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1

가련, 비루, 불만, 재미

1. 아침에 버스를 기다리는데 10분이 지나도 안 오길래 이 망할 놈의 세상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속으로 투덜거렸는데 버스 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고 조용히 집으로 다시 갔다. 이 가련한 인간이라니...

2. 비루한 작업들 속에서 헤매고 있는 3류지만 여튼 뭔가 쓰는 걸 주로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원고라는 작업을 하게 된 이후 나름 몇 가지 작업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주 5일 하루 8시간 일하기인데 주중에 뭔가 일이 있거나 하면 주말에 채우다보니 이게 나름 빠듯하다. 특히 운동을 좀 하려고 하면 매우 타이트해지고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여튼 적어도 이 시간은 지키자는 마인드로 살고 있는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8시간 내내 뭔가 계속 쓰는 건 아니다. 이 구분이 꽤 미묘한데 트위터의 경우를 보면 자주 들여다 보기는 하지만 업무 시간 중과 비업무 시간 중의 마인드가 조금 다르다. 여기 블로그 같은 경우는 꽤 효율이 높은 휴식이다.

어쨌든 8시간이라는 건 대충 이 즈음이면 되지 않았을까 식으로 생각하면 은근히 하나도 안 맞기 때문에 나름 시간 체크를 한다.

요 며칠 여러가지 사정으로 도서관을 떠나 을지로에 있는 남의 사무실에서 작업을 했는데 이왕 그렇게 된 김에 몇 가지 실험을 했다. 오늘 같은 경우엔 밥 먹고 8시간 쭉 채우고 집에 가면서 밥 먹기를 테스트했다. 12시 몇 분 쯤 도착해서 1시부터 9시까지 있다가 나왔다.

이런 스타일의 장점은 시간 체크가 쉽다는 거, 그다지 배가 고프진 않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없다는 거, 다 채우고 나면 피곤하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 푹 쉰다는 거 등이 있다. 단점은 마지막 두 어시간의 효율이 꽤나 떨어진다는 거(하지만 중간에 밥 먹고, 나가서 커피 마시고 등도 따져보면 비슷하다)와 식사 텀이 엉망이 된다는 거다. 세상 만사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3.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다시 느끼는 건 몇 가지 미니멀한 조건만 갖춰진다면 딱히 공간에 대한 불만은 없고 그 한계 안에서 나름 잘 적응한다는 거다. 이걸 좀 잘 살려봐야 할텐데...

4. 나름 하고 싶었던 걸 하면서 살고 있는데 물론 실력의 문제가 있긴 하겠지만 이건 비루한 거지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어 있다는 게 문제다. 뭐 딱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럴 줄 몰랐던 것도 아니고...

5. 트와이스와 러블리즈가 같은 날 컴백한다. 재밌다.

6. 이번에도 사전 투표를 했다. 사전 투표는 한국의 기존 정치 제도를 생각해 보면 어리둥절할 정도로 편한 시스템이다. 그 어리둥절할 정도의 갭에 낯설음, 미심쩍음을 느끼는 사람들도 꽤 있는 거 같은데 여튼 그렇다.

7. 4번의 문제 해결은 역시 글이 아닌 뭔가를, 즉 형체가 있는 뭔가를 팔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높디 높은 시간 할인율 하에서 살고 있다보니 미래 계획은 커녕 일주일 후의 미래도 가늠하기가 어렵다. 조삼모사 하나도 안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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