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7

개미군단의 제국 건설

커피를 마시다가 우연히 개미집 건설 현장을 목격하고 삼일째 보고있다. 곤충은 귀염지도 않고 말도 못알아 듣는데다가 눈치도 없어서 그다지 호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구경하면 확실히 신기하고 흥미진진 하다.

입지조건은 상당히 좋아보이지만(1미터 주변에 쓰레기통이 두개있다) 벤치 바로 뒤라 위험에 노출되어있고(그나마 아이들이 오지는 않는 곳이지만 하여간 인간의 눈에 확 띄는 곳은 어딘가 간당간당한 운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화단에서 흘러나온 모래를 기반으로 구멍을 내고 있기때문에 불안해 보인다.

그렇다, 말 그대로 모래성에 성을 쌓고 있다.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면 괜찮을지 몰라도 여튼 비 한방이면 입구는 모두 초토화될게 분명하다. 그러든 저러든 아랑곳하지 않고 개미들은 집을 만들고 있다.

관찰하면서 알게 된 것들 - 은근히 농땡이피는 개미들이 많다. 특히 일단 모래를 하나 들고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놈이 백미다. 분명 일을 하는건 아니다. 그저 일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가끔 누군가에게 걸리면 후다닥 일터로 돌아간다.

덩치 큰 개미들은 쉬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기사 얼마나 많은 모래를 나르고, 얼마나 얼토당토 않는 상황에서 집을 만들어본 건설 현장의 노장들 이겠나. 쉬엄쉬엄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지만 바쁜 현장에서 놀고 있기 때문에 작업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고 (느낌이겠지만) 일하는 개미들이 그 불편함을 대놓고 경시하는 감이 있다. 자기들도 곧 그렇게 될거면서 한치 앞도 못내다보긴 인간이나 개미나 똑같다.

딱히 작업 감독은 없는거 같다. 일단 평평한 곳이 약간 파여있으면 무조건 들이대고 본다. 한참 혼자 파다가 아니면 말고 식이다. 첫날은 정말 아무대나 쑤셔대고 미끄러지고 모래탑도 무너져버리고 엉망이었는데 삼일째가 되니 대충 쉐이프가 잡히고 있다.

사진 쪽 말고 작업 현장이 몇 군데 더 있는걸로봐서 생각보다 큰 집이 지하에 구성되어 있는거로 보인다. 여튼 노동 현장에 콸러티는 전혀 없고, 막대한 콴터티로 모든 난관을 압도하는 장엄한 현장이다. 군대에서의 작업과 많은 부분 유사하다.

위에서 입지 조건이 좋다고 말했는데 그건 다른 개미 군단에게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군의 붉은 개미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구경하고 있는 개미 군단은 몸집이 좀 있는 놈들이라 밀려나지는 않을거같은데 붉은 애들이 좀 사납게 생겨서 잘 모르겠다.

여튼 장마중이니 곧 비가 올테고, 집은 무너질거다. 그런 다음에는 지금과 똑같은 짓을 하겠지. 지금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은 그때 쯤에는 사는게 뭐 있냐 하면서 농땡이를 피우겠지. 그것 참.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따뜻, 앵앵, 증거

1. 시험 기간이 끝났나 보다. 도서관은 다시 조용해졌다. 4월 말의 햇빛도 무척 따뜻하다. 2. 운동을 좀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제가 무릎과 발이다. 조금만 무리하면 둘 다 아파. 이 둘이 아프면 유산소, 근력 모두 문제가 생긴다. 스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