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07

비가 와

자다가 비와 천둥 소리에 깼다. 바닥이 꽤나 젖어 있길래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창문을 닫았다. 컴퓨터 전선들이 창문 가까이 있어서 조금 위험하다. 번개가 계속 친다. 어릴 적부터 습관으로, 천둥소리가 날 때까지 초를 센다. 17초, 12초, 8초... 6킬로미터쯤 떨어져있던 구름이 다가오는걸 느껴본다. 북한산이나 수락산 어딘가를 꿈틀거리며 넘어오고 있겠지.


예전에 경북 어딘가 산꼭대기에서 건너편 산을 넘는 시커먼 구름을 본 적 있다. 스멀스멀. 그 단어가 그토록 어울리는 모습이 또 있을까. 요즘같이 더운 때 창문을 열어놔 그나마 들어오는 찬 새벽 공기 덕에 살아남았는데 그 작은 선물마저 빼앗아 가 버리는 기분이 들어 슬프다. 이 무심한 비라니. 무력함을 자주 느끼는건 좋지않은 버릇이다.


어디선가는 빗소리로 여자를 유혹할테고(마침 금요일 밤이다), 어디선가는 빗소리에 추억과 상념에 빠져들테고, 어디선가는 빗소리를 안주삼아 또 술 한잔을 달리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존의 어귀에 간당거리며 폼 안나게 덥다는 푸념이나 늘어놓으며 하늘만 원망한다. 더 마지널한 곳에 가있는 사람들에겐 이 또한 모욕이 될 수 있겠지.


코앞에 까지와서 번개를 내리 찍더니 비가 살짝 잠잠해진다. 담배 하나 피고나면 창문을 열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 번개를 맞은 적이 있다. 맞는 순간 딱 알 수 있다. 그 강렬함과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찌릿함이란. 번개와 천둥이 동시에 닥치며 순간적으로 세상이 하얗게보인다. 모든게 느리게 움직이는 기분이 들고 덧 없구나 하는 문장이 떠 오른다.


요즘엔 번개와 자동차 도난 방지기 정도나 세트로 다닌다. 번쩍~ 엥엥엥엥~ 우르릉쾅~. 이제 금방 입춘이란다. 자야겠다. 구름 위에 있을 별이나 헤아릴란다. 하나, 둘, 셋 미치겠다 별들아, 하나 둘 세어봐도 끝이 보이지 않아, 으하하. 아이돌의 노래는 이럴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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