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9

12월 마지막 주, 듣는 음악들

네이버 지겨워서 이제 벅스를 이용해 볼까 생각 중이다. 관심이 가는 뮤지션들이 있어 리스트를 만들어놨는데 그건 손도 안대고 있고, 즉흥적으로 받은 국내 음반들 잠깐 프리뷰.


1. 백지영의 베스트

저번 주에 정말 오래간 만에 가요 프로그램을 봤는데 순위 속 쟁쟁한 걸 그룹, 아이유, 보이 그룹의 리스트 사이에 백지영 이름이 곳곳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그걸 보면서 이 판국에 저렇게 해내고 있다니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베스트인가, 10월 쯤에 나온 음반을 받았다. 막상 이렇게 주르륵 들은 건 처음인데 못들어 본 곡이 없다. 목소리의 호소력이 좋고, 여튼 티비 속에 비친 모습이 밝아서 좋다.



2. 거미의 loveless

거미에 대해 아는 거라곤 알앤비를 한다는 것, 예전 라디오 스타에 게스트로 나왔던 것 밖에 없다. 그러다가 이번에 휘성, 거미, 또 한 명(기억이 안난다)이 연말 공연을 한다는 포스터(셋이서 커피를 마시는 사진)를 보고 아, 거미 노래를 한번 들어보려고 했었지 한게 생각나서 loveless를 들어보게 되었다.

인상과 말투를 보고 막연히 상상했던 것 보다는 훨씬 소프트한 음악을 하고 있어서 놀랐다. 괜히 다이아나 로스 이런 거 예상하고 있었는데. 가사도 의외로 심약하다. 누가 뭐라든 내 갈길 간다 이런거 생각하고 있었다. 거미의 인상을 너무 강하게 보고 있었나보다.

결론적으로 듣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좀 했었는데(과하게 벅찬 리드미컬한 알앤비는 준비 운동을 좀 해야 잘 들을 수 있다), 그런 거 없고 여유있게 듣기 좋다.



3. 이적의 사랑

크리스마스 특집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이적의 일인극을 보다가(이 방송을 꼭 보시라, 꽤 웃긴다) 패닉에 대한 강한 애정에 비해 이적 솔로 음반은 제대로 들어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최신반을 들어봤다.

목소리도 좋고 완성도도 높고 나쁘진 않지만, 취향상 졸리다... 그냥 패닉이 그립다.


4. 카라의 점핑

원더걸스는 내 아이폰 잠김 화면 말고는 어딨는지 보이지도 않고(참고로 산이의 새 뮤직 비디오에 소희가 나온다), 소녀시대는 과도한 이미지 노출에 개인적으로 질려버린 와중에 초기 걸그룹 중에 그나마 카라 정도가 여전히 눈에 걸린다.

초기에는 곡의 어설픔도 그렇고, 라이벌들의 고도로 세련됨에 비해 완전 풋풋한 이미지가 메인이었고, 그 살짝 민망한 어설픔이 의외로 먹히는 포인트였다고 생각된다. 자켓 사진도 그렇고, 노래들도 사실 완성도 면에서는 한숨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점점 거물이 되가면서 음반에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가 달라졌다. 전반적으로 매우 세련되어졌고, 이미지 자체도 몇 살쯤 더 먹은 아가씨 풍이다. 점핑에서 머리를 날리며 쳐다보는 눈빛은, 불과 몇 년 전에 프리티걸을 부르던 얼굴이 전혀 아니다.

일단 곡 자체의 완성도가 확 올라가 듣는 재미가 많이 늘었다. 현재 이미지와 곡 사이의 발란스도 상당히 좋다. 요즘 니콜이 살짝 헤매지 않나 싶은데(이미지 업그레이드가 규리와 하라에 맞춰져 있고, 귀여운 건 지영이 잘 하고 있으니) 잘 헤쳐 나가길.

옛날 이미지가 살짝 그립긴 하지만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음 음반 완전 멋지게 만들어 중원의 왕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심은하도, 려원도, 윤은혜도, 한예슬도 한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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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 음색,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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