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30

모든 죽음은 우울하다

파리가 춥춥스럽게 날아든다. 파리처럼 쓸데 없는 놈들이 세상에 몇이나 더 있을까 생각이 들지만 생각해 보면 파리에게는 그게 생의 전부다. 파리채를 날리자 납작해진다.

O 이렇게 생겼던 물체가 순식간에 _ 가 되버렸다. 파리의 뇌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도 아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건지도 모를 것이다. 등과 배가 순식간에 붙어버리다니. 이렇게 납작해져 버리다니.

이로써 힘들게 알에서 나와 살겠다고 온갖 지저분한 것들을 먹던 구더기 시절을 지나 질풍노도의 에벌레 시즌을 지나 겨우겨우 파리가 되어, 수도 없이 많은 생태계 위쪽을 점유하고 있는 천적들을 피해다니며 유전자 번식을 위해 애쓰던 그 수많은 시절들이 몽땅 _이 되버렸다.

귀찮고 더럽고를 떠나 아련하다. 알량하지만 그것도 생명이다. 더구나 내 몸이 _이 되면서 죽는다면 꽤 슬플거 같다. 파리-파리채의 크기를 보아 어림잡아 생각해보면 농구장 정도 사이즈라면 나를 저렇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말하진 못한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비가 내려 아스팔트 위에 잠깐 고인 물에다 잠자리 두마리가 착 달라붙어 물에다 자꾸 뭔가를 뿌리고 있었다. 아마도 알이겠지? 그토록 잘못된 선택을 하다니. 내일 모레면 사리질 신기루 같은 물인데.

나도 꽤나 잘못된 선택들을 하며 살아온 터라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그리고 진심으로 안타깝다. 다음 번에는 부디 더 좋은 곳을 찾으렴.

댓글 2개:

  1. 굉장히 흥미롭게 읽고 갑니다. 또 들려도 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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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ldman 님 이런 변방 블로그에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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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 음색,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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