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2

여름의 절정

a. 인터넷이든 뭐든 글쓰기에 있어서 반응이란 참 예상하기 어려운 요소다. 예컨대 청바지에 대해 꽤 많은 트윗을 했는데 반응이 가장 좋았던 건 프라이탁의 환경 보호 청바지였다. 코어하고 마니악한 이야기엔 분명 그렇게 큰 관심이 없고, 환경 보호나 기발한 아이디어의 측면에는 분명 꽤 관심이 있다. 이 부분은 좀 애매한데 환경 보호를 하려는 데에 관심이 있는 건지, 그런 생각을 실현하기 위한 아이디어에 관심이 있는 건지 명확히는 모르겠다. 아니면 아예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겠다.

물론 뭔가를 쓴다는 게 꼭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만 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예상을 꽤나 벗어나는 때에는 세상에 대한 이해도 어딘가에 큰 오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뭐... 끝까지 알 수 없겠지...


b. 요새 아침에 상당히 일찍 나오는 데 지하철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이런 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c. 아침에 나오면서 에이핑크의 내가 손짓해 주면을 들었다. 이 곡은 랜덤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돌리다가 흘러나오면 계속 반복해서 듣게 되는 마성이 있다. 여튼 새삼 느끼는 데 에핑의 장점은 보컬 그룹임에도 흔하디 흔한 감정 과잉의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어둡고 딥한 발라드도 없고 요란하게 흥청대는 파티 곡도 없다. 훌륭한 포지션이다.


d. 요새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꾸 한숨과 짜증만 난다. 하지만 적대적인 언어의 방치는 요새 보다시피 굉장히 엉뚱한 게다가 이율 배반적인 반항을 만든다. 예컨대 ㅇㅂ를 블록으로만 대응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사태를 넓게 바라보면 ㅇㅂ는 그곳만의 문화가 아니었고 예상보다 훨씬 범 사회적인 사고 체계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인 상식 구조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떤 생각이 경멸의 대상이 되는 지, 왜 경멸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보다 분명히 알려질 필요가 있다.

이런 거야 뭐 당연한 건데... 이런 거 말고도 한숨과 짜증이 나는 게 꽤 많다. 특히 어린 애 자기 확신이나 동조 같은 소리들은 일단 다 뮤트, 블록하게 된다.


e. 뜻과 의지대로 돌아가고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중요한 일들은 다 내 손을 떠나 있고, 손에 잡고 있는 중요한 일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다들 자신의 삶이 있으므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걸 이해한다고 해서 내가 도산의 위험을 비켜갈 수 있는 건 아니다.


f. 손나은-임나영-슬기-케이 모아서 예능 만들 용자가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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