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08

아이유의 모던타임스를 듣다

티져를 7개나 내놓더니 드디어 음반이 나왔다. 첫번째 뮤직 비디오는 분홍신. 종일 들을 생각이었는데 2회전 째 하다가 멈췄다. 뭔가 너무 피로하다.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일단 음반이 너무 공이 들어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나 하나 떼어놓으면 나쁘지 않은데 무게감이 사방에 퍼져있다. 때문에 한 번에 듣기는 버겁다. 물론 이렇게 풀 플레잉으로 듣는 시대는 아니니 이런 건 큰 결함이라고 말하긴 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왕 정규반이고 전곡 히트가 목적이 아니라면 운용의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음반 전체를 휘감고 있는 두터운 중음대가 매력적이긴 한데 거기서 잘 나오질 않는다. 그것도 아쉽다.

뭐 원래 야심만만한 분이시니 그런 컨셉을 잘 살린 거 같기도 하고. 아이돌이 아니고, 본인이 이런 걸 좋아한다고 하지만 꼭 이렇게 둔탁하게 나가야 하는 지 잘 모르겠다. 다 때려부순다고 무기를 잔뜩 장착해 굼뜬 탱크를 보는 거 같다. 쫓아 가는 동안 다들 발랄하게 도망가겠다.

같은 기획사이고 같은 프로듀서가 만드는 B.E.G도 정규반을 듣다보면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쭉 듣기에 피곤하다) 회사 컬러인 거 같기도 하고.

보컬 톤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놀아보는 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데 선미도 그렇고 요즘은 이런 식으로 곡을 일부러 높은 키로 끌어올린다든가, 굳이 가성을 쓴다든가 해가며 컨셉을 강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지 그런 방법이 사람들에게 그다지 인기는 없는 거 같다. 뭐 가수나 음반은 가창력하고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불만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잘 만들었다고 매력적이거나 좋은 건 아닌게 분명하다. 아이유 자신의 매력을 너무 두껍고 화려한 옷으로 덮어버리지 않았나... 뭐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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