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 선거가 끝났다. 결론적으로 현 여당이 더 많은 자리를 확보했다. 야당 계열에서 전략적으로 실수들이 있든 없든 성희롱 사건, 불법 사찰, 리비아와의 외교 단절, 묘하게 돌아가는 천안함 등등의 와중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걸 보면 참 대단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냥 선거에 대한 생각. 내가 좀 바보같은데가 있지만 그래도 이런 의견이 공론화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할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기 때문에 그냥 쓰는 이야기라는 사실 정도는 미리 염두에 두시길.
1. 입법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다. 국회의원의 당면 목표는 재선이고 그렇다면 더 좋고, 훌륭하고, 발전적인 법을 만들어서 재선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회는 솔직히 입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지간한 법들은 모두 정부에서 만들어진다.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법들도 기본적인 scheme만 담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입법이 행정부로 넘어가는건 점점 복잡해지는 현대 국가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입법부가 입법에서 손을 떼는건 옳지 않다.
왜 그런가하면 가장 큰 이유는 정기적인 국정감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정감사에서 행정부의 잘못된 점들을 들춰내고 지적하면 그래도 뭔가 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방송도 무척 많이 나간다.
재선이 목표고 그러기 위해 시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줘야 한다면 입법보다는 감사에 집중하는게 훨씬 쉽고 편안한 방법이다. 더구나 뭔가를 새로 만드는 일보다는 뭔가 트집잡는게 훨씬 쉬운 일이다.
결국 정기 국정 감사는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별 문제 없는 행정 기관이나 공기업들도 정기 감사 준비로 쏟는 에너지와 비효율이 너무 크다.
물론 행정부의 힘이라는게 거대하기 때문에 감사는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 행정부 산하에 있는 감사원을 독립 기관화 시키고 전담하게 하는게 더 낫다. 어차피 감사를 준비하는게 공공기관의 숙명이라면 입법을 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하는 것보다 감사원이 하는게 낫다.
좀 더 정치적이고 거대한 문제가 있어서 국회가 꼭 들춰봐야될 만한 일이라면 이미 국정조사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그걸 활용하면 된다. 무슨 일 생기면 조사팀 꾸려서 메꿔가면 될 일이다. 이런건 사후 검사이기 때문에 숨기다 걸리면 벌칙을 더 강화하거나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을거다.
여튼 이렇게 국회가 보다 입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 국회의원 선거와 지역과의 관계를 떼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는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선거가 지역과 결탁되어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은 어쩔 수 없이 지역 대표성을 가지게 되고 그에 따라 자신의 지지 기반을 신경쓰게 된다.
오늘 선거가 끝나고 은평구 이모 당선자에 대한 다큐멘터리 비슷한걸 봤는데 그를 반대하는 유권자가 "3선이나 했는데 지역에 해 놓은게 없어"라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그 지역 의원이 아니라 지역구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에게 해야지 맞는 이야기다. 국회의원은 나라를 대표해야지 지역을 대표해서는 안된다.
예전에는 지방 자치가 국가에 의해 관치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지역 대표성을 가지는게 용인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엄연히 지방자치가 시행되고 있고, 선거도 따로 치뤄진다. 지역 발전은 지방 자치 단체의 몫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선거는 대선거구제로 가능한 지역색을 떨쳐내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국회의원 모두를 비례 대표로 뽑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지방의 균형 발전이나 미시적인 안목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우려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 자치단체장 회의를 발전시키거나, 아니면 아예 지방 대표를 모아 국회를 2원제로 꾸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 이런 방향으로 가려면 지방 자치 단체에 현재 나라가 하고 있는 권한을 많이 넘겨줘서 본격적으로 지방 행정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동네에 살면서 중요한 선거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동네 의원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이거 말고도 또 있는데 이게 막상 쓰려니 생각보다 복잡해서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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