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춥춥스럽게 날아든다. 파리처럼 쓸데 없는 놈들이 세상에 몇이나 더 있을까 생각이 들지만 생각해 보면 파리에게는 그게 생의 전부다. 파리채를 날리자 납작해진다.
O 이렇게 생겼던 물체가 순식간에 _ 가 되버렸다. 파리의 뇌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도 아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건지도 모를 것이다. 등과 배가 순식간에 붙어버리다니. 이렇게 납작해져 버리다니.
이로써 힘들게 알에서 나와 살겠다고 온갖 지저분한 것들을 먹던 구더기 시절을 지나 질풍노도의 에벌레 시즌을 지나 겨우겨우 파리가 되어, 수도 없이 많은 생태계 위쪽을 점유하고 있는 천적들을 피해다니며 유전자 번식을 위해 애쓰던 그 수많은 시절들이 몽땅 _이 되버렸다.
귀찮고 더럽고를 떠나 아련하다. 알량하지만 그것도 생명이다. 더구나 내 몸이 _이 되면서 죽는다면 꽤 슬플거 같다. 파리-파리채의 크기를 보아 어림잡아 생각해보면 농구장 정도 사이즈라면 나를 저렇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말하진 못한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비가 내려 아스팔트 위에 잠깐 고인 물에다 잠자리 두마리가 착 달라붙어 물에다 자꾸 뭔가를 뿌리고 있었다. 아마도 알이겠지? 그토록 잘못된 선택을 하다니. 내일 모레면 사리질 신기루 같은 물인데.
나도 꽤나 잘못된 선택들을 하며 살아온 터라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그리고 진심으로 안타깝다. 다음 번에는 부디 더 좋은 곳을 찾으렴.
20100730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
-
오래간 만에 영화 칼리골라(1979, 예전엔 칼리귤라라고 했던 거 같은데 검색해 보니 요새는 칼리골라라고 하는 듯... 이태리 제목은 Caligola, 영어 제목은 Caligula다)를 봤다. 봐야지 하고 찾아본 건 아니고 유튜브 뒤적거리는 데 풀버전...
-
1. 최저 10도, 최고 20도라고 해서 살짝 긴장했는데(하루에 10도씩 떨어지고 있다) 낮의 햇빛은 여전히 따가웠다. 뜨겁다기 보다는 따갑다가 정확한 표현인 거 같다. 2. 에이프릴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곽튜브에 대한 비난은 정도를 넘...
-
1. 설 연휴다. 도서관 근처 식당도 하지 않아서 그냥 토, 일 이틀 집에 있었다. 금요일에는 서피스 구경을 해볼까 하고 더 현대에 갔는데 쉬는 날이라고 해서 약간 당황. 다른 현대는 토, 일 쉬는데 여의도만 금, 토 쉰다고 한다. 뭐하는 거야... ...
굉장히 흥미롭게 읽고 갑니다. 또 들려도 되겠지요? ^^
답글삭제@oldman 님 이런 변방 블로그에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반가워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