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풍이 어느날 문득 북풍으로 바뀌었다. 일기예보에서 보고 변화의 날짜를 명확히 인식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공기의 결이 확실히 달라졌다. 놀랍다.
2. 살면서 여러가지 이상한 일들을 보고 겪어왔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왜냐면 지금은 다 지나간 일이기 때문이고 사라진 일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혹시나 크리에이터가 된다면 그런 걸 다 끄집어 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테다. 트위터는 호들갑을 생중계해 준다는 점에서 참으로 기가막힌 바보같은 매체다.
3. 서울방재청 트위터를 리스트에 올려놓으면 시시각각 화재 재난 소식이 뜬다. 어딘가에서 불이 났고, 세간이 불타버리고, 소방차가 몰려오고, 물을 뿌려대겠지. 마음이 아프다. 재난을 당한 이들이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
4. 요지 야마모토 인터뷰를 보는데 그래도 아직은 자기를 이해하고 제품을 사주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해'라는 말은 굉장하다.
물론 '이해'없이 사는 사람도 있을테고 아마도 더 많을 거다. 예전에 랑방의 패션을 이해한다면 유한 계급이 아닌 한 애초에 돈 벌긴 틀렸으므로 못 살 거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논리적, 정신적 이해 뿐만 아니라 감각적 이해 같은 것도 세상엔 있다고 여겨진다. 만약 하필 그 옷을 골랐다면 적어도 무엇인가가 머리 속에 납득이 됐기 때문일테고 그것도 광의의 이해에 포함될 거다.
그렇다고 해도 내 옷을 이해하는 구매자를 상정하는 건 이런 분들이나 가능하지 않을까. 에잇세컨즈나 유니클로는 이런 말을 못 할 테니까.
5. 선미의 첫번째 솔로 MV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보는 이들에게 페도파일 죄책감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은교 캐릭터, 또는 야마구치 모모에의 좀 더 되바라진 21세기 버전이라고 해야하나 뭐 그런 게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요새 마침 섹시 컨셉이 대세고 어린 여자애들은 널려 있으니까 적당하다.
선미의 경우 살쪄서 40kg대, 티저와 인터뷰의 숏팬츠와 하얀 옷, 사랑에 막 눈 뜬 20대라는 가사, 원더걸스에서의 검증된 실력과 무대 경험, 그리고 이미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는 인지도 + 공백까지 꽤 괜찮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기대를 했고 이번 MV는 꽤 근접하긴 했는데 여러모로 아쉬운 게 많다. 이 사람을 그렇게 안 써먹으면 그게 대체 뭐야...
박지윤이나 가인 등 비슷한 류에 애매하게 걸치는 바람에 흰옷, 머리, 메이크업, 표정, 발음, 맨발의 무신경함이 죽어버렸다. 치렁거리는 목걸이와 애매한 주름의 셔츠(빳빳한 쪽은 괜찮다), 때아닌 박스티를 빼면 좀 더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이미 늦었겠지, 이미 틀렸겠지. 애초에 MV를 보면서 가인이 생각나 버리면 안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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