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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노예들에게 흔히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파이가 커져야하고, 그러면 그것이 분배될 거라는 주장이다. 바로 전 포스팅인 MV=PY에서 잠깐 말하기는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전반적으로 평균 생활 수준은 향상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가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대기업이라는게 너무나 커졌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커져서 돈을 많이 벌었다. 그러면 한단계 더 높은 레벨의 라이벌 기업이 나타난다. 예전에 설탕 팔면서 하급 레벨들과 경쟁하던 S기업 산하 S전자라는 기업은 계속 라이벌들을 갈아치웠고, 이제 애플이니 노키아니 하는 기업들과 라이벌이 되었다.
드래곤볼과 구조가 똑같다. 끊임없이 더 잘하는 라이벌이 나타나고, 그와 대결하자면 더 많고 더 큰 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커진 파이는 그 라이벌들과의 대결에 쓰인다. 자본주의의 쥐약같은 부분은 점점 더 커져야 된다는 데 있다.
20%씩 성장하던 기업이 10% 성장으로 돌아서면 그래도 10% 성장했으니 좋잖아라고 말 할 수 없다. 20%를 위해 기업의 모든 구조가 만들어져 있었고, 그러므로 비용의 낭비가 발생한다. 결국 남는 부분을 깎아내야 한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만약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하자. 그러면 경쟁이 없어지나. 보다시피 그런 일 없다. 또 밑에서 누군가 계속 쑤셔대고 그와 경쟁하기 위해 또 더 많은 파이가 필요해진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다. 더 좋은 차를 사면, 유지비가 더 많이 든다.
그러다 GM이 그랬던 것처럼, 아직은 아니지만 소니가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는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이런 일은 역사 내내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러므로 계속 파이가 필요하다. 모두들 담합해서 그냥 여기서 멈추자 하지 않는 한 나눠 줄 파이가 생길 수 없다. 혹시 담합이 가능한 순간이 있다고 해도 죄수의 딜레마에서 볼 수 있듯이 배반자는 이익을 독차지할 수 있게 된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세상의 행동이 조금 고급스러워져서 예전처럼 대포를 쏴대며 쳐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어쨋든 이 상황에서 타개 방법은 제국주의 스타일 밖에 없다. 결국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 그런 것 때문에 G20 같은 게 존재한다.
만약 모든 나라가 다 어느 수준 이상이 되고 더 만들어진 시장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외계인이라도 필요해질 거다. 가장 많은 생물들, 예를 들어 물고기에 파생 딱지를 붙여서라도 어떻게든 돈이 계속 돌고, 그러면서 점점 많아져야 한다.
피라미드 사업이 왜 사기인지 기억해 보자. 참여자가 무한대라면 피라미드는 사기가 아니다. 하지만 어느 게임에도 인구가 무한대인 경우는 없다. 이렇게 참여자가 다 발을 들여놓게 되면 발을 빼는 순간 패가망신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자,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가. 누구도 멈출 수 없고, 그렇다고 계속 커질 수도 없다. 이건 자본주의라는 자체 구조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그것 때문에 사민주의같은 여러 실험이 있었지만 다 실패했다. 결국 순수한 자본주의에 보다 가까운 신자유주의로 컴백해 가고 있다.
이건, 어차피 안될거면 지금이라도 먹자라는 심보와 비슷하다. 대안이 마련되야 하는데 대안이 없다. 나올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생각을 되돌려 보며 대안을 찾아 볼 여유가 필요한데 그럴 처지도 못된다. 인문사회학은 막장 취급을 받고 있고, 대안 경제학도 푸대접인 건 마찬가지다.
결국 우리는 피리부는 사람을 쫓아가는 쥐떼들과 비슷한 처지다. 안좋은 감을 느끼면서도, 소리가 너무 좋아 계속 쫓아간다. 뭔가 대변혁이 나타나면 모를까 솔직히 희망 따위는 별로 안 보인다. 고쳐쓰기엔 모순이 너무나 심각하다.
그리고 저 위에 달려있는 링크를 읽어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거기다 더 해 국격 타령하느라 바빠서 개과천선의 기미도 없다.
제 몸 살아남는게 최고의 선인 바닥이다. 잔인하다고 해도 할 수 없다. 자본주의라는게 실로 잔인한 괴물같다는 건, 아담 스미스도 국부론에서 이미 말 했다. 18세기 사람도 알았던 사실인데 이제 와 새삼스러울게 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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