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0

엔드 오브 더블류 씨

시간이 흘러감을 느끼게 해주는 지표들 중에 알에스에스가 쌓이는 광경은 꽤 유용하다. 세상은 뭔가 하고들 있구나하는 실감이 난다. 날짜도 요일도 별 효용이 없으니 잘 와닿지가 않고, 날씨도 그저 변화무쌍하기 만하니 어제도 내일같고 오늘도 저번주같다. 지금은 무척 덥다. 땀이 많이 흐르고, 발에는 굳은살과 염증이 생겼고, 살도 꽤 타버렸다. 언젠가부터 땀이 참 많이 나는 인간이 되었다. 싫다. 습도가 높은 것도 견디기 힘들다. 그래도 지금 앉아 있는 곳은(계단이 있고, 건물과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한적하다) 바람이 좀 분다. 생각해보니 월드컵과 화장실의 이니셜이 같다. 더블류씨. 새벽에 깨나서 물을 마시고 더블류씨를 다녀와 멍하니 앉아 있다가 컴퓨터를 켜보니 덴마크 대 카메룬의 경기를 하고 있었다. 졸면서 오분 쯤 보다보니 왠지 한심해져서 올해 더블류씨는 이쯤에서 마감하기로 했다. 어제 김군이랑 더블류씨의 재밌는 점과 한심한 점에 대해 이와 비슷한 애티튜드의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영향도 조금 있다. 사실 어제밤에 동해를 갈까 의기투합을 잠시 했었는데 관뒀다. 두명의 피폐한 영혼의 탕진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그냥 나온건 아니고 우결에서 서현 커플이 정동진에 가길래 그럼 우리도~ 뭐 이 정도다. 테레비라는건 참으로 영향력이 크다. 어쨋든 어딜 멀리 간다면 혼자 가든지, 모르는 사람과 가고 싶다. 입을 다물든지, 굉장히 어색하든지. 불편한 와중의 한 가운데 놓으면 꽤 재밌을거 같다. 최형에게 축의금을 보내고 메일을 보냈다. 그 사람이 지금 어느 시간대에 있는지 감이 안잡힌다. 여튼 나를 챙겨주고 있는 정말 몇 안되는 사람인데 미안하다. 이해해 줄거라고 믿으니 더 미안하다. 도르가바의 20주년 패션쇼를 잠깐 봤고 역순으로 햄버거, 토스트, 자장면, 햄버거, 칼국수, 만두, 라면, 짬뽕, 햄버거를 먹었다. 그 앞은 생각이 안난다. 글자가 많이 차오르니 휴대폰이 심각하게 느려지는구나.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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