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30

아웃레이지 비욘드를 보다

종일 멍하니 있다가 냉장고 청소를 돕고, 편의점에서 크림빵을 사다 먹으며 아웃레인지 비욘드를 봤다. 

기타노 다케시의 2010년 작 아웃레인지의 후속편 격으로 내용도 연결된다. 아웃레인지 보고나서 쓴 포스팅도 있는데 낮에 갑자기 정전이 되고 전기가 다시 들어오는 과정에서 모뎀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컴퓨터로 인터넷을 쓸 수가 없다. 물론 전화기가 있으므로 찾을 수는 있는데 결국은 귀찮다는 이야기...

전편에서 안 죽은 사람들은 계속 나와 이번 편에서 죽는다. 새로 나온 등장인물들은 그 속에서 기회를 잡기도 하고, 또 죽기도 하도 그런  식. 물론 저번 편에서 칼을 잔뜩 맞아 죽은 듯 끝났던 다케시는 주인공이니까 여차저차 감옥에서 살아있는 채로 나온다. 십년 형을 받았는데 가석방 되었으므로 뭐 그쯤 지난 후의 이야기겠다.

다케시가 한창 야쿠자 이야기를 찍을 땐 비교 대상이 없거나, 홍콩 느와르거나, 미국의 마피아 영화였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조폭 영화라는 게 잔뜩 있다. 느낌 자체는 크게 다르진 않다. 얼추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고 좀 더 진득한 느낌은 덜 하긴 하다.

결국 원한 바를 이룬다는 점, 등장한 새 질서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점, 각자 그 와중에서 살아남고 이득을 꾀하는 게 다라는 점은 거의 변함없는 아웃레이지, 크게는 다케시-야쿠자 영화의 패턴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크게 보면 지기만 하던 인간, 좀 더 작게는 야쿠자라는 존재가 이번에는 복수를 달성해 낸다는 건 약간 갸우뚱하게되는 부분이 있다.

다케시 영화의 주인공들은(물론 다케시 본인이니까 캐릭터) 하나같이 자토이치같다. 그 만한 능력은 없어 계속 칼 맞고 그래도 결국은 자토이치스럽다. 

이제와서 보면 시시하긴 하지만 여튼 원조집 같은 게 아닌가 싶다. 남들이 살 많은 아구찜을 내놓고, 대중의 취향도 그쪽으로 바뀌었음에도 말린 아귀에 콩나물을 잔뜩 넣어 찾는 사람만 그 맛을 알고 변하지 않아 좋다고 하는, 뭐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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