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12

hemming and hawing

머리에서 깡통 소리가 난다. 뎅강뎅강. WLW에는 블로그에 올리려고 조금 끄적거리다 만 글들 - style fluxes, 공기 인형, 짬뽕집, 에르메스의 폴딩 여행 벨트, 노키아 N8 Q&A - 이 잔뜩 쌓여있다. 혼자, 심심해서, 재미로 하는건데도 이렇게 쌓여있으면 부담스럽긴 하다 - 덥석 지워버리기도 애매하다.

 

이글루스 카테고리를 유심히 보면 알겠지만 나름 잡지 구성이고 - 패션/피쳐/뷰티/시사/미셀러니 - 원래 계획대로 라면 정기적으로 뭔가를 써내는거였기 때문에 (사실은 pdf로 만들 생각을 했었다) 이런 의도적인 부담이 짜증나는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삶에 치이다 보면 이런 생각도 나고, 저런 생각도 나고.

 

다른 문제들을 다 차치하고 블로그에 한정시켜 생각하자면 요즘 콴터티(Quantity)를 떨어뜨리고 퀄러티(Quality)를 높이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부암동을 다녀오고나서 옛날에 여기저기 써놓았던 글들을 다시 뒤적거리다 보니, 이거 방향이 영 이상해 졌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로 의존성, path dependency, 즉 관행의 함정에 빠져버렸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이렇게 쏟아 붇는, 임계 질량 도달(압도적인 양이 언젠가 질적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개인적인 이론 - 즉 퀄러티가 안되면 콴터티로 승부하라)을 노린 블로그 질이라도 안하면 그렇잖아도 둔탁해진 깡통같은 사고의 폭이 더 좁아질거 같은 두려움이 있기는 하다. 이것마자 관행이라면 관행이다.

 

거진 10년 전에 의도하고 시작했던 걷기 순례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간거 같은 두려움의 엄습은 어찌되었든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 뭐가 변하긴 한건가? 이럴려는 거였으면 차라리 투기나 경마 같은 걸 연구해서 돈을 왕창 벌든, 망하든 해버렸던게 더 의미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동물원에서 찍은 사진을 가만히 다시 보는데 정작 재미있게 보았던 것들 -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던 롤랜드 고릴라, 고기를 먹겠다고 몸을 번쩍 들고 다리를 휘두르며 싸우던 사자, 예쁘게 생긴 설표(snow leopard가 우리말로 설표였다), 내가 소리를 지르면 귀찮게 한번씩 쳐다보던 늑대 같은건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한 장도 찍은게 없다. 사진 작가의 삶을 타고난건 아닌게 분명하다.

 

제목은 hemming and hawing. 짐작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이 관용구를 배웠기 때문에 어떻게 써보면서 익히고 싶었는데, 마땅히 쓸데가 없어서 이렇게라도 해본다. 결국 말이 그렇다는 이야기. 어쨋든 여기는 다이나믹 발전소라고. 쿵쾅 쿵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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