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요일에 비가 예보되어 있었고, 월요일에는 자전거를 탔으므로(이틀 연속은 타지 않는다, 다음날 다리가 많이 아픔) 좀 걸을까 싶었다. 마음은 무겁고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날씨는 돌아다니기에 딱 맞게 좋았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평균 5.13km/h인데 중간에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으니 살짝 빨리 걸은 편이다.
서강대교를 건너다보니 난간 중 하나 아래 고양이가 한 마리 앉아있었다. 다리 중간 쯤이었다. 대체 어떻게 거기에 와 있는 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거기에 숨어 있었다. 고양이는 잘 모르는데 여튼 약간 어려보였다. 이를 어쩐다 했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특히 괜히 건드렸다가 뒤에 밤섬으로 떨어질까봐 겁이 났다. 그래서 그냥 나와라 나와 몇 번 말하다가 발을 돌렸다. 먼 뒤에서 커플이 따라 걸어오고 있었는데 내가 뭔가 하고 있는 걸 봤으니 그들이 뭔가 해주겠지 하는 기대도 약간은 있었다. 여하튼 그냥 가면서 다시 돌아갈까 이를 어쩌나 한참 생각했는데 뒤를 돌아보니 기대대로 커플이 그 자리 즈음에 멈춰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죄책감이 약간은 사라졌다. 부디 반항하지 말고 어디 괜찮은 자리라도 찾아갔길.
마포대교에서는 좀 큰 사건이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아무 것도 없었고 지금 약간은 트라우마가 생겼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여하튼 시간이 한참을 지났는데 그렇게 힘들지는 않은게 왠지 원효대교도 건널 수 있을 거 같았다. 이렇게 다리 셋을 한 번에 건넌 적은 올해 초인가 처음 해봤었다. 원효대교는 무척 조용했다. 2km 남짓을 건너는 동안 자전거 한 대와 아저씨 한 명을 봤을 뿐이다. 이 다리는 난간이 낮고, 도로가 가까이 있고, 인도가 좁다. 아무 일이 없어도 약간 무섭다. 하지만 한가한 만큼 기분전환이나 하고 싶을 땐 서강대교나 마포대교보다 낫다. 건너서 오른쪽으로 가면 곧 여의나루 역도 나온다. 원효대교에서는 별 일은 없었지만 역시 힘들었다. 덕분에 여의나루 역 앞 한강 둔치의 그 시끌시끌한 곳 구석 벤치에 앉아 김밥을 하나 먹었다. 모 편의점 아주머니는 뭔가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이건 무슨 맛이냐, 이건 먹어봤는데 왠지 미역맛이 나더라하며 말을 걸고 있었다. 벤치에 가만히 앉아있으니 꽤 춥다. 바람도 많이 분다. 여의도 자전거 도로는 중랑천 쪽과는 많이 달라서 꽤 많은 인원으로 이뤄진 클랜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쉴 새 없이 지나간다.
이런 하루. 밤에 집에 들어와 에어포트 매드니스 게임 Seashore 클래식 맵으로 120만점을 넘겼다. 이전 기록은 25만점이었다.
201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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