, 흩어진 시위대의 형해화 등등)을 감수하며 가는 것도 이해가 안 가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당시 시위대는 일종의 조직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위는 뭔가 얻기 위해서 하는 거고(혁명이 아니다) 그 목적을 위해서는 조직이 있고 전달의 창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정부도 정부의 존재 기반인 시민의 시위고 뭔가 들어야 한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부끄러워하는 대통령이 나서지 않더라도 누군가 대변인이 나와 대화의 창을 열어야 됐다. 하지만 그런 건 이뤄지지 않았고, 사실 요구하는 쪽도 창구가 없으니 그런 걸 전달할 방법도 없었다.

시위를 하는 쪽이나 막는 쪽이나 여러모로 어설프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뭐 돌아가는 꼴을 보니 뭐라도 해야겠다 하고 길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당연한 일을 한 거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다른 여러가지 시위들에서 같은 행동이 반복되었다. 모이고, 어딘가 가려고 하고, 막히고. 조직이나 지도부는 예전 가투 때 기억이 나서 싫고. 평화로운 행동을 하는 자부심 뭐 이런 걸 챙기려고 했지만 곰곰이 파고 들면 그렇지도 않았다. 역시 그렇다고 공권력의 지나친 방어가 정당화 되는 건 아니다. 

여하튼 문제는 이 비효율적인 방식이 그 이후 다른 개선책을 찾지 못한 채 계속 반복되고 있다. 제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좀 부끄러운 일이지만 대정부 시위를 몇 명 이상이 하면 무조건 정부 대표가 나와 들어야 한다는 법이라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혹시나 만약 그 시위가 전복 - 새 정부 수립이 목적이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여하튼 그게 됐다면, 그 다음도 무주 공산이었다. 혹시나 대통령이 아 시끄러 나 안해 그래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곰곰이 생각해 봤던 기억이 있다... 뭐 알 길이 없고 방법도 없지. 어차피 0쩜 대 확률의 세계인데 결국 군사 쿠테타 같은 게 나지 않았을까?

어쨌든 2008년 이후로 이익이 걸려 있지 않은 대의적인 대규모 시위라는 건 대체로 실패한다, 듣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우리의 뜻만 우리끼리 확인하는 절차다 정도 말고는 남는 게 없다. 그리고 유동층 - 비관적으로 관조하는 사람들은 투표나 시위나 겹치지 않을까 - 으로 부터 계속 멀어졌고, 그런 게 냉소 계층을 만들어 냈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예컨대 일베의 탄생 - 2011년 - 도 직접적이진 않을 지라도 분명 이런 흐름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냉소는 점점 더 커지고 있어서 심지어 세월호 같은 사건에서도 어차피 안될 거 시끄럽게나 하지마 라는 기류가 나오게 되었다. 

사실 이런 건 남의 말 들을 생각이 없는 정부의 치밀한 계략 및 승리라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치밀할까 싶긴 한데 박정희 정부 때 비슷한 걸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보면 - 위협 통치의 기본은 서로 싸우게 만드는 거다. 노조가 문제면 공권력으로 탄압을 하는 거 보다 구사대에 장기 취업을 약속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이건 아주 옛날부터 세계적으로 내려와 확립된 전통...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다.

어쨌든 성공한 기억의 부재는 냉소를 만든다. 그걸 가만히 두면 괴물이 될 수도 있다. 사람만 말하는 게 아니라 정부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선거 나와서 개발도상국 가서 한 달만 살아봐 따위의 말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탄생한다. 시민도 정부도 대화의 방식을 모르고 알 생각도 없다. 심지어 시민끼리도, 정부 조직끼리도 마찬가지다. 대화를 안 하니 주고 받는 딜도 없다. 소통하자고 하면 서로 자기 한탄만 한다. 심지어 사측, 정부측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게 아니면 모두 잃는다는 생각을 모두가 다 한다. 

역시 시위대가 몇 명 이상으로 구성되면 반대측에 강제적으로 협상 창구를 열게 하는 규칙 같은 거라도 있어야 하는 걸까. 정부 공인 니고시에이터도 반드시 끼고. 창조 경제...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절차, 평화, 부활

1. 국회 경고를 위해 군대를 동원하는 게 대통령의 통치 행위라는 생각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심지어 이게 국힘의 대통령 옹호, 탄핵 반대 논리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정말 엉망진창이다. 아무튼 국회 표결에서 204표가 나와서 탄핵이 의결되었고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