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18

그냥 잡담이다

* 대학교 1학년 때인가.... 깊은 이야기하려고 술 먹는다는 말 하나도 안 믿는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와 한 적이 있다. 뭐든 할 이야기 있으면 맨 정신에 하는 게 낫고 술은 오직 웃자고, 즐겁자고 마시는 거.... 그 외에는 아무 의미 없음.... 슬픔을 달래러 마시는 술 같은 것도 안 믿음. 슬플 땐 차라리 운동을 해.... 몸 상해.... 그 이후 여러 경험이 쌓이고 술을 마시고야 뭔가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들, 특히 그래야만 하는 종류의 사람들은 전혀 상대하지 않는다. 다 스루했고 이제 한 명도 없는 거 같다.

더 나아가 진지도 아니고 뭔 생각에서 나온 건지 헛소리 혹은 숨겨왔던 본심 등등을 꺼내는 사람도 있는데 이쪽은 더 질이 나쁘다. 맨 정신엔 아예 못할 소리나 지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술 취했으니까 기억 못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게 더 무섭다. 혹시나 주변에 인간이 하나도 없어도 이런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않고 혼자 노는 게 차라리 낫다.

이 이야기를 하는 건 뭔가 굉장히 신나게 놀고 집에 가서 푹 자고 싶은 날인데 그러기엔 마음이 무거운 와중에 맥주나 마실까 -> 그런 일이 있었지 -> 난 여전히 그렇게 생각해.... 순으로 머리 속에서 이야기가 나아가다가 끝 부분만....


* 그건 그렇고 최근 나도 헛소리를 좀 많이 했다. 그것도 맨 정신에.... 역시 갈 길은 아직 너무나 멀고 쌓아야 할 산도 이제 돌맹이나 몇 개 가져다 놓은 거 같다. 여튼 꽤 반성을 하고 있다.


* 어제 남아 있는 돈과 써야할 것들이 며칠 정도의 분량인가 사이를 곰곰이 가늠하다가 살짝 우울해 졌다. 받을 고료가 좀 있긴 한데 소식도 없고.... 뭔가가 이런 식으로 막히는 건 역시 슬프다. 뭐 상황이 슬프다기 보다 이렇게까지 방치한 무능력이 슬픈 거지만. 여튼 일이 막히는 순간이 곧 도래할 거 같다. 혹시 제게 줄 고료가 있는 분은 이걸 보시면 어서... 제게 혹시 자금을 지원해 주고 싶은 분도 여기 사이드바(링크)를 보시고 어서...


* 동생 가족이 왔고 강아지 막내도 함께 왔다. 아마도 2002년 쯤 태어났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남편이 버리라고 했다고 들고 길에 가져온 걸 데려온 거라 그 전의 신상은 정확하지 않다. 당시에 상당히 어려 보였기 때문에 아마도 그 해 쯤, 많아 봐야 2001년에 태어났을 듯 하다. 이제는 나이도 많고, 원래 몸도 작고 약하고, 큰 병에 걸려 죽을 뻔한 걸 동생이 살려 놓은 요크셔테리어다. 생애의 한 20% 쯤은 나와 함께 했고 80% 쯤은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막내 심심 할까봐 데려온 웅이가 지금 우리 집에 있다. 여튼 지금은 뭐 막내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거 같고...

여튼 이제 너무 늙어서 힘든지 잘 눕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계속 벌벌 떨고 있는 걸 보니 역시 슬펐다. 그래도 오랫동안 함께 즐겁게 잘 살았으니 혹시 죽어도 더 이상 슬퍼하지 말고 편히 쉬게 되었음을 축복해 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어제 아침에 상황이 너무 안 좋아 보여서 제주도 집까지 갈 수는 있는 거야 하고 걱정했는데 집에 도착하더니 굉장히 건강하게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심지어 서울 와서는 스트레스 탓인지 밥도 잘 못 먹고 찡얼거리기만 하던 조카도 밥을 한 그릇 다 먹었다고 한다. 다행이다. 제주도는 애와 개들에게 무척 좋은 곳임이 분명하다.


* 정말 간절하게 뭔가 바란 적이 살면서 두 번 있는데 두 번 다 이뤄졌다. 이게 좀 신기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 한 번이 웅이가 집을 나갔을 때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당시 되는 일이 정말 하나도 없던 막막한 때라 난 대체 왜 이따위로 살고 있냐, 강아지 하나 제대로 못 챙기는 삶이라니... 하면서 눈물이 다 났었는데 다음 날 유기견 공고에서 발견했다. 사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고 주변 정황을 보건대 못 볼 운명이었음이 거의 확실했는데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이런 저런 게 겹쳐서 종교는 아직 없지만 무신론자는 아니다. 요새도 웅이를 보면 사라졌을 때, 거의 열 시간을 온 동네를 돌고 전단지를 붙이고 들어왔고 허둥지둥 걷느라 뭐가 잘못되었는지 발 뒤가 굉장히 아팠지만 그저 너무 슬퍼서 간절히 찾기를 바랬던 그 기분이 생각난다.


* 오늘은 매우 끔찍한 날이다. 그리고 매우 힘든 날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범죄가 있었고 그 이후 나타난 모습은 이 사회가 완전히 병들어 있음을 확인하게 해 준다. 매우 심각한 정신 질환의 상태라 계몽, 치료 같은 걸로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거 같다. 그나마 몇 보이는 정상의 인간들은 조현병의 상태에서도 죽지 말라고 심장은 뛰고 폐는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그냥 무의미하게 돌아가는 어떤 것.... 헛소리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생각이란 걸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거 같은 말이 너무 많아서 종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강남역 10번 출구의 모습은 스치듯 봐도 울컥해져서 차마 사진도 보기가 어렵다.


* 그리고 매우 끔찍한 날이었다. 80년 5월 18일로부터 36년 정도가 지났는데 이 거대한 사건이 지금까지 제대로 해결된 게 아무 것도 없다. 이런 비슷한 심각한 내상을 입히는 모든 것들이 계속 쌓이고 좋은 게 좋은 거, 산 사람은 살아야지 이딴 소리나 하며 가만히 두다 보니 이런 중증의 정신 질환 단계로 들어선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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