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13

무더운 8월

1. 정말 말도 안되게 덥다. 요 며칠 밤은 그래도 예전 정도구나 싶은데 저번 주 토요일인가 금요일인가는 아, 살면서 가장 더운 밤이 아닌가, 이게 문제가 심각한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전기 때문에 난리다. 전기는 뉴스를 금방 훑어만 봐도 발전소 비리와 얽힌 가동 중지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저렴한 산업용 전기가 가장 큰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시민들이 허덕거리며 에어컨 몇 개 꺼봐야 산업용 전기 보조금 살짝 줄이는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만큼도 영향을 못 미칠 게 분명하다.

아주 크게 봐서 둘 다 이해는 할 수 있다. 발전소는 문제가 있지만 일단은 작금의 현실이고 이제 알았으니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고치면 된다. 산업용 전기는 우리나라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고 하니, 그리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정책 지지율도 높은 편이니 투덜투덜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그렇다면 이 사실을 직시하고(정부만 딴 이유를 들고 있지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져 있다) 설명해주며 양해를 구하는 게 옳다. 전기가 너무 모자라 강제적 조치가 취해진 다고 해도 설득의 방향은 그쪽이어야 한다. 적어도 뻥을 치며 위협은 하지 말아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 자기 나라 정부라는 놈이 거기다 대고 니들이 집에서 전기를 많이 써서 모자른 거라고 애먼 시민들 탓이나 하고 있으니 대체 누가 아 그렇구나 나도 동참해야지 하겠냐.

또 하나. 지금 절전을 유도하는 곳은 대부분 대중 시설이다. 더위와 전기 부족의 대책이라고 나온 것들로 인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집에서는 도저히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어 지하철이나 지하도라도 나가는 가난한 이들이다.

저번달 말에는 대통령도 냉방기 안 틀고 산다 뭐 이런 이야기를 낸 적있는데(너무 더워서 이제는 튼다지만) 내 집이 그렇게 넓고 뒤에 산도 있으면 전기 다 꺼놓고 맨날 잔디밭에서 자겠다. 말 같은 소리를 해야 그렇구나 하지. 나도 괜찮으니 너도 괜찮을 거다 따위 말하는 인간치고 제대로 된 인간이 없다.

여하튼 정책의 첫번째 피해자가 사회의 가장 힘든 사람, 그래서 목소리가 가장 작은 사람으로 책정한 걸 보면 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기는 하는 건지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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