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25

담론 1

뭔가 욱하는 일들을 보거나 듣게 되면, 특히 경제나 정치 분야에 있어서, 뭔가를 쓰고 싶어진다. 이유는 하나, 선동이다. 내가 쓴거 따위로 누군들 선동이 되겠냐는 생각이 솔직히 9할 쯤 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도 분명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이율배반적인 일이다.

그전에 앞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지금 이 시대라는게 거대 담론의 시대는 분명 아니다. 추상적 이념이나 이론에 기반한 모순없는 행동 방식의 결정이라는건 글자만 봐도 하품이 나온다. 이보다는 경험에 기반한 구체적 사실들이 훨씬 생동감있게 맘에 와닿는다. 요즘 각광받는 무브먼트인 환경이나 페미니즘 운동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현상이 중시되고, 눈 앞에 있는 모순들을 치우려한다.

재미는 있지만 이 역시 거대 담론 만큼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경험이라는것은 보다 생경한게 주목받기 마련이고, 그런 것들의 프레임을 간추려내는건 결국 피하려던 추상적 이론화 작업을 뒤로 미뤄놓는 것과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잘못된거라는 말을 하지만, 곰곰이 따지고 보면 그런 일은 잘 없다. 누가봐도 옳은 일도 잘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회의적이지 않나 싶지만 다른 방향에서 뭔가를 바라보는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언제나 잘못될 가능성을 안아야하고, 그것들을 헤징해나가야 하는데 일단 움직이고 볼 경우에 되돌리기가 더 어렵다. 물론 모든게 완벽해질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자도 말이 안된다. 이러니 세상만사 쉬운 일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 길어지니 2편에서 계속

댓글 1개:

  1. 인류학은 어떤가요? 거대담론과 구체적 경험
    이 각자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려고 (제국주의 봉사를 위해 탄생했던 과거를 극복하고-_-) 노력하고 있는것 같은데. 엄청난 공식을 만들거나 반대로 완전 해석적으로 내버려두려고 하기보다, 복잡한 현실을 어떻게 관찰하고 기술할것인가, 그리고 이 작은 개별 퍼즐들 사이에서 어떻게 의미있는 관계를 찾을것인가 하는 아젠다가 있는것 같아요. 예술쪽에도 비슷한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구요. 물론 이쪽은 엄밀한 관찰/기술/종합보다는 실천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지만.

    그리고 생경한 경험이 더 주목받는다 (따라서 더 파워풀하다?)는 점에 대해서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진실에 기반한 경험이 가지는 정성적인 영향이 되게 크지 않을까요? (아 나또 너무 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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