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잠깐 적어봤는데 내용이 140자 보다는 길어서 여기에. (계속)으로 이어가면서 줄줄 쓰는 건 전혀 못하겠다. (계속)만 가지고 4글자가 사라져...
아는 형님을 보고 재미있길래 여기에도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아는 형님은 아저씨끼리 우르르 나와서 서장훈 강호동이 싸우면 누가 이기냐, 소변은 얼마나 참을 수 있나 이런 걸로 티격대는, 본인이 대상이 되는 아저씨 한심형 예능인게 재미인 방송이다. 이런 아저씨 막장형 예능이 다시 맥을 잇는구나 하면서 살짝 기쁘기도 하고 가키노츠카이 류의 멍하니 앉아서 1시간을 멍하니 보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그것이야 말로 예능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아하기도 한다.
여튼 소변 참기 따위 서로 한심해 하면서도 아저씨니까 그래도 궁금하다... 뭐 이렇게 흘러가고 결국 바보 같은 짓의 결론을 보게 된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거니까 말하자면 당사자인 아저씨의 한심함을 직접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건 옆에서 아저씨는 이래서 한심해... 라고 말하는 것과는 약간 차원이 다르고 이렇게 본인을 메타화 시키는 거야말로 예능인 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게 반응이 좋아지면서 - 초창기 무도 같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 게스트를 부르고, 특히 걸그룹을 주르륵 부르면서 이 구도가 흔들려 버렸다. 그냥 어린 여자아이들을 앞에 둔 산전수전 다 거친 본연의 아저씨 롤로 회기해 버리고 그러면서 특유의 재미가 사라져 버렸다.
이게 강예원 편-레드 벨벳 편 넘어가면서 눈에 띄게 바뀌었는데 둘 다에 공통으로 상담을 하는 코너가 있었다. 강예원은 한국식으로 치면 80년 생으로 아는 형님의 멤버들인 강호동, 이상민, 서장훈, 이수근, 김영철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어리다. 그렇지만 강예원은 상담 교사 역을 하면서 각 멤버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나름 훌륭한 조언을 해줬다.
즉 일단 나이가 상관이 없이 한심한 아저씨라는 기존의 틀이 유지가 되었고 그걸 또 잘 해내면서 강호동이 강예원에게 상담을 받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 평소 게스트 형 토크쇼에는 나오지 않는 구도가 나왔다. 보통 토크쇼에서는 기본적으로 연장자가 우대되고 어린 가수가 사는 게 어쩌구 하면 아저씨들이 나이가 몇인데 그런 고민, 하하하 식으로 흘러가기 일쑤니까.
그런데 이걸 레드 벨벳 편에서 또 하게 되니까, 처음부터 예리의 부모님이 이수근보다 어리다는 게 밝혀지고 + 김희철과의 특수 관계도 있고 + 애들이 또 너무 착하고 그런 게 있다보니까 상담 코너는 레드 벨벳 멤버들이 아는 형님 멤버에게 상담을 받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이로써 한심한 아저씨라는 롤은 사라져 버리고 너 나이가 몇인데...의 기존 아저씨로 회기해 버렸다. 그러니 그 다음에는 별 의미도 없는 막장 몸개그 밖에 남는 게 없어져 버렸다. 아이오아이가 딱 그랬다.
그리고 나서 이 코너는 사라지고 꽁트는 남았는데 꽁트야 뭐 위 상담과는 다르게 그냥 설정극이니까. 여튼 이후 계속 우주소녀(레드 벨벳 전이었나?), 아이오아이가 나오면서 이 롤은 그냥 굳어있다. 그러니까 재미가 없다...
역시 아저씨들이 하는 예능은 걸그룹이 나오면 안된다. 나온다면 너가 다 뒤집어버려라 정도는 해야 하는 데 그러면 또 걸그룹 입장에서도 방송 후 엄한 이들의 분개로 곤란해질 수 있다. 뭐 그 따위 이야기 안 들으면 그만이겠지만 아이돌이 쉽게 그럴 순 없으니까.
1박 2일 구성이 비슷한데 차태현이라는 완충재 롤이 있다는 점이 약간 다르다. 게다가 시민들과 함께 하는 훨씬 착한 구성이라 아는 형님하고는 좀 다르긴 한데. 여튼 그럼에도 걸그룹 멤버가 나와도 아침에 정신없을 때 잠깐 나타나 휙 깨우고 어리버리 할 때 사라진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유치하고 한심한 아저씨 들이라는 설정이 계속 유지가 된다. 무한 도전은 초반엔 그랬지만 이런 식의 예능을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달라진 거 같고.
마찬가지로 여성 예능에 남성 게스트도 일단은 곤란하다. 무한 걸스의 막장 구조는 남성 게스트가 올 때마다 무너지고 멤버들은 평소에 예능 방송에서 자신들이 하던 역 - 남성에게 잘 보이려고 하고 그렇지만 외모나 무리수로 주변의 핀잔을 듣는 - 으로 순식간에 회기한다.
이번에 언니들의 슬램덩크 하면서 아마도 한국에서 여성 예능을 가장 많이 오랫동안 하고 있는 김숙도 이런 점이 좀 아쉬운데 윤정수와의 가상 결혼 생활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원래의 기본적 설정 아래서 롤이 회기된 아는 형님이 몸 개그를 하듯 성토를 하는 데서 멈춘다. 전복 따위는 없다.
이게 게스트가 나와도 회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하던 걸 하는 정도의 예능인이 나오면 좋겠는데 그게 역시 쉽지가 않나 보다. 박나래도 장도연도 조신해지면서 가끔 막장 몸개그를 하는 식으로 바뀐다. 이국주는 약간 다른데... 음 아직 잘 모르겠다. 일단 본인 메타화의 예능이 아닐 수도.
여하튼 그러하므로 걸그룹은 부르지 말고 계속 언급하며 열렬히 그리워나 하다가 종종 제작진이 무리한 미션을 시킬 때 걸그룹도 안 불러주면서 등등으로 싸울 떄나 써 먹는 게 좋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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