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7

충실한 기록

너무 침침한 이야기라 여기에 옮긴다. 어두운 이야기는 마치 치부를 보이는거 같아 감동을 나누는 곳에 올려놓기 두렵다. 아래 글에서 블로그는 이글루스를 말한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에 대해 이 블로그를 검색해 봤더니 글이 딱 세개 나왔다. 하나의 음반 이야기와(infield fly에 대한), 두개의 잡담이다.

그의 음반을 모두 다 가지고 있고, 그 진절머리나는 구질구질함에 한때 애정을 가지고 듣기도 하고, 한때는 질려서 짜증을 내거나 한숨을 쉬며 꺼버리기도 하고, 그 직설들에 울컥해 361 버스를 타고 사방을 돌아다니기도 해놓고, 달랑 세 개다.

문화적 경험에 대한 충실한 기록이라도 남겨보자 해놓고, 잡담만 수두룩하게 나열하면서 이렇듯 작은 목표 하나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가 잘 되길 정말 바랬는데 안타깝다. 나의 이 복잡하고 어렵고 구질구질한 시기에 안타까운 일이 쉬지도 않고 또 하나 더해졌다. 내가 조금만 더 괜찮았다면 그를 위로하고, 명복을 빌텐데 이제 그저 짜증이 나고 한숨이 난다. 그는 아마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고 쓰려졌을거다. 물론 내 사정들이 달빛요정 탓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는 나의 위로 따위에 전혀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어쨋든 그는 그가 말한대로 그저 무모했고, 그저 열심히 했고, 그저 실패했을 뿐이다. 나 역시 그러하듯이. 그가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병명이 주는 위압감에 혹시나 하고 걱정했는데, 그게 막상 현실이 되고 나니 예상했던 것보다 개인적인 충격이 크다.

내 RSS에 차곡히 쌓이는, 그리고 내 포스팅 속에 차곡히 숨겨지는 수많은 사람들과 나 자신의 실패와 좌절과 방황과 모순들이 그저 덧 없다. 하필 그렇게 쓰러질 거라니. 이런 구질구질한 괴로운 이야기를 이제 또 누가, 누구에게 할 수 있을까.

다만 나는 운명, 혹은 내가 운명 탓이라 돌리고 있는 필연들이 지긋지긋할 뿐이다. 정말로 구질구질한 인생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렇게 사는 건 아냐
다 때려치고 어딘가로
숨어버리고만 싶어
아무리 버둥거려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
그 알량했던 자존심을
버릴 때가 온건가봐
내가 세상을 비웃었던 것만큼
나는 더 초라해질거야
아무래도 좋아 나는 내 청춘을
단 하나에
바쳤을 뿐
그저 실패했을 뿐
그저 무모했을 뿐
난 잊혀질거야 지워질거야
모두에게서 영원히
난 노래할거야 어디에서든
혼자서 가끔 이렇게
아무도 몰래

내가 세상을 사랑했던 것만큼
난 너무 아쉽고 섭섭해
아무래도 좋아 나는 내 젊음을
아낌없이
바쳤을 뿐
그저 실패했을 뿐
그저 무모했을 뿐
난 잊혀질거야 지워질거야
모두에게서 영원히
난 노래할거야 어디에서든
혼자서 가끔 이렇게
요정은 간다 이제 요정은 없다
그저 그런 인간이 되어
노래하겠지 또 어디에서든
혼자서 가끔 이렇게
초라한 숫컷이 되어
아무도 몰래
아무도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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