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침잠되어 있다.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함. 앙스트 앙스트. 여하튼 그러다가 에휴 이렇게 살 순 없지하며 허허 웃기라도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보통은 이런 주기로 살아왔는데 몇 년 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어김없이 잠재되어 있던 위기 중 하나가 문득 찾아온다.
어제도 그랬고 덕분에 오늘 꼼짝을 못했다. 악한 기운들이 이봐, 나도 있다고... 라고 말하는 거 같다. 여하튼 심적 상황은 같은데 주변의 위기 요인을 늘려만 오면서 살아왔기 때문일테다. 대개의 위기들은 보통 인간들에게는 너무나 보잘 것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취약한 인간이라는 건 보통 그러하다. 둑은 튼튼하게 쌓아놓은 시멘트 벽부터 무너지지 않는다.
오늘은 너무나 습하고 너무나 덥다. 이벤트를 기록해 놔야지 하고 구입했던 다이어리 속지는 6월부터 방치 상태다. 혼자 물을 먹으며 쭈글쭈글해지고 있다. 방바닥에 깔려있는 비닐 장판은 더위에 늘어나 커다란 웨이브 파형을 만들고 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청소할 때마다 방바닥에 쌓여있는 모래와 잔돌들을 치우게 된다. 자전거와는 관계없다.
해야할 일들을 어서 해야 하고, 써야할 글들을 어서 마무리지어야 한다. 아키라를 읽을 것이며, 삼육대학교 후문에 다녀올 것이다. 지금 머리 속에 들어있는 생각은 이 정도 밖에 없다. 노력을 했든 운이 좋든 여튼 뭔가 구축한 인간들이 그러지 못한 인간들을 타박하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뭐 그런 말이 들리는 곳에 가 있는 거 자체가 문제이지만. 함께 떠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런 말을 되뇌어 보는 것조차 너무나 호화롭게 들린다.
텀블러에 몇 가지 시시한 이야기를 썼고, 블로그 포스팅을 했고, 사이드 바에 헬프 원티드라는 배너를 달았다. 약간 민망하다. 트위터에는 나름 고이 간직해 왔던 사진을 올렸다. 원래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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