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01

브아걸을 듣다

정규 5집 'Black Box'가 나왔다. 브아걸의 행보는 여러가지로 좀 아쉬운데 그래도 이번 음반에서는 브아걸 원래 색을 조금 더 표면 위에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특히 레시피나 날아갈래 같은 곡들이 그렇다. 그렇다고 해도 하나하나는 어디다 내 놔도 별로 꿀릴 일이 없는 멤버 4명을 데려다 놓고 결과물이 이런 음반이라는 건 역시 아쉽다.

킬 빌 MV 같은 경우 굳이 저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는 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드라마틱한 쎈 언니 이미지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그런 거 같은데 사실 너무 요란하다. 좀 더 어울리는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대로 가다가는 대하 장편 사극같은 걸 찍어야 될 판이다.

약간 다르지만 에펙스가 snapshot 같은 곡에서 뜬금없이, 하지만 매우 스무스하게 뮤지컬같은 걸 하는 걸 생각해보면 이렇게 너무 '맘 잡고' 자 이제 내가 지금부터 뭔가 보여줄꺼야! 하고 소리를 질러대는 거 같아 약간 민망하다.

미료의 랩을 좋아하긴 하지만 미료의 인기가 좋아지다 보니 그런 건지 랩의 비중이 너무 늘어갔고 그 때문에 전체적인 발란스가 깨졌다. 랩 음악에 코러스를 얹든지, 보컬 음악에 랩을 양념처럼 넣든지 둘 중 하나 일텐데 이건 이도 저도 아니어서 둘 다가 조금씩 걸린다. 원래의 균형을 유지하고 미료 솔로를 더 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브아걸은 멤버 각자의 목소리가 참 매력적인데 그걸 다 묻어버렸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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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 표현,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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