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27

아픔의 기록

이런 건 생각날 때 남겨놓으면 나중에 유용하더라.

전날 밤에 이것저것 줏어먹고 잤는데 아침에 딱 일어났더니 설사가 났다. 뭔가 날이 춥다 싶어서 가장 두껍고 따뜻한 푸대 자루 외투를 집어 입고 나갔다.

잠깐 눈이 펑펑 오길래 역시 추웠나 했는데 이후 오한, 발열, 식욕 없음이 지속. 꼼짝 못하겠어서 계속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자다가 안되겠다 싶어 약을 좀 사오기로 결심. 여튼 가다보니 길바닥에 쓰러질 거 같았는데 이게 약국이 아니라 병원에 가야겠구나 싶어서 신촌 오거리에 있는 내과로 향함.

사실 그 병원 원장님 생각을 하면(굉장히 늙으셨던..)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설마 하면서 갔는데 역시 폐업... 포기하고 자주 가던 약국으로 갔는데 역시 폐업... 푸대 자루 외투 없었으면 길바닥에 쓰러졌을 듯.

뭐가 어떻게 되거냐 하면서 뒤적거리다가 온누리 약국을 발견. 거기서 제사제와 진통제를 샀다. 제사제는 필요없을 거 같은데... 밥을 전혀 안 먹었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 하나를 먹었는데 포도가 너무 먹고 싶어져서 포도 쥬스를 사 먹었다. 참고로 몸살엔 포도가 매우 좋은데 포도 쥬스는 그냥 그랬다.

한 시간 만 자고 기운을 내 집에 가야지 했지만 책상에 그대로 엎드려 약 4시간 정도를 더 잤다. 약이 워낙 강했는지 어질어질 하면서도 약간 괜찮아진 거 같았지만 못 움직이겠어서 밤 8시나 되서야 쌀국수 하나를 사 먹고 귀가.

세수하고 바로 잠들었는데 죽은 듯 자다 깨보니 12시. 물 마시고 다시 취침. 오한이 다시 맹렬하게 찾아옴. 너무 추운데 땀을 많이 흘려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잠. 아침 9시 기상. 오한은 좀 사라졌는데 머리가 너무 아프다. 땀을 너무 흘려서 옷을 또 갈아입음.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다. 그래도 이젠 죽을 거 같진 않음.

방금 점심을 먹었고 포도 쥬스를 하나 더 마실 생각이다. 통조림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아프면 서럽고 슬프다. 겨울에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네 ㅜㅜ 푸대 자루 외투의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꼈는데 어제 보니 이제 너무 낡았다. 군 제대한 해에 "아무 목적도 없이 오직 따뜻하기만 한 옷"을 찾아 산 거였으니 수명이 다 할 때도 되었지. 대체품을 좀 알아봐야겠다.

20131220

눈, 추위 등등

1. 어제도 밤에 눈이 폴폴폴 내리더니 오늘도 눈이 폴폴폴 내린다. 폴폴폴 폴폴폴.

2. 굉장히 피곤한데 몸에 문제가 있나 싶기도 하고 + 따지고 보면 잠을 잘 못자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 스트레스도 좀 많은 편이고 + 추울 때, 더울 때 컨디션이 영 별로기도 하고 등등이라 명확히 어떤 게 주 요인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제는 살짝 체했던 거 같고, 그저께는 답답하다고 밤 중에 천변 길을 4킬로미터 쯤을 걸었다. 역시나 매우 추웠고, 매우 미끄러웠다. 찬 바람에 얼굴이 잘 안 움직이더라.

3. 요즘 몇 가지 일 + 저렴하게 겨울 옷을 장만해 보자의 이유로 옛날 옷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보고 있다. 어떤 분야에 대해 아는 게 늘어나는 건 좋은데 머리가 한 쪽으로 쏠리니 균형이 깨진다. 그건 그렇고 약 2주, 혹은 17일 정도 뭐가 막 밀려있다.

4. 사람을 막 만나고 싶기도 하고, 그냥 이렇게 도 닦듯 틀어박혀 있고 싶기도 하다. 물론 후자가 정신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데, 전자는 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아니다. 저번 주에 모처럼 생각 나 이번 주에 잡은 몇 개의 약속은 다 파토났다. 할 일이 많기도 하고 뭐 사는 게 이런 건가. 여튼 난 좋던 싫던 단체와 규칙적인 시간의 속박에 걸치고는 있어야 되는 사람이 맞는 거 같은데 현재 스코어 좀 힘들군.

5. 무한도전을 4주 쯤 안 봤고, 런닝맨도 그 쯤 안 봤다. 신보 중 들어본 건 소녀시대 일본반 뿐이다. 이어폰이 고장 나 있어서 고칠까 하는데 홍대 가는 게 그리 힘들다. 사실 어제 갔었는데 정작 이어폰은 두고 갔다. 새로 사자니 뭔가 아깝고.

6. 손가락이 다 벗겨지고 있다. 습도가 필요해.

7. 몇 년 전 일인데 계속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위가 부어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위가 붓는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서 그게 뭐냐고 했더니 여튼 큰 위험은 아닌데 정상은 아니고,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생활 등 때문에 그렇다고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 나이가 굉장히 드신 의사였는데, 그리고 게이샤만큼 하얗게 분칠을 하고 샤이니한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있는 간호사, 그 괴상한 병원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예전에 어딘가 적은 적 있는데 - 동네 내과를 오랫동안 운영하신 의사 할아버지가 설명의 편의를 위해 개발한 말이 아닌가 싶다.

여하튼 약 한 달 전부터 그 비슷한 상태, 느낌이 계속되고 있다. 요 며칠은 약간 나아진 것도 같다.

8. 비타민을 먹기 시작했다. 먹기 시작한 다음날 종합비타민은 아무 짝에도 소용없다는 뉴스가 나와서 낙담했지만 내가 최근 그렇게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래도 조금은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어머니 드릴려고 했는데 - 400알 짜리다 - 나눠먹자길래 그러기로 했다. 약통에 넣어서 가방에 들고 다니는데 걷다가 절그럭 절그럭 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하지만 들릴 리가 없다. 모든 건 마음의 소행인가.

20131201

일요일

1. 일요일이다. 어제 매우 피곤했는데 잠이 잘 안 왔고 아침에 일찍 눈을 떴으나 머리가 너무 아팠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머리가 아프면 기분이 나쁘다.

2. RSS 피드는 너무나 밀려있어서 볼 엄두가 안 난다. 사이클이 깨지면 회복이 어렵다. 무미건조한 생활을 버티는 방법은 나 자신을 마른 장작처럼 무미건조하게 만드는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3. 밀린 일들을 하려 했으나 주변이 너무 부산해 못 했다. 이번 주중은 바쁠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 하고 싶은 말이 없을 땐 안 하는 게 맞다.

4. 청량리 롯데 백화점에 있는 알파 인더스트리를 구경했다. 대부분의 옷들이 XS가 내게 맞는다. 나보다 더 작은 사람들은 빅사이즈를 추구하지 않는 한 입을 수 있는 게 아마도 없다. 글로벌 시대의 사이즈라는 건 대체 어떤 의미일까.

5.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에 카무플라주 옷에는 역시 거부감이 좀 있다. 그렇지만 구형 카무플라주가 딱히 못생겼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좀 예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민자 올리브 그린과 비교하면 일장 일단이 있다. 여튼 M65 카모를 입어볼까 했는데 망설이고 있다. 이 망설임의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보는데 잘 모르겠다.

6. 두통이라도 좀 사라지면 좋겠다. 머리가 계속, 너무 아프다.

20131127

듀크

예전 영국옷 이야기를 찾다보면 아무래도 귀족 이야기를 보게 된다. 사실 프린스 오브 웨일즈 정도 알지 이게 영 익숙하지도 않고 더구나 복잡하고 알 필요도 별로 없는거라 이름만 알아놓고 그냥 넘어가는데 심심해서 듀크 오브 콘월(프린스 오브 웨일즈 외에 찰스 왕세자가 가지고 있는 몇 개의 작위들 중 하나다)을 좀 찾아봤다. 듀크는 공작, 콘월은 동네 이름이다.

잉글랜드 지역에 남아있는 공작 작위는 현재 두 가지로 콘월과 랭커스터다. 이 중 랭커스터는 1400년 대 이후에 보유자가 없고(왕이 되버려서 끊겼다고 하는데 정확히 뭔 소린지는 모르겠다) 콘월은 있다. 이건 작위이긴 한데 왕이 하사하는 건 아니고 잉글랜드 왕위 계승자 + 왕의 아들 중 최연장자의 경우 자동으로 계승된다. 그러니까 왕위를 계승하는데 장남이 아니면(예를 들어 손자) 콘월 공작은 될 수 없다.

이외에 찰스 왕세자는 로스시 공작이기도 한데 그건 스코틀랜드 작위다.

 

공작은 왕 바로 아래 가장 쎈 놈을 말한다. 그러므로 왕국이면 거의 다 있었다. 그리고 공국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콘월 공작의 경우 다스리는 땅, 즉 공국은 물론 콘월에 있다. 콘월 공작령은 570제곱 킬로미터라고 한다. 1제곱 킬로미터가 30만평 쯤 되니까... 모르겠다. 여튼 꽤 크다.

좀 재미있는 건 : 공작은 영지에서 지대를 받는데 찰스 왕세자의 경우 1973년에 하얀 장갑 1켤레, 그레이하운드 1쌍, 1파운드의 후추와 쿠민, 금색 박차 1쌍, 실링 은화 100닢, 활, 창 및 땔감을 받았다고 한다. 쿠민은 향신료.

그리고 이외에도 공작령에 대해 몇 가지 권한이 있는데, 예를 들어 콘월 주 장관은 공작이 임명한다. 또 영국에서 유언 없이 죽은 사람의 유산, 상속인이 없는 토지, 발견된 매장물 및 해안에서 난파된 배는 원래 국왕 소유가 되는데 콘월에서는 공작의 것이 된다. 또 영국에서 잡힌 철갑상어는 국왕에게 (의례상) 진상하지만 콘월에서는 공작에게 진상한다고 한다.

뭐 그렇다고 함.

20131125

잉여의 날들

1. Days of Surplus라고 쓰려다가 그러면 Commodity Fetishism이 생각나고 이러쿵 저러쿵.

2. 뭔가 좋지 않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어서 최근엔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은 듯 하다. 텀블러도, 트위터도, 블로그도 안 보고 그냥 혼자 떠든다. 마침 할 일도 많은 시기라 - 그 진척 상황과는 별개로 - 잡스러운 생각들이 들면 다시 할 일을 하면 된다. 최근 내게 필요한 건 우스개 소리를 하는 뉴 트윗 판이 아니라... 아니 이 이야기는 관두자.

3. 유니클로 룸슈즈를 세탁했다. 물론 굉장히 더러웠고, 손빨래는 힘들었다. 말리려고 내놓고 나서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 이틀을 비가 내렸다. 어제는 광풍이 몰아치며 창문을 떨어트릴 기세였다. 물에 젖은 룸슈즈의 스폰지는 이틀 째 그대로다. 태평양 전쟁에 참여한 미군의 몰골인가.

후리스 장갑도 빨았다. 지하철에서 천원 주고 구입했는데 작년에는 시큰둥해서 잘 안 썼는데 올해는 왠지 굉장히 요긴하게 느껴진다. 오른손 검지에 뭔가 다른 섬유가 붙어있어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한 척 되어 있지만 전혀 안 되서 이건 장식이냐 우하하 하고 웃고 인스타그램에다 올리기도 했었는데 오늘 엘지 뷰투 전화기에 해보니 이게 되는 거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아이폰에도 열심히 문질러봤는데 결국 되는 요령을 알아냈다. 물론 타이핑은 불가하고 전화를 받는 정도의 일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알게 된 결론은 이 장갑을 디자인한 사람이 실제로 스마트폰을 사용해보며 디자인한 건 결코 아니다라는 점이다. 여하튼 이걸 빨았는데 믿을 수 없을 만큼 물이 시커매졌다.

왜 둘 다 세탁기에 돌리지 않았던가.

4. 버라이어티도 안 보고 있다. 하드 디스크 연결을 못해서 + 이어폰을 안 고쳐서 노래도 못 듣는다. 아 언제 다 고쳐 이거.

20131121

문득 든 생각


왜 이렇게 사진이 작아... (결국 중간 일부만 자름). 여튼 뭐 내용은 학예회에 가서 실제를 안 보고 아이폰 화면만 들여다 보더라... 끝에 웃기는 이야기도 좀 하는데 생략. 

이걸 보고 문득 든 생각은.

1. 나중에 저 아저씨 아이의 아이가 아빠는 어린 시절이 없어요? 왜 사진도 비됴도 아무 것도 없죠 그러면 엠병할 니 할아버지가 지만 보겠다고 아무 것도 안 남겨놨단다 하며 눈물짓는 뭐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테고..

2. 어린 시절 결핍의 기억이 그를 유난히 사진으로 남겨놓기에 집착하게 만들어, 어딜 가도 사진을 찍어놔야겠다고 민폐를 부리며 주변의 미움을 사고 또한 자기가 직접 찍겠다고 나서다 DSRL 장비병으로 이끌어 대포같은 렌즈를 쉼없이 사다 날라 집안에 돈이 쉬어갈 날이 없어지고..

3. 근데 왠지 저 사진 다음에 그러니 고프로, 혹은 구글 글라스를 사세요 이런 말이 나올 거 같기도 하고. 

4. 블라블라...

20131120

몸이 저린다

1. 요새는 날씨 이야기만 한다. 왜냐하면 너무나 춥기 때문이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날씨에 점점 더 취약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2. 블로그 주소를 바꿀까 싶어서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다 안된다 길래 관뒀다. 문장으로 하는 것도 별로고, macrostar_008 이런 것도 좀 싫고, 그렇다고 지금 것도 임의적으로 해 놓은 거라 싫고. 너도 싫고 나도 싫고 다 싫구나.

3. 며칠 전에 찜질방에 가려고 했다가 시간이 좀 애매해 사우나만 갔다. 토요일에 가족끼리 어디 놀러나 가든지 집에서 피자나 시켜 먹을 것이지(-_-) 사람이 - 애들, 애들 - 엄청나게 많아 좀 놀랐다. 여튼 뜨거운 물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목적의 10% 정도는 달성한 듯.

목욕탕 바닥에서 자는 아저씨들이란 참 대단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발상 자체가 된 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실천하는 것도 신기하다.

그러고 나오는데 찜질방 2,000원 할인권을 줬다. 음, 새로운 순환의 시작인가. 하지만 목욕탕에 다녀온 이후 팔이 좀 아프다. 몸살 났을 때 온 몸이 으슬거리는 현상이 왼쪽 팔에서만 심하지는 않은 상태로 계속되고 있다. 이게 뭔지 모르겠고, 사우나와 관계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렇다.

4. 좀 지겹다. 여러가지가 짜증난다. 말로 다 할 수가 없는데, 따져보면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조용히 필터링. 그래도 웃는 낯으로.

20131118

롱 콜드 윈터

1. 겨울이다. 겨울이 올 때마다 신데렐라의 '롱 콜드 윈터'라는 곡이 생각난다. 그리고 매년 겨울이 올 때마다 그 이야기를 블로그나 트위터, 그 전에는 커뮤니티 월 같은 데다 쓰고 있다. 그렇지만 물론 신데렐라는 흥하지도 않고 찾아듣는 이도 없다.

2. 크롬북을 쓰고 있다. 블로그 사이트마다 조금씩 달라서 같은 에디터 도구를 쓰는 데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이곳 블로거 닷컴은 WLW가 그나마 좀 낫다. 하지만 크롬북에서는 WLW를 쓸 수가 없다. 그래서 블로거 자체 에디터를 쓰는데 역시 이상하다. html이라는 언어의 상대성은 이해가 잘 안간다. 앵커를 박고 땅바닥에 딱 붙어있는 걸 선호한다.

3. 드립을 치려면 잘 치든가. 뭔가 비꼬고 싶은데 비꼬지도 못하고 웃기지도 않은 쓸모없는 이야기나 하는 것처럼 한심한 게 없다. 더 한심한 건 그러고 나서 뿌듯해 하는 이도 세상엔 있다는. 물론 사람도 바퀴도 쥐며느리도 각자 삶의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이것은 말하자면 장자의 도인가.

4. 쓸데없는 소리를 너무 하고, 쓸모없는 관계도 꽤나 많다. 어쩌면 여기저기 좀 더 즐겁게 밝음을 공유하고 위로하며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겠지만 안되면 또 그것대로 할 수 없는 일. 물론 좋은 이들을 만나는 건 확실히 양에 비례하기는 한데 내 자신이 예전처럼 그쪽 방면으로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것도 아니고.

5. 할 일이 굉장히 많은 거 같은데 머리가 하나도 안 돌아간다. 춥기 때문이 아닌가. 추위가 만드는 비 생산성 vs 난방이 소모하는 에너지는 비교의 대상이 될 만한데 후자가 더 크면 죽어도 된다는 뜻이겠지.

6. 옷이나 신발을 좀 사야겠다. 추워서 안 되겠다. 가능한 오래 입을 수 있는 훌륭한 품질이 좋고, 혼자 즐거워할 수 있는 작은 디테일이 많으면 좋고, 아무 관심 안 받도록 생긴 건 구린 게 좋다.

7. 옛날 이야기는 안 해. 지루한 인간으로 보이게 될 지 몰라도 그런 거 뭐 언제 상관했다고.

20131114

추운 날들

1. 춥다.

2. 잘못 깎은 발톱 같은 날, 혹은 그런 시기가 있다. 그러니까 아침에 나가면서 발가락이 잠깐 아릿~했지만 금세 괜찮아지길래 그냥 돌아다니다가 집에 돌어와 양말을 벗으려고 보니 양말 위로 피가 올라와 덕지덕지 말라붙어있는 그런 날. 큰 내상은 아닐 수 있어도, 혹은 정말 큰 내상이 생겼어도 모르고,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아픔이 이것 때문이었구나 하게 되는. 이런 게 어렸을 적에는 참 많았다가 지금은 거의 없어진 것도 같은 데 생각해 보면 또 그런 것도 아니다. 텀은 길어졌고, 내상은 깊어졌고, 환각은 심해졌다.

3. 할 일이 굉장히 많은 거 같은데 대개는 그다지 하릴없고, 그럼에도 부산하며, 몸은 이상하게 피곤한 날들이다. 몸이 정말 피곤하다. 병인가 싶지만 그 정도로 피곤한 거 같진 않고. 추워서 그런 거 같다. 아침에 이불에서 나오는 게 너무 어렵다. 혼자선 이런 게 어렵다. 뭐 사실 다 어렵고 힘들다.

4. NAS는 포기, 크롬북은 좋다.

5. 대부분의 책과 대부분의 음반에 미련이 없는데 이게 없애기도 참 어렵다.

20131102

노래들

뭐든 장사가 그런 면이 있는데 걸그룹, 아이돌의 경우 워낙 많은 그룹이 있는 상황에서

- 뭐든 결국 눈에 걸릴 건 걸리게 되어있다 : 예를 들어 크레용팝 / 아무리 잘난 걸 내놔도 적당한 홍보 채널이 없으면 묻힌다

가 되겠다. 전자는 이미 성공한 자들의 꼰대질 아이템으로 자주 사용되고(너가 노력을 안해서 그러는 거지 뭔 남탓이냐, 내가 처음 시작할 땐 말야...), 후자의 로망을 간직한 분들은 아침 방송이나 오후 6시 쯤 하는 내고향 어쩌구 류의 프로그램에 '홍보가 안되서 그렇지 정말 좋은 제품입니다'라며 뭔가 들고나온 중소 기업 사장님들에게서 전형적인 예를 볼 수 있다.

여하튼 이건 사실 알 수 없는 것. 우연히 TINT라는 그룹의 '첫눈에 반했어'라는 곡을 들으며 시작되었다.

http://youtu.be/nREEyUJ5rH8

 

- EvoL의(이블이라고 읽나보다) GET UP

http://youtu.be/rAUwimJaZKU

 

- 글램의 거울 앞에서

http://youtu.be/PreOQpat5Mg

 

여기까지는 로엔發. 그리고

 

- 지아이의 비틀즈

http://youtu.be/3j1E5DKVPr0

 

- 딜라이트의 MEGA YAK

http://youtu.be/TloLiJE5jsM

 

뭐 그렇군.

알게 뭐냐

'천국에서'에 대한 이 리뷰(링크)를 읽고 문득 생각나서. 이 소설과 그의 작품에 대해선 소문만 들었지 막상 읽어본 적이 없어서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뭐 좀 떠들어 보는 게 약간 소용은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1973년의 핀볼에 '라지에이터가 달린 폭스바겐'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가 알려진 건 그의 에세이 집 때문이다. 아래에 내용을 옮겨 보면

- 며칠 전 아키시마 시의 오카무라 씨라는  사람으로부터, 하루키 씨의 소설 중에 '폴크스바겐의  라디에이터'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것은  이상하지 않느냐는 투서가  모 잡지에 게재된 걸  알고 계십니까, 하는  편지를 받았다. 나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사람들한테 물어  보니 분명히 폴크스바겐에는 라디에이터가 없는 듯하다. 영락없는 나의 실수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하느냐 하면, 그러기는커녕  웃으며 넘겨 버린다. 왜냐하면 이것은  소설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세계에서는 화성인이 하늘을 날아다녀도,  코끼리를 축소하여 손바닥에 올려 놓아도, 폴크스바겐에 라디에이터가  붙어 있어도, 베토벤이 교향곡 11번을 작곡했다 해도, 그건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앗,  그렇구나. 이건 폴크스바겐에  라디에이터가 붙어  있는 세계의 얘기구나!'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어 주면 나는 굉장히 기쁠 것 같다 -

이렇게 되어있다. 이 부분은 꽤 많이 인용되고 활용되었다. 소설은 원래 그런 것이다라든가, 하루키 소설은 이렇게 읽어야 한다든가 뭐 그런 식이다. 하지만 이 내용은 바로 이렇게 이어진다.

- 그래도 역시 실수는 자랑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성실한 분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나올  영문판 <핀볼, 1973>에서는 그 부분을 제대로  고쳐 놓았으니까 그  쪽을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보니 책 소개까지  하게 되었다 -

위에서 말하는 영문판은 일본 내수용 영문판이다. 미국용 영문판은 없다고 한다. 아마존에 보면 고단샤 인터내셔널에서 나온 영문판이 있는데 1985년에 나온 걸로 봐서 위에 말한 그 영문판인거 같다(링크). 가격을 보면 알겠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럼 일본어 판은 어떻게 됐지 하고 찾아봤는데 고단샤 홈페이지에 보면 2004년 버전이 나와있고 이에 대한 글을 찾아보니 찾아보니 '라지에이터'를 '엔진'으로 고쳐놨다고 한다. 이 부분 말고 수정된 곳은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어쩌구 저쩌구 했지만 잘못된 건 잘못된 거고 확인이 가능하니 고쳤다는 이야기다. 위 소설은 초기니까 그렇다고 해도(경험이 짜낼 수 있는 건 매우 선명하든지, 아니면 한계가 있다) 본격적으로 전업 소설가로 활동하면서는 팩트 체크를 하는 직원을 따로 두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약간 재미있는 건 우리의 경우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하느냐 하면, 그러기는커녕 웃으며 넘겨 버린다"의 '소설가의 호연지기' 쪽이 뒤에는 결국 다 고쳐놨다보다 훨씬 더 잘 알려져있다. 이 이야기는 여기저기에서 활용되고 인용된다.

예를 들어 이 기사(링크)를 보면 위의 폭스바겐의 라지에이터 부분을 하루키 소설의 특징 중 하나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이게 뭔지’ 굳이 생각하지 않자고 말한다. 하지만 위에서 보다시피 핀볼의 실수는 하루키 자신이 다 고쳤고, 이후에도 팩트 체크를 다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말은 전혀 옳지 않다. 다 찾아 고친 수고, 겸언쩍으니 변명이라도 호방하게 해보자며  쓴 에세이, 그리고 이후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고용한 직원 등 저자의 노력을 모두 한 방에 날려버린다.

물론 일부러 없는 것들을 배치하는 소설도 있다. 그건 그것으로써 소설 안에서 기능하기 위함이다. 핀볼의 경우엔 폭스바겐에 라지에이터가 있는 세상이 전혀 필요가 없고, 오히려 시대와 배경의 리얼함을 표방하고 있는 저 소설에 방해가 될 뿐이므로 고쳐진 거다.

하지만 위 링크의 기사 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로 하루키, 혹은 여타 소설을 대하는 태도 - 뭘 따지고 드냐, 소설이잖아 - 는 종종 보인다. 이 예만 두고 봐도 위에서 말했듯 다 고쳤다가 거의 안 알려져 있어서 막 찾아봐야 했다는 점만 봐도 오히려 그 쪽을 더 선호하는 거 같다.

 

왜냐... 를 생각해 보면 간단히 생각할 수 있는 건 역시 귀찮기 때문이다. 찾아보기도 싫고, 알아보기도 싫고, 폭스바겐에 라지에이터가 있든 말든 '폭스바겐'이라는 말이 주는 이그조틱함과 '라지에이터'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잘 어울리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알게 뭐냐.

리뷰를 가만히 읽어보자면 맨 위 링크의 소설도 그렇다는 거 같다. 이 리뷰에 대한 반응을 몇 개 찾아봤는데 게 중 재미있는 건 '게으른 리뷰'라는 거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앞뒤가 뭔가 이상한 이야기를 다 읽는다는 거 자체가, 게다가 서평으로 쓴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부지런해 보이는데...

내일은 없지

이번 주에 나온 것들 중 가장 흥미로운 건 역시 현아와 장현승의 트러블 메이커 2, 내일은 없어다.

가끔 지하철에서 한껏 멋을 부린 초등학교 고학년, 혹은 중학교 저학년 쯤의 여자 아이를 보게 된다. 딱 붙는 니트나 조막만한 숄더백 같은 걸 걸치고 굉장히 짧은 치마 따위를 입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완전히 넋을 놓고 또래의 친구들과 떠드는 데 정신이 없거나 아니면 굉장히 불안한 상태다. 둘 다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 지에 대한 자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일반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예컨대 속옷 같은 게 보이게 되는 일이 많다. 마찬가지로 어디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다. 이게 곧 노하우가 쌓일 테고 그런 일은 사라질 거다. 물론 나는 그런 걸 일부러 보는 voyeur 같은 데에는 큰 관심이 없으므로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이제 멋부림의 시작 선상에 서 있는 한 인간의 모습은 역시 흥미롭다.

여하튼 이런 상황에서 속옷을 보임은 섹시의 행위가 아니다. 그냥 보여지는 거다. 그런 걸 좋아하는 마니아도 세상엔 있지만 그건 이 이야기에서 뺀다.

물론 섹시의 행위일 때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든가, 어떤 목적이든 유혹을 하려한다든가 할 때 그런 행위를 한다. 또는 의식적으로 자신을 무의식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히피 시대가 끝나고 뉴 멕시코로 몰려가 누드촌을 만들었던 사람들처럼 이게 뭐 어때, 인간은 원래 이런 거야라는 주장이 포함된 경우다.

그렇지만 위 지하철의 경우는 그게 아니다. 그냥 저러고 있는 거고,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겐 섹시할 수도 있을 무엇이 생성된다. 그저 반응이 좋아서 TV에서 본 춤을 추는 재롱 잔치를 하는 아이도 비슷한 선상에 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리액션을 기억한다.

현아의 경우 그게 뭐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자주 재롱 잔치의 꼬마 아이를 떠오르게 한다. 아마도 생김새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데 여하튼 이제 막 섹시 스타의 본격 궤도에 오르려는 분이므로 그런 게 생각나지 않는 시점이 언제일까 MV가 나올 때 마다 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편견 때문일 지도 모르는데 지금 건 아직 아닌 거 같다.

 

장현승 쪽은 좀 더 재미있다. 빅뱅 오디션의 탈락 멤버, 비스트의 현 멤버, 뻥장군과 시크 가이로 나름 유명하지만 평범한 일반인의 눈으로는 요섭, 두준, 기광, 용준형과 같이 있는 나머지 둘 중 한 명. 그리고 현아랑 뭘 할 때 마다 나오는 무표정과 무력함이 만드는 무색 무취함.

누가 이 둘의 조합을 골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정말 잘 만들어 진 건 분명하다. 둘이 뒤엉켜 있어도 누가 남인지 여인지 잘 모르겠고 둘이 다 벗고 있어도 아마 모를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여하튼 이런 장은 현아가 맘대로 날 수 있게 해주는데 위에서 말 했듯 아직은 훨훨 날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쯤 뒤는 역시 기대한다. 그러므로 이런 걸 계속 내놔야 한다. 홧팅.

 

(섹시 컨셉의 아이돌이 정말 많은데 정작 올해 초중반에 기억에 맴도는 건 노노노 아닌가)

20131026

영화, 사는 거, 잡담

1. 그래비티를 봤다. 우주에 나가 위성 파편을 맞아 죽고 싶다.

2. 하나를 겨우 겨우 넘으면 또 벼랑같은 게 나온다. 사는 게 이래가지곤 즐거움이란 당장 눈 앞에서 벌어지는 웃긴 일 말고는 없다.

3. 인간의 상상력이란 빤하다. 그가 나의 상황을 이해 못하듯, 내가 그의 상황을 이해 못한다. 사실 이해를 하려 한다는 게 웃기는 일이다. 그러므로 난 이해를 못하겠어 같은 말을 하는 이를 신용하지 않는다. 그런 건 인간, 혹은 자신에 대해 그만큼까지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증거일 뿐이다. 옛날 말로는 연대, 요즘엔 뭐라하는 지 모르겠는데 여튼 그런 건 가능할 지도 모른다. 거기에 이해는 필요없기 때문이다. 이것도 단순한 가정, 혹은 바람이다.

4. 땅바닥에서 손가락 마디 만큼이라도 의욕이 생겼을 때 끄집어 내야 된다. 언리미티드에다 뭘 좀 가져다 팔아야지라는 의욕이 23시간 정도 있었던 거 같은데 다 사라졌다.

5. 싸돌아 다닌 다고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교통 사고에 당할 확률이 조금 늘어날 지는 모르겠다.

20131021

10월 중순

1. 세간의 기준이 어떤 지 명확히는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좋은 먹방이란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다양한 걸 먹거나, 좋은 걸 먹거나, 멀리가서 먹거나, 출연자가 포식형이어서 왕창 많이 먹거나 이런 건 아무 소용이 없다. 물론 '맛있게' 먹는 목표에 도달할 확률이 조금은 높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확률일 뿐이다. 그러므로 젓가락으로 밥알 숫자를 세면서 먹어도 그가 맛있게 먹는다면 그게 훌륭한 먹방이다. 고독한 미식가가 좋은 먹방이고 하정우가 훌륭한 먹방인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기준이 모호하게 보일 지 몰라도 세상에는 맛있게 먹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먹방이라면 화면으로 봤을 때 맛있게 먹어야 한다. 자기들끼리 있을 땐 정말 맛있어 보이는데 화면으로 보면 별로라는 건 사석에서만 웃기는 개그맨과 다를 게 없다. 그러므로 먹방을 만들고자 하는 스태프에게는 그런 걸 캐치할 눈이 있어야 한다. 이런 걸 가지고 방송 감각도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도 있다. 먹방이 인기야? -> 많이 먹는 사람 누구야? -> 강호동 정준하! 같은 단순 루트인 사람에게 다른 훌륭한 기획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어른의 세계란 이상한 일이 많이 있으므로 단편적으로 판단할 일은 아니다.

여튼 먹는 모습이라는 건 먹는 이의 생김새, 자세, 표정, 입모양, 얼굴색, 입의 배치와 위치, 먹을 때 내는 소리(이건 구강 구조의 영향이 있을 거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먹방인이란 훈련을 통해서는 어지간하지 않는 이상 힘들고 타고 나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버릇의 측면에서 자라면서 얻은 환경과 습성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육성은 어렵고 무수한 우연의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맛있게 먹는 사람"이라는 건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예전에 식신 로드에서 정준하가 "아니, 그런 게 무슨 먹방이야" 하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그는 많이 먹고, 빠르게 먹고, 먹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위 대사로 알 수 있는 건 단지 그가 먹방이 뭔지 모른다는 사실 뿐이다. 맨친도 비슷하다. 강호동을 집중 조명하고, 분명 맛있게 먹는 면이 있긴 하지만 화면으로 봤을 때 감동할 정도는 아니다. 심지어 맨친에서는 정준하를 게스트로 불러 먹방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위에서 말했듯 그건 좋은 먹방이 아니고 그저 많이 먹기다. 그런 거에 찍히느라 사라져간 새우들이 아깝다.

결론적으로 두 방송 모두 현재 출연진과 스탭진으로 훌륭한 먹방은 불가능해 보인다.

2. 여의도에 다녀왔다. 그곳은 평화로웠다.

2013-10-21 16.12.37

3. 길을 걷는데, 좁거나 사람이 많거나, 앞에 있는 사람이 어기적거리면 울컥한다. 이 뿐만 아니라 요새 매사에 너무 조급해 하는 탓이다. 캄 다운, 캄 다운.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에어 킹으로 바꾸고 산 속에 들어가버릴까 싶다. 이런 생각을 자꾸 하니 정신 건강이 좋지 않다. 인생이 망한 지점에서 리커버리를 해야 하는데 기운이 없다. 아군이 필요하지만 그것도 없다.

20131017

또 두 편의 영화를 봤다

1. 남극의 쉐프를 봤다. 맛있는 게 나올까 싶어서 본 건데 기대만큼 굉장하진 않았다. 보면서 약간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건 일본 영화를 보면 아, 일본 사람이구나 하는 게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게 참 덜하다. 얼굴이나 표정이나 이런 건 한국 사람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배경이 남극이라는 멀리 떨어진 공간이어서 그런 걸까?

2. 문(Moon)을 봤다. 타임라인에서 보고 관심이 생겨서 찾아본 영화. 이 역시 그렇게 까지 재밌지는 않았다.

20131010

두 편의 영화를 보다

1. 엘리시움을 봤다. 이건 뭐 이것저것 생각해봐도 개과천선의 여지는 없어보이는데 원래 주인공으로 에미넴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랬다면 왠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중국에서는 극락공간, 홍콩에서는 극락제국2154, 대만에서는 극락세계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2154는 시대 배경이 2154년이다. 

2. 왓치맨을 봤다. 이런 극은 초반 허들을 잘 못 넘기는 편인데 일단 넘기고 나면 열심히 본다. 그래서 도서관에 있던 만화도 몇 장 들춰보다가 나오는 이들 생김새만 좀 보다 말았었다. 여튼 삶이 너무나 지루했던 덕분인지 3시간이 넘는 걸 꾸역꾸역 볼 수 있었다. 원작을 좀 봐야겠다.

20131008

아이유의 모던타임스를 듣다

티져를 7개나 내놓더니 드디어 음반이 나왔다. 첫번째 뮤직 비디오는 분홍신. 종일 들을 생각이었는데 2회전 째 하다가 멈췄다. 뭔가 너무 피로하다.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일단 음반이 너무 공이 들어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나 하나 떼어놓으면 나쁘지 않은데 무게감이 사방에 퍼져있다. 때문에 한 번에 듣기는 버겁다. 물론 이렇게 풀 플레잉으로 듣는 시대는 아니니 이런 건 큰 결함이라고 말하긴 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왕 정규반이고 전곡 히트가 목적이 아니라면 운용의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음반 전체를 휘감고 있는 두터운 중음대가 매력적이긴 한데 거기서 잘 나오질 않는다. 그것도 아쉽다.

뭐 원래 야심만만한 분이시니 그런 컨셉을 잘 살린 거 같기도 하고. 아이돌이 아니고, 본인이 이런 걸 좋아한다고 하지만 꼭 이렇게 둔탁하게 나가야 하는 지 잘 모르겠다. 다 때려부순다고 무기를 잔뜩 장착해 굼뜬 탱크를 보는 거 같다. 쫓아 가는 동안 다들 발랄하게 도망가겠다.

같은 기획사이고 같은 프로듀서가 만드는 B.E.G도 정규반을 듣다보면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쭉 듣기에 피곤하다) 회사 컬러인 거 같기도 하고.

보컬 톤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놀아보는 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데 선미도 그렇고 요즘은 이런 식으로 곡을 일부러 높은 키로 끌어올린다든가, 굳이 가성을 쓴다든가 해가며 컨셉을 강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지 그런 방법이 사람들에게 그다지 인기는 없는 거 같다. 뭐 가수나 음반은 가창력하고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불만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잘 만들었다고 매력적이거나 좋은 건 아닌게 분명하다. 아이유 자신의 매력을 너무 두껍고 화려한 옷으로 덮어버리지 않았나... 뭐 그런 생각.

더 퍼시픽을 보다

얼마 전에 볼거다 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다 봤다. 더 퍼시픽, 태평양 전쟁 이야기다. 태평양 전쟁은 사실 노르망디나 롬멜, 서부전선 이야기에 비하면 아는 게 거의 없다. 진주만과 미드웨이, 노몬한과 만주,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뭐 이런 것들을 단편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 입장에서는 맘 편하게 볼 수도 없다. 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일제의 식민지였다. 더 퍼시픽 처음에 과달카날 전투 이야기가 나오는데 과달카날에 비행장을 만든 사람들은 징집된 조선인들이다(아래 이야기 할 책 '헨더슨 비행장'에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론은 약간 있지만 결코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글로세스, 이오지마, 오키나와 다 마찬가지다.

1944년부터 조선도 징집이 시작되었으니(그전까지는 강제 모병) 이 영화에서 잽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죽어나간 사람들 사이에 대체 몇 명이나 우리 할아버지 격 되는 분들이 껴 있는지 알 수도 없다. 이런 이야기는 다른 자료 등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여기선 줄인다. 태평양 전쟁 전체를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는 전투의 측면에서 훨씬 미시적인 곳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위에서 잠깐 말했듯 더 퍼시픽은 과달카날, 글로세스, 펠렐리우, 이오지마, 오키나와 전투를 다룬다. 미 해병대 제 1사단이 참가한 전투들인데 과달카날과 이오지마, 오키나와 말고는 처음 들어본다. 펠렐리우 전투에서는 다 합쳐서 미 해병대만 6,000여명이 전사했다는데(공식적으로 미군 1,794명, 일본군 10,695명이 전사) 어쩜 이렇게 낯설지.

지금은 무인도가 태반인 태평양 가운데 섬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해병대의 역할은 간단하다. 일본군이 외딴 섬에 활주로를 만든다 -> 요새화 시킨다 -> 그러므로 그걸 뺏기위해 미 해병대가 상륙한다 -> 싸운다. 필리핀, 호주, 괌, 하와이를 지척에 둔 작은 섬들에서 이런 전투가 수도 없이 벌어졌다.

언젠가부터(내 기억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상륙 작전의 두근거림을 극대화시키는 영화들이 꽤 많다. 어두컴컴한 함내에서 두근거리며 전장으로 다가간다. 갑판문이 열리고 해병을 잔뜩 태운 암트랙이 바다로 들어간다. 총알과 포가 계속 날아오고 이윽고 해변에 도착하면 날아오는 포탄 속에서 내린다. 그리고 해변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노르망디나 펠레리우나 반대쪽 입장도 마찬가지다. 멀리 배들이 잔뜩 등장하고 폭탄이 쉼없이 날아든다. 기관총을 꼭 붙잡고 숨죽이며 기다린다. 이윽고 함정의 갑판들이 열리고 군인을 잔뜩 실은 수륙양용차들이 구름같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들이 내리기 시작하고 그걸 막는다. 정글과 요새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 숨막히는 긴장감이 계속 반복된다.

이건 뭐... 미친 짓이다. 펠렐리우에서 이런 짓을 몇 달을 계속 했다는데 사람이 안 미칠 수가 없다. 전쟁의 참혹함 입장에서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보다 더 퍼시픽이 훨씬 더 끔찍하다. 영화의 주제가 전쟁과 정신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부 다 미쳐간다.

 

잘 모르는 내용이 많아 몇 가지 책을 찾아봤는데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종교 이야기 등등이 읽는 이를 당혹스럽게 만들지만 '헨더슨 비행장'이 더 퍼시픽에 나오는 전투와 주변의 정황을 파악하는데 적합했다. 더 자세한 책들도 있겠지만 사태 파악을 하는데는 이 책과 웹 서핑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2013-10-07 20.34.58

엔하위키의 이오지마 전투를 보면 이오지마 상륙 작전이 만든 처참한 미군의 피해가 원자폭탄 투하를 보다 쉽게 결정하게 된 계기라는 흥미로운 견해가 있다(링크). 제네레이션 킬은 볼까 말까 싶다.

20131003

그러니까 10월의 첫번째 화요일

1. 수요일에 비가 예보되어 있었고, 월요일에는 자전거를 탔으므로(이틀 연속은 타지 않는다, 다음날 다리가 많이 아픔) 좀 걸을까 싶었다. 마음은 무겁고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날씨는 돌아다니기에 딱 맞게 좋았다.
2013-10-01 21.49.13
그러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평균 5.13km/h인데 중간에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으니 살짝 빨리 걸은 편이다.
서강대교를 건너다보니 난간 중 하나 아래 고양이가 한 마리 앉아있었다. 다리 중간 쯤이었다. 대체 어떻게 거기에 와 있는 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거기에 숨어 있었다. 고양이는 잘 모르는데 여튼 약간 어려보였다. 이를 어쩐다 했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특히 괜히 건드렸다가 뒤에 밤섬으로 떨어질까봐 겁이 났다. 그래서 그냥 나와라 나와 몇 번 말하다가 발을 돌렸다. 먼 뒤에서 커플이 따라 걸어오고 있었는데 내가 뭔가 하고 있는 걸 봤으니 그들이 뭔가 해주겠지 하는 기대도 약간은 있었다. 여하튼 그냥 가면서 다시 돌아갈까 이를 어쩌나 한참 생각했는데 뒤를 돌아보니 기대대로 커플이 그 자리 즈음에 멈춰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죄책감이 약간은 사라졌다. 부디 반항하지 말고 어디 괜찮은 자리라도 찾아갔길.
마포대교에서는 좀 큰 사건이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아무 것도 없었고 지금 약간은 트라우마가 생겼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여하튼 시간이 한참을 지났는데 그렇게 힘들지는 않은게 왠지 원효대교도 건널 수 있을 거 같았다. 이렇게 다리 셋을 한 번에 건넌 적은 올해 초인가 처음 해봤었다. 원효대교는 무척 조용했다. 2km 남짓을 건너는 동안 자전거 한 대와 아저씨 한 명을 봤을 뿐이다. 이 다리는 난간이 낮고, 도로가 가까이 있고, 인도가 좁다. 아무 일이 없어도 약간 무섭다. 하지만 한가한 만큼 기분전환이나 하고 싶을 땐 서강대교나 마포대교보다 낫다. 건너서 오른쪽으로 가면 곧 여의나루 역도 나온다. 원효대교에서는 별 일은 없었지만 역시 힘들었다. 덕분에 여의나루 역 앞 한강 둔치의 그 시끌시끌한 곳 구석 벤치에 앉아 김밥을 하나 먹었다. 모 편의점 아주머니는 뭔가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이건 무슨 맛이냐, 이건 먹어봤는데 왠지 미역맛이 나더라하며 말을 걸고 있었다. 벤치에 가만히 앉아있으니 꽤 춥다. 바람도 많이 분다. 여의도 자전거 도로는 중랑천 쪽과는 많이 달라서 꽤 많은 인원으로 이뤄진 클랜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쉴 새 없이 지나간다.
이런 하루. 밤에 집에 들어와 에어포트 매드니스 게임 Seashore 클래식 맵으로 120만점을 넘겼다. 이전 기록은 25만점이었다.

20131001

10월

1. 10월이다.

2. 자전거를 탔다. 십킬로미터 정도를 있는 힘껏타고 들어오자 생각했는데 골목길도 지나고 하다보니 평균 속도는 생각보다 안 나왔다. 힘들어서 반환점에 있는 벤치에 드러누웠는데 별이 보인다.

3. 밤 열시에 주택가 근처에 포터를 끌고 와 확성기에 대고 감자를 싸게 팔아요~ 하고 외쳐대는게 대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는데 또 와서 사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도시란..,

4. 퍼시픽을 보기 시작했다. 하도 지루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약간 궁금해지기도 했고, 뭐든 길고 지루한 걸 보고 싶기도 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태평양 전쟁이란 건 사실 스케일이 광활해 드라마에 적합해 보이진 않는다. 그러므로 어떻게 만들었어도 가상의 오밀조밀한 전투를 집어넣지 않는 한 비오비같은 전쟁 드라마의 재미는 어려울 거다.

여튼 우리가 직간접적으로도 개입되어 있는 태평양 전쟁에 대해 (내 경우겠지만) 노르망디 만큼도 알고 있지 않다는 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5. 자꾸 신물이 넘어온다. 긴장하고 있다. 조깅을 다시 시작할까.

6. 강아지가 요새 유난히 심심해하고 우울해하고 사람을 그리워하는 눈빛을 보낸다. 그래서 나도 같이 보낸다.

20130930

아웃레이지 비욘드를 보다

종일 멍하니 있다가 냉장고 청소를 돕고, 편의점에서 크림빵을 사다 먹으며 아웃레인지 비욘드를 봤다. 

기타노 다케시의 2010년 작 아웃레인지의 후속편 격으로 내용도 연결된다. 아웃레인지 보고나서 쓴 포스팅도 있는데 낮에 갑자기 정전이 되고 전기가 다시 들어오는 과정에서 모뎀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컴퓨터로 인터넷을 쓸 수가 없다. 물론 전화기가 있으므로 찾을 수는 있는데 결국은 귀찮다는 이야기...

전편에서 안 죽은 사람들은 계속 나와 이번 편에서 죽는다. 새로 나온 등장인물들은 그 속에서 기회를 잡기도 하고, 또 죽기도 하도 그런  식. 물론 저번 편에서 칼을 잔뜩 맞아 죽은 듯 끝났던 다케시는 주인공이니까 여차저차 감옥에서 살아있는 채로 나온다. 십년 형을 받았는데 가석방 되었으므로 뭐 그쯤 지난 후의 이야기겠다.

다케시가 한창 야쿠자 이야기를 찍을 땐 비교 대상이 없거나, 홍콩 느와르거나, 미국의 마피아 영화였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조폭 영화라는 게 잔뜩 있다. 느낌 자체는 크게 다르진 않다. 얼추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고 좀 더 진득한 느낌은 덜 하긴 하다.

결국 원한 바를 이룬다는 점, 등장한 새 질서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점, 각자 그 와중에서 살아남고 이득을 꾀하는 게 다라는 점은 거의 변함없는 아웃레이지, 크게는 다케시-야쿠자 영화의 패턴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크게 보면 지기만 하던 인간, 좀 더 작게는 야쿠자라는 존재가 이번에는 복수를 달성해 낸다는 건 약간 갸우뚱하게되는 부분이 있다.

다케시 영화의 주인공들은(물론 다케시 본인이니까 캐릭터) 하나같이 자토이치같다. 그 만한 능력은 없어 계속 칼 맞고 그래도 결국은 자토이치스럽다. 

이제와서 보면 시시하긴 하지만 여튼 원조집 같은 게 아닌가 싶다. 남들이 살 많은 아구찜을 내놓고, 대중의 취향도 그쪽으로 바뀌었음에도 말린 아귀에 콩나물을 잔뜩 넣어 찾는 사람만 그 맛을 알고 변하지 않아 좋다고 하는, 뭐 그런 것.

20130927

날짜

1. 말하자면 새로운 나날들이다.

2. ㄷㅁㄴ 끝나고 추석에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끝난 패션위크 같은 것들을 슬슬 챙겨보고 있다. 큰 의미는 없는데 딱히 할 것도 없는 게 사실이다. FNO를 가볼까 하다가 관뒀다.

3. 날씨가 급작스럽게 추워졌다. 이게 이상 기온인지,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는 건지 감이 잘 안 잡힌다.

4. 미뤄둔 영화를 좀 봐야겠는데 그런 시간이 안 만들어진다. 물리적 시간은 존재하나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이렸다. 머리가 무슨 생각(보통은 고민이고, 해결도 불가능이다)을 하려들면 자전거 자물쇠를 풀고 있다.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는 건 분명하다.

20130926

지리했던 하루

1. 지리했던 하루가 끝이났다.

2013-09-26 21.40.59

문득 이 지리한 방황을 기록해볼까 했지만 그것도 귀찮아져서 하다가 말았다. 날씨는 무척 좋았고, 오히려 쌀쌀했으며, H&M에 가서 양말을 사고, 거기에 있던 거의 모든 신발과 외투를 입어보고, 성균관대 앞에서 떡볶이를 먹었다.

H&M은 암만 생각해도 대부분 신제품이 아니라 작년에 봤던 것들이었다. 잘 모르겠다. 그것들이 2013 FW라면 작년 시즌에 비해 극히 변화가 없으므로 구입할 필요가 없고, 만약에 2012 FW라면 세일을 했던 것들이고 곧 세일을 할 것들이기 때문에 구입할 필요가 없다. 약간 이상하다.

나누미 떡볶이(구 맛나분식)의 오뎅(상표명은 부산어묵)은 여전히 맛있었다. 떡볶이도 비슷한데 예전에 비해 덜 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본지 오래되서 사실 정확히는 모르겠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가격인데 떡볶이는 1인분 3,000원이고 부산어묵은 개당 1,000원이다. 떡볶이 하나와 어묵 두 개를 먹으면 5,000원이다. 혼자서는 암만 생각해도 오버다. 바로 길 건너에 나누미 즉석 떡볶이라는 것도 생겼더라.

2. 런닝과 자전거 포럼/커뮤니티/동호회 같은 곳을 가끔 들어가는데 오늘 가보니 다들 겨울 준비가 한창이다. 윈터 자켓, 털모자, 장갑, 넥 워머, 레그 워머. 새 준비를 하면서 다들 즐겁겠지.

2013-09-26 12.46.53

이런 거 하나 사볼까 싶다.

3. 날씨는 이랬다.

2013-09-26 13.03.12

왼쪽에 보면 커다랗게 이번에 생긴 4N5 광고가 붙어있다. 들어가볼까 하다가 지하에서 빵 구경만 하고 말았다. 오늘 아크네 매장이 오픈했다고 한다.

4. 일부러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앉아있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하하호호 웃고 싶지도 않다. 여하튼 오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갔다.

20130922

연휴

1. 이번 연휴에는 생각을 안 한다 이런 걸 떠나 그냥 멍청해지고 있는 거 같다. 머리가 멍하다. 티브이를 너무 많이 보고, 잠을 너무 자기 때문이 아닐까.

2. 신들의 봉우리를 다 봤다. 총 5권. 이런 류의 다큐멘터리는 어렸을 적에는 사실 좀 좋아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의식적으로 벽을 세워놓고 있다. 지금은 안 보는 정도는 아닌데 그래도 마냥 재미있게 보는 건 아니다. 

신들의 봉우리는 꽤 재미있다. 좋아하는 두 가지, 산과 겨울이 나온다. 구글 어스까지 열어놓고 그들의 루트를 좀 더 자세히 추적까지 해가며 읽었다. 마지막에 의외로 결말 비슷한 게 나와서 조금 놀랐는데 역시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답다고 해야 하나.. 

다큐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한식으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고 해보자. 왜 거기에 가게 되었는지, 어떤 실패가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가 나온다. 

남의 경험이지만 분명 직접 마주하고 그 안에 있어야만 알 수 있는 디테일이 흘러 나온다. 꼭 그 업종을 할 게 아니라도 그런 디테일들은 적어도 내 삶의 상상력에 있어 약간이라도 현실감을 더 부여할 수 있고, 상상의 폭도 더 넓힐 수 있다. 좋은 일이고 유익하다.

다만 맨 마지막에 그 식당 주인이 "저도 해냈습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으니 도전하세요"라고 말하는 부류가 있고 "지금 이 순간 노력하고 계시는 분들 힘내세요"라고 말하는 부류가 있다. 전자가 자기 확신이 더 큰 사람이라도 할 수 있고, 나는 그런 걸 보는 걸 못 버텨하는 부류다.

3. 돈을 배춧잎이라고 부르고 자기 차를 애마라고 부르는 사람들과는 도저히 친해질 수 없다.

4. 예능 관련 이야기마다 찾아와 '각본이죠'라고 댓글다는 인간들도 굉장하다. 할 일이 없는 수준을 몇 광년 쯤 넘어서 있다.

5. 너무 재미가 없고 나는 불안에 떨고 있다. 받침이 자꾸 떠ㄹ어죠 나가고 오티가 자꾸 나는 게 저ㅇ말 짜증맘다. 

20130920

다시 더위

1. 추석 연휴를 앞두고 며칠 전부터 다시 더워졌다. 그 정도가 좀 심하다.

2. iOS 7이 나와서 업데이트를 했다. 생긴 게 많이 변했고 천지인 자판같은 것도 들어갔다. 지금까지는 아이튠스 라디오말고는 마음에 드는 부분이 없다. 일단 못생겼다.

3. 인간 관계에서 타이밍이라든가, 리듬감이라든가 이런 걸 잘 믿지 않는다. 우연적 요소에 운명이니 인연이니 따위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게 일단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혹시나 뭔가 타이밍이 우연히 맞는 경우가 있다해도 가능하다면 일부러라도 틀어버리는 게 낫다. 여튼 이건 악취미가 아니라, 그런 알량한 자리에 손가락하나라도 기대보는 기분 자체가 싫다. 제 앞길에 뭔가가 원래부터 놓여져 있길, 그걸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 대체 왜? 라는 생각 밖에 안든다. 적어도 나는 그런 취향의 분들하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듯.

4. 천지인 자판이 생겼길래 지금 이걸 써보고 있는데, 진짜 말도 못하게 불편하군... 140자는 몰라도 긴 문장은 피곤하다.

5. 브라이언 드 팔마의 Passion을 봤다. 여자 둘이 피터지게 싸우는 이야기... 그냥 그랬다.

6. 펄잼이 새 싱글을 냈다길래 들어봤다. Sirens라는 제목인데 Lightning 어쩌구라는 앨범에 들어있는 곡인가 보다. 뭔가 좀 장엄하다고 해야하나 먼 길을 돌아 이윽고 제 집 앞에 선... 유투가 좀 생각났다.

7. 추석이란 건, 명절이란 건, 정말 싫군... 동그랗고 밝은 달을 본 게 그나마 위안이다.

20130908

자전거를 탄다

죽을 거 같은 더위가 지나간 후 슬슬 자전거를 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타임 테이블을 만들지 않아 좀 엉망으로 내키면 나가고, 나가면 아무대나 돌아다니고, 안 내키면 집에서 뒹굴고 그러고 있다. 심지어 앱도 정해지지 않았다.

1-1. Strava는 휴대폰 3G를 꺼놔도 GPS 로그를 기록한다. 배터리가 간당간당할 때 이건 정말 요긴하다. 그리고 어떤 코스의 기록을 볼 수 있다. 사실 큰 의미는 없지만(400명 중에서 대략 280등 정도...) 약간이라도 도전 정신은 생긴다. 또한 지도를 공유했을 때 Private 설정이 가능하다.

단점은 못 생겼고, GPS 편집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강아지랑 산책 이런 거가 섞이면 한 눈에 파악하기가 좀 이상해진다.

1-2. Runkeeper는 지금까지 해왔던 게 다 들어있고, 목표 거리(예를 들어 1달 200km)를 정해 달성도를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깔끔하다. 달리기, 자전거, 걷기, 강아지랑 산책을 각각 알맞게 기록할 수 있고, 목표 달성도도 종목별로 정할 수 있다.

단점은 GPS가 종종 튄다. Strava에서는 로그 간격 설정(예를 들어 10초에 한 번)이 가능하지만 Runkeeper는 그런 거 없다. 하지만 간단하게 튄 부분을 지우거나 옮길 수 있다. 3G가 꺼지면 아무 것도 기록하지 않는다. 이 말은 데이터를 사용한 다는 뜻이고, 배터리를 더 많이 쓴다는 뜻이다.

1-3. Sports-Tracker는 예전 노키아 사용할 때 부터 써서 익숙하다. 데이터 정리가 깔끔하고 보기가 쉬워서 여기에 모든 걸 넣어두고 싶은 욕구가 있기는 한데 불편한 점이 많다. 예를 들어 Private 설정 같은 건 엉망이다. 지도를 Private으로 감춰놔도 링크로 들어가면 다 보여서 집이 어딘 지도 찾을 수 있다.

사실 자전거 타는 게 운동으로 성립하긴 하는지 최근 약간 의심이 있다. 군대 시절 행군이나 각개 전투 이런 거랑 느낌이 비슷하다. 즉 체력을 기르는 게 아니라 있는 체력을 어떻게 하면 끝까지 다 쓸 수 있느냐를 배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며칠 쉬다 나가면 모든 게 리셋되어 있어서 금방 지친다. 이런 정신력에 기대는 체육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업힐, 일정한 코스 타임 어택이 아니고 그냥 돌아다니는 건 조깅 만 못한 거 같다.

map

최근 눈여겨 보는 코스는 이거다. 한바퀴 돌면 20km 쯤이고 한 시간이 걸린다. 중간까지는 살짝 내리막, 나머지 반은 살짝 오르막. 안 좋은 점은 우이천 끝나는 곳에서 청계천을 따라 올라가 용두동에서 정릉천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여기서 자전거 길을 나와 사거리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 여기 밤에 가보면 자전거가 꽤 많아서 약간 난리다.

로드가 좋다 하지만 MTB가 더 땡긴다. 역시 바퀴 부러저라 하면서 아무대나 막 다니고, 내키면 산 같올라가고 시골길 뒤적거리는 걸 내가 좀 좋아하긴 하나보다. 지금 자전거는 막 몰기엔 애가 많이 약하다 ㅜㅜ

컨셉질

1. 블로그를 여하튼 계속 하고 있으니까 트위터에 긴 글은 잘 못쓰겠다. 그런게 생각나면 바로 여기로 옮긴다. (계속)을 써가면서 잘 쓰는 분들을 보면 - 예를 들어 아사히 계정 - 신기하고 부럽다.

2. 무도에 프라이머리가 나온 걸 봤는데 그 컨셉의 얼굴 박스를 다들 요구해서 벗기고, 선글라스가 나오자 그것도 벗은 모습을 굳이 확인들을 했다. 뭐 어차피 프라이머리는 박스를 뒤집어쓰고 있지만 자주 공개를 하니 큰 상관은 없다라고 할 지 모르겠는데 결국 이런 건 얼굴을 보고자 하는 우리의 습성에서 비롯된 거 같다. 하지만 왜 굳이 얼굴을 봐야 하는 지 잘 모르겠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도도하거나 팜므 파탈 컨셉의 음반 활동을 하면서 노래를 한 뒤 인터뷰 때는 씩씩하고 어리고 야망이 넘치는 스무살 소녀로 돌아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따위의 말을 하는 걸그룹 멤버들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적어도 활동 기간 중에는 컨셉을 유지하는 게 보는 사람과의 약속이고 그걸 깨트리는 건 역시 컨셉의 연장선 아래 정도에서다. MC가 그걸 깨트리는 건 말도 안되고.

예전에 고양이 컨셉으로 나온 아이돌 가수에게 이시바시가 "이거 괜찮겠어"라고 질문했더니 자신은 없다는 듯이 살짝 웃고 "냥~"하고 대답하는 모습을 본 적 있는데 그 정도가 딱 좋다. (사실 그 장면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 가수의 고양이 컨셉이라는 건 정말 말도 못하게 한심했지만 저 정도라면 이왕 하는 거니 그래도 잘 해라, 활동 기간 몇 주만 잘 버티면 되! 하고 응원하게 된다.

영화배우는 시즌이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으니 약간 다르다. 대부분은 영화가 개봉될 때 쯤이면 다른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고, 워낙 영화라는 건 유리된 독립 세계의 느낌이 (내 경우엔) 강하다. 배우 한 명의 캐릭터라는 게 더 길게 스며들어 존재한다.

여하튼 어차피 방송에 나오는 예능이나 음악이나 캐릭터를 만들고 유지하는 걸 보는 즐거움 아닌가. 왜 그걸 굳이 그런 걸 찾아내 박살을 낸 다음 맨 얼굴을 보여주려고 하는지, 또 사람들은 맨 얼굴을 보려고 하는 건지, 왜 시간내서 방송을 보면서 그의 어설픈 날 모습을 봐야 되는 지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TV에 나오는 사람의 본 모습 같은 건 관심이 없다. 내 친구도 아닌데 그 사람이 알고보니 이상한 놈이면 어떻고, 괴상한 놈이면 어떻고, 착한 놈이면 또 뭐 할건가. 착한 놈이라고 못 하던 개그가 잘 될 리가 없고, 괴상한 놈이라고 멋지던 노래가 멋 없어지지도 않는다. 물론 범죄라도 저지른다면 그건 내가 사는 사회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칠 수 있으니 관심을 가지게 된다.

스캔들도 연예인-연예인의 경우처럼 이후에 보는 예능 방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둘이 커플인 걸 모른다면 알아들을 수 없는 유머 같은 거)이 있는 것들 외에는 별로 관심없다.

연예인에 대한 인간적 관심이라는 건 암만 생각해도 이상하다. 그가 알고봤더니 바람둥이, 알고 봤더니 성격 안 좋다느니, 알고 봤더니 블라블라... 그런 거 대체 뭐에 쓰는 건지. 그런 점에서 이상하고 괴팍하게 보이는 연예인에 좀 더 호감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내 친구가 될 가능성도 없고 심지어 내 지인이 될 가능성도 없는 모니터 안의 존재에 왜 '인간적'인 관심을 가지는 걸까. 지나가다 어쩌다 실제로 보면 어 생각하곤 다르게 생겼네 정도의 쾌감은 있을 수 있고 또 많이 양보해서 가십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그러니 상관없는 부분도 있다고 양보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방송에서 일부러 컨셉을 '깨트리는' 모습 따위는 안 봤으면 좋겠다.

3. 오늘은 종일 집에 있었는데 뒹굴거리다 트위터를 보니 김연아 문제로 시끄러웠다. 사실 김연아 문제는 아니고 김연아에 대한 요구 vs 쉴드치는 분들. 이런 사건은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는데 솔직히 요즘 들어서는 어차피 알아들을 생각도 없는 이들에게 낭비되는 시간이 아깝다.

블로그를 오래 하면서 느낀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자를 읽을 생각이 별로 없다는 거다. 물론 종종 흥미롭고 재미있는 분들을 만날 수 있고 그게 기쁘고 많이 배우기도 하고, 그 분들의 인류애에 가끔 감동도 하지만 그건 북한산 계곡에서 사금을 건지는 것과 비슷한 거다.

인터넷의 유명한 유머, "저 뒤에 공간있다구요" 같은 일은 매일같이 광범위하게 반복된다.

그것과 더불어 솔직히 어떤 기대같은 걸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23살의 글로벌 퍼슨이 동료였던 게이의 결혼식 소식에 '곤혹스러운 웃음' 따위를 지었다는 건 믿을 수가 없다. 그 기사 때문에라도 의견 표명하는 걸 듣고 싶어졌다. 만약에 저 기사가 잘못된 거라면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정정 해명이라도 내야 되는 거 아닌가.

4. 최근 트위터에서 쓸데없는 리플라이를 너무 많이 한 거 같아서 줄이고 싶은데, 타임라인을 보다보면 어느새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누군가 뭔가 궁금해하는 걸 보면 덩달아 궁금해져서 구글을 뒤적거려보고 있다. 찾아봐야 고맙다는 이야기는 커녕 좋은 소리도 못 들으니 요새는 혼자 보고 마는 경우가 많기는 한데 그래도 실수로 리플라이를 단다.

결국은 손을 묶든가, 트위터를 멀리 하든가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할 듯.

20130906

9월 5일

1. '살기'라는 태그는 여전히 殺氣가 생각나게 한다.

2. 지드래곤의 쿠데타는 파트2가 벌써 나왔다. 기왕 파트를 나눠놨으니 한참 있다가 나올 줄 알았는데 금방 나오네.. 딱히 별 건 없는 게 혼자 부른 늴리리야, 이미 나왔던 미치GO 이런 곡들이 있다. 삐딱하게(Crooked)라는 곡 MV가 파트2와 함께 나온 것 정도. 뭐 곡, 그리고 지디 전반의 느낌은 이전 파트1에서 한 이야기와 같다.

삐딱하게의 특징은 뜻 모를 분노가 계속 폭발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런 점에서 보자면 지방시 광고와 저스트 카발리 광고와의 차이 정도 된다. 작동 방식이 패션 화보, 예를 들자면 헬무트 뉴튼이나 스티븐 클라인 같은 것들과 같다.

요즘에 시각적 충격 + 극한 상황 + 스토리가 담긴 패션 화보가 늘어나고 있다. 장애인, 정신 병원, 시위대, 전쟁 등등 소재도 얼추 방향이 같다. 물론 평범한 모습으로는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기 때문일 거다. 이런 화보, 그리고 추이에 대해서 생각이 꽤 복잡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3. 시간탐험대라는 예능 방송을 봤다. 소문이 꽤 자자한데 조선 성종 때 쓸 수 있는 도구만 가지고 노비로 24시간을 살아보는 리얼 예능이다. 진짜 사나이와 같은데 군대는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기억을 하게 될 사람들, 그 옆의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노비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뭐 하여간 민속촌, 혹은 생활 박물관이 실감나게 재현되는 생동감은 좀 있다. 보고 있으면 여러가지로 깝깝하다.

4. 마음이 답답하여 몇 가지 책을 좀 읽고 있다. 같잖은 것들이라 뭔지 말하기는 좀 그렇고.

도서관에서 폐책을 나눠준다길래 가봤는데 대부분 800번대, 그러니까 문학 쪽이었다. 그 와중에 몇 권 골랐다가 안 볼 거 같아서 그냥 내려놓고 왔다. 고딕에 대한 옛날 책이 약간 탐나긴 했는데... 그 책은 유난히도 더러워서 -_-

5. 깝깝하다. 죽겠다 진짜.

20130904

9월 4일

1. 아이뉴잇이면서도 막지 않았던, 혹은 떠들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이들도 비슷하지 싶은데 그들이 뭔 생각을 하든 그것은 기본적으로 그들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방안에 틀어박혀 SM을 하든, 인터넷에서 주인님~ 노예야 하든, 아니면 회의실 안에서 혁명을 모의해 보든 그런 건 그들 마음이다.

이야기가 달라지는 부분은 그들이 바깥으로 뛰어나와 세상을 위협하는 순간, 혹은 실질적으로 위협의 도구를 마련하는 순간부터다. 그 전까지는 뭔 생각을 하든 그들 맘이고 혹시나 솔깃한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는 내 알 바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의 경우 대부분 그 이유로 그들의 굉장한(그리고 징글징글한) 목표 달성력과 집단성을 들게 되는데 이건 그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런 임의적 사례와 방식을 그들은 특별하니까 이번에만 사용하는 잣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일종의 사회 변혁을 이유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 대체 그 기준점은 어디가 될 수 있을까.

여하튼 웃기다는 점에서 맥주당 같은 것들하고 뭐가 다른 지 잘 모르겠는데 그건 아마 내가 그런 걸 실질적 위험으로 느끼는 정도가 꽤 낮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이걸 못 믿는다는 건 군대나 경찰의 힘, 더 넓게는 사회의 자정 능력을 너무 무시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번에 잠깐 느낀 것 중에 하나가(예를 들어 사람 몇 명으로 기차를 점령할 수 있다는 모님의 트윗같은) 그런 종류인데 공병대 무시하는 감... 서로 윽박지르면서 밥만 축내고 있는 게 아님... 여하튼 이걸 꼭 쫓아내고 싶다면 그건 체포 동의나 제명이 아니라 다음 선거여야 한다고 기본적으로 생각한다. 편을 들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이 놈들을 반드시 이 나라에서 축출해내야 한다는 생각도 전혀 없다.

2. 미국의 시리아 공격은 시늉만 내다 말지 싶은데. 영국은 그걸 눈치를 잘 챈거 아닐까, 아니면 골치아픈 상황에 처한 미국에 은근히 힘을 실어준 거라든가. 프랑스야 시리아랑 애초에 평범한 관계가 아니니까.

3. 카라 새 음반은 꽤 훌륭한데 제이팝 아티스트들이 흔한 방식 - instrument라는 이름의 반주 음원 넣기는 마음에 안 든다. 음반을 풀로 구비해놓고 싶은데 골치거리다. CD를 산다면 어쩔 수 없지.. 하겠지만.

4. 지드래곤 새 음반(이건 EP인데 Pt.1로 나온 걸 보니 합쳐서 풀이 되는 건가?)도 훌륭하다. 지디 목소리가 개인적으로 듣다보면 짜증나고 피로해지는 점을 제외하고는 나쁘지 않다. 리디아 백의 랩과 노래를 들으면서 박봄하고 소리를 사용하는 방식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R.O.D를 종일 들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는데. 늴리리야같은 대놓고 이건 케이팝, 외교를 하지 이런 대표곡 말고는 가장 잘 귀에 들어온다. 이 곡은 에미넴 같은 걸 해보자 한 티가 굉장히 많이 나는데 사실 힙합 뮤지션이 남을 이런 식으로 따라하는 건 아마도 놀릴 때 밖에 없을 거 같다. 하지만 이건 놀림은 물론 오마쥬도 아니고 그냥 비슷한 분위기를 내 본 거다.

이 외에도 스타일이 굉장히 다양한데 이 말은 힙합 뮤지션으로써 자신의 명백한 스타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무색무취함은(대신 뭔가 불어넣으면 증폭되어 바깥으로 튀어나온다) 힙합 뮤지션으로써는 단점이지만 아이돌로서는 강점이다. 그럼에도 미시 엘리옷이 피쳐링을 하는 힙합 뮤지션이고 싸이와 타블로 같은 이들과 같은 소속사다. 이 소속사는 디플로나 윌아이엠과도 작업을 한다.

뭔가 복잡한데 그냥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식의 일종의 씬 바깥에 존재하는 힙합 아이돌(.. 아, 그래서 싸이나 타블로와 계약한 건가...)이라는 게 세상에 또 있나? 90년대라면 메탈 아이돌이 아마도 있었을 텐데...

20130827

여름이 확실하게 끝나가고 있다

1. 데스크탑을 딱 켰는데 파란불이 살짝 들어오더니 다시 꺼졌다. 그 후로는 미동도 없는 상태다. 이것은 전형적인 파워가 나감(최소 퓨즈가 나감)의 모습이다... 귀찮다. 센서로 동작하는 현관불도 나갔는데 집 전기에 문제가 있는 걸까?

2. 가끔 "특정한 무엇"인가가 보고 싶다, 읽고 싶다라는 트윗같은 걸 보게 되는데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겐 그런 욕구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이미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해 버린 걸 보고 싶거나 읽고 싶다는 건 완성도 외에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잘 이해가 안 가지만 아마도 완성본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싶은 거겠지? 전혀 모르겠는 욕망이라 써놓고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

3. 자전거용 공공 공기주입기라는게 있는데 노원구와 강북구는 설치해 놨지만 성북구는 설치해 놓은 게 없다. 바람이 빠져 있어서 그래도 좀 가까운(대략 5km 정도 떨어져 있는) 노원구 설치 주입기를 찾아갔는데 실내에 있는 거라 밤에는 사용 불가, 또 몇 킬로를 갔는데 거기는 고장, 수동 공기 주입기 설치된 걸 학교 옆에서 찾았는데 그것도 작동 불능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왜 공공 공기주입기를 실내에 설치해 놨는지 모르겠다. 

다른 노원구 섹터는 멀고 강북구 섹터로 가려면 기차길 때문에 지하도를 건너야 해서 고민하다가 넘어갔는데 결국 작동하는 게 있어서 바람을 넣었다. 노원구는 구내 관리를 좀 한다(돈도 많고 그러니까), 강북구는 가난하다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작은 사건이지만 편견은 역시 좋지 않다는 생각을 재확인했다. 리슨 위다웃 프레쥬디스를 매일 한 번씩 들어야지.

4. 개인적으로 편견에 반감이 큰 편이라 관상, 표정, 태도 등을 가지고 속단하는 사람을 보면 예전에는 화가 났는데 요즘은 그냥 신기하거나 재미있다. 확신의 요체가 궁금하다.

5. 어제 유튜브 뮤직비디오를 뒤적거리다가 케이티 페리가 궁금해져서(소문을 몰고 다니는 불같이 유명한 여성 보컬 중 다른 건 대충 들어봤는데 케이티 페리와 테일러 스위프트는 잘 모른다) 케이티 페리 최신반이 2010년 거길래 사버렸다. 8불인가 그랬음. 2012년인가 나온 신곡 몇 곡을 넣은 리패키지 반이 있기는 하다. 해병대 가는 뮤비의 part of me는 거기에 들어있다.

막상 들어보니 린지 로한 들었을 때와 약간 비슷한 기분인데 꽤 직선적인 분위기에 허스키한 목소리가 지배하는 이거 락인가 싶은 팝이다. 뮤직비디오들은 이상하게 뜬금없는데 그렇다고 완전 막장으로 흘러가버리진 않은 엠티비 타입의 실험 영화라고 할까, 프랜차이즈 식 돌출 행동이라고 할까 여튼 그런 식이다.

그래도 뭐 이런 곡들이 나름 깔끔하니 리듬도 흥겹고 듣기도 편하니 그렇구나 하고 앨범 정보를 찾아봤는데 알고보니 이 앨범에서만 빌보드 싱글 1위가 5곡이 나왔다. 여성 보컬로는 최초, 마이클 잭슨의 배드 음반에 이어 두번째다. 

가수마다 전략의 차이는 있겠지만 브리트니, 리안나, 린지 그리고 아델 심지어 마돈나나 에미넴도 이런 음반은 못 냈다. 이러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는데 이 정도면 가히 특정한 사회 현상이라고 해도 될 만큼 인기가 많았다는 뜻이다. 알다시피 그 시끄럽던 강남 스타일도 1위는 못 했었다. 그런데 5곡이다. 1년 공연 수입이 5500만불이었단다. 대체 왜? 라는 궁금함이 있고, 노래만 들어서는 전혀 알 수 없기에 이것 저것 찾아봤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 

과연 이게 배드 만큼 팝 씬의 한 부분을 바꿔 놓을지(어디라도 상관없으니), 지금 5곡을 1위로 만들어 준 수많은 이들이 30년 쯤 지나서 2010년을 생각하면 정말 추억이 방울방울처럼 케이티 페리를 떠올릴 지도 궁금하다.


20130820

여름이 슬슬 끝나간다

1. 남풍이 어느날 문득 북풍으로 바뀌었다. 일기예보에서 보고 변화의 날짜를 명확히 인식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공기의 결이 확실히 달라졌다. 놀랍다.

2. 살면서 여러가지 이상한 일들을 보고 겪어왔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왜냐면 지금은 다 지나간 일이기 때문이고 사라진 일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혹시나 크리에이터가 된다면 그런 걸 다 끄집어 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테다. 트위터는 호들갑을 생중계해 준다는 점에서 참으로 기가막힌 바보같은 매체다.

3. 서울방재청 트위터를 리스트에 올려놓으면 시시각각 화재 재난 소식이 뜬다. 어딘가에서 불이 났고, 세간이 불타버리고, 소방차가 몰려오고, 물을 뿌려대겠지. 마음이 아프다. 재난을 당한 이들이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

4. 요지 야마모토 인터뷰를 보는데 그래도 아직은 자기를 이해하고 제품을 사주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해'라는 말은 굉장하다.

물론 '이해'없이 사는 사람도 있을테고 아마도 더 많을 거다. 예전에 랑방의 패션을 이해한다면 유한 계급이 아닌 한 애초에 돈 벌긴 틀렸으므로 못 살 거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논리적, 정신적 이해 뿐만 아니라 감각적 이해 같은 것도 세상엔 있다고 여겨진다. 만약 하필 그 옷을 골랐다면 적어도 무엇인가가 머리 속에 납득이 됐기 때문일테고 그것도 광의의 이해에 포함될 거다.

그렇다고 해도 내 옷을 이해하는 구매자를 상정하는 건 이런 분들이나 가능하지 않을까. 에잇세컨즈나 유니클로는 이런 말을 못 할 테니까.

5. 선미의 첫번째 솔로 MV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보는 이들에게 페도파일 죄책감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은교 캐릭터, 또는 야마구치 모모에의 좀 더 되바라진 21세기 버전이라고 해야하나 뭐 그런 게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요새 마침 섹시 컨셉이 대세고 어린 여자애들은 널려 있으니까 적당하다.

선미의 경우 살쪄서 40kg대, 티저와 인터뷰의 숏팬츠와 하얀 옷, 사랑에 막 눈 뜬 20대라는 가사, 원더걸스에서의 검증된 실력과 무대 경험, 그리고 이미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는 인지도 + 공백까지 꽤 괜찮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기대를 했고 이번 MV는 꽤 근접하긴 했는데 여러모로 아쉬운 게 많다. 이 사람을 그렇게 안 써먹으면 그게 대체 뭐야...

박지윤이나 가인 등 비슷한 류에 애매하게 걸치는 바람에 흰옷, 머리, 메이크업, 표정, 발음, 맨발의 무신경함이 죽어버렸다. 치렁거리는 목걸이와 애매한 주름의 셔츠(빳빳한 쪽은 괜찮다), 때아닌 박스티를 빼면 좀 더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이미 늦었겠지, 이미 틀렸겠지. 애초에 MV를 보면서 가인이 생각나 버리면 안 되는 거였다.

20130813

무더운 8월

1. 정말 말도 안되게 덥다. 요 며칠 밤은 그래도 예전 정도구나 싶은데 저번 주 토요일인가 금요일인가는 아, 살면서 가장 더운 밤이 아닌가, 이게 문제가 심각한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전기 때문에 난리다. 전기는 뉴스를 금방 훑어만 봐도 발전소 비리와 얽힌 가동 중지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저렴한 산업용 전기가 가장 큰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시민들이 허덕거리며 에어컨 몇 개 꺼봐야 산업용 전기 보조금 살짝 줄이는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만큼도 영향을 못 미칠 게 분명하다.

아주 크게 봐서 둘 다 이해는 할 수 있다. 발전소는 문제가 있지만 일단은 작금의 현실이고 이제 알았으니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고치면 된다. 산업용 전기는 우리나라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고 하니, 그리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정책 지지율도 높은 편이니 투덜투덜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그렇다면 이 사실을 직시하고(정부만 딴 이유를 들고 있지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져 있다) 설명해주며 양해를 구하는 게 옳다. 전기가 너무 모자라 강제적 조치가 취해진 다고 해도 설득의 방향은 그쪽이어야 한다. 적어도 뻥을 치며 위협은 하지 말아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 자기 나라 정부라는 놈이 거기다 대고 니들이 집에서 전기를 많이 써서 모자른 거라고 애먼 시민들 탓이나 하고 있으니 대체 누가 아 그렇구나 나도 동참해야지 하겠냐.

또 하나. 지금 절전을 유도하는 곳은 대부분 대중 시설이다. 더위와 전기 부족의 대책이라고 나온 것들로 인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집에서는 도저히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어 지하철이나 지하도라도 나가는 가난한 이들이다.

저번달 말에는 대통령도 냉방기 안 틀고 산다 뭐 이런 이야기를 낸 적있는데(너무 더워서 이제는 튼다지만) 내 집이 그렇게 넓고 뒤에 산도 있으면 전기 다 꺼놓고 맨날 잔디밭에서 자겠다. 말 같은 소리를 해야 그렇구나 하지. 나도 괜찮으니 너도 괜찮을 거다 따위 말하는 인간치고 제대로 된 인간이 없다.

여하튼 정책의 첫번째 피해자가 사회의 가장 힘든 사람, 그래서 목소리가 가장 작은 사람으로 책정한 걸 보면 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기는 하는 건지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20130808

임랑 해수욕장

이미 쓴 이야기지만 해운대는 못 갔지만 임랑 해수욕장은 갔다.

2013-08-05 15.46.02

멀리 보이는 게 고리 핵 발전소다. 겨울에도 물이 따뜻하대 으하하 떠들었었는데 사실 물이 너무 차가워서 잠깐 들어가 있다가 나왔다. 핵 발전소 뭐하는 거야... 그리고 임랑은 모래에 돌이 너무 많아서 쪼리든 아쿠아 슈즈든 무슨 수가 있지 않는 한 맨발로는 좀 어렵다. 예전에 을왕리인가에서 날카로운 돌에 대박 베인 적이 있어서 트라우마가 좀 있다.

여기서 포기하고 다음날 거제도에 있는 해수욕장에 갔는데 황포는 해수욕장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런 곳이었고, 능소몽돌(몽돌은 자갈해변을 말한다)은 기대보다는 괜찮은 곳이었다. 하지만 거제는 부산처럼 정찰 가격제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사람이 친해지려면 어느 정도 한도 안에서 긍정적인 의미의 폐를 좀 끼치고 폐끼침을 좀 당하고 해야 하는데 여러가지 사정상 어디 움직일 엄두가 나질 않는다. 최근 이 상황에 '고립의 가속화 악순환'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내가).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 및 복구 능력이 삶의 질이 보여주는 어느 척도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표시된 눈금 자체가 없다. 아쉬운 일도 많고, 버려지는 것들도 많겠지만 사실 딱히 삶의 해결책을 찾아낼 수도 없었으니 이제는 다른 방책을 찾아야만 한다.

이해가 안 간다

그냥 일상적인 레토릭으로써의 엄살, 혹은 어렵고 난해한 이론을 대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데는 몇가지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우선은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며칠 전 화가 난다고 고속도로 1차선에서 차를 멈춘 사람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는데 바로 이런 걸 말한다.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비정상의 정도가 치료가 필요한 상태와 정상으로 판정받을 상태의 바운더리에 위치한 경우도 있다. 어쨌든 이런 건 평범한 이해의 대상이 아니고 치료를 받든 격리를 시키든 전문가에 의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기 전까지는 일단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두번째는 얼마 전 트위터에서 "푸드코트에서 밥 먹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는 류의 이야기를 봤다. 이 경우는 대상에 대한 상상력의 부족이라 할 수 있다. 세간에는 수많은 사정들이 있고 그 중에는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해야만 하는 사정도 있다. 맛있고, 편하고, 시원하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 등에서 접근이 매우 용이하고, 포인트도 쌓이고 할인도 받는다라고 생각한다고 거기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이해못할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혹시 그건 피치못할 사정일 뿐이고 보통은 먹지 않겠지만 굳이 찾아가서 먹는 이를 말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라면 나 역시 삼시 세끼 조선호텔과 신라호텔에서만 먹고 싶은데 피치못할 사정으로 못 먹고 있다. 내 경우에 한정하자면 푸드코트에서 왜 밥을 안 먹어야 하는 지 상상이 잘 안되지만 사실 지금같은 기회가 아니라면 그렇다고 굳이 바깥에 꺼내놓고 할 이야기로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언젠가 상황이 되면 알 수도 있겠지 정도다.


이 부분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렇게 어느 부분의 문이 닫혀있고, 아니면 아예 문이 생길 기미도 없는 경우는 사실 첫번째 분류만큼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어있는 곳에 잘못된 망상이 들어차는 건 한 순간이다. 더구나 두번째 분류는 다른 부분에서는 평범한 일상을 영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알아채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이런 이들을 꽤 경계한다.

두번째 분류는 대상 말고 사람의 경우도 있다. 비어있는 넓은 화장실에서 굳이 옆자리 칸에 들어오는 사람, 비어있는 넓은 지하철에서 굳이 옆자리에 앉는 사람(선호하는 자리에 내가 앉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옆에 앉는다는 지점부터 첫번째와 두번째에 겹친다), 넓은 식당에서 굳이 마주보는 자리에 앉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 혹시 불편하진 않을 지에 전혀 관심이 없고 감각적인 상상조차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별 일 아니고 거기서만 그런다라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셔츠 단추 맨 아래를 잘 못 잠근 것과 똑같다. 혼자 다니다 보니 은근히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지막은 아마도 그게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티아라가 왜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아직 해체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이런 건 아마도 이 이유 때문일테다. 이런 건 그 분야 필드에서의 감각으로 획득할 수 있는 거긴 하지만 사실 장기 훈수둘 때 처럼 바깥 사람에게 더 잘 보이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감각은 역시 실전이 만들어내는 게 많고 그러므로 나로써는 위법이 확실치 않는 한 아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만다. 이런 분야 역시 외부인으로써는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이해관계를 두고 속을 가능성이 높다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남의 살아가는 사정에 대해 공공연히 "이해할 수 없다"는 부분이 많고 그걸 표현하는 사람은, 일단은 피하고 보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요괴헌터를 읽다

김&홍 사무실에서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요괴헌터를 빌려 읽었다. 그냥 제목만 보고 요괴를 잡나보군... 하는 생각만 가지고 봤다. 1974년부터 연재했다는데 번역본은 3권까지 나와있고 1편은 지(地), 2편은 천(天), 3편은 수(水)편이다. 1편은 땅귀신이 나오고 2편은 하늘 귀신이 나오고, 3편은 물귀신이 나온다는. 간단히 말하자면 일본 지방 기담집인데 그걸 응용해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일본 전통 설화에 딱히 조예는 없지만 내용이나 짧은 주석으로 대충 설명이 나오는데 기본 프레임에 알맞게 덧붙이고 알맞게 조립해 심심찮게 읽을 수 있다. 매우 무서워 간담이 서늘해진다거나, 짜증난다거나 하는 건 별로 없다.

20130807

2013 여름, 부산

진성 워커홀릭의 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딱히 빈정대는 게 아니고 약간은 걱정) 후배 김군이 휴가를 맞이하여 경남 지역의 몇몇 지역을 견학 겸 둘러 보고 온다길래 따라 나섰다.

요즘 경제 사정이 정말 극단적으로 좋질 않아 돈 같은 건 한 푼도 없이 그냥 껴서 얻어먹으며 가는 여행이라 이런 저런 사정으로 여름 성수기에 부산에 갔으면서 해운대에는 못 가본, 그 외에도 내 입장에서는 꽤나 머리 속이 복잡하고 약간은 이상한 부산행이었다.

미지의 도시 대구를 거쳐 기장과 센텀시티, 서면 그리고 김해와 거제를 지나 통영에 들렀다. 중간 중간 휴대폰의 GPS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던가, 로그를 못 찍어서 정확한 지점을 유추할 수 없든가 하는 곳들이 있다. 내내 엄청나게 더웠고, 엄청나게 습했고, 그러다가 비가 왔다 하면 내일은 없어 분위기로 쏟아졌다.

 

이왕 나선 김에 그러면 나는 여행 앱이나 어떤지 좀 써볼까 싶어서 TrackmyTour를 사용했다. 지금까지 여행 정리용으로 쓰던 TripLine에 비해 웹 상에서 미세한 부분을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게 불편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나은 점도 많다. 하지만 이런 앱들은 보통은 자전거나 도보 등 여행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이나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 정리에는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딱히 3G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GPS Hiker 앱으로 GPS Log도 만들어봤는데 이 앱은 좀 엉망진창이다. 중간에 멋대로 혼자 끊긴다. 그래도 구글어스에서 불러보니 대강의 루트는 보인다.

2013busan

Click here to TrackMyTour!

예전에는 Map Embed가 되었던 거 같은데 왜 링크로만 나오지... 위 링크를 클릭하면 자세한 여행 로그 및 사진을 볼 수 있다. 뭐 여튼 이런 여행이었다.

20130803

토요일

1. 글을 쓸게 좀 있어서 일찍 나왔고, 회의도 중간에 나왔는데(딱히 회의랄 만한 걸 한 건 아니었지만 휴식과 환기의 차원에서 갔었다) 그래놓고도 별로 한 게 없다. 뭘 생각해도 머리 속에 거대하게 '덥다'와 '습하다'가 쿵쿵 벽에 부딪치며 굴러다니는 거 같다.

2. 초등학생들이 선생에게 잘 보이려고 막 뭔가 열심히 하고 이것 좀 봐주세요 하는 눈빛을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뭐 그건 그거대로 그려려니 싶지만(애들은 뭘 잘 모르고 영악하니까) 다 커서도 그러고 있는 걸 보면 무섭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 응용의 대표적인게 뉴스에서 흔히 보는 '이걸 외국인이 보면 어떻겠냐' 하는 류의 기사다. 자고로 사원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회사가 어찌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겠고, 시민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나라가 어찌 외국인을 만족시키겠나. 엉뚱한 생각하지 말고 우리 눈에 좋을 거나 좀 잘 해 놓으면 좋겠다.

3. 아키라 만화책을 3권까지 봤다. 역시나 내 기억 속의 그것과 꽤나 다르다(기억은 언제나 이렇게 재구조된다). 놀림거리가 많기는 하지만(포커스는 좀 다를 지 몰라도 그때도 사정은 비슷했을 거 같다) 여전히 재미는 있다. 사방에 이상하고 화려한 장치를 잔뜩 벌려놓고 정작 아키라를 토실토실하게 그린 건 예나 지금이나 참 마음에 든다.'

4. 바루스... 하야오 작품은 나랑 확실히 안 맞아.

5. 여러가지로 짜증나는 8월의 시작이다.

20130802

8월이다

한동안 침잠되어 있다.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함. 앙스트 앙스트. 여하튼 그러다가 에휴 이렇게 살 순 없지하며 허허 웃기라도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보통은 이런 주기로 살아왔는데 몇 년 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어김없이 잠재되어 있던 위기 중 하나가 문득 찾아온다.

어제도 그랬고 덕분에 오늘 꼼짝을 못했다. 악한 기운들이 이봐, 나도 있다고... 라고 말하는 거 같다. 여하튼 심적 상황은 같은데 주변의 위기 요인을 늘려만 오면서 살아왔기 때문일테다. 대개의 위기들은 보통 인간들에게는 너무나 보잘 것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취약한 인간이라는 건 보통 그러하다. 둑은 튼튼하게 쌓아놓은 시멘트 벽부터 무너지지 않는다.

오늘은 너무나 습하고 너무나 덥다. 이벤트를 기록해 놔야지 하고 구입했던 다이어리 속지는 6월부터 방치 상태다. 혼자 물을 먹으며 쭈글쭈글해지고 있다. 방바닥에 깔려있는 비닐 장판은 더위에 늘어나 커다란 웨이브 파형을 만들고 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청소할 때마다 방바닥에 쌓여있는 모래와 잔돌들을 치우게 된다. 자전거와는 관계없다.

해야할 일들을 어서 해야 하고, 써야할 글들을 어서 마무리지어야 한다. 아키라를 읽을 것이며, 삼육대학교 후문에 다녀올 것이다. 지금 머리 속에 들어있는 생각은 이 정도 밖에 없다. 노력을 했든 운이 좋든 여튼 뭔가 구축한 인간들이 그러지 못한 인간들을 타박하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뭐 그런 말이 들리는 곳에 가 있는 거 자체가 문제이지만. 함께 떠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런 말을 되뇌어 보는 것조차 너무나 호화롭게 들린다.

텀블러에 몇 가지 시시한 이야기를 썼고, 블로그 포스팅을 했고, 사이드 바에 헬프 원티드라는 배너를 달았다. 약간 민망하다. 트위터에는 나름 고이 간직해 왔던 사진을 올렸다. 원래 그런 거다.

20130801

브아걸을 듣다

정규 5집 'Black Box'가 나왔다. 브아걸의 행보는 여러가지로 좀 아쉬운데 그래도 이번 음반에서는 브아걸 원래 색을 조금 더 표면 위에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특히 레시피나 날아갈래 같은 곡들이 그렇다. 그렇다고 해도 하나하나는 어디다 내 놔도 별로 꿀릴 일이 없는 멤버 4명을 데려다 놓고 결과물이 이런 음반이라는 건 역시 아쉽다.

킬 빌 MV 같은 경우 굳이 저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는 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드라마틱한 쎈 언니 이미지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그런 거 같은데 사실 너무 요란하다. 좀 더 어울리는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대로 가다가는 대하 장편 사극같은 걸 찍어야 될 판이다.

약간 다르지만 에펙스가 snapshot 같은 곡에서 뜬금없이, 하지만 매우 스무스하게 뮤지컬같은 걸 하는 걸 생각해보면 이렇게 너무 '맘 잡고' 자 이제 내가 지금부터 뭔가 보여줄꺼야! 하고 소리를 질러대는 거 같아 약간 민망하다.

미료의 랩을 좋아하긴 하지만 미료의 인기가 좋아지다 보니 그런 건지 랩의 비중이 너무 늘어갔고 그 때문에 전체적인 발란스가 깨졌다. 랩 음악에 코러스를 얹든지, 보컬 음악에 랩을 양념처럼 넣든지 둘 중 하나 일텐데 이건 이도 저도 아니어서 둘 다가 조금씩 걸린다. 원래의 균형을 유지하고 미료 솔로를 더 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브아걸은 멤버 각자의 목소리가 참 매력적인데 그걸 다 묻어버렸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20130729

에펙스를 듣다

EP가 나오는 줄 알고 있었는데 12곡 정규 음반이었다. 여튼 종일 듣고 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음악 자체는 이전에 나온 Electric Shock가 더 마음에 든다. 하지만 이번 음반은 듣고 있자니 에펙스 애들이 점점 좋아지는 거 같다. 무슨 재주지. 꽤 다양한 방식의 실험을 하고 있고 약간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위로 뭔가가 흐른다. 1번곡 부터 차례대로 듣다보면 이런 저런 우여곡절들이 지나가고 마지막 곡 Ending Page 후반부에서 빅토리아인가 루나인가가 에에에~에 에에에~에 하는 코러스가 샤악- 하며 나타나는 때 쯤 되면 나름 감동을 받게 된다.

20130726

서울 북동부의 천들

요즘에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하니 천변에 나가게 된다. 도심 골목을 돌아다니는 것도 재미는 있고 예전엔 겁도 없이 차도를 훑고 다녔는데 요새는 무서워서 잘 못하겠다. 아무래도 자전거길 따라 쭉 가는 게 편하다.



집에서 나가 진입할 수 있는 천은 우이천, 중랑천, 청계천, 정릉천, 성북천이다.

위 지도에서 광운대학교 위로 보이는 게 우이천이고, 북에서 남으로 가장 길게 뻗어있는게 중랑천이다. 한양대학교 위쪽으로 신답 거쳐 나가는 게 청계천인데 자전거길은 용두역에서 끊겨있다. 그리고 제기동역에서 월곡역으로 보이는 게 정릉천, 보문역에 짧게 있는 게 성북천이다.

지도 오른쪽 끝 진건보금자리 옆에 보이는 건 왕숙천인데 아직 저기는 안 가봤다. 저 줄기를 따라 내려가면 남양주를 옆으로 돌아 강동대교 지점에서 한강과 만난다. 그렇게 멀지는 않은데 밤에만 타다보니 모르는 길을 넘어갈 엄두가 안나서 못 가고 있다.

집에서 출발해 삼육대학교 거쳐 왕숙천으로 들어가 강동대교로 한강, 서울로 방향을 틀어 아차산역, 군자역 지나 중랑천으로 진입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대략 35km니까 두 시간 정도 걸릴 거 같다. 언제 안 더울때 가봐야지.


여튼 한강이야 뭐 워낙 넓고 크고 가끔 둔치에서 놀면 보이는 풍경과 똑같으니 별다른 감흥은 없다. 그저 기반 시설들이 잘 되어 있으니 편하다 정도. 천들은 약간 다르다. 물론 물이 느리고 얕아서 냄새가 잘 나는 단점이 있다. 자전거 도로도 좁아서 산책하는 분들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중랑천의 경우 한강 정도는 아니지만 꽤 넓은 편이다. 여기서 넓다는 건 강폭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천변의 이미지가 더 크다. 아무래도 사람은 천변으로 지나가니까 그곳의 인상이 많이 남는다. 운동기구도 많고 아파트도 꽤 멀리 있다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달리게 된다.


한양대에서 올라가는 청계천 구간은 꽤 어둑어둑하다. 가는 길 내내 머리 위쪽 고가도로에서 자동차가 흔들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주변도 한쪽은 한양대고 나머지는 공장, 뭔지 알 수 없는 곳 등등이라 밤에는 그냥 컴컴하고 바람도 잘 안 분다.

위 지도에 보면 한양대 오른쪽이 그냥 하얗게 비어 있는데 스카이뷰로 보면 이런 모습이다.


서울특별시 중랑물재생센터라고 되어있는데 정화조와 분료를 처리하는 공장이라고 한다.


보문동 옆의 성북천은 길도 짧지만 꽤 아기자기하다. 주거지 - 도로 - 천이 알맞은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데 예전에 복개천 있던 시절의 비율과 비슷해 익숙한 느낌이 드는 풍경이다. 보문동 근처는 구시가지라 예전 한옥같은 것도 남아있고 그런데 주변이 한적하고 천도 있고 그래서 인지 슬슬 분위기 좋아보이는 카페도 몇 개 들어서 있고 그렇다.


정릉천이 꽤 재미있는 데 여긴 바로 옆에 아파트 건물들이 매우 가깝게 잔뜩 들어서 있고 둑이 높게 쌓여져 있다. 멍하니 지나가다 보면 그 갭이 꽤 재미있다. 여기 좀 좋아한다.

 

심심해서 찾아본 옛날 이야기. 위의 천들 중에서 조선시대에 성 안을 흐르던 청계천을 제외하고(거기다 그건 자연천도 아니다) 나머지는 동대문, 동소문 바깥에 있던 천들이다. 동소문은 지금 혜화동 로타리에서 돈암동 넘어가는 곳에 복원되어 있지만 위치가 약간 다르고 원래 자리에는 표석이 설치되어 있다. 일제시대 때 그 주변에 여기저기 길을 새로 내면서 지도가 많이 바뀌었다.

동소문은 홍화문이라고도 했고 혜화문이라고도 한다(임진왜란 후 영조 때 복원되었는데 그때는 현판을 혜화문으로 달았다). 보통 문들은 문루 천장에 용을 그리는데 동소문은 봉황을 그렸다. 그 이유는 혜화문 바깥 삼선교, 돈암동 일대가 원래 울창한 삼림지대였는데 새들이 많이 모여 농사에 피해를 줘서 새들의 왕 격인 봉황을 그렸다고 한다.

원산에 가려면 동소문을 나가 올라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여진과의 교통로의 시작이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병자호란때는 그 코스로 침입을 당했다. 자전거타고 의정부 쪽으로 올라가 보면 알겠지만 좌로는 북한산과 도봉산, 우로는 수락산과 불암산이 가로 막고 있기 때문에 산을 넘을 생각이 아니면 길은 하나 밖에 없다.

65

겸재 정선이 그린 동소문.

20130724

비는 계속 내린다

1. 어제가 중복이자 대서였다고 한다. 대서는 개뿔. 장마는 끝이 없다. 그래도 오늘 밤은 잠깐 비가 소강상태길래 자전거나 타다 왔다. 역시 강변, 천변으로 나가지 않고 공도와 골목을 돌아다니면 평균 속도가 15km/h 정도 선이다. 골목에서 누군가 튀어나오거나 할 거 같아 더 빨리는 무서워서 못 가겠다.

2. 칸예와 제이지의 새 음반을 들었다. 칸예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 거 아닌가 / 제이지는 생각나는 건 있는 듯 한데 재미가 없다 정도로 들었다.

3. 중복이라고 삼계탕을 먹었다. 혼자 가니까 그냥 KFC가서 한 만원어치 사먹어야지 생각하면서 지하철을 탔는데 초복 때 맥도날드에서 상하이 스파이스 버거를 먹었던 게 생각났다. 그래서 그냥 삼계탕 집으로. 명동에 있지만 점심 / 저녁 식사 시간이 아니면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고, 외국인 손님이 많은 삼계탕 집 하나를 꽤 좋아하는데 역시나 중복이라 그런지 밤 8시에도 사람이 많았다. 친절했다고 하긴 좀 그래도 혼자 온 손님도 잘 받아줬다.

4. 전반적으로 삶에 너무 힘이 없고, 너무 재미가 없다.

5. 바닷마을 다이어리(요시다 아카미 작)는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20130721

매미가 죽다

장마가 잠시 동안 소강상태에 접어 들었지만 자전거는 정상이 아니라 오래간 만에 마포대교나 건널까 싶어 걷기 시작했다. 염리동 뒤편 조용한 건널목에서 멍하니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도로에 툭하니 뭔가 떨어졌다. 매미다. 계속 울어대며 안간힘을 쓰는지 툭하면서 한 번씩 튄다. 찌르르르르 툭 찌르르르르 툭... 이윽고 움직임이 멈추고 조용해졌다. 승용차 두 대와 트럭 한 대가 지나갔지만 용케 매미는 피해갔다. 하지만 오토바이 하나가 차선을 바꾸면서 고스란히 밟고 간다. 7년을 기다렸던 그의 마지막 날.

20130714

자비없이 비가 내리는 7월 12일부터 7월 14일

1. 어제 오늘 비가 꾸준히 그리고 많이 내리고 있다. 오늘 낮에는 찌뿌둥하게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고 안 내리는 것도 아닌 습도가 이어지더니 지금은 마구 퍼붓는다.

2. 어제 밤에 기계 우동집에서 우동을 먹는데 TV에서 비타민 약제의 과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균형잡힌 식사를 하는 현대인은 비타민이 모자를 리가 없다나. (이런 이야기에 너무 울컥하는 경향이 있기는 한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학자들은 편의점 밥만 던져주면서 서울 어디 구석 반지하 원룸에 쳐 넣어버리고 싶어진다(비슷한 심보로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는 학자들을 나이지리아나 콩고에 던져버리고 싶다). 옛날 대서양 횡단 선원들처럼 괴혈병이나 걸려라.

안정된 소득을 확보하고 있는 이들은 이미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올바른 비타민 출처에 대해 알고 있고 그러므로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안정된 소득이 없는 사람들은 이미 균형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고 비타민 약제 구입을 두고도 한참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므로 저딴 방송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

3. 그런데 투덜거리며 신나게 우동을 먹고 나서 계산을 하려고 보니 지갑이 없었다... -_- 다행히 자주 가는 집이라 아주머니가 내 얼굴을 알고 있어서 어떻게 외상 처리를 했지만 원래 고민 - 우동을 먹을까 / 죠스 떡볶이를 먹을까 / 맥도날드를 먹을까 중 다른 두개를 선택했으면 골치아파질 뻔했다.

4. 그러고 밤에 컴퓨터를 투닥거리고 있다가 지진을 느꼈다. 지진이란 건, 비록 아직은 그 공포가 관념적이지만, 어디 기댈 곳이 없다는 점이 무섭다.

5. 오늘 낮에는 초복이라고 상하이 스파이스 버거를 먹으러 맥도날드에 갔는데 에어컨이 고장이었다. 하지만 바깥은 우중, 습기가 만땅이라 어차피 혼자인데 대충 먹자 싶어 구석에 자리를 잡고 햄버거를 먹었다. 그러다가 콜라를 쏟았다.

6. 3시에 시작하기로 한 회의는 5시 쯤에 사람이 다 모였고 밤 11시에 끝이 났다. 하지만 한 달 째 피곤이 계속되고 있어서 그런지 사고에 맥락이 잘 잡히지가 않았다. 그래서 집에 오는 길에 의성 마늘 소세지를 사먹었다.

20130712

매번 하는 그런 이야기

1. 네이버 뮤직을 훑으면서 몇 가지 노래를 들었다. 예를 들어 아이돌 음악이라 하면 정량화되고 규격화되어 '음악이 듣고 싶을 때 -> 손쉽게 들을 수 있다'하기 때문에 찾아듣는다. 예를 들어 괜찮은 식당을 매번 가는 건 아니니 맥도날드를 찾는 것과 같다. 물론 맥도날드 정도의 수준을 유지해 준다면 그것도 훌륭하기 그지 없을 테다.

씨스타, 달샤벳, 걸스데이, 포미닛, 레인보우, 크레용팝 등등을 들었는데 크레용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요즘 걸그룹 음악에는 필수 레고 블록 중 하나로 고음 부분이 들어가 있다. 이런 부분이 레귤러 파트로 들어가도록 본격적으로 개척한게 소녀시대인지(태연) 카라(한승연)인지 잘 모르겠는데 음악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군무에서 떨어져 혼자 허리를 숙이고 열창을 하게 된다.

이건 '노래하는 기계'라는 인상을 주지 않고, 가창력을 뽐내기 위한 장처럼 작동하기 때문에 잘 짜여져있는 기존의 틀 위를 넘나들게 되는데 이런 부분이 기본적으로는 꽤 거슬린다. 하지만 뭐 또 그런 걸 원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라는 거 정도는 인식하고 있으므로 그려려니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면 최근 몇몇 노래들의 경우 그게 너무 과하다. (물론 안들리지만) 셋! 둘! 하나!를 카운트하며 숨을 고르면서 시작해 볼까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2. 헨리(슈쥬 멤버라고) 노래가 꽤 괜찮길래 방송도 봤는데(음악 방송도 봤는데 저번 주에 해피투게더도 나왔다) 방송은 그냥 그랬다.

3. 리오 케이코아 노래 다른 걸 들어봤는데(So Good) 거기에도 예은(원더걸스)이 나온다. 객원 보컬인가?

3. 브아걸 Recipe는 뮤직 비디오는 안 나온건가? 예전 브아걸 풍이 생각난다. 반갑다!

4. 2NE1의 Falling in Love는 잘 모르겠다. 박봄 얼굴하고 금색 지바겐만 보인다.

5. 내가 들을 수 있는 남자 아이돌 음악의 한계는 재범이 정도인 듯.

20130710

습기

1. 습도가 끔찍하게 높다. 비가 안 오고 + 남부 지방이 폭서라고 하니 더 그런 거 같다. 그러고보면 최근 울산과 포항이 기상 이변(여름엔 지나치게 덥고, 겨울엔 지나치게 춥다)으로 자주 이름을 올리는 거 같다. 오늘은 포항이 36.1도를 기록해 영남 지방 넘버 원을 기록했다(대구는 35.9도). 대기의 흐름에 뭔가 변화가 있는 게 아닐까.

2. 비가 안 오길래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한강 쪽으로 나가려다가 보니 우이천과 중랑천 연결되는 곳에 진흙이 잔뜩 쌓여있고, 물이 고여있고, 천이 살짝 넘치고 있고(석계역 아래 물과 길의 높이 차이가 거의 없다), 냄새도 많이 나고(비가 안 오고 습하니까) 해서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다.

골목을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다보니 꽤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건 한강을 넋놓고 달리는 게 아니라 이런 거였지 하는 기억이 이제야 든다. 여튼 재미있겠다.

3. 포천에 동물원이 생긴다고 한다. 평범하고 알맞게 지루한 국립 / 시립 동물원을 좋아하는데 보아하니 그런 분위기는 아닌 듯.

4. '술 한잔 인생 한입'이라는 만화를 세 권(3, 5, 8권) 봤다. 약간 짜증나는 구석이 있기는 한데 먹을 거 이야기는 재미있다. 간단한 요리 레시피가 몇 가지 나와있길래 마음에 드는 건 사진으로 찍어놨다. 나중에 만들어봐야지.

5. 계란 말이를 만들어봤는데 영 별로. 지독하게 짜고, 차갑게 식어있고, 말라 비틀어졌고, 딴딴한 계란 말이를 좋아하는데 구현이 잘 안 된다. 안 짜고, 따뜻하고, 푹신푹신한 계란 말이가 만들어져 버리는 바람에 실망했다.

20130707

자전거 허브 베어링 청소

몇 달 전에 이럴 거면 프라모델을 다시 만들어볼까 하고 한참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문제가 좀 있는게 개인적인 관심사는 오직 박스를 뜯고, 부품을 하나하나 집어, 조립하는 것까지에만 있다. 로봇이나 자동차 모형, 도색과 전시에는 전혀 아무런 관심도 소지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가격을 주고 프라모델을 구입하는 게 뭔가 아깝다. 두부김치에서 돈은 다 내놓고 두부는 필요없는 꼴이다.

여하튼 그렇게 그냥 지나갔는데 요새 자전거를 붙잡으면서 분해와 조립의 무아지경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 가신다. 다행이다. 하지만 이건 손이 너무 지저분해지고, 장비와 기타 등등이 점점 더 필요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동생이 자전거를 처음 줬을 때부터 앞 바퀴가 잘 구르지 않고 삐걱삐걱거리는 문제점이 있었다. 인터넷을 막 검색해보고 이것은 허브와 베어링의 문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img_993260_22095884_3[5]

오렌지색으로 표시한 저 부분이다.

KF-127F.eps

이런 식으로 생겼다. 구멍 뽕뽕 뚫린 부분에 바퀴살이 들어가 고 가운데 나사 달린 부분은 빙빙 돈다. 보통 물이나 먼지가 들어가면서 윤활제가 빠져나가면서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여하튼 그래서 일단 뜯었다.

 

2013-07-07 13.11.19-1

앞바퀴다. 프라모델과 다른 점은 부품이 크고 무겁고 번거롭다는 점이다. 오른쪽 흰색통은 두부통인데 챙겨놓고 있으면 유용하다. 뭐든 없어지면 골치 아파진다.

 

2013-07-07 20.21.21

뜯어내니 이런 모습이 보인다. 쇠구슬이 양면에 9개씩 18개가 들어있다. 잘 안보이지만 안은 너저분하다.

2013-07-07 20.28.40

이런 구슬이 들어있다. 깨끗이 닦아낸다.

2013-07-07 20.28.30

그리고 나서 구슬에 윤활제인 구리스를 발라주고 다시 재결합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게 다시 결합할 때는 알맞은 유격을 확보하면서 꽉 조여줘야 한단다. 즉 바깥쪽에 볼트 나사가 두 개 있는데(콘너트와 락너트라고 한다) 그걸 서로 가능한 붙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두 개의 공구가 필요하다. 하나는 맨 위 사진에 나와있는 몽키 스패너. 그건 있다. 또 하나는 15mm 스패너다.

wjsrj gjqm

얼마 전 빌렸던 공구 중 아래 놈이다... 저렇게 얇은 두께여야 사이에 들어가 고정을 시켜줄 수 있다...

p4pb7353870

이런 모습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돌려줬다... 즉 없다... 망했군 -_-

위 사진처럼 좋아 보이는 건 지금 당장은 어려울 테니 좀 찾아봤더니 다이소에서 자전거용 스패너가 나온 적이 있다.

daiso-1500a_twophase

약간 징그럽게 생겼지만 1,500원이다. 다이소 만세... 그렇지만 좀 더 찾아보니 요새는 안 나오는 거 같다...

일단은 다시 가조립을 해놨다. 뜻대로 되는 게 없어 ㅜㅜ

20130706

벌써 토요일

1. 1시 30분이니까 토요일이다. 이번 주에는 자전거를 너무 많이 탔다. 100km를 넘긴 거 같은데. 이래 가지곤 문제가 있다. 계획대로 가야 한다. 그건 그렇고 아무래도 올해 갈 일이 없을 거 같아 자전거로 강화도 무슨 해수욕장(검색하면 하나 나온다)이나 가볼까 하고 찾아봤는데 갯벌 밖에 없다고 한다.

한 10년 전 쯤에 바다를 보겠다고 아산만에 간 적이 있다. 인천은 마땅한 게 없을 거 같고, 동해는 너무 멀고하니 사정이 허락하는 약간 남쪽으로 고른 거였다.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시외 버스 같은 것도 타고, 지방 버스도 타고 막 그렇게 갔다. 도착해서 본 건 거대한 갯벌이었다. 바다는 커녕 물도 하나 없드만.

슬퍼하다가 신촌으로 돌아와 후배를 불러 횟집에 갔었다. 이후로 근교 서해 바다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이후 약간 경험치가 쌓였는데 영종도의 을왕리가 제일 쉽고(월미도를 거쳐 가면 배타는 즐거움도 일정에 넣을 수 있다) 그게 지겨우면 안산 아래 화성에서 대부도, 선재도를 거쳐 영흥도에 가면 된다. 이 세 섬은 육지부터 차례대로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영흥도 서쪽 맨 끝으로 도로를 따라가면 장경리라는 해수욕장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십리포라는 해수욕장도 있다. 여기만 가도 얼추 제대로 된 바다 느낌이 난다.

차로 가는 게 물론 좋지만 대중 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는데 지하철로 오이도역까지 가서 790번을 타면 된다. 선재도-영흥도에는 바지락 양식장이 큰 게 있어서 그런지 바지락 칼국수 집이 많다. 좀 큼지막한 식당에 가면 되고 꽤 맛있다. 반찬으로 간장 게장 한 마리를 준다. 매우 좋음.

 

2. 어디 멀리 좀 가고 싶어서 요새 자전거 여행기를 계속 보고 있다. 대마도 여행기를 한참 봤고(산이 너무 많아서 안 되겠드라), 시코쿠 여행기도 한참을 봤다. 이외에 대전 가는 길, 대구 가는 길 같은 걸 지도 열어놓고 막 외운다... 그런 순간 좀 우울하다.

 

3. 아무래도 뭐가 좀 꼬인 거 같은데 신경 안 쓰기로 했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을 붙잡고 있어봐야 별 수도 없다.

20130704

7월 3일이다

1. 이전 포스팅과의 사이에 딱히 한 일은 없다. 당분간은 기계처럼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2. 텀을 두고 자전거 - 런닝을 반복하려고 했는데 장마 기간이라 어떻게 될 지를 몰라 또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2013-07-03 23.20.20

중간에 길을 잘 모르거나 쉴 곳을 찾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충 이 정도다. 잠시 쉰 다음 페이스가 뚝 떨어진 걸 볼 수 있는데 쉰다 하면 점점 디비져 눕게 된다. 그리고 뭘 자꾸 먹는다. 오늘은 뚝섬 미니 스톱에 갔다가 앞 사람이 라면을 사 먹는 걸 보고 이를 어쩐다 한참 고민을 했다.

3. 자전거를 타다 보면 추월도 하고 추월을 당하기도 한다. 슬렁슬렁 가는 이들 빼고 어차피 대부분 나보다 빠르기 때문에 그려려니 하는데 미니벨로한테 추월당하면 역시 신경쓰인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왜 저런 속도가 안 나는 걸까 고민한다.

물론 내 체력도 그렇고, 타고 있는 건 미니벨로 중에서도 중하급 모델이고 첼로 스프린터나 티티카카 스피린터만 해도 무지하게 빠르다고 알고 있다. 그래도 로드가 따라잡으면 그려려니 싶은데 미니벨로가 따라잡으면 저건 뭐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앞바퀴가 잘 안돌아가는 것과 핸들바가 찐따인 거, 앞 크랭크 기어가 잘 안 먹는 등 메커니컬한 면 말고 아직까지 이 모델에 딱히 불만은 없는데 다만 미니벨로의 특징상 바닥이 안 좋으면 엉덩이가 너무 아프다. 며칠 전에는 애들 셋이 슬렁거리길래 추월을 하자마자 비포장 부분이 나와서 하마터면 날아갈 뻔했다.

4. 하지만 이왕 철티비에서 미니벨로로 턴했으니 관심이 가는 여러가지 모델들이 있다.

img_993260_22095884_3

예를 들어 지오스 판토.

 

001

비앙키 미니벨로 9

뭐 말이 그렇다고.

5. 조만간 마음이 내키면 동구릉, 팔당댐, 오이도를 가볼 생각이다. 지도를 보며 루트를 외우고 있다.

6. 뚝섬에 갔더니 인공 암벽장이 있고 사람들이 암벽을 타고 있었다.

2013-07-03 21.35.32

샥샥 올라가는 게 정말 재미있어 보인다. 보니까 레이저 포인터로 잡거나 밟아야 할 손잡이를 지정해 준다. 코스에 따라 난이도가 다르겠지만 꼬마 여자애가 쑥쑥 올라가는 거 보면 신기하다.

암벽장 이용과 강습은 무료인데 장비는 자기가 들고 와야 한다. 그리고 암벽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보험 미가입자는 1일 6~7천원 정도 되는 단기 보험을 든다. 찾아봤더니 사야되는 게 꽤 된다. 안전벨트, 헬멧, 하강기, 카라비너, 암벽화, 초크 등을 사야되는데 초보자용 키트의 경우 대충 5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뭐든 스타터 비용 가격은 비슷하군.

7. 이집트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이슬람 국가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내 상식의 잣대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꽤나 많기 때문에 일단은 사람 안 죽고, 평범한 시민들이 마음아플 일이 가능한 작기를 바랄 뿐이다.

8. 며칠 전에 구조와 개인에 대한 트윗을 봤는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구조가 어떻게 되도 나쁜 개인들이 있는 한 구조탓만 하면 안된다 뭐 이런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는 현대적 개인의 역량을 매우 낮게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나같은 사람이야 구조의 미천한 일부지만 어떤 사람은 손으로 하늘을 다 가릴 수도 있고 그러므로 이미 구조다. 어떻게 그런 개인이 존재하는가가 문제인 상황에서 엄한 '사람'탓이나 하고 있으면 그야말로 깝깝한데.

20130702

7월이다

1. 주말에 소나기가 내리더니 세상이 드라마틱하게 습해졌다. 이 급격한 변화는 실로 놀랍다. 돈을 들여서 이렇게 습도를 올릴려면 얼마쯤 들까. 여튼 햇빛은 내리쳐도 그늘에서는 살 만했던, 잠시 좋은 한국의 한 때는 이렇게 끝이났다. 이제 9월 혹은 10월이나 되야 이런 시즌이 또 잠깐 찾아온다. 몸이 녹초가 되고 있다.

2. 그리곤 오늘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이것은 장마비인가 소나기인가. 구름 사진을 볼 수 없는 옛날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구분했을까. 아침에 얼굴에 물이 막 떨어지길래 주섬주섬 일어나 여기저기 창문을 닫았다. '비가 오면 창을 닫아야 한다' 같은 긴장감을 안고 사는 게 참 싫다.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어서 더 싫다.

3. 개인적인 이야기 : 내가 뭐에 민감한가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타인이 내게 보이는 경계심에 민감한 거 같다. 기본적으로 그런 의식이 거의 없고(아, 얘는 피해야겠다 이런 건 좀 있는데 다른 사람에 비해 비율이 높은 지 낮은 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한 세상 모두다 덩실덩실 이런 주의라 그런지 그런 경계심은 거의 없고 지독하게 나쁜 놈 아니면 무슨 상관이랴(그런 이들이야 경계심 없이도 알아본다)하기 때문에 그런 게 나를 향하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 같다.

생각해보면 이런 태도로 인해 바보같은 꼴을 꽤나 당하긴 한다. 여튼 그런 게 느껴지면 여간해서는 됐다, 뭐 그렇담 할 수 없지 하고 곧바로 돌아서게 되는 거 같다. 그런 태도로 인해 잃은 사람이나 아니면 비슷한 다른 게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걸 감수할 가치가 있을까. 감수할 만한 인간이라면 아마 그런 행동을 하지도 않았을 거다.

어지간해선 의심이 없는 개들을 그래서 좋아하는 걸 지도. 역시 재미없는 인간인가.

4. 자전거는 2시간 정도 타면 평속 23km/h 정도 나오고 있다. 스트라바 같은 기록 사이트에서 보면 대충 하위 10~20%사이 정도 순위다. 어차피 그런 순위의 상위권은 불가능하고 지금 자전거의 스펙으로 얼마까지 높일 수 있는가가 관건일텐데 궁금하다. 하지만 다리 굵어질까봐 싫어서 요즘은 설레설레 타고 있다.

5. 도서관에서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 몇 권을 더 읽었다. 요즘같은 날씨에도 읽을 수 있어서...인데 말이 좀 이상하지만 여튼 정말로 그렇다. 하루키 새 소설이 나왔다는 데 너무나 안 궁금하다. 그래도 언제 읽어봐야지.

6. 컴퓨터는 여전히 임시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그래서 영화 같은 건 못 보고 있다.

7. 얼마 되지는 않는다고 해도 일종의 지표 구실은 해주는 구글 광고 수익이 이번 달에 반으로 떨어졌다. 근 3년 만의 최저치이자 이례적으로 낮은 숫자인데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20130629

먼지

방은 더워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온도계는 30도를 가리킨다. 창문과 열기를 쏙쏙 빨아들이는 얇은 콘크리트 벽이 남에서 서로 가는 햇빛을 내 방 벽이 그대로 받아 건물 자체를 익히지만 낮에는 어떻게든 나가기 때문에 집에 잘 없다. 그리고 밤에는 습한 열기 - 이것들은 둥둥 떠다니며 모두를 괴롭힌다 - 만 없다면 큰 문제는 없다. 지금이 그렇다.

장마가 시작된 지 좀 되었지만 (비는 딱 한 번 봤다만) 다행히 아직은 그렇게까지 습하지가 않다. 앞으로 7월과 8월, 길게는 9월 중순 정도까지 습한 열기로 시름시름 앓을테고 그 다음 곧바로 또 온도가 떨어져 오리털 이불을 덥고도 벌벌 떨 계절이 올 거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먼지다. 바깥에 나갔다가 오면서 뭘 그리 짊어지고 오는 지는 몰라도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둬도 이틀이 지나면 책상 위에 얇게 먼지가 쌓여있다. 사일쯤 지나면 심각해진다. 손으로 쓱 쓸면 명백한 두께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창문을 닫을 수는 없다. 어찌될 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삼계탕과 비슷한 상태가 될 거 같다.

여튼 저 먼지를 하루 8시간 씩 꼼작없이 뒤집어 쓰고 있다는 뜻이다. 대략 3년 쯤 살았는데 아마 지금쯤이면 해운대 해수욕장 모래사장 정도만큼 내 폐 안에 쌓여있지 않을까. 뭔 짓을 해도 몸이 시름시름 아픈 건 먼지 탓이 아닐까. 무섭다 먼지. 어디서 오는거냐 먼지.

20130628

티브이

적어도 티브이에서 보는 사람에 대해선 편안하고 평범하고 어질고 착한 내 이웃같은 성품은 관심이 없다. 그런 사람이 주는 평온함은 그냥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므로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상한 사람들 - 사실 그런 이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 에나 조금 관심이 간다. 

그런 점에서 예를 들어 패리스 힐튼이나(요새 안 보이네) 사와지리 에리카에 대해 싸가지 없어서 싫어 등등의 말을 하는 건 잘 이해가 안 간다. 

물론 내 친구가 그렇다면 골치가 좀 아플 지도 모르겠지만 사와지리가 싸가지가 있든 말든 어차피 화면 안에서나 볼 사람이고 내 친구 따위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되는데(우리나라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왜 그게 신경쓰이는 지 잘 모르겠다. 

주변 지인의 싸가지없음 만큼 신경이 쓰이는 건가? 아니면 계도해서 새 사람을 만들고 싶은 건가? 혹시나 만나 친구가 될 지도 모르니 그 전까지 싸가지 없음이 사라지길 바라는 걸까?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이니까 뭔가 배울 거라든가 모범을 찾으려는 걸까? 옆에 사람에게서도 못 배우는 걸 왜 티브이에서 찾아. 과연 뭘까나...

20130627

스틸 어라이브

1. 쓸데없는 소리는 이제 '의식적'으로라도 그만해야지 싶다. 언제부터 이러는 거지... 를 곰곰이 생각해 보다.

2. 에디 슬리만의 리조트 사진은 예쁘장하게 뚝뚝 떨어져있다. 그게 뭔가 기분나쁜데 내 편견 탓인가 생각해 보고 있다. 편견의 제거는 꽤 어렵다. 그러면서 타인에게 편견의 제거을 요구하고 있다니 그것도 나름 부당하다.

3. 패션 화보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는 구석구석까지 콘트롤 된 결과물을 보는 거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건 정교한 지도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물론 반대의 입장, 즉 들여다 봄을 당하는 모델의 입장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라이브보다 정교하게 통제된 스튜디오 음반을 좋아하듯이 스냅샷이나 스트리트샷보다는 스튜디오샷이 좋다. 하지만 역시 그런 것은 길거리 특유의 생동감이 없고 또한 적나라하다. 그건 그것대로 무서운 일이다.

4. 제대로 된 물건을 구입하고, 그것들을 갈고 닦으며 쓰고 싶다. 그런 경험이 끝나버린지 대략 십 년은 지난 거 같다.

5. 뭐 여튼 그러하다. 떠든다고 뭔가 나타나지 않고, 침묵한다고 뭔가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해 왔는데 꼭 그렇치만도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최근 한다. 하지만 그런 설레발은 내가 지닌 재주가 아니기도 하다. 멋대로 틀어지는 걸 보는 건 언제나 즐겁지 않지.

6. 왜케 오타가 많이 나... 타이핑 어려워.

20130625

크랭크셋


페달이 달려있는 부분의 톱니를 크랭크라고 하는 거 같다. 반듯한 프레임이나 뒷바퀴의 카세트도 괜찮지만 자전거는 저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 다 합쳐놓은 완결체 자전거의 모습은 사실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다. 폭이라는 게 없으니 두툼함이 주는 안락함이 없다.






여차하면 좀비와 싸울 때도 써먹을 수 있을 거 같다. 요즘은 이런 사진을 멍하니 보며 시간을 떼운다. 매장을 찾아가면 조금 더 실감나겠지만 그런 일을 할 정도로 친한 샵도 없고, 또 가서 보는 에너지와 사진을 보는 에너지를 비교해봤을 때 더위라는 변수를 고려하면 그렇게 득도 없고...

최후의 끽연자를 읽다

츠츠이 야스타카(쓰쓰이 야스타카)의 '최후의 끽연자'를 읽다. 순전히 제목 때문이다. 단편선집이고 번역본은 2008년에 나왔다. 원래 단편들은 '최후의 끽연자'만 1987년작이고 나머지는 1970년대 작품이다.

특유의 오두방정이라할까 그런 건 여전하다. 단편이라 꾸역꾸역 밀고 나아가기 보다는 순간의 상상력에 의존한 게 약간 아쉬웠지만 단편선집을 붙들고 할 소리는 아니다.


'야마자키' 중간에 이렇게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이런 거 약간 좋아한다. 뮤지컬은 너무 화려하고 스펙타클해서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영화용 뮤지컬이나 예능에서 뜬금없이 뮤지컬이 나오는 장면은 꽤 좋아한다. 일상->비일상으로 넘어가는 순간 주변 공기에 드리워지는 약간의 어색함과 주연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움은 언제봐도 두근거린다. 

책의 경우엔 주변의 모습을 동시에 재현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만큼 도드라지진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넘어갈 때는 역시 흥겹다.

20130621

농담

농담이니 여기에 적는다. 돌체와 가바나가 감옥에 간다고 한다. 탈세인가 뭐 그렇던데 한 명은 1년, 한 명은 6개월인가 그렇게 봤다. 정확하진 않다. 돌체는 시칠리아 출신이고 가바나는 밀라노 출신이다. 시칠리아 출신하면 역시 대부가 떠오르고 돌체는 또 그렇게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돌체와 마피아와의 관계는 혹시나하고 검색해봐도 나오는 게 없다. 도메니코 말고 다른 돌체 중에 마피아 보스 같은 사람이 예전에 있었는지 그 사람만 나온다.

여하튼 돌체가 감옥에 간다니까 뭔가 패밀리가 그들의 가족을 보살펴주고, 출소하는 날은 베레모를 쓴 뚱뚱한 아저씨들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환영을 해줄 거 같다. 대부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편견은 잘 안 없어진다.

 

씨엘이 나는 나쁜 계집애 어쩌구 하면서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안락해 보이는 거리 구석에서 꽤 좋은 옷을 차려 입은 펠로우들과 춤이나 추고 있는 동안 헬로비너스는 방긋방긋 웃으며 나 왜 집에 안데려가냐 ㅂㅅ 오늘 재워줘 하는 노래를 부른다. 씨엘의 문제점은 그 자리부터 시작이 아닌가. 이에다가 금니 끼운다고 나쁜 계집애가 되는 게 아니잖아.

 

더우니까 자꾸 뭘 잊어버린다. '분실'은 익숙한 체험이 아니다.

 

더워서 데스크탑을 켜지 못한다. 그래서 노트북만 쓰는데 그렇기 때문에 음악과 단절되어 있다.

20130618

The Wire를 다 봤다

The Wire 시리즈를 다 봤다. 사실 시즌 2는 안 봤는데 굳이 급하게 볼 필요는 없을 거 같고 언제 시간이 좀 나거나 하면 보든가 할 생각이다. 이제 와서 이걸 '충격적'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여튼 복잡하게 꼬인 일상의 모습들이 재미있었다.

사실 연기자들의 프로필들을 찾아보며 화면의 모습과 대조해 보는 게 가장 재미있었고, 그 다음은 볼티모어 경찰의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예산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전자의 경우 예를 들어 에이본 박스데일의 경우 역을 맡은 배우는 우드 해리스다. 1969년생 시카고 출신으로 아버지는 버스 드라이버였다. 노던 일리노이 대학에서 시어터 아트 부분 학사, 뉴욕대학에서 석사를 받았다. 뉴욕대를 다니던 중 농구 드라마 Above the Rim에서 투팍의 상대팀 선수역을 하며 메이저 데뷔를 했다.

뭐 정말 갱단 출신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성실히 연기를 공부한 이들이고, 그런만큼 꽤 잘들 해 낸다.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곱게 자라다가 안타깝거나 / 웃기거나 / 기가 막히거나 / 황당하거나 등등의 하위 삶을 직간접으로 접하게 된 경우 양상은 꽤 다양하다. 그러다가 문학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창작의 길로 접어든 경우 이런 것들이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뭐 사실 운동권이 된다든가, NGO에 들어간다든가 해도 양상은 비슷하다.

이 경우 가장 짜증나는 타입은 자신이 곱게 자랐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일체화시켜 버리는 경우다. 능력이 출중하다면 어디에선가 환호도 받겠지만 따지고 보면 이도 저도 아니고 별 쓸모도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내부자의 다큐만이 훌륭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어차피 이 문화의 소비자는 또한 대부분 곱게 자란 이들이다.

그러므로 이 중간 어디쯤에 자리를 잡고 균형을 잡는 정도가 알맞은 역할일텐데 훌륭한 결과물은 찾기가 어렵다.

 

더 와이어의 경우 경찰 출신과 언론인 출신이 쓴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거리의 삶과 마주쳐 봐야 차창 밖 풍경인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중산층과도 다르고, 마약 중독자나 코너에서 약을 팔고 있는 조직에 속한 이들과도 다르다. 양쪽 모두에 속하지 않지만 양쪽 모두의 삶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선택한 방식은 이러쿵 저러쿵 결론을 향해 달리지 않고 끊임없이 연속되는 '이런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였다. 이게 과연 좋은 방식인가... 하면 잘 모르겠다. 찜찜한 구석이 명백히 존재한다. 하지만 히트를 치고 시즌 5까지 꽤 많은 이들의 생계를 책임져 줬으니 좋은 일 아닌가라면, 그 점에서는 물론 옳다. 어차피 자본주의는 이 마지막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나.

노래들

1. 투개월 예림양이 솔로 음반을 냈다. 올라잇(All right)과 컬러링 두 곡을 밀고 있는 듯.

예림아 이제 프로의 세계잖아... 라고 말하는 듯한 올라잇의 티저가 있었는데 MV 본편은 아직 안 나왔다. 오피셜 Lyric 비디오라는 약간 이상한 장르의 MV가 하나 있다.

좀 너무 고만고만해서 아깝지 않나... 싶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2. 백아연도 솔로 2nd EP가 나왔다.

아... 제와피...

 

3. 원더걸스의 예은은 리오 케이코아라는 그룹의 '줄 수 있어'라는 곡의 피처링을 했다. 양동근도 참여.

 

그리고 원더걸스의 유빈은 아이비의 신곡 'I Dance'에 참여했다.

 

아... 제와피 ㅜㅜ 예은은 잘 모르는 팀 피처링에 참여했는데 존재감이 나쁘지 않다. 예은 정도면 좀 더 큰 프로젝트를 해도 되지 않을까. 선예에 묻혀있기는 했지만 그냥 저렇게 지나가긴 좀 아깝다. 잘 어울리는 곡을 만나(작곡도 하든가?) 좋은 솔로라도 선보이면 좋겠다.

요즘 공중파 예능도 하나 하고 있는데 그렇게 착한 방송도 좋지만 좀 더 전투적인 방송에 뛰어들어봐도 잘 하지 않을까 싶고. 예전부터 보면 곧잘 괜찮게 하던데..

유빈은 잘한다 못한다를 떠나 여튼 독특하다. 물론 걸그룹 출신 여성 래퍼라는 게 한 길을 진득하게 파는 게 어렵긴 하지만 만약에 유빈이 저 길을 계속 파고 들어갈 수 있다면 과연 종착점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비 곡에서는 기합이 빡 들어가 있네.

20130617

발견된 문제점들

요즘 자전거를 종종 타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링크) 새로운 자전거가 생겨 시험 운행을 해봤다. 뭐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내 손에 들어온 건 삼천리 자전거의 바운스라는 놈이다. 빌려온 공구로 조립을 했는데 처음이라 대체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하는 놈들이 많았다. 몸에 맞게 튜닝을 해야하지만 일단 부품들은 모두 제자리에는 들어간 것 같다.

광운대 입구에서 출발해 반포대교 북단까지 왕복해서 총 38km, 2시간 정도 걸렸다.

1. 핸들바를 너무 낮게 달았다. 안장과 높이가 안 맞는다. 뭔가 발란스가 좀 이상해서 타는 동안 허리, 다리, 팔, 목 등등 온 몸이 아프다.

2. 조금 가다가 체인이 풀리더니 크랭크 커버가 깨지며 떨어져 나갔다. 체인은 다시 꼈는데 크랭크 커버는 나사 붙이는 부분이 다 깨져있다. 일단 떼어내고 크랭크 커버 없어도 달릴 수는 있으니 계속 갔다. 다만 덕분에 다리에 기름때가 계속 튀었다. 크랭크 커버는 역시 구해야 겠다.

3. 앞쪽 크랭크 기어가 안 먹는다. 단을 바꾸면 체인이 풀린다. 처음에는 멈춰서 다시 결합했는데 풀렸다가 요령껏 패달링을 하면 다시 껴진다는 건 알았다. 언제 다시 껴질 지, 그리고 다시 껴질 때 1단일지 2단일지는 복불복이다. 여튼 정상은 아니다.

5. 뒤쪽 기어는 그래도 작동은 잘 하는 편인데 반응이 매우 늦다.

4. 앞바퀴 쪽에서 끼익끼익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난다. 저속일 때 소리가 더 크고 뭐가 문제인가 가만히 집중해 보면 바퀴가 도는 데 약간의 마찰이 느껴진다. 원인은 미상.

5. 밝은 전조등을 앞 방향으로 비추며 달리는 자전거가 건너편에서 오면 아무 것도 안 보인다. 하이빔을 키고 달려오는 자동차를 마주보는 것과 같다. 여튼 중간에 어두운 부분이 많아 전조등은 달아야 겠다. 후미등은 있는데 괜찮게 작동한다.

6. 핸들 그립의 고무가 오래되서 그런지 너무 끈적거린다. 비누와 치솔로 닦아봤는데 별로 나아지는 건 없음. 교체해야 할 것 같다.

 

대충 이 정도.

자전거를 타며 '운동'을 할 때 조깅을 할 때와 다르게 느껴지는 애매한 기분이 뭘까 곰곰이 생각을 해 봤다. 런닝의 경우 똑같은 코스를 계속 뛰면서도 어떻게 페이스를 유지할 것인가, 이번 기록은 몇 분 안으로 할 수 있을까 등등을 생각한다.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이런 거지만.

하지만 자전거는 일단은 '운송 수단'이고 이렇게 계속 가면 부산도 나온단 말이지(달리기에 비해 실현의 가능성이 훨씬 크다) 따위 생각을 하다 보니 자꾸만 멀리, 그리고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가보려는 욕심에 사로 잡힌다. 결국 운동은 뒷전이고 새로운 길에 접어들고 루트를 발견하는 즐거움에 몰두하게 된다. 아무래도 문제는 이 부분인 듯.

그래서 당분간은 여기저기 안 돌아다니고 20km를 기준으로 시간을 단축하는데 몰두해 볼 생각이다. 장안교 앞 벤치까지가 대충 10km정도다. 더구나 바로 넘으면 나타나는 청계천과 중랑천이 합류하는 곳, 곧바로 한강과 만나는 부분은 길이 매우 복잡하다. 기어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페이스를 1km가는 데 2분 30초 정도로 유지하는 게 일단은 목표다. 한번 쉬고 나면 눈에 띄게 페이스가 떨어진다.

이것만 하면 좀 심심하니까 2주에 한 번 정도 반포나 여의도까지 가서 좀 뒹굴다 오고.

20130616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보다

표가 생겨서 CGV 중계점에서 22시 40분 회를 봤다. 다 끝나고 나니 1시쯤. 중계점 처음 가봤는데 나름 화려하고(건축업 종사자 후배군 말로는 요새 신장 개업 영화관들은 저렴한 타일, 화려한 조명이 추세라고) 미쿡풍 폴폴 나는 게 재미있었다. 토요일 오밤중 상영인데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관객이 많은 점도 인상적. 요즘엔 이런 분위기인가.. 백투더퓨처의 한 장면 같잖아.

가증스러운 농담과 신파 스토리가 어울려 한숨이 나거나 닭살이 돋는 순간이 꽤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류의 드라마치고는 무난하게 만들어져 있어 다행히 볼 수는 있었다(부끄러운 거 잘 못본다 ㅜㅜ). 하지만 막판 늘어짐이 너무 굉장해서 어안이 벙벙해지고 앞의 단점 따위 사실 모두 잊혀진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렇찮아도 요새 이름 잘 못외우는데 머리 속의 디비와 불일치가 좀 있어서 누구지... 했던 사람들이 꽤 많다. 이현우의 경우 어디서 봤더라 했는데 런닝맨 나왔을 때(이 영화 홍보로 김수현과 함께 출연했었다) 쟤 뭐지 싶어서 찾아봤던 배우다. 예능 쪽 자주 나와도 괜찮겠던데.

그리고 썰전에서 들은 말 몇 가지도 퍼즐이 맞춰졌다. 그런데 이런 것도 비엘물이라고 하나? 내가 상정하고 있던 그 장르물의 폭이 너무 좁은 건가. 여튼 그런 면으로 시시덕거리는 건 피씨를 꽤나 강조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19] 붙여놓고 버스에서 우연히 본 여자 팬티의 색이나 브래지어 끈 이야기 따위에 낄낄거리는 댓글을 봤을 때의 그 기분이 든다.

여하튼 간만에 극장에서 영화봤다!

20130607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을 보다

다크니스 아니고 2009년에 나온 더 비기닝. 원래는 그냥 STAR TREK이었는데 국내 개봉시 더 비기닝을 붙였다고 한다. 다크니스도 원래 Into The Darkness다. 

내 생애 최초의 스타 트렉이다. 뾰족귀 벌칸을 지나가다 흘낏 본 적은 있지만 그게 전부고 벌칸이라는 이름도, 스팍이니 커크니 하는 것들도 어제 보면서 알았다.

물론 시리즈를 봤다면 뭔가 더 깊은 구석을 알아챘겠지만 큰 무리없이 볼 만 했다. 복잡한 이야기없이 커크와 스팍의 만남이 주된 줄거리고 거기에 시간 꼬임이 아주 약간 등장한다.

중간에 스팍과 우후라의 키스 장면이 나오는데 오리지널 TV 시리즈 방영할 때, 그러니까 60년대 말이겠지?, 스팍과 우후라의 키스 장면이 TV 드라마에 등장한 최초의 백인-흑인 키스신이라고 한다. 그런 걸 생각하면 스타 트렉의 장대한 역사가 약간 실감이 난다.

다크니스를 볼까 싶어서 본 건데 보고나니 오리지널 시리즈가 매우 궁금해졌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을 타는 거면 몰라도 이런 긴 드라마는 보지 않으련다. 보는 동안은 몰랐는데 위노나 라이더가 나온다. 엥? 하고 찾아봤더니 정말이다. 마른건가? 못 알아보다니.

20130606

아돌프에게 고한다를 보다

데즈카 오사무가 주간 문예춘추에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연재한 만화다. 단행본 5권으로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의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취재에서 시작되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립까지 독일 사는 일본인, 폴란드 사는 유태인, 일본 사는 독일인, 일본 사는 유태인, 사회주의자들, 나치스트들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힌 드라마다. 거대한 이슈를 뒤에 물고 있지만 내용 자체는 작은 사람들이 끈질기게 죽어가고, 살아남는 이야기다. 이런 드라마는 '새로움'보다는 자글자글한 '진득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리고 작가가 일본인이라는 점에서 이 자글자글함에 좀 더 복잡한 선이 드리워진다. 그런 점에서 바라보기에도 흥미로운 만화다.

20130605

공의 경계를 다 봤다

空の境界라고 쓴다. 총 8편으로 1~7장까지가 있고 에필로그가 있다. 줄거리가 뒤섞여있어서 끝까지 봐야 이야기의 전체 틀 파악이 되는데 그렇게 복잡하게 꼬아놓은 건 아니다. 이런 중장편이 보통 그렇듯 장마다 제작진이 다르고 그러므로 등장 인물의 얼굴이 미묘하게 다른데 꽤 신경쓰인다.

초반에는 그렇군하고 보다가 모순나선에서 급 재미있어졌는데 그 이후 이야기를 너무 키우는 바람에 좀 이상해졌다. 쿨데레/츤데레/얀데레가 합쳐져있고 인격도 세 개나 되는 주인공 료우기 시키가 후반부에 갈 수록 귀여운 짓을 너무 많이 한다. 이 둘 다 인기가 많아지다보니 그런게 아닐까 싶다.

공의 경계의 좋았던 점은 여주인공이 X데레임에도 남주인공이 멍청이가 아니라는 건데 다 끝나고 보니 남 부럽지 않은 멍청이다. 평화와 평온을 추구하는 레벨이 신지나 쿈 같은 캐릭터와 차원이 좀 다르다.

다 보고 나서 인터넷을 좀 뒤적거려봤더니 5월에 1장이 3D로 나왔다. 그리고 올해 가을에 새로운 편인 '미래복음'(미래복음 서?)이 개봉한다고 한다. 잘 됐다. 혹시 우리나라에도 들어오면 반갑게 봐야지. 료우기 시키와 고쿠토 미키야가 결혼을 해서 애가 있다고 한다... 시키 그럴 줄 알았으무.

20130602

몇 가지를 봤고 몇 가지를 들었다

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을 봤다. 어제 개봉했다.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이런 류의 드라마는 끝없이 나온다. 이는 마치 대중가요 가사가 똑같음 이야기를 계속 하는 거 같아도 매 순간 그에 동감하는 사람들, 가사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끝없이 등장하는 것과 같다. 

인류는 네트가 아니니까 공통지도 공통감도 없는 법. 누군가는 버리고 가지만 누군가는 묵묵히 하던 일을 한다. 자꾸 그걸 잊는다. 


공의 세계를 몇 편 더 봤다. 시키가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상한 거 다들 아는데 자꾸 강조하는 게 이상하다.


헬로비너스, 이효리, 씨엘의 신곡 같은 것들을 들었다. 헬로비너스는 어쩌려는 거야. 이지연/효리/예은이 함께 나오는 방송을 봤다... 음 그 멤버가지고 만든 결과치고는 좀 아쉬웠는데 애초에 그런 재미를 노린 건 아니었으니. 2편으로 나눠 방송하는데 다음회도 볼까 생각 중이다.

20130601

엘리제를 위하여

진짜사나이를 처음으로 봤다. 제대할 때 태어난 애가 아마 지금쯤 학교를 다니고 있을 만큼 시간이 지났는데도 화면을 보고 있으니 뭔가 답답한 기억이 아스라히 떠오른다. 현역이야 그렇다쳐도 대체 저들은 저기서 무얼하고 있는 건가. 방송같은 거로 보는 군대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그리고 택시(김구라, 전현무)를 봤는데 진짜사나이의 류수영과 샘 해밍턴이 나왔다. 포병 부대가 끝났고 어디를 가든 다음 번엔 유격 훈련을 받는단다.

군생활 동안 유격 훈련을 두 번 갔다. 3박 4일인가 그랬던 거 같은데. 사단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판 모르는 '아저씨'들이 조교로 있는 유격장에 갔었다. 결론적으로 내 경우 두 번 합쳐서 정작 훈련을 제대로 받은 시간은 계산해 보니 2일 + 반나절이다. 뭐 이건 못하겠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필사적으로 요령을 피웠으니까. 덕분에 욕 참 많이 먹었지... ㅋ

그런데 '나의 군생활'이라고 하면 그 '2일'이 떠오른다. 유격장 아침 기상 음악이 '엘리제를 위하여'였다. 요즘은 자동차 후진할 때 그 소리 듣기 어렵네. 띠리리리하는 음악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나면 습기가 가득찬 대형 텐트와 침낭, 딱 이맘 때 아침의 쌀쌀한 공기, 덜그덕거리는 온 몸 그리고 산 어디선가 들리는 개구리 울음 소리에 섞여서 들리는 하루를 시작하는 한숨 소리들.

이런 경관은 참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져라 좀.

20130531

미래일기를 보다

만화책으로 좀 보다가 애니로. 얀데레의 표본이라할 수 있는 가사이 유노가 나오는 애니다. 여튼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얀데레 / 츤데레 유행은 필연적으로 멍충이 중2병 남자 주인공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래야 저 캐릭터가 더 생동감을 얻고 빛을 내고 주인공의 각성도 등장할 수 있으니까.

미래일기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본 에바와 비교해 보면 재미있다. 신지를 보고 답답해들 하지만 요새 애니는 그런 주인공들 천지다. 그저 하는 소리라고는 이게 뭐야 무서워 / 난 그저 평화로웠으면 좋겠어.. 등등. 또한 이런 인물을 중심으로 하렘물을 꾸미기도 적당하다. 그저 피하기만 하는데 다들 좋아해.

얀데레를 비롯해 이런 패턴들의 경우 말하지면 자신감을 잃은 남성의 판타지같은 거라 할 수 있다. 이런 류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게 어떤 상황에서 비롯된 걸지는 대략 짐작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루트를 밟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류의 억압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줄 수 있는 대리충족형 판타지는 아직 없다. 얼핏 생각나는 건 기껏해야 흠.. 성매매나 룸싸롱같은 거? 

생각해 보면 최근 자꾸 눈에 띄는 남성의 공공장소 자위행위 사건 같은 게 뭔가 비슷한 맥락에서 발생한 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데... 여하튼 이런 류가 원인이 된 듯한 사회 현상을 당분간은 주목해 봐야할 듯.

아, 미래일기는 별로 좋아하는 화풍이나 진행 스타일은 아니었다. 가사이 유노같은 캐릭터라면 좀 더 폼나게 꾸밀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뭐.

20130528

20130522

간만에 들은 것 이야기들

1. 다프트 펑크의 Random Access Memories를 듣다. 휴먼 애프터 올과 트론을 들으면서 좀 재미없다 했었는데 이번 건 그래도 약간 재미있다. 사실 홈워크 때부터 다프트 펑크는 아 참 곱구나... 하면서 졸음이 오는 그런 것이었는데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 물론 졸리다고 나쁘다는 건 아니다.

어쨌든 요새 몸이 이상할 정도로 피곤한데 잠 속에서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2. 데이빗 보위의 Scray Monster를 듣다. 이유는 간단한데 Daft Punk를 아이튠스에 넣고 보니 그 아래에 David Bowie가 보이길래 아, 오래간 만에 이런 느낌으로. 이 둘 사이에 댄디 워홀과 다리엔 브록킹튼이 있는데 전혀 땡기지 않는다. 지금 시점에 가만히 듣고 있자니 꽤 재미있는 음반이었군 싶다.

3. 포미닛의 Name Is 4Minute을 듣다. 인트로 격인 What's My Name?은 이전 포미닛 느낌이 좀 나는데(뭔가 씩씩한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진군가라 하기도 그렇고 아레나 풍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여튼 들어보면 됨) 다음 곡부터는 약간 바뀐 새 분위기다. 여전히 무수한 걸그룹들 사이에서 현아말고 포미닛 만의 특징을 찾는 게 애매하지만 나쁘진 않은 듯.

예전에도 그랬나 싶은데 소현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4. She & Him의 Volume 3. 이전 음반들과 크게 다르진 않다. 바뀌면 사실 그것도 이상하지.

5. 비욘세의 4. 이런 건 잘 못 듣겠어...

20130520

표류교실을 보다

사진은 2권 표지. 세미콜론에서 나온 무수정 무삭제 완전판으로 3권으로 나왔다. 살면서 다양한 깝깝한 것들을 봐왔지만 표류교실은 그 방면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한 작품이다. 온통 시끄럽고, 등장인물들은 흥분해 소리를 질러대고, 그러면서 아이들은 계속 죽고, 말도 안되는 거 같은 위기가 끊임없이 찾아온다. 이렇게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어 계속 계속 파고 들어가 온 사방을 빈틈없이 만지며 다 끄집어 내놓는 게 세상에 뭐가 또 있을까 싶다.

20130519

초안산

친구가 녹천역 주변으로 이사온 후 가끔 주변 공원을 어슬렁 거린다. 일요일엔 할 일없는 아저씨들이라 ㅜㅜ 녹천역 바로 옆에 초안산 근린 공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두 번이나 올라간 김에 그 곳의 역사를 좀 탐구해 봤다. 높이가 114m라 산이라고 하긴 좀 그럴 지 몰라도 높이에 비해 범위가 좀 넓어서 안으로 쑥 들어가면 순식간에 산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괜찮은 편이다.

capture-20130519-212636

위치는 대략 A 지점. 보다시피 왼쪽엔 인수봉과 삼각산, 위쪽엔 도봉산, 오른쪽엔 수락산과 불암산이 위치해 있는 가운데다. 한 고려시대 쯤에 초안산 위에 서 있었다면 사방을 둘러싼 봉우리들을 보며 감탄했을 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파트 사이로 정상이 살짝 보이는 정도다. 그래도 오늘처럼 날이 확 개인 날에는 꽤 멋지게 보인다.

서울 안팎의 산들이 그러하듯 안을 돌아다녀 보면 군부대의 흔적이 느껴진다. 바로 아래 광운대역 옆에 있는 영축산 근린공원 아래 쪽엔 여전히 작은 군부대가 하나 있다.

choan

위성 사진으로 보면 헬기장이 하나 보이고 각종 체육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인조 잔디 축구장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상당히 깨끗하다.

이 동네는 신석기 유적이 발견되었으니 굉장히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었다. 이 곳에 얽혀 있는 이야기 중 큼지막한 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초안산에서 조선시대 분묘군이 발견되었다. 사적 440호로 조선시대 분묘가 1,000여개가 있는데 특히 내시부의 내시 분묘가 모여있다. 그래서 '내시네 산'이라고도 불렀다. 가장 오래된 묘는 1634년, 인조 12년이라고 한다. 이 곳의 묘는 거의 모두 서남쪽을 향하고 있다. 맨 위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그쪽에 궁궐이 있다.

 

또 하나는 창동전선. 서울 북쪽은 다 산이라 육군이 점령을 위해 침입하려면 두개의 루트가 있다. 하나는 주공격선인 개성-문산-파주를 따라 내려오는 선. 또 하나는 포천-의정부를 거쳐서 내려와 창동-미아리에 이르는 선이다. 당시 노원구 쪽은 논 사이에 난 달구지 길이 대부분이라 창동-수유리 쪽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여하튼 의정부가 손쉽게 점령되고 북한군이 내려오기 시작하자 당시 국군은 창동선을 저지선으로 선정하고 창동-쌍문동-우이동 라인을 따라 구릉이나 골짜기에 병력을 집중 배치했다. 하지만 27일 오전 적의 공격이 시작되고 11시에 창동 방어선은 바로 무너진다. 그래서 미아리 방어선이 구축된다.

북한군이 미아리 방어선에 나타난 건 27일 오후 5시 쯤. 그때부터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지만 28일 오전 1시에 북한군 전차가 미아리 방어선을 뚫고 돈암동 방면으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위 내용은 찾아본 거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 군 시절에 읽은 게 있다. 당시 전차 침입을 저지하기 위해 목교와 길음교에 폭약을 설치했었다. 하지만 목교는 구멍만 났다가 나중에 전차 무게를 못 이겨 무너졌고, 길음교에 설치한 폭약은 폭발하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사건 이후 당시 한국군에 급하게 만들어졌던 공병을 미군이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되어서 이후로 이런 중요 폭파는 직접 했다나 뭐 그런 이야기였다.

 

등산의 측면에서 입구부터 가로질러 정상 찍고 내려오는 데 대략 30분 정도 걸리는 산이다. 나무도 많고 꽃도 많고 좋은 곳이다.

2013-05-19 14.53.03 

2013-05-19 14.51.57

요즘 인스타그램은 뭐가 잘못된 건지 직접 찍으면 자꾸 '다음' 버튼을 누를 수가 없어서 사진을 버려야 한다. 아쉽다.

클로즈드 노트를 보다

1.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날 클로즈드 노트를 봤다. 사와지리 에리카가 베츠니 나이라는 세기의 명언을 남겼던 바로 그 영화.

2. 의문 : 사와지리는 그 영화 홍보를 할 때 대체 왜 그런 모습으로 나왔던 걸까. 영화와 관계가 있나 했는데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3. 베츠니 나이라고 했던 말에 백번 동감한다. 실로 할 말이 없는 영화다. 지금와서 깨닫는 바 사와지리는 진실을 말했던 것이다. 이 묘한 어색함(전혀 긍정적이지 않은 의미다)이 뭔지 모르겠는데 나오는 모든 이들, 심지어 화면, 떨어지는 꽃잎 하나도 어색하다.

20130518

5월 18일

한때 이것 만은 꼭 간다는 다짐을 한 적도 있었는데 그런 말이 무색하게 이제는 5.18 추모식에도 잘 가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5.18 민중 항쟁이 있었던 날이다. 그때 내가 그 곳의 학생이었다면 죽었을테고, 그때 내가 그 곳의 군인이었다면 죽였을테지라고 생각해 보면 정말 인간은 알량한 기반 위에 서 있구나하는 게 느껴진다.

이제는 이런 말 자체가 흔한 형식처럼 느껴지는 시절이 되었을 지 몰라도 그 분들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만들어 준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비록 세상이 아직은 민주주의가 품을 수 있는 이상대로 완연히 돌아가고 있지 않을 지 몰라도, 느리게라도 더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20130517

5월 17일

1. 요즘 들어 꽤 많은 이야기를 여기에 끄적거리다가 지운다. 논쟁과 개종, 계몽, 혁명, 우파니샤드와 바흐리만, 마르크스와 발자크, 영화와 음악들, 사진과 메시지함 그리고 사람들. 소용없다. 끄적거리다가 보면 리셋/리셋/리셋.

1-1. 대부분의 경우 논증은 논리적 우위로 인해 설득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른 사고체계 하에 있는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이런 경우 논쟁은 설득이 아니라 개종 비슷한 대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적인 사상을 품고 있는 혁명이 대부분 실패했다. 진실이라고 생각되는 이상을 성급히 덮어씌울려고 하지만 세상은 그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이건 상대 진영에서도 마찬가지다. 풍선에 산소를 가득 채워넣는 것과 같다. 틀린 건 하나도 없고 풍선은 부풀어 오를테지만, 위험하다.

가끔 생각하는 극단적인 비유가 있는데 : 예를 들어 그리스 시민들이 모여 투표를 해서 1+1=3이라고 결정을 했다고 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다. 우주가 어떻게 되지 않는 한 이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사회에서는 1+1=3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고, 그 균형점으로 안정을 찾고 있다. 그래서 저런 투표 결과가 나왔을 거다.

그러므로 저게 1+1=2로 다시 되돌아가기 까지는 쉽지 않은 전개가 요구된다. 누군가 기득권을 내놓아야 하며, 안정은 흔들리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제 자리로 돌아가겠지만 그것이 증명으로 인해 가능한 건 아니다. 자연 과학의 경우도 그런 경향이 있는데 사회 과학의 경우는 더욱 지난하다.

논증이나 야유, 비웃음이나 개탄으로 ㅇㅂ나 ㄲㅅㅁ, 혹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관심을 끄는 건 대체 어떤 배경 하에서 그런 종류의 인식이 탄생했느냐하는 구조의 빈틈이다. 교육, 그리고 기득권의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고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그 다음은 일단 생성된 저런 이들이 일종의 전향을 하기 전까지 함께 사는 방법 - 무엇을 내줄 수 있고, 무엇을 가져올 수 있는가 - 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란 그런 것이다. 이런 걸 일소에 해소하려면 혁명, 혹은 이에 준하는 사고의 변화가 필요하다. 전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후자는 가능하고 꽤 자주 많은 사람들의 준거가 바뀌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이 부분이 약간 복잡하다. 지금의 설파가 그 순간 설득력을 가져올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부정적이다.

1-2. 물론 실패한 혁명이나 실패한 이상의 설파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누군가의 희생이 지금 우리를 살고 있게 하는 건 분명하고, 그 덕분에 조금이라도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

1-3. 마오는 대약진운동의 실패 이후 거의 모든 실권을 상실한다. 더구나 실권을 잡은 류샤오치와 덩샤오핑에 의해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나타난 대기근이 사라진다. 마오로서는 이제 끝장이 난 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공산주의 교육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풀뿌리 교육을 실시한다. 권력을 잃고 침잠하는 줄 알았지만 그의 교육 이념 아래 몇 년 후 홍위병이 탄생한다. 마오가 정말 무섭다고 생각하는 건 바로 이런 부분이다.

2. 윌리엄 깁슨의 카운트다운, 제프 다이어의 지속의 순간들을 읽고 있다.

3. 5월 17일은 1980년 비상 계엄을 전국으로 확대시킨, 쿠테타가 시작된 날이다. 박정희가 5.16에 했으니 나는 5월 17일, 그런 마인드였을 거다.

4. 아무래도 당분간 입을 좀 닫고 있는 게 좋겠다. 트위터를 보고 있으면 심하게 외로워진다. 블로그에다가 패션 이야기나 나불대며 해야지.

20130513

위키피디아를 뒤적거리다가

낮에 뭔가 찾을 일이 있어서 위키피디아를 뒤적거렸다. 그런 짓을 하다보면 뜻하지 않은 부분은 열심히 읽게 되는데.

우선 장택상. 한국 통사책이라면 중간에 이름이 두 번 정도 나올 수 있는 인물이 아닌가 싶은데(근현대사 전문 서적이라면 좀 더 나오겠지만) 사실 자세한 건 모른다. 가만히 읽다보니 박정희의 부가 장택상 부의 소작농이었고, 성혜림(김정일 부인)의 부와 친척이라고 한다.

3.15 부정선거가 있고나서 북한의 김일성도 이승만이 물러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했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이승만)를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충분한 권위와 특색을 지닌 인물이 없다. 또 다시 부통령이자 민주당 최고위원인 가톨릭신자 장면도 적합하지 않다. 그나마 권위를 누리고 있었던 조봉암 진보당 당수은 평화적 조국통일이라는 당 강령을 성급하게 공표하는 바람에 이승만의 명령으로 체포돼 지난해 처형되고 말았다. 부르조아 민주당 최고위원인 조병옥은 1960년 3월 15일 대선후보였으나 선거를 며칠 앞두고 급사했다. 현재로서는 남조선 정치지도자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인물은 반공연맹 의장 장택상이다. 그러나 그는 친일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은 그를 신뢰할 수 있는지 망설이고 있다."

여하튼 조선 말부터 시작해 일제시대 - 자유당 시대 - 한국 전쟁 - 4.19 - 5.16을 거쳐 1969년까지 메인스트림 주변에 끊임없이 머무르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보통 그러하듯 인생 궤적이 굉장히 복잡하다. 꽤 재미있는 부분은 움직이는 포인트와 침묵하는 포인트. 그게 이런 격동의 와중에 수명을 다 누린 원동력이었을 거다. 위키피디아(링크) 참조.

 

또 하나는 유고 내전(링크). 유고슬라비아 내전은 이 나라가 6개로 갈라졌기 때문에 이제는 내전이라고 부르지 않고 유고슬라비아 전쟁이라고 한다. 분리 독립 전쟁이 크게 4번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보스니아 전쟁(링크)이 있었고 그때 스레브레니차 집단 학살 사건(링크)이 있었다. 읽다보면 두통이 생길 정도로 깝깝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데, 정말 살아있다는 건 그저 운에 지나지 않는다.

이브의 시간을 보다

이브의 시간을 봤다. 원래 인터넷 연재로 만들어졌고, 그걸 합쳐서 극장판이 나왔다. 2010년인가 국내 영화제에서 상영했었는데 그땐 못 봤다. 스즈미야 하루히도 그때 상영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전반적으로 평범. 인간과 로봇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는 블레이드 런너에서 원형이 너무나 훌륭하게 완성이 되어버려서 좀 더 특별한 무엇이 있지 않는 한 그것과 비교 선상에서 보게 된다. 뭐 프로토타입이 있는 다른 이야기 구조들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지만 인간 - 로봇이라는 건 가지고 놀기에 너무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보게 되는 건 : 강아지 웅이랑 지내다 보면 이런 영화에 자주 나오는 말은 안 통하지만 마음은 좀 통하는 초기형 안드로이드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또 로봇만도 못한 인간들이 세상에 워낙 많은 거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것들을 되새김질 하며 실사로, 만화로, 글로 만들어진 세계를 또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아 저런 일도 있을 수 있겠구나까지 간 것들이 너무 귀하다.

두통, 공습, 직감

1. 주말에 날씨가 무척 더웠는데 월요일이 되니 비가 내린다. 날씨가 종잡을 수가 없어. 오늘은 왠지 머리가 아파서 집에서 일하는 중. 하지만 졸리다. 2.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이 있었다. 드론과 미사일을 상당히 많이 날렸고 대부분 요격되었다. 돌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