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2

새벽의 바람

바람이 계속 불었다. 자다가 깨어 시계를 보니 세시. 창문이 덜덜 떨린다. 오래간 만에 집에 놀러온 강아지 막내는 내가 일어나자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쿵, 쿵 하면서 옥상 문이 열렸다, 닫혔다하는 소리가 들린다. 옥상 문이 고장나 고정이 되지 않는다. 바람이 계속 불면 부실한 이 집이 터져버릴 것 같다. 멍하니 누워 천장만 바라보다가 후레쉬와 신문지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복도 창문도 하나 열려있길래 닫고 계단을 올라 간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좁다. 곧 자동으로 켜졌던 복도등이 꺼진다. 후레쉬 불빛과 열린 문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만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옥상에 나가본다. 널부러진 빈 화분들, 춤을 추는 전기줄들. 아아, 신이시여, 왜 저를 버리려 하시나이까. 신문지로 문을 고정시켜놓고 계단을 내려온다. 올라갈 때는 못봤는데 옆 집 현관 앞에 신발 한켤레가 곱게 놓여있다. 외풍을 막겠다고 둘러놓은 은박지가 지저분하게 들쳐올라 있다. 집에 들어오니 무슨 일인가하고 나와있던 막내가 얼굴을 비빈다. 이 녀석도 너무 늙었다.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니 문득 슬퍼진다. 쿠키 남은게 생각 나 조금 줬더니 냄새만 맡고 고개를 돌린다. 호불호가 분명한 건 좋은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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