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6

서울 북동부의 천들

요즘에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하니 천변에 나가게 된다. 도심 골목을 돌아다니는 것도 재미는 있고 예전엔 겁도 없이 차도를 훑고 다녔는데 요새는 무서워서 잘 못하겠다. 아무래도 자전거길 따라 쭉 가는 게 편하다.



집에서 나가 진입할 수 있는 천은 우이천, 중랑천, 청계천, 정릉천, 성북천이다.

위 지도에서 광운대학교 위로 보이는 게 우이천이고, 북에서 남으로 가장 길게 뻗어있는게 중랑천이다. 한양대학교 위쪽으로 신답 거쳐 나가는 게 청계천인데 자전거길은 용두역에서 끊겨있다. 그리고 제기동역에서 월곡역으로 보이는 게 정릉천, 보문역에 짧게 있는 게 성북천이다.

지도 오른쪽 끝 진건보금자리 옆에 보이는 건 왕숙천인데 아직 저기는 안 가봤다. 저 줄기를 따라 내려가면 남양주를 옆으로 돌아 강동대교 지점에서 한강과 만난다. 그렇게 멀지는 않은데 밤에만 타다보니 모르는 길을 넘어갈 엄두가 안나서 못 가고 있다.

집에서 출발해 삼육대학교 거쳐 왕숙천으로 들어가 강동대교로 한강, 서울로 방향을 틀어 아차산역, 군자역 지나 중랑천으로 진입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대략 35km니까 두 시간 정도 걸릴 거 같다. 언제 안 더울때 가봐야지.


여튼 한강이야 뭐 워낙 넓고 크고 가끔 둔치에서 놀면 보이는 풍경과 똑같으니 별다른 감흥은 없다. 그저 기반 시설들이 잘 되어 있으니 편하다 정도. 천들은 약간 다르다. 물론 물이 느리고 얕아서 냄새가 잘 나는 단점이 있다. 자전거 도로도 좁아서 산책하는 분들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중랑천의 경우 한강 정도는 아니지만 꽤 넓은 편이다. 여기서 넓다는 건 강폭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천변의 이미지가 더 크다. 아무래도 사람은 천변으로 지나가니까 그곳의 인상이 많이 남는다. 운동기구도 많고 아파트도 꽤 멀리 있다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달리게 된다.


한양대에서 올라가는 청계천 구간은 꽤 어둑어둑하다. 가는 길 내내 머리 위쪽 고가도로에서 자동차가 흔들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주변도 한쪽은 한양대고 나머지는 공장, 뭔지 알 수 없는 곳 등등이라 밤에는 그냥 컴컴하고 바람도 잘 안 분다.

위 지도에 보면 한양대 오른쪽이 그냥 하얗게 비어 있는데 스카이뷰로 보면 이런 모습이다.


서울특별시 중랑물재생센터라고 되어있는데 정화조와 분료를 처리하는 공장이라고 한다.


보문동 옆의 성북천은 길도 짧지만 꽤 아기자기하다. 주거지 - 도로 - 천이 알맞은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데 예전에 복개천 있던 시절의 비율과 비슷해 익숙한 느낌이 드는 풍경이다. 보문동 근처는 구시가지라 예전 한옥같은 것도 남아있고 그런데 주변이 한적하고 천도 있고 그래서 인지 슬슬 분위기 좋아보이는 카페도 몇 개 들어서 있고 그렇다.


정릉천이 꽤 재미있는 데 여긴 바로 옆에 아파트 건물들이 매우 가깝게 잔뜩 들어서 있고 둑이 높게 쌓여져 있다. 멍하니 지나가다 보면 그 갭이 꽤 재미있다. 여기 좀 좋아한다.

 

심심해서 찾아본 옛날 이야기. 위의 천들 중에서 조선시대에 성 안을 흐르던 청계천을 제외하고(거기다 그건 자연천도 아니다) 나머지는 동대문, 동소문 바깥에 있던 천들이다. 동소문은 지금 혜화동 로타리에서 돈암동 넘어가는 곳에 복원되어 있지만 위치가 약간 다르고 원래 자리에는 표석이 설치되어 있다. 일제시대 때 그 주변에 여기저기 길을 새로 내면서 지도가 많이 바뀌었다.

동소문은 홍화문이라고도 했고 혜화문이라고도 한다(임진왜란 후 영조 때 복원되었는데 그때는 현판을 혜화문으로 달았다). 보통 문들은 문루 천장에 용을 그리는데 동소문은 봉황을 그렸다. 그 이유는 혜화문 바깥 삼선교, 돈암동 일대가 원래 울창한 삼림지대였는데 새들이 많이 모여 농사에 피해를 줘서 새들의 왕 격인 봉황을 그렸다고 한다.

원산에 가려면 동소문을 나가 올라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여진과의 교통로의 시작이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병자호란때는 그 코스로 침입을 당했다. 자전거타고 의정부 쪽으로 올라가 보면 알겠지만 좌로는 북한산과 도봉산, 우로는 수락산과 불암산이 가로 막고 있기 때문에 산을 넘을 생각이 아니면 길은 하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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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이 그린 동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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