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7

그냥 이야기

퍼스널한 이야기는 안쓴다고 했는데 바로 배반. 그런게 인생. 깝깝한 이야기 뿐이라 밝게 살고자 하시는 분은 안읽는게 정석.


뭔가 좀 그럴 듯 하게, 추상적으로 쓰고 싶은데 - 예를 들어 "어둡다, 대낮이다. 이봐, 힘을 아껴봐. 난 벌써 잉크가 떨어지고 있다"(기형도)라든가, "내 소원은 매독에 걸려 죽는 것"(장정일 - 뭔가 좀 더 길었던거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난다)이라든가, 아니면 "실존이란 비실존에 젖어 있으며, 우표의 점선이 우표 그 자체와 분리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비실존 역시 실존에게는 불가분"(장 그르니에) 같은 문장들 - 그러면 나와 글자 사이의 간격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투박하게 상세히 뭔가 적고 있는 건 수레바퀴 밑에서 따위(폄하의 의미 없음)를 읽고 있는 사춘기 소년같다. 결국은 글자들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선을 걷게 되고, 의미가 사라진다. 아니, 사실 의미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행위 자체에 있다. 그것말고 지금 내 행위의 어떤 부분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관이나 쥐덫이 아닌 이상 어딘가로 들어가면 다시 나와야 하듯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행위는 게시하기라는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완성된다. 별 쓸데 없는 이야기들로 인터넷 세상이 채워져도, 할 수 없다. 낭비는 숙명이다.

둔탁하다. 머리가 둔탁하다. 뇌 속이 스폰지같은 걸로 차오르는 거 같다. 산뜻한 기분을 느낀게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진짜 스폰지가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오마메(하루키)가 자기 뱃속에 들어있는 존재를 갑자기 느꼈듯이, 무한도전에서 텔레파시를 받은 정형돈이 갑자기 고양시 체육관?을 되뇌였듯이. 하지만 나는 감과 상상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꽤 긴 시간을 둘을 섞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뭔가 막 쓰고 있으면, 그 순간 만큼은 다 잊어버린다. 아무 의미도 없는 망각. 누군가 멀리서 문을 쿵쿵 두드린다. 차가 지나간다. 고등학생들은 소리를 지르며 대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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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 시합,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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