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2

대이동

이글루스(여기)에다가도 포스팅을 하고 싶은데 요새 엄두가 좀 안난다. 그래서 그나마 뭔가 올리는게 계속 이곳에 한정된다. 이글루스에는 조금 더 덴서티가 높은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도 하고 있고. 물론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다가 ROUGH SIDE라고 촘촘히 박아놓기는 했다.

 

 

여튼 대이동.

자세하게 말하면 복잡하니까 기호적으로 말하자면 요즘 커피를 마시거나 하면서 나무와 풀이 좀 있는 곳의 벤치에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 대략 하루에 2번 정도는 앉아있는 듯 하다.

호모 사피엔스 종과의 교류가 상당히 한정적이고 단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관계로 보통은 멍.... 하니 앉아있게 된다. 그래도 심심하니까 뭐 구경거리없나 하다보니 역시 개미다. 좋아하지도 않는 개미를 요새 자주 보게 된다.

그럼에도 대이동은 위에서 말한 벤치에서의 구경과는 좀 다른 곳에서 본 건데 말하자면 약간 관심이 있는 상태라 보게 된게 아닌가 생각되서 필요없는 이야기를 좀 붙여봤다.

 

 

오늘 가만히 인도(오후 5시쯤, 사람이 별로 없음, 나무 그늘이 져있음, 매미가 계속 울었음, 구름 약간, 매우 밝음)를 걸으며 바닥을 보고 있었는데 마치 땅바닥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결국 미쳤나보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좀 더 자세히 보니 개미들이었다.

보통 개미들을 보면 집 밖으로 나갈때도 일렬로 나가고, 돌아올때도 일렬로 들어온다. 그 와중에 부딪치기도 하는거 보면 어지간히 한심한 면도 많다. 말하자면 어느 정도 '길'로 상정되어 있는 곳으로만 다닌다.

가끔 원정대를 꾸려서 좀 험한 길을 떠나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이 이야기도 신기하기는 하지만 일단 다음으로 미루자.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바닥을 가득, 넓게 퍼져서, 우르르, 꽤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다들 뭔가 하나씩 들고서. 그것은 마치 피난, 혹은 야반도주의 광경이었다.

뭘 들고 있는걸까 궁금했는데 다들 급해보여서 따로 물어보지 못했다. 아마도 이사를 가고 있는게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대체 왜 오후 5시, 평범한 카메라라면 노출을 다 닫고, 셔터 스피드를 풀로 올려도 오버가 나올만큼 밝은 낮에, 위험을 무릅쓰고 이사를 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체 누가 결정했을까, 며칠을 고민했을까. 그 부근 개미 왕국이 분열되서 신삼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는걸까. 어쨋든 긴 행렬의 끝 무렵이었는지 5분쯤 바라보고 있으니 싹, 그렇다고 한마리도 안남겨놓고, 사라져버렸다.

어딘가 블랙홀 같은게 있어서 빨려들어간 기분이 든게, 어디로 가는건지 궁금해서 앞을 따라갔었는데 다들 어디로 갈지 몰라서 헤매고 있었던 모습을 봤었다. 어쨋든 그들은 어딘가 만들어놓은 새 집, 또는 블랙홀로 다 빨려들어가버렸다. 따라가볼걸 그랬나.

 

 

그건 그렇고 요즘 귀뚜라미와 거미가 이상번식하고 있지 않나 싶다. 너무 많다.

댓글 3개:

  1. 딴소리 하나, 저는 손으로 거미를 잡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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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관찰력과 상상력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앗, 그리고 거미는 대부분 손으로 만지지 못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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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귀뚜라미. 사무실 지하1층에서 보고 깜짝 놀라서 반갑기도 하고 흠찟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너무 오랫만에 봐서요.

    그리고 요즘 매미소리 엄청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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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 유지,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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