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
http://coldice.egloos.com/2667054
간단히 요약하면 퀴즈노스 코리아에는 샌드위치의 염분 함유량이 적혀있지 않은데, 그래서 미국 홈페이지에서 염분량을 찾아 결론적으로 참 많이 들었더라라는 포스팅을 했다. 그랬더니 퀴즈노스 코리아에서 이미지 훼손으로 권리 침해를 신고했고, 이글루스를 운영하는 SK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비공개 처리했다.
이런 일은 사실 우리 사회에서 비일비재하다. 딱히 퀴즈노스 코리아, 이글루스라고 적시할 필요도 별로 없이 앞에 기업 이름, 뒤의 포털/블로그 회사 이름을 바꿔 대입하면 무수한 예를 찾을 수 있다.
이게 좀 웃긴게 우선 권리 침해 요청이 들어왔을때 삭제 여부는 사이트 운영 주체의 책임이다. 기업과 포스팅한 사람 사이의 일인데 중간에 사이트 운영 주체가 개입되어 있고, 기업은 사이트 운영 주체를 통해 일을 처리한다.
왜 그 사이에 있을 수 있었던 합의나 해명의 절차를 생략해 버렸을까. 굳이 저렇게 하지 않아도 퀴즈노스 코리아도 블로그 하나 쯤은 운영하고 있을테고 뭔가 부당하다고 느껴지는게 있다면 트랙백 하나 걸어 해명을 할 수도 있었을거다.
하지만 퀴즈노스도 그렇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런 절차 없이 곧바로 사이트 운영 주체에게 블라인드 처리를 요구한다. 그리고 사이트 운영자는 거의 예외없이 이를 받아들인다. 형법을 제외하고 법의 규율이라는건 어디까지나 사적 자치가 우선이고 그런 합의에 실패하거나 불가능해 보일때 찾아가는 수단이다. 하지만 법의 규율은 엄격하고, 그것보다 상당히 귀찮기 때문에 그런 귀찮음의 힘에 기대어 기업들은 손쉬운 수단을 택한다.
이건 기존 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의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기 위해서,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가능한 이런 손쉬운 길을 선택할 수 없게, 또는 어렵게 만들어놨어야 한다. 그런 규율이 없다고 해도 손쉽게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마인드는 소비재 사업자의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블로거 한 명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무슨 소비자 만족을 운운하나.
또 하나는 소명 절차다. 보통 개인과 기업 간의 법적 다툼에는 입증 책임의 전환이라는 논리가 적용된다. 환경 문제라든가, 이런 소비자 권리 문제 등에서 특히 적용되는데, 예를 들어 어떤 공장 옆에 있는 강에서 카드뮴이 나왔어요 하면, 그 카드뮴이 공장에서 나온거라는 증명을 신고하는 사람이 하는게 아니라, 공장에서 우리는 카드뮴을 낸 적이 없어요라고 증명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누군가 문제 제기를 하면 문제를 받은 사람이 그걸 증명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위의 예를 보면 알겠지만 문제 제기 - 블라인드 처리 - 문제 제기한 사람이 증명해라 순서로 되어 있다. 문제 제기 - 해명 - 블라인드 처리가 더 맞는 순서가 아닌가 싶다.
사실 이거보다 더한 예는 지금 우리 나라가 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 발생 - 어, 이거 좀 이상한데 해명 좀 해주라 - 너 북한 편이냐" 이런 수준의 논쟁이 오고가고 있다. 바로 어제 국감에서도 거의 비슷한 순서의 질답이 있었다. 뭔가 아주 구석구석까지 해괴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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