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4

시각

무슨 일인가를 할 때, 그게 어떤 감정적인 파장을 일으킬 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조마조마했는데 별 일 없이 지나가버리는 경우도 있고, 별 생각 없었는데 감정이 파고를 넘거나 심연의 세계로 가라앉는 경우도 있다. 아예 예상조차 없었는데 난데 없이 밥이 안넘어가는 경우도 생긴다. 전자든 후자든 마음이라는 건 보통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런게 없었으니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온다. 수십년을 함께 살며 다뤄왔는데도 제대로 콘트롤이 안되는 걸 보면, 감정이라는 건 참 골치 아픈 존재다.

근심이 조금은 있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고 발품을 팔고 움직였다. 어제 마무리 되면서 의외로 파장이 길게 느껴지며,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다. 체 할까봐 밥은 피하고 있다. 어제는 혼자 2시간을 커피집에 앉아 멍하니 TV를 보다가 스틱 골프를 쉬지도 않고 했고, 오늘은 쉬지도 않고 여기저기 글자들을 남겨놓고 있다.

트위터에 뭔가 계속 쓰고, 혹시나 해서 계속 지우고, 에버노트에, 블로그들의 드래프트에 뭔가를 채우고 있다. 몇 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이야기가 아침에 지하철에서 쓴 건데 어디론가 사라졌다. 자잘한 조사들을 많이 생각하며 붙였는데 약간 아깝다.

부티크 닷컴의 선호도 조사를 하나씩 하나씩 다 했고, 오케이큐피드의 자기 소개를 되도 않는 영어로 반 쯤 채웠다. 정확한 선호도 매칭을 위해 하버드 수학과 출신이 만들었다는데 질문이 너무 많아 다 채우는 건 무리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후스히어와 오케이큐피드에 올라와 있는, 한국과 한국 아닌 곳 사이에 존재하는 자기 소개 사진의 극명한 차이는 무척 재미있다.

어쨋든 고비를 넘기고 싶다.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곳에 멍하니 앉아 맘 편한 대화를 나누며 널부러져 있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하필 또 오늘 저녁부터 급격하게 추워져 내일은 최악의 혹한이 찾아온단다. 이번에는 운이 없다. 몇 주 전에 운을 집중적으로 써버려서 올해 남은 게 별로 없는 기분이다.

매번 말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흐른다. 매번 걱정하지만, 아마 별 일 없는 한 또 내일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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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공습, 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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