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5

절차, 평화, 부활

1. 국회 경고를 위해 군대를 동원하는 게 대통령의 통치 행위라는 생각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심지어 이게 국힘의 대통령 옹호, 탄핵 반대 논리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정말 엉망진창이다. 아무튼 국회 표결에서 204표가 나와서 탄핵이 의결되었고 추운 여의도에서 시위를 할 일은 당분간 없겠지.


2. 예전부터 느끼지만 여의도는 확실히 섬인게 바로 건너편 마포, 공덕하고도 바람이 다르다. 거기에 고층 건물이 규칙적으로 들어서 있어서 바람이 통하기 아주 좋은 곳이다. 연 날리는 데는 상당히 좋을 듯.


3. 최근 일요일만 되면 10시, 11시까지 잔다. 아주 예전에 이런 패턴이었는데 한동안 사라졌다가 다시 부활했다. 피곤하다.


4. 팬덤 혹은 안티에 기반한 정치 권력은 어차피 무슨 일이 생기든 그들이 응원을 해줄 거기 때문에 범법, 위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책임은 모두에게 나눠지는데 팬덤 혹은 안티에게는 책임을 물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런 것도 별로 의미가 없다. 또한 이 구조는 이런 정치 권력이 무력을 확보했을 때 조금 더 복잡하게 되는데 이 상황은 예컨대 김정은 정권이나 매드 맥스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트럼프의 경우 앞은 있는데 뒤가 없다. 이게 큰 문제 아닐까 싶다.


5. 1번과 관련해 윤정권은 아마 계엄은 통치 행위, 총을 쏘진 않았다, 2시간 만에 끝났다를 내세우고 있다. 계엄이 통치 행위인가는 계엄의 발동 요건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말이 안되고, 뒤에 둘은 연결이 되어 있다. 앞 부분은 군대를 움직인 거 자체가 문제가 될 거고 뒷 부분은 사전 모의와 사후 계획을 규명하는 게 중요한 일이 될 거 같다. 


6. 지금 상황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극우와 혐오 산업이 땡겨주는 돈이 얼마나 많은지, 인간은 그 자본 앞에서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나이브하게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류의 이성, 인간애 따위 사라진지 오래다. 게다가 뉴스, 유튜브, SNS, 쇼핑 등등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인터넷의 알고리즘에 갇히고 그 바깥의 세상을 알 방법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확증편향은 의지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생활만 하고 있어도 저절로 주어진다. 


7. 이번 사태가 남긴 것 중 하나는 친위쿠테타를 일으킨 대통령을, 여당 의원이라는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국회에서 탄핵 의결을 반대하는 걸 당론으로 채택하는 모습이 전세계에 중계되었다는 점 아닐까 싶다. 그 이후의 흐름도 세상이 어찌되든 말든 여당 의원의 권한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렇게 해서 역시 저기에도 미친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걸 전세계가 알게 되었다.

20241210

편협, 히터, 건조

1. 예전에 넷플릭스에서 유나바머를 보고 그 사람이 쓴 책 산업사회와 그 미래를 잠깐 살펴본 적이 있다. 정확히는 책이 아니라 선언문. 최근 미국 보험회사 CEO 살인범 루이지 만조니의 범행 이유가 화제가 되고 그가 리뷰를 남겨 놓은 게 있는 덕분에 다시 이 책 이야기가 조금 나오길래 잠깐 또 다시 보게 되었다.

나도 딱히 변한 게 없어서 당시에 봤을 때 느꼈던 짜증은 여전히 유발된다. 유나바머는 정말 여러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테러가 문제가 아니라 그 테러를 일으킨 동기가 될 만한 '사상'이 너무나 편협하고 어설프다. 남의 말을 지나치게 안 듣고 자기 생각만 지나치게 몰고 가면 이런 식의 결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2. 자리를 잘못 앉아서 히터 바로 아래에 있다. 히터가 꺼지면 춥고, 히터가 켜지면 뜨거운 바람에 폐부에 밀어닥친다. 뭐 이런 게 다 있냐.


3. 로션을 많이 발라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다. 온몸이 간지럽고 따갑고 갈라지고 있다.


4. 동네 뒷산에 올라가 보니 모든 게 다 말라 비틀어지고 있다. 작은 불씨만 있어도 산을 홀라당 태워버릴 거 같다. 근데 최근 비가 꽤 내리지 않았나.


5. 산 오르기 정례화를 했지만 조막만한 산이라도 일상복으로 오르니 문제가 좀 생긴다. 등산복 입고 다니기도 그렇고 어떤 방법이 있을지 연구가 필요.

20241209

뭐든, 산책, 두통

1. 쓸데없는 소리를 잠깐 하자면 맛있는 아우터, 근육 운동 맛있게, 드라마가 맛있다 이런 말에 거부감이 크다. 적절하게 쓸 수 있는 단어들이 각기 따로 있는데 맛있다의 어떤 점 때문에 저걸로 바꿔서 쓰는 지 모르겠다. 맛있긴 뭐가 맛있다는 거야. 왜 뭐든 다 먹으려고 해.


2. 원래 겨울에도 달리기를 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추워서 안되겠다. 그래서 낮에 뒷산 산책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비는 좀 그렇고 눈 정도에는 한두바퀴 씩 돌아야지.


3. 자다가 자꾸 깬다. 특히 원래 예정인 7시 반보다 한 시간 쯤 일찍 눈이 떠진다. 그러고 나선 다시 자느냐 하면 그것도 잘 안되고 멍하니 있는데 그러다보면 점점 머리가 아파온다. 이거 뭔지 모르겠음.


4. 습기가 좀 있을 때는 몸에 세타필 수딩 젤을 바르다가 건조해지면서 피지오겔을 한동안 발랐다. 그러다가 안되겠어서 요새는 이솝의 컨센트레이트 바디 밤을 바르고 있는데 이걸로도 안되는 거 같다. 일단 방이 너무 건조하다. 이솝의 바디 밤은 2년 전 쯤 샀었는데 이제 뜯었다. 보니까 3년 안에 뜯으면 되고 뜯고 1년 안에 쓰면 되더만. 별 문제는 없는 거 같다.


5. 온도에 비해 추위가 많이 느껴진다. 왜케 추운겨.

문화, 예술, 루틴

1. 이럴 때일 수록 문화와 예술을 가까이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나치게 함몰되고 낙담하게 된다. 사회와 정치란 아주 긴 여정이다.


2. 뭐 그런 연유는 아닌데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2024가 한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된 김에 일요일 공연을 보고 왔다. 시너지라는 부문으로 국내외 아티스트의 협업과 교류를 통한 창작 프로그램이다. 90분 정도 공연으로 3팀이 나왔다.

사실 choreography와 contemporary dance, 무용 등 용어의 정확한 구분도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예전에 서울세계무용축제 공연 몇 편을 우연히 보고 이게 꽤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정도 생각만 하고 있는 정도다. 안무는 몸 동작 디자인이라 댄스 뿐만 아니라 체조, 피겨, 케이팝 등 어디에도 쓰인다. 컨템포러리 댄스는 그 일종으로 현대무용을 말한다. 여기에서 세계무용축제에서 무용은 아마 그런 거일 거임. 그렇다면 안무페스티벌과 무용축제는 뭐가 다른걸까 하면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첫 번째 공연은 Anna Borràs Company의 Boreali. 안나 보라스라는 댄스 아티스트 겸 안무가의 일인 공연. 섬세함 보다는 아주 힘이 넘치는 느낌이 있었고 더불어 무대와 멀티미디어 활용 같은 게 재미있었다. 이런 류 공연은 몸으로만 승부하는 느낌이 있고 그러므로 2000년 전에 했어도 딱히 다를 게 없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있는데 영역 확장 방식의 단면을 본 거 같다. 

두 번째 공연은 Brandon Lagaert & 양승관의 Milles Moules. 안무는 양승관 혼자서. 이쪽은 상당히 연극 같은 느낌이 드는 공연. 이런 게 무용축제와 안무페스티벌의 차이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은 Ark Move Dance Project의 No W here. 석진환과 Paola Petrongolo 안무가가 함께 한 공연. 이 공연은 현대무용 같은 걸 보러 갔을 때 보게 되는 전형적인 느낌에 가깝다. 몸의 움직임과 합동 안무에 집중하게 되는 스타일인데 내용이 약간 지지고 복고 우리네 인생사 이런 분위기라 정확한 해설이 궁금해졌지만 뭘 찾을 수가 없다.

뭘 찾을 수가 없는 게 좀 문제인데 공연 관련한 정보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Boreali 정도가 안나 보라스가 꾸준히 하고 있는 공연이라 뭐가 좀 나오고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나눠주는 팜플렛 같은 것도 없다. 

또한 친절의 결과겠지만 사전 안내에 문제가 좀 있었다. 처음에 휴식 없이 90분이라고 메시지가 오고, 그 다음 첫 번째 공연이 끝난 후 10분 휴식 시간이 생겨서 90분 + 10분 해서 총 100분이라고 메시지가 오고, 마지막으로 공연이 60분이어서 합쳐서 60분 + 10분 해서 70분이라고 메시지가 왔다. 뭐 그런가 보다 했는데 결론은 40분 + 10분 휴식 + 20분 + 20분 해서 90분 정도였다. 맞는 게 하나도 없었음...


3. 몇 년째 5주 간격으로 블루클럽에서 머리를 깎고 있었는데 이 루틴을 좀 벗어나 볼까 싶어져서 오늘 동네 미장원에 갔다. 그분 말씀이 내 머리의 형태와 자라는 방식이 5주 간격은 너무 짧다고 해서 7주 정도로 바꿔볼 예정이다. 


4. 2025년의 일이 몇 개 쌓이고 있다. 이번 주에 너무 정신을 다른 데 팔고 있었는데 다음 주는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

20241207

발전소

1. 적과 교전 상태도 아니고 사회 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있지도 않은데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움직여 국회와 선관위라는 헌법 기관에 쳐들어갔다. 계엄사령관은 바지 사장이었고 방첩사령관이 군대에 임무를 부여하고 경찰을 움직였다.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데 대통령을 구속은 커녕 탄핵 의결에도 실패했다.


2. 우리는 어쨌든 105명의 명단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우리에게는 아주 기나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명백하고 분명하게 되돌려 줄 수 있도록 하는 책무를 지니게 되었다. 언제 어디에서고 이 명단은 계속 떠돌아다니게 될 거다. 


3. 오늘의 이 막막함과 짜증남, 절망감과 답답함이 내일의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4. 왜 이런 결말이 났을까 생각해 보면 다음 선거의 투표권이라는 국민의 위협보다 지금 대통령이 줄 수 있는 권한과 이득이 더 커 보였기 때문일 거다. 또한 아마도 그 권한과 이득이 다음 선거의 투표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거다. 투표권의 힘이 그만큼 약해진, 약하게 보여진 결과다. 결국 시민의 힘은 시민이 증명할 수 밖에 없다.


20241205

판단, 결단, 체력

1. 계엄 선포를 왜 했을까, 이제 뭘 할까가 궁금했고 이 부분에 대해 계속 생각해 보고 있다. 사실 한국의 보수를 움직이는 기준은 돈이 아닐까 했는데 다시 보면 권위다. 둘 중 어디에 더 큰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좀 갈리는 거 같다. 지금 경우는 그중에서도 권위주의의 끝판왕에 가깝다. 거의 모든 부분을 권위주의자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약간 덧붙이자면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사람, 자기와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그냥 종북좌파라고 지칭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분이 어떤 부분을 의아해 하고 있을까. 아마도 왜 군대를 투입했는데 국회 점령도 못하냐?, 왜 나보고 뭐라고 하는거지? 이 정도가 아닐까. 뜻대로 안돼,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니 계엄이 있다. 그러므로 한다. 자신의 부하가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있고 그러므로 불법의 명령은 거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절대 정치를 하면 안되는 사람이다.


2. 이와 별개로 인간이 현대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게 뭔가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게 빠른 판단능력, 과감한 결단력 그리고 체력인 거 같다. 확실히 데모를 많이 한 사람들을 보면 이 셋의 스킬이 늘어나 있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아주 작은 정보들을 조합해 지금 도망을 가야할 때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일 거다. 결정을 하면 머뭇거리지 않는다. 그리고 결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게 경험만 가지고 늘어나는 건 아니고 다른 이들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크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거 같긴 하다. 아무튼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하고,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합니다.


3. 이번 친위쿠테타의 실패는 운이 좀 많이 따르기도 했는데 따지고 보면 군 장악 실패의 결과다. 근데 군을 장악할 방법이 없음. 그러므로 애초에 불가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이라는 사회의 법적 테두리가 얼마나 연약한지, 우리가 얼마나 간당간당한 지반 위에서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20241204

이해, 범위, 이탈

1. 간밤에 대한민국 헌정사에 꽤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고 완전히 마무리 된 것도 아니긴 하지만 일단 정리를 좀 해보자면 :

밤 10시 30분 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유는 입법 독재, 종북 반국가 세력을 무찌르고 자유 헌정 질서 지키기.

얼마 뒤 계엄사령관이 임명되었고 포고령이 나왔는데 국회의원 활동 금지와 언론 통제가 주요 내용이다. 전공의 복귀 명령이라는 약간 뜬금없는 게 껴있기도 했다.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이다. 처단?

서울경찰청 소속의 국회경비단과 707로 여겨지는 특전사가 출동해 국회를 봉쇄하고 진입을 시도했다.

국회의장이 국회를 소집했고 새벽에 151명 이상이 모이는 데 성공했고 계엄해제 요구를 결의하는 데 성공했다.

새벽에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소집해 계엄해제 요구를 수용했다.


2. 사실 소요나 내전, 폭동, 적의 도발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님에도 계엄을 선포한 것부터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검사 출신 대통령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절차 준수가 엉망이다. 국무회의 의결도 없이 계엄을 선포했고 계엄사령관의 포고령에는 권한도 없는 국회 활동 제한이 들어있다. 이게 안된다는 걸 모를 리가 없는데 선포했다는 데에서 뭐가 더 있는거지?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아직은 뭐가 나온 게 없음.

- 추가 : 방금 전 보도에 의하면 정부 고위관계자는 "장관이 계엄령 선포 전과 후 열린 국무회의에 모두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 중 반대나 이견을 표시한 장관은 없었다"고 전했다고 한다. 국무회의 의결은 있었건 거 같긴 한데 아직 누가 참여했는지,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실제로 있었긴 한건지 등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3. 여기저기 문제가 너무 많지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했다는 국방부장관과 계엄사령관의 포고령은 법의 처벌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또한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거의 곧바로 서울경찰청과 특전사가 동원되었다는 건 사전 모의 혐의와 동참 혹은 주도 혐의를 따지게 될 만한 부분이다. 불법의 비상계엄에 동참한 혐의는 지워질 수 없다.

- 추가 : 뉴스에 의하면 계엄군은 일단 특전사 예하 707 부대가 본청 진입 그리고 제1공수특전여단이 외곽차단 임무를 맡은 듯 하다. 그리고 수방사 예하 제35특수임무대대 소속 대원들도 계엄군으로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내 대테러 부대다. 이외에도 9사단 1개 대대급 병력이 출동 준비를 했다고 알려졌다.

- 추가 2 : 중앙선관위에도 계엄군이 2~30명 정도 들어갔다고 한다. 중앙선관위?

  

4. 동원된 군경의 경우 안타깝지만, 사실 딱히 안타까울 것도 없긴 한데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문제고 이런 경우 상관의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은 통하지가 않는다. 실제 판례도 있고 눈치 채고 이미 발을 뺀 고위 공무원도 있다. 징집병이라면 혹시나 감경의 사유를 따질 만한 구석이 있을 지 몰라도 다 직업군인과 직업경찰들이다. 불법의 비상계엄에 협력한 부역 혐의는 지워질 수 없다. 국회경비단과 707이 국회 근거리에서 이런 식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게 확인된 이상 부대 해체 수순은 피할 수 없을 거 같고 국회의 경비와 707의 임무 수행은 다른 체제로 이전되지 않을까.


5. 현 상황에서 실패로 보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계엄을 선포하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면 대책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입법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일 듯 하다. 


6. 계엄을 앞에 내세우긴 했지만 군경을 동원하고 국회 봉쇄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친위쿠테타에 가깝다. 만약 친위쿠테타를 할 생각이라면 국회 봉쇄와 국회의원 체포를 가능한 빠른 시간에 해내고 방송국을 점거해 계엄사령관이 시민들에게 정당성을 설파하는 순서(=가만히 있으라는 공포감 조성)로 가야 한다. 함께 한 군인들이 더 없어서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7. 근데 정말 특전사 부대 하나 믿고 이 일을 벌인건가. 새벽에 잠깐 언론사 라이브를 봤었는데 초기 투입된 707말고 다른 소대가 있는 거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정확하진 않다. 아무튼 전부다 말이 안되지만 이 부분이 상당히 의아하다.


8.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 담화를 발표하긴 했지만 녹화 영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즉 어제 밤 계엄 선언 이후 잠수를 타고 있다. 아무리 봐도 이 계획 자체에 내란죄 엔딩 밖에 보이질 않는데 무슨 생각인 걸까. 대체 왜 한 건지, 이제 뭘 할 건지 이해 자체가 안되니 예측도 불가한 상황이다.


9.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었다.

20241123

좀비, 연출, 스쿨

1. 토요일이고 종일 집에 있었다. 꽤나 오래간 만에 종일 집에 있는 기분이었지만 사실 그렇진 않다. 의지의 유무 차이로 오늘이 더 크게 느껴질 뿐인 거 같다. 아무튼 달리기도 등산도 귀찮고 그냥 집에 있었다. 형광등 안정기를 교체하고, 초밥과 피자를 먹고, 아 피자스쿨 가느라 나갔다 오긴 했구나, 강아지와 터그 놀이도 잠깐 하고, 원고도 대략 6~7페이지 정도를 썼다. 책을 잠깐 읽었고, MAMA의 에스파 무대를 봤다. 그리고 좀비 버스도 몇 편 봤다.


2. 좀비 버스는 좀 애매한데 재밌냐 하면 그건 아니고 재미없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정말 애매하다. 두니아 시절부터 개척해 온 박진경 PD 특유의 예능 세계관 심화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몰입과 현실 사이에 줄을 타는 걸 보는 게 이 장르의 재미라 할 수 있겠다. 생각해 보면 예능에 잘 없어서 그렇지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질까 했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 뮤지컬 영화를 보면 대사를 하던 배우가 갑자기 노래를 시작한다. 아무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그런 전환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도 별로고 그렇다고 배우의 사는 이야기에 별로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그 사이에 놓은 미묘한 경계를 오가는 느낌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류 예능은 출연자들의 플레이와 의도적으로 보이지 않는 연출이 중요할 거 같다. 그리고 딘딘이 두니아부터 계속 출연하고 있는데 주변 인물들에게 적당히 몰입감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그런 류의 캐릭터가 중요할 거 같다. 그런 점에서 좀비 버스는 아직 약간 아쉽긴 하다.


3. 피자스쿨의 좋은 점은 밖에서 가끔 피자를 먹고 싶을 때 대부분 혼자 먹기는 어려운 양이고 그렇다고 편의점이나 여타 등등에서 파는 냉동 피자는 파자를 먹고 싶다는 욕구를 해결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음식이기 때문이다. 코스트코 피자가 있지만 왔다 갔다 지나치게 피곤하다. 대신 나쁜 점은 혼자 먹는 피자의 장점, 남겨놨다가 다음날 뭐 먹을까 하는 걱정도 해결이 된다는 게 사라진다. 예전에 피자나라 치킨공주에서 뭔가 시키면 3일은 먹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너무 맛없어서 이젠 관뒀다. 그리고 피자스쿨에서는 쓸데 없이 복잡한 거 시키지 말고 페페로니가 딱 적당한 거 같다.


20241121

캐리어를 생각하며

옛날 유머이긴 한데



이런 게 있다. 이걸 다시 보고 문득 생각나서 찾아봤다. 일단 캐리어가 만든 에어컨은 이렇게 생겼다.



1922년 캐리어는 원심 냉각기 혹은 칠러라고 부르는 이 기계를 출시했고 이게 처음 설치된 곳은 필라델피아의 캔디 제조업체인 Stephen F. Whitman & Son였다고 한다. 1924년에는 디트로이트의 허드슨 백화점에 설치되었다.



이 건물은 지금은 없어진 거 같다.

그 다음은 극장이었다. LA의 시드 그라우먼 메트로폴리탄 시어터에 처음 설치되었고 댈러스, 휴스톤 등 극장으로 확산된다. 상업적 엔터테인먼트와 냉각 장치의 결합은 매칭도 좋고 인기가 많았을 거 같다.

이후 고층 빌딩에 설치된다. 처음 설치된 곳은 1926년 캘리포니아 프레즈너에 있는 T.W. 패터슨 빌딩이었다고 한다.


 
백화점은 지하에 설치되었고 극장은 단층이었다면 고층 빌딩은 다층 냉각이 다른 점이라 하겠다. 같은 해 텍사스 샌 안토니오에 있는 21층 건물은 건설 중에 지하부터 지붕까지 에어컨이 설치된 최초의 다층 건물이 되었다고 한다. 1925년에는 해군 구축함에, 1927년에는 뉴욕에 있는 내셔널 브로드캐스팅 컴퍼니라는 방송국 건물에 들어간다. 이렇게 확장 일로를 걷다가 1929년 검은 목요일 주식 시장 붕괴와 함께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새롭게 만들어진 편의적 신기술이 슉슉 퍼지는 걸 읽다보니 미국의 1920년대를 괜히 Roaring Twenties라고 부르는 게 아니구나 싶다.



 

20241117

언덕, 기초, 반점

1. 요새 달리기를 하고 있다. 오래 된 건 아니다. 한 달 조금 넘은 거 같다.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이틀에 한 번 5km가 목표지만 일주일에 두 번도 어렵고 5km는 아직 못 뛰어 봤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다. 원래는 수영을 배우고 싶었지만 도무지 강좌 등록을 할 수가 없어서 이를 어쩌나... 하다가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그래도 예전에 뛸 때 사놨던 운동복과 조끼 이런 것도 있고 앱 사용법도 익숙해져 있어서 시작할 때의 복잡함은 없다. 코스는 아주 안 좋다. 동네가 끊임없이 언덕과 내리막이고 자동차, 산, 건물로 둘러싸여 있다. 예전에 정릉천 옆에 살 때는 5km 조금 넘는 정도를 뛰었었는데 다녀와서 샤워를 하면 하수구 냄새 같은 게 빠지질 않고 냄새에 벌레가 너무 많아서 버프 넥 게이터 같은 걸 꼭 해야 했지만 상당히 기분이 좋아지는 코스였다. 아무튼 결론은 힘들다. 수영 등록하고 싶다. 그래도 지금 시기 체력 관리를 위해 뭘 하고 있냐 하고 묻는다면 달리기와 집에서 하는 푸시업과 스쿼트 정도다. 하고자 하는 건 수영과 철봉 메달리기.


2. 이쯤에서 운동을 되돌아보면 어렸을 적에는 체육 아주 싫어했다. 오래 달리기가 800미터였나 그랬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제대로 뛰어본 적이 없다. 그냥 왜 뛰는지도 모르겠고 왜 하라는 건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하기 싫었고 숨차는 느낌도 싫었음. 하지만 그때 열심히 했어야 했다... 잘 하진 못했지만 남들 하는 데 장단을 맞춰줄 정도로 할 수 있는 건 줄넘기, 자전거, 야구 정도. 체력장 종목인 멀리 던지기를 꽤 잘했지만 써먹을 데는 없었다. 왜냐하면 야구도 던지기와 치기만 했지 수비나 주루는 엉망이었기 때문에.

뭐 이러다가 중고등대학 시절은 운동은 정말 안 했고 군대 가서 훈련소에서 매일 시키니까 뛰어다녔지만 기초 체력이 워낙 없어서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 7km인가 뛰는 게 있었는데 모두가 걱정해서 간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나도 이걸 할 리가 없다, 중간에 어떻게 탈락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 고민 했지만 의외로 할 만 했음. 망할 노래만 같이 안 따라 부르면 가려면 가는 듯. 행군은 힘들어 본 적이 없다. 숨 안차고 계속 하는 건 문제 없다. 하지만 훈련소 끝나고 나서는 운동할 일이 별로 없었다. 자대에서는 컴퓨터랑 계산기만 두드리다가 유격을 두 번 받았는데 평소 일상과의 운동량 격차가 너무 커서 힘들었고 거의 도망다녔다. 잡을라면 잡아가라 난 몰라 하고 아예 첫날부터 드러누워 버리면 할 수 없음... 지금 따져보니 유격 훈련을 받은 건 다 합쳐서 한나절이 안될 거 같다.

제대하고 나서 기초 체력이 좋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며 문득 달리고 싶어졌지만 막상 달려보니까 숨차는 게 너무 힘들어서 대신 걷기를 한참 했다. 하루에 막 10km씩도 걷고 매일 한강 다리도 건너고 그랬는데 기분 전환에는 좋지만 운동 강도가 높은 건 아니고 운동화가 너무 빨리 닳아서 문제였다. 그래서 동생이 안쓰던 자전거를 가져다가 타기 시작했다. 한창 때는 일주일에 세 번 40, 50km 씩 탔음. 이때 정릉천 달리기도 했다. 그리고 등산도 했는데 높은 산은 일정 빼기가 어렵고 번거롭고 혼자 가면 이거 왜 가고 있지 싶어지면서 자꾸 포기하게 되서 근처 얕은 산을 열심히 올라가는 정도로 지속했다. 그렇게 몇 년 타다가 자전거에서 낙상하는 일이 생겼는데 타박상에 놀랐는지 몸살이 며칠 났지만 그건 괜찮았는데 더 큰 문제는 자전거가 완전 비뚤어져서 지속할 수가 없게 되었다. 다 분해해서 기름칠하고 녹 제거하고 탈만하게 만들었는데 아쉬움. 

그러고 한동안 아무 것도 안하다가 트레일 워킹을 시작했다. 산, 들, 강 8km 정도 걷는 걸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했는데 이게 아주 좋았다. 기분이 좋음. 하지만 이때 생긴 발바닥 신경 통증과 무릎 아픔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중간 중간 헬스장도 다녔는데 피티 없이 혼자 운동하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거라 거의 스트레칭 위주였다. 멋대로 데드리프트하다가 허리가 아파서 며칠 못 움직인 적도 있다. 

아무튼 발이 아프면서 가늘고 길게 이어지고 있던 운동 전선에 문제가 크게 생겼다. 자전거를 타면 되겠다 했지만 사는 건 힘들고 미니벨로가 좋은데 거의 없는데다가 있어도 접히는 것들만 있어서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마땅히 둘 데도 없다. 그래서 따릉이 1년권을 끊었는데 따릉이 있는데가 너무 멀어서 가는 동안 지친다. 도서관에서 지하철 역 갈 때 가끔 탐. 그러다가 최근 수영을 해볼까 하다가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거임. 의외로 긴 이야기가 되었군.


3. 무인양품에서 할인 행사를 하길래 뭘 좀 사다가 식품이 있길래 함께 사봤다. 돼지김치찜, 진미채 이런 걸 샀는데 나쁘진 않지만 다들 너무 달다. 그리고 진미채는 너무 조금 들었다. 진미채를 좋아하지만 참 비싼 음식인게 예전에 마트 갔다가 깜짝 놀랐다. 만들어볼까 했는데 유통 기한도 그렇게 길지 않더만. 일주일에 한두 번 집에서 밥 챙겨 먹는데 만들어봤자 못 먹는다. 예전에 메추리알로 간장 조림을 만들었었는데 언젠가 보니까 거의 맛탕처럼 되어서 뭔 점액질 같은 게 쭉쭉 늘어나길래 버린 적이 있다. 아무튼 그 이후로 식당에서 반찬으로 진미채를 주는 게 믿기지가 않는데 있으면 열심히 먹는다. 요새는 거의 없음. 페루산 대왕 오징어가 그렇게 많이 들어오고 페루 사람들도 진미채라는 말을 알던데 이건 왜케 비싸지.


4. 매년 이런 환절기가 오면 팔과 다리가 막 간지러워지다가 하얗게 뜨고 그러다 보면 빨간 반점 같은 게 올라온다. 왜 그러는가. 로션을 제대로 안 발라서 그렇다. 로션이 없던 시절에는 그럼 다들 이렇게 하얗게 뜬 채로 살았을까, 나의 회복력이 문제인걸까. 작년에는 라로슈포제의 리피카 밤을 발랐더니 싹 괜찮아졌는데 올해는 그게 없어서 이솝의 핸드크림을 발랐더니 역시 싹 괜찮아졌다. 이맘 때는 피지오겔이나 세타필로는 답이 없음.


5. 요새 스벅에서 커피 마실 일이 있으면 숏 사이즈를 고른다. 딱 좋은 크기. 


6. 올해 들어 처음 보일러를 켰다. 추워

20241114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중 노크 방식이 아닌 무인양품 펜에 사라사의 블루 0.5mm 심을 넣는 걸로 대체적으로 해결이 되었다. 다른 펜의 파란색은 너무 파랗고 이게 그나마 진중하고 깊은 올드 스쿨 블루다. 세상 만사 쉬운 게 없군.


2. 지옥에서 온 판사를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선미의 크로스로드를 남긴 것 만으로도 좋은 드라마가 되었다. 퍼포먼스에 가려진 음색을 한껏 느낄 수 있다.


3. 스턴트 맨은 결국 포기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가 좋아서 계속 들을까 했지만 2012년에 들었어야 하는 곡이다.


4. 오늘은 일을 하면서 밥 딜런의 포크 시절 그레이티스트 히츠를 한참 들었다. 모르는 곡이 없었군.


5. 감기 기운이 살짝 있어서 낮에는 타이레놀 콜드를 저녁에는 콜데원을 먹었다. 감기 조심하세용~


20241111

숙회, 성질, 심금

1. 며칠 전에 연어와 아스파라거스 등을 먹었다. 몸에 좋은 것들이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었음. 또 며칠 전에는 모듬회를 먹었다. 역시 몸에 좋은 것들이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었다. 오늘은 콩나물과 부추를 넣은 간장 비빔밥에 오징어 숙회, 브로컬리, 양배추 등을 먹었다. 하지만 역시 너무 많이 먹었다. 몸에 암만 좋은 것들이면 뭐해 왜케 먹깨비가 됐지. 


2. 더위가 지나가자마자 추위가 오더니 다시 따뜻해졌다. 아침에 5도 정도지만 낮에는 20도 가까이 오른다. 그러면서 단풍이 들고 있다. 한국에서 나무가 단풍이 들려면 갑자기 찾아오는 폭우 시즌과 또한 갑자기 찾아오는 한파를 이겨내야 한다. 그러고나서 이런 시기가 언제 끝날 지 모르니 후다닥 마무리해야 한다. 한반도에 사는 모두가 성질이 급해지는 이유가 있다.


3. 최근 며칠 간 집에서 바퀴벌레, 돈벌레, 거미 등을 한 번씩 봤다. 정글이 되어가고 있는건가.


4. 영화 스턴트맨은 뭔가 이상하지만 이왕 시작한 김에 꾹 참고 보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테일러 스위프트의 올 투 웰이 심금을 울리는 데 이 노래 때문에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20241106

샤이, 압박, 예측

1. 미국의 대통령 선거일이다. 선거 전에는 트럼프가 선두를 뺐긴 적이 없다고는 해도 박빙이니 뭐니 말이 나왔는데 막상 개표를 보니 그 정도보다는 차이가 나는 거 같다. 미국도 샤이 트럼프 같은 게 많은 건가.


2. 패션 입장에서 보면 아무래도 패션의 정치적 참여가 크게 늘어나긴 한다. 패션과 관련된 여러가지 전향적 법안도 다 저번 트럼프 집권기에 나왔다. 물론 고통과 압박이 심해진 결과니까 웃고 넘길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패션이 정치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느냐 하면 그렇게 말하기는 좀 복잡하다. 또한 그런 이슈에 정말 관심이 많은가 하면 그 역시 단언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패션의 실질 구매자와 패션에 관심 많은 이들과 패션에 관심없는 이들이 서로 많이 다르고 갭도 꽤 크기 때문이다.


3. 사실 문제는 이게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이란 등등 확전의 분위기가 어찌될 지 모른다는 거다. 왜 이 타이밍에 북한이 참전을 했을까는 곰곰이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아무튼 세계의 지도자님들이 다들 짐작을 할 수 없는 분들이라 매우 곤란하다. AI 집권 시대가 오면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까? 그건 또 아닐 거 같은게 예전 알파고 이세돌 때만 돌아봐도 알파고가 뭐 하는 건지 아무도 이해를 못했지만 이기고 있었다. 지금은 더 심화되어 있을 거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걸까 저걸까 하는 동안 엥? 하는 걸 내놓을테고 그게 결국 맞고 이런 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4. 챗 GPT는 모르겠다. 몇 번 써봤지만 아직 쓸만한 답을 내놓은 적이 없다.


5. 혹시 패션붑에는 가지 않지만 여기에만 오시는 여러분. 이걸(링크) 봐주세요. 부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241105

기분, 이해, 황망

1.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일으킨 전쟁으로 쏠린 관심이 돌아서는 계기가 된 것도 같고, 미국 선거에 미칠 영향도 복잡하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야 싶은 게 2차 세계 대전이 시작하기 전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기도 하고.


2. 넷플릭스 구독을 시작했고 테넷을 봤다. 예전에 극장에서 봤었는데 아직도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고, 그렇다고 탐구를 시작할 만큼 재미있어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 리니어, 논리니어, 역리니어의 즉각적 이해에 내가 좀 취약한 거 같기도 하다.


3. 이외에 외교관 시즌 2를 보기 시작했다. 시즌 1을 잘 봤는데 비슷한 분위기라 괜찮음. 건담 복수의 레퀴엠을 조금 봤는데 동작이 어색한 게 보기가 힘들다. 건담은 처음 보는 듯.  스턴트 맨도 조금 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맛배기만 보면 안되. 쭉 봐야 해.


4. 날씨가 급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주에 상당히 찬 공기 덩어리가 지나가는 듯. 오늘 좀 춥게 입고 온 거 같다.


5. 경조사에 차례대로 참가하고 있다. 삶의 황망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 


6. 온 몸이 아프다. 소화 불량과 가스 참으로 며칠 째 고생하고 있는데 뱃속에서 가스가 위를 찌르는 거 같다. 왼쪽 발바닥과 왼쪽 햄스트링이 아픈데 이건 스트레칭을 잘못한 거 같다. 보면 왼쪽 팔, 몸, 다리가 말썽인 경우가 많아. 몸을 우측으로 쓰고 있나. 주변에도 여기저기 아픈 사람들이 많다. 날씨 탓인가.


7. 가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옷, 가방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 오해를 많이 사고 있는 거 같다.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옷 ㅎㅎ 에서 ㅎㅎ가 생략된 거에요. 하지만 오해를 사고 있는 듯 하니 사용에 주의해야 함.


8. 중고매장을 들락거리면서 생기는 문제 중 하나는 매물 중 가지고 있는 게 보여도 또 사고 싶다는 것. 물론 상태가 좀 좋은 경우나 컬러가 다른 경우가 많지만 완전 똑같은 것도 그런 경우가 있긴 하다. 이미 가지고 있다는 건 취향에 맞고 가지고 싶어서 산 거고, 그러니 또 보이는 것도 역시 취향에 맞고 가지고 싶은 걸테니 어찌 생각해 보면 당연하긴 한데 합리적일 지는 몰라도(가격 대비 잘 쓸 게 분명하다), 비이성적이다. 즉 마트에서 1+1이라고 대량 구매해 놓고 1만 쓰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20241030

시간, 신선, 피곤

1. 여전히 캔디 크러시 사가와 소다를 하고 있다. 보통 지하철에서 하는데 배터리를 많이 잡아먹는게 문제다. 전화기도 이제 좀 되서 배터리 관리를 해야 한다. 캔디 크러시 시리즈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불만이 있는게 쓸데없는 애니메이션, 화면이 너무 많다. 이 게임을 하는 사람은 그냥 매칭하고 부수고 레벨 넘기고만 있으면 될 거 같은데 별 쓰잘데기 없는 애니메이션으로 시간과 리소스를 잡아먹는다. 앱을 열고 게임을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너무 걸려. 딴 거 하고 싶은데 찾는 게 귀찮다.


2. 네이버 스토어를 잘 쓰는 데 최근 개편을 했다. 상품 검색을 해보면 낚시가 상당히 꽤 편이다. 상점 블록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이쪽도 쓸데없는 검색 결과로 시간과 리소스를 지나치게 잡아먹는다.


3. 새벽에 꽤 추운데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가끔 선풍기도 타이머 해놓고 틀어놓고 두꺼운 다운 이불을 덮고 자고 있다. 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바깥 공기가 신선하게 유지되는 게 좋다. 


4. 피곤해서 뭐라도 떠들까 하고 이걸 열었는데 생각나는 게 없군... ㅜㅜ 


20241023

미러, 자동, 두부

1. OS 업데이트의 시즌이다. 아이폰과 맥북, 맥미니 셋을 iOS 18과 세콰이어로 올렸다. OS 업데이트가 제일 짜증나는 게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하다가 문제 생기면 상당히 골치가 아파지고 하기 때문인데 시간만 오래 걸리고 별 문제는 없었다. 요새 업데이트는 그래도 깔끔하게 되는 편인 거 같다.

새로 생긴 기능 중 궁금했던 거 몇 가지를 테스트해 봤는데 일단 아이폰 미러링은 잘 된다. 하지만 둘을 분리해 놓는 일이 별로 없어서 어디에 써야할 지는 잘 모르겠음. 

키체인, 네트워크 패스워드, 사이트 패스워드 등이 합쳐져 암호라는 이름으로 독립했는데 이건 유용하다. 크롬에서 잘 안되는 게 문제였는데 크롬 확장 프로그램도 잘 돌아가고 아이폰에서도 되고 좋은 듯. 그동안 Bitwarden을 썼는데 옮길 생각이다. 예전에는 크롬북과 맥 조합이라 여기서 싱크 등 문제가 많이 발생했고 그 다음에는 크롬 브라우저에 맥 조합이라 역시 여기에서 문제가 여럿 발생했는데 이제는 크게 불편하진 않다.

멀미 방지 차량 모션큐는 아직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자동으로 해놨는데 어제 버스 탔을 때는 안 나오더니 오늘 지하철 타니까 나온다. 지하철에서는 안 나와도 된다고... 

에어팟과의 연결 및 이동은 매우 스무스하다.

여전한 문제는 구글 태스크가 애플 캘린더에 들어가지 않는 것. 그리고 한시적인 문제는 카카오버스 위젯이 사라진 것. 카카오버스 위젯은 그냥 카카오맵 위젯으로 해결이 되긴 한다. 가만보면 카카오 쪽은 카카오버스 앱을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게 기억에서 지울 생각인 거 같다. 근데 위젯 검색에서 네이버는 지도고 카카오는 맵이다. 애플 지도는 그냥 지도고 구글 맵은 Map을 쳐야 나온다.


2. 여전히 날씨는 엉망인데 어제 밤에는 상당히 추웠다. 10도인데 체감 온도는 4도였음. 아침에도 그러더니 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해 나니까 따뜻해지고 있다.


3. 점심 때 두부를 잔뜩 먹었는데 배가 아프다.


4. 맥북 에어 소감은 키보드의 반발력이 좀 세다.


20241017

교체, 기계, 타파

1. 10월 2일에 잠깐 이야기를 했던 세탁기가 3주 만에 배송이 왔다. 설치는 잘 끝났음. 대기업이라 그때부터 연락이 계속 왔다. 배송이 잘 왔냐, 친절했냐, 문제없냐... 오기 전에는 일언반구도 없더니. 아무튼 보일러 교체일과 세탁기 교체일이 겹쳐서 일정 관련해 좀 복잡했는데 다행히 세탁기 배송 일정을 조절해 다 제대로 됐다.

2. 이렇게 복잡했던 2024년의 기계 고장 관련 사건들이 끝났구나 했는데 어제 점심을 먹고 와서 노트북을 열었는데 화면이 안들어온다. 그걸로 끝...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은데 어쨌든 끝이다. 그래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서 원래 1월에 구매할 생각이 있었으니 10개월을 더 버텨준 거다. 잘했다. 하지만 아직 생명을 거둘 때는 아니라 집에서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맥북에어를 구입했다. 지출이 너무 심하군. 이렇게 해서 맥미니 M2와 맥북에어 M3를 쓰는 사람이 되었다. 마이그레이션도 별 문제없이 잘 됐음. 그런데 맥북에서 애플 페이가 되더만. 대체 왜... 편의점에서 뭐 사고 노트북 꺼내면 되는건가. 둘 다 소노마인데 세콰이아인가로 바꾸는 일이 남아있다.

3. 옷장과 책상, 책장을 바꾸고 싶어서 한참을 알아봤는데 일이 너무 크다 + 돈이 너무 든다 + 그에 비해 실익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마음을 접었다. 책꽂이가 가라앉고 옷걸이가 무너지고 있는 문제는 있는데 그건 2처럼 어느날 갑자기 쓰러지진 않을 듯.

4. 빌리가 새 앨범에 투자를 많이 한 거 같은데 타이틀이 귀에 그렇게 잘 들어오진 않는다. 하지만 수록곡의 퀄리티들이 꽤 좋음.

5. 4와 관련해 츠키의 한국어 발음 문제가 좀 있긴 하다. 곡의 중요 파트를 맞고 있는데 뭐라는거지 하며 주의가 분산된다. 그렇지만 외국인의 한국 발음이 들어간 노래 같은 건 워낙 대중화되서 사투리 중 하나 정도로 인식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요즘 세대는 이질감도 안 느낄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국제 공용어로서 영어를 위해 미국 발음 지상주의를 타파해야 하듯, 글로벌 엔터테이닝의 자리를 확고히 하려는 케이팝도 한국인 발음 지상주의를 타파하고 알아서 잘 알아들어야 함.

20241014

패딩, 통증, 제재

1.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축하축하~


2. 낮에는 반소매를 입어야 될 거 같지만 저녁에는 패딩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다. 이 10도의 격차가 20도와 30도 사이에 자리를 잡으면 그려려니 하는데 15도에서 25도 사이에 자리를 잡으면 옷 전개가 이상해진다. 


3. 8kg 케틀벨로 데드리프트를 했는데 허리가 아프다. 어설프게 바벨 데드리프트하다가 며칠을 앓아 누웠던 예전의 아픈 기억이 떠올랐는데 왜 그럴까 분석을 해보면 햄스트링의 유연성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거 말고도 문제는 많은 데 가장 큰 원인은 이거 같음. 햄스트링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유연해 본 적이 없다. 극복을 할 수 있는건가 모르겠네.


4. 대여 킥보드의 가장 큰 문제는 실질적으로 아무나 대여가 가능하다 + 헬멧 등 보호 장구에 대한 제재를 피할 방법이 없다 등이 되겠다. 후자는 몰라도 전자는 대여 업체에 대한 제재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지하철 입구에 딱 가로막고 있는 걸 보면 이거 어디다 치워버려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됨.


5. 굴국밥이 먹고 싶다. 음... 굴국밥...


6. 책을 힐링으로 읽어본 적이 없다.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다.


20241002

따갑, 구제, 주문

1. 최저 10도, 최고 20도라고 해서 살짝 긴장했는데(하루에 10도씩 떨어지고 있다) 낮의 햇빛은 여전히 따가웠다. 뜨겁다기 보다는 따갑다가 정확한 표현인 거 같다. 


2. 에이프릴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곽튜브에 대한 비난은 정도를 넘어서 있는 건 분명하다. 인터넷은 쉬워 보이는 타겟을 잡으면 굉장히 극단적인 경향을 보인다. 사실 내가 용서하마는 좀 민망한 쪽에 가깝지 이렇게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아무튼 사건보다는 그 이후의 모습이 중요한데 그냥 사태 중계를 하며 광고비를 버는 이들을 제외한 언론의 방향은 두 가지로 그때 이나은은 잘못한 게 없었다(반박되고 있다) 그리고 곽튜브에 대한 비난은 부당하다 정도다. 전자는 거의 기자 한 명이 쓰고 있는 데 그게 역시 사태 중계 언론에 의해 반복되고 있다. 정작 중요한 건 후자다. 물론 그의 부당함에 대한 논거는 극단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 현실에 대한 경고가 된다. 그렇지만 정작 피해자, 이현주는 거의 모든 곳에서 배제되어 있다. 이건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이던 그 당시에도 그랬는데 지금도 비슷하다. 결국 이런 문제가 흘러가는 방향은 누가 이슈를 주도할 수 있느냐, 그게 가치가 있느냐, 누가 마이크를 울릴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여전히 경제적 효용이 있는, 잠재적이더라도, 타겟 만이 그나마 논의의 대상이 될 뿐이다. 피해자 구제 우선주의는 이렇게 허언이 된다.


3. 국군의 날 열병식이 있었다. 며칠 전부터 전투기 소리가 정말 시끄러웠는데 세상에 전투기처럼 시끄러운 게 또 있을까. 우주선? 못봤지만 아마도 그럴 듯. 아무튼 열병식 자체는 괜찮다. 다만 군사정권의 흔적이 아직 지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저런 걸 대규모로 하는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또한 이건 어디까지나 권위주의적인 성격의 정치인들이 지배하고 있는 집단의 집결 행사 외에 다른 어떤 걸로도 보이지가 않는다. 맨 앞 줄부터 차곡차곡 쌓여있는 이 시대의 유력자들은 광복절, 현충일 처럼 약간 껄끄러운 데가 있는 행사나 개천절, 한글날처럼 별 연관 없는 행사를 피해 국군의 날을 적절한 날로 정하고 공휴일까지 만들어 모두 모이고 있다. 조폭 두목의 장례식에 서로의 서열을 확인하기 위해 모인 후계자들 느낌이다. 그리고 또한 해병대 채상병 사건은 비 전문가의 계급 권력, 지휘자의 책임 회피, 수사 축소 등 현 군 조직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당시 드러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어떤 방안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뭐가 신난다고 퍼레이드나 규모 키워서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4. 예전에 쓰던 다이어리를 노트로 쓰려고 리필을 구매하러 나섰다. 40여장 세트가 500원, 1000원 이러는 데 택배비 붙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 같아서. 아무튼 결국 택배 구입을 해야 할 거 같은데 약간 웃긴 건 대형 문구점에 다이어리 꾸미기 코너가 여전히 있지만 대부분 스티커, 포카 보관함 같은 것들만 있다. 즉 현재의 다이어리는 노트가 아니라 장식대 혹은 오브제다. 그러므로 다꾸가 유행이어도 다이어리 속지 리필 같은 건 필요가 없다. 그걸 몰랐네.


5. 9월 19일에 세탁기를 주문했는데 지정일을 멋대로 바꿈 + 바꾼 지정일이 미뤄짐이 겹치며 10월 8일 배송이 오는 걸로 밀렸다. 이 정도면 취소하라는 건가 싶긴 한데 이유는 주문이 많아서 생산이 밀리고 있기 때문이란다. 딱히 아주 저렴한 세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세탁기 주문이 왜 밀리는 걸까. 다시 사이트에 들어가 봤더니 해당 제품이 이번 달 주문이 500건이 넘었다고 한다. 그 사이트만 그런 거라면 다른 데 합치면 한 달에 세탁기 한 가지 모델이 대체 몇 대나 팔리는 걸까. 원래 매일 이렇게 많이 팔리나. 


6. 어제 잠을 잘 못잤는데 아무래도 원인은 카페인인 거 같다. 많이 마시지는 않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많이 마시지 않아도 크게 영향을 받는 몸 상태인 거다. 


7. 티스토리에 스팸성 댓글이 너무 많아졌다. 예전 스팸처럼 봇 느낌도 아니고 한글 네이티브 인간 봇이랄까. 아무튼 약간 엉망임.


8. 이스라엘 대 하마스, 헤즈볼라 전쟁의 마지막은 무엇일까. 지금 이스라엘의 목표는 다시는 이스라엘이 공격 대상이 되지 않는 거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왜 이스라엘이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걸까. 지금의 전쟁은 무기와 전력의 차이, 미국의 지원 등으로 이스라엘이 이길 가능성이 높겠지만 결국 앞으로 끝도없이 이어지는 복수의 역사가 시작될 뿐이다. 즉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는 상태에서 지금 전쟁의 끝은 나머지 나라를 한 명도 빼놓지 말고 다 없애버리는 거 말고는 없다. 그럴 생각일까. 


20240930

햇빛, 앤틱, 광인

1. 아침 저녁은 꽤 쌀쌀해 졌지만 낮에는 햇빛이 상당히 뜨겁다. 이것도 내일 되면 뚝 떨어질 거라고 한다.


2. 1년에 두 번 한다는 이태원 앤틱 & 빈티지 축제가 있다. 슬쩍 둘러봤는데 약간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 거 같다. 근처에 패션 브랜드 매장도 많은데 잘 키워보면 패션 측면에서도 좋지 않을까. 


3. 며칠 전에 명동을 가로질렀는데 완전 외국인 대상 관광지다. 그리고 사람이 정말 너무 많음.


4. 예전에는 등산로나 한강 자전거 길에서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놓고 지나가는 중년들은 말하자면 광인의 표식 같은 거였다. 요새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지하철, 버스, 길거리 아무대서나 소리를 키워 놓는다. 세상이 다 광인이 된 건지, 광인의 기준이 낮아져서 저 정도는 광인 취급도 안 받게 된 건지. 


5. 따릉이 자전거들이 엉망인게 많다. 좀 갈아주고 고쳐주고 해야하는 거 같은데 내버려두고 있는 듯.


6. 4번과 관련해 술 마시는 방송도 광인의 그것과 어딘가 결이 비슷하지 않나 싶다. 


7. 요새 쉬는 날이 징검다리처럼 있다. 공휴일과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는 듯 하지만 세상의 시설을 이용하는 한 아무래도 영향을 받는다. 


8. 현대 사회는 노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어떤 노동을 하느냐에 따른 수익의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자본주의 초기 사회에 그랬고 러시아 혁명 후 그걸 막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금융 시대와 IT 시대가 찾아온 후 이걸 제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오류가 만들어 내는 균열이 결국 이 체제를 완전히 망가트리지 않을까 싶음. 그렇다면 방법이 뭐가 있으려나.

20240924

쌀쌀, 무쇠, 자극

1. 날이 쌀쌀하다. 낮에 햇빛이 뜨겁긴 하지만 이제 짧은 소매 입고는 못 다니겠다.


2. 요즘 재미있게 보는 건 무쇠소녀단. 유이, 김동현 외에 진서연, 박주현, 설인아는 얼굴은 낯이 익지만 이름과 매칭은 안됐는데 이번에 알게 되었다. 설인아가 은근 운동 천재임.


3. 2를 본다고 당장 뛰쳐 나가서 달리기를 하는 건 아니다. 디비져 누워서 운동 해야지... 하면서 봄.


4. 2 말고는 기다렸다가 보는 건 없다. 흑백 요리사가 화제라는데 넷플릭스 구독을 안 하고 있다. 유튜브로 자주 보는 건 이미래 선수 당구 경기.


5. 4와 관련해 백종원 유튜브에 안성재 나오는 건 봤다. 접시 위에 쓸데없는 걸 올리는 걸 싫어하는 건 나도 패션에 대해서 그 비슷하게 생각한다. 뭐 나랑 비교하겠다는 건 전혀 아니고 듣고 나니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인지가 되었으면 앞으로 기준이 되어야겠지. 그런데 저런 원칙은 파인 다이닝 뿐만 아니라 어디에도 적용이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6. 최쉐프의 스토리는 좀 좋아하는 데 은근히 차별 받는 이의 극복 스토리는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7. 예민함 측정 이런 걸 해봤는데 인터넷에 떠도는 거라 정확성은 없을 지 몰라도 거의 만점이 나왔다. 최근 스트레스가 좀 큰 거 같다. 측정 이후 쓸데 없는 일에 무던해져야 한다고 자주 생각하고 있다.


20240923

고장, 보드, 저울

1. 지난 한 해 동안 TV, 랩톱, 전자렌지, 밥솥, 세탁기, 이동식 에어컨(쿨프레소), 현관 센서등 등등이 고장났다. 이중 쿨프레소는 AS를 한 번 받았었는데 다시 고장이 났고, 밥솥은 새로 구입한 게 또 고장이 났다. 아무리 그래도 빈도가 너무 잦은 거 아닌가. 근처에 보드를 파괴하는 마법의 기운이 흐르나. 랩톱은 몰라도 나머지는 한 번 사면 10년 정도는 고장이니 뭐니 이야기도 들을 일 없는 것들이 아닌가. 아무튼 쿠쿠 밥솥, 6.3kg을 들고 AS 센터에 다녀왔다.


2. 그건 그렇고 보드 불량은 아무도 꼼짝 못하고 어디에서나 통하는 마법의 문구다. 뭐든 그냥 보드 불량이라고 하면 이유도 모르겠고, 할 말도 없고, 교체 말고는 답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써야 고장이 안 날까요 해도 마땅한 답도 없고.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도, 도서관 정수기도 보드 불량이라고 사용이 정지되고 심지어 지금 아파트 현관도 보드 불량으로 문이 안 닫히는 데 부품 수급 문제로 대기를 하고 있다. 밥솥은 보드 교체로 수리 완료.


3. 오래 된 식당 영상에 나오는 이런 오래된 밥솥들은 왜 아무렇지도 않아. 매일 수십 년을 밥을 했을텐데 보드 왜 멀쩡해. 사용법 간단하고 밥 잘되면 LCD 화면이니 취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음성 안내니 다 필요없다고. 초록 빨강 발광 다이오드에서 불만 들어오면 되니까 그런 거나 좀 내놔.




4. 일본의 오래된 식당 준비 - 서빙 하는 영상이 있길래 몇 편 봤는데 인상적인 장면은 할머니 주인장들이 수십 년 매일 아침 밥을 만들었을텐데 다들 여전히 눈금을 보면서 물을 맞춘다는 점. 유부에 들어가는 밥의 양도 저울로 잰다. 역시 세상에 대충 되는 건 하나도 없다.


5. 밥솥 들고 돌아다녔더니 피곤하다.


6. 라면은 먹기 직전에 제일 맛있는 거 같고, 넷플릭스는 구독 시작 직전이 제일 재미있는 거 같다. 먹기 전에 생각만 해도 맛있지만 먹으면 더 맛있는 건 소고기, 돼지고기, 각종 회, 진미채, 떡볶이... 떡볶이는 약간 업체 가림.

 

20240918

여운, 환기, 상품

1. 정선, 태백 쪽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라는 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감정의 여운을 남겨놓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1-1. 자연 그 자체를 느끼는 건 좋은데 건설과 토목의 결과인 인공 구조물에는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물론 인공 구조물이 없으면 자연에 접근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는 한데 그러므로 조망이 좋은 곳이 적절한 선택지다.

1-2. 여행은 혼자 가는 게 좋기는 하다. 타인의 여행에 동반을 하면 편함을 얻지만 어느정도 불편함이 있는 데 그걸 점점 견디기가 어려워진다. 

1-3. 하지만 여행이라는 건 비용 대비 효용이 너무 낮다. 그 비용이면 성수동 빈티지 매장이나 백화점을 돌아다니는 게 훨씬 즐겁고 도움이 될 거 같다. 또한 효용이 간접적이고 추상적이다. 그렇지만 여행이라는 비일상적 행위가 분명 필요한 거 같기는 하다. 이성과 감성을 때때로 환기시키지 않으면 사고가 지나치게 패턴화된다. 그러므로 지방 백화점 구경, 지방 매장 구경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행 주기와 거리, 기간, 비용과 효용 사이의 균형점을 좀 찾을 필요가 있다.

1-4. 또한 지방의 대중 교통 사정도 짜증을 불러 일으킨다. 뜻대로 되는 게 없음. 하지만 등산, 트레일 워킹은 지금은 하기 어렵다. 예전 양평 둘레길의 경험은 좋았지만 발이 계속 아프게 된 건 분명 그 책임이 있다.

1-5. 낚시를 하면 어디 계곡에 처박힐 수 있고 좋지 않을까 하고 좀 찾아봤는데 역시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배우고 알아야 할 게 너무 많다. 하지만 엘엘빈이나 파타고니아의 웨이딩 시리즈가 탐나기는 한다.


2.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이번 추석은 정말 너무 덥고 습하다. 손에 닿는 모든 물체에 습기가 서려있다. 


3. 추석 당일 빼고는 도서관에 나왔는데 기숙사에 남아있는 모든 외국인들이 편의점에 모여있는 거 같았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추석, 설날 연휴 관광 상품 같은 걸 내놓을 만 하지 않을까.


4. 자신의 조잡함을 느낄 때 부끄럽고 반성을 하게 된다. 그런 반성이 나아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야 하는 데 그쪽은 더 어려운 거 같다.


20240912

실감, 건강, 두통

1. 처서는 커녕 백로도 지났고 9월 중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폭염 경보가 올라오고 있다. 뭔가 망했다는 분위기가 굉장히 실감이 난다. 언젠가 이야기했듯 어렸을 적에는 외계인 침공, 핵 전쟁 같은 걸로 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작 나를 죽이는 건 미세 먼지와 기후 온난화였다. 차라리 앞 쪽이 더 낫잖아.


2. 오늘은 그래도 비가 내리고 있다. 새벽에 빗소리가 꽤 커서 잠에서 깼다. 그렇다고 시원해지는 건 아닌데... 뭐랄까 으슬으슬.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버티기 어려운 기후다. 방금 전 서울 서남권의 호우주의보가 해제되고 동남권에 호우주의보가 발표되었다.


3. 에일리언 로물루스는 아직 못봤다. 할 게 좀 많다. 그런 이유로 안 본 게 많다. 


4. 랩톱의 모니터는 작은 걸 좋아한다. 그렇다고 미니 이러면 한 눈에 들어오는 게 너무 없고 맥북의 13인치, 윈도우나 크롬북의 12인치 대 정도가 적당한 거 같다. 기억에 맥북 13인치와 크롬북 11.6인치가 가로 사이즈가 같다. 옆으로만 긴 모니터 싫어해서 맥북 쪽이 나은데 씽크패드가 맥북과 비슷한 가로세로비율인 듯 하다. 이 정도 사이즈를 선호하는 건 들고 다닐 때 부담을 느낄 맥시멈 사이즈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까지는 어떻게 들고 다니겠는데 이 이상은 무리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생겼는데 모니터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렸을 때 노안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냥 저렇게 되나부다 생각만 했는데 이거 정말 짜증나고 불편함. 최근에 노트북 열람실에 아이맥을 꺼내놓고 있는 사람을 봤는데 정말 들고 온 걸까.


5. 민희진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결정적으로 방시혁은, 하이브는, 멋지지가 않다. 특히 지금 하는 거 보면 정말 너무 멋 없고 폼도 안 나. 몇몇 엔터 회사 대표들을 떠올려 보면 이게 멋지지 않아야 대표를 할 수 있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런 사람이 없으니까 아직 모르는 건가 싶기도 하고. 


6. 어제 모기향을 틀어놓고 자서 그런가 두통이 멈추질 않네.

20240905

엔딩, 애매, 경로

1. 요즘 여기가 뜸한 이유는 일이 좀 많기 때문이다. 사실은 마음 만이지만 바쁨...


2. 듄2의 OST 중 Only I will Remain을 일할 때 종종 듣고 있다. 이 음악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한스 짐머를 비롯한 이런 웅장 류 곡이 다들 좀 그렇긴 한데 조용할 때와 시끄러울 때 간의 갭이 너무 커서 잘 안 들리다가 귀 아프다가가 반복된다는 것. 아무튼 일단 영화 엔딩 크레딧 나올 때 가만히 앉아서 끝까지 보는 타입은 아니다. 그런데 듄2를 보고 나서 화장실을 갔는데 뭔가 화장실까지 전해지는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곡이 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까 그 곡이 이 곡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곡을 들으면 사막의 풍경과 함께 영화관 화장실 벽 타일이 생각남...


3. 에일리언 로물루스는 보려고 하는데 시간이 좀 애매하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폭군이 올라오면서 마녀 2가 올라왔다길래 그걸 잠깐 볼까 싶기도 하다. 이런 프랜차이즈는 일단 보기 시작하면 괜시리 챙겨보게 된다. 한때 디즈니, 애플, 넷플릭스, 티빙, 쿠팡, 네이버멤버십 플러스로 스포티비까지 구독되어 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티빙 뿐이다. 유튜브 프리미엄도 있긴 하구나. 음악 앱은 정말 경로의존성이 높은 듯. 바꾸기가 귀찮아.

20240826

처서, 산산, 변화

1.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처서가 지난 후 열기가 살짝 죽기는 했다. 하지만 태풍의 영향인지 습기가 어마무시해서 굉장히 덥다. 일단 산산인가 뭔가가 지나가야 한다. 


2. 이렇게 여전히 덥지만 계절의 변화는 진행중이다. 비염이 심해지고 손이 벗겨지고 있다. 액티피드를 먹었더니 너무 졸리다. 어떻게 이렇게 졸릴 수가 있지. 오래간 만에 먹으면 더욱 심하게 졸리는 거 같다.


3. 너무 졸려서 이걸 열었는데 더 졸리네.


4. 8월 말 어느 시점을 경계로 매미 소리가 싹 사라지고 귀뚜라미 등 풀벌레 우는 소리로 바뀌었다. 날씨는 변함없이 더운 거 같지만 아마도 최저 기온, 최저 습도, 일조량 혹은 다른 등등의 변화 때문일 거다. 내년에는 체크를 좀 해봐야겠다.


5. 구립 체육관 신청을 하려고 했는데 정시에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게 어떻게 될 수 있는 건지 이해가 안 감... 일단 휴대폰으로는 어려운 거 같고 피씨방 같은 데서 해야되는 건가. 아무튼 실패를 뒤로 하고 다음 달에는 범위를 좀 넓혀서 재도전 해야겠다.

20240822

측정, 탄생, 느낌

1. 우크라이나 전쟁이 최근 약간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젤렌스키는 기발한 작전을 생각해 냈고 그걸 성공시켰다. 이에 대해 말들이 많기는 한데 아무튼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건 확실한 거 같다.

이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꽤나 많은 이들이 전투력 측정기 같은 생각을 한다. 전투력 측정에 의하면 러시아가 질 리가 없다, 그러므로 우크라이나는 내줄 거 내주고 안정을 취하는 게 낫다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끝이 없다. 러시아가 어디를 가서도 전투력 측정 상 그냥 질 리는 없다. 몇 백만이 죽어도 푸틴은 정권만 유지할 수 있다면 상관도 안 할 거다. 그러므로 위협을 가하면 내줘야 한다. 그땐 그럴 수 밖에 없었고 오히려 그게 이득이라는 뉴라이트 적인 생각이다. 

이런 생각으로는 전쟁은 일어날 수가 없다. 아니 올림픽도 월드컵도 별로 필요없다. 전투력 측정기로 그간의 성적을 종합해 보면 결론은 대충 알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예외적인 일은 얼마든지 생겨난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어디선가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그걸 잘 이용하는 이가 승기를 잡는 법이다. 나중에 AI가 작전 짜고 그러면 그건 모르겠다. 그때는 그냥 지구 정부가 필요할 듯. 아무튼 현재의 전투력 측정기는 또한 환상일 뿐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을 3년이나 끌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이 기간은 발언권의 차이를 만든다. 결국 러시아나 미국 같은 예외적인 곳을 제외하면 나라는 발언권을 먹고 살 수 밖에 없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이스라엘, 중국-필리핀 분쟁 등을 보고 있으면 결국 현대의 전쟁은 독재국가 혹은 그 유사국가의 정권 유지와 확장을 위해서만 일어난다. 제국주의 시대는 왕들이 있었으니까 결국 그것도 비슷했을 거다. 이거 외에는 유사 종교적 신념 같은 게 있는데 이쪽은 테러 형태가 많다. 한때 전쟁의 시대는 끝나고 테러의 시대가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독재형 국가가 탄생했을 때 막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혼란이 끝이 나면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결국은 세계 정부 같은 거의 불가능한 아이디어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2. 처서가 찾아왔다. 하지만 올해 처서는 태풍 종다리 이후 유입된 극한 습기와 열기 때문에 처서라고 별 일 있겠냐 하며 무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집에 오면서 보니 엄청 습한데 바람이 꽤 불고 그 안에 약간의 냉기가 있다. 뭔가 몸살 걸릴 거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어쨌든 어떻게든 시베리아 저기압은 찾아오겠지. 아직은 좀 기다려야 할 거 같다.


20240812

더위, 푀엔, 적응

1. 입추가 지난 후 아침, 밤은 살짝 선선한 기운이 돌아서 이렇게 여름이 끝나면 좋겠다 했는데 저번 금요일 즈음부터 시작된 약간 새로운 패턴의 더위가 올 여름 들어 최고의 더위인 거 같다. 낮이고 밤이고 너무 덥다. 기존의 찜통 더위와 느낌이 약간 다른데 연기가 풍풍 나는 만두찜이 아니라 압력 밥솥 안에서 매우 치밀하게 구석구석까지 잘 쪄지는 느낌... 여름의 더위는 어쩔 수 없지만 어서 찜통 더위가 지나가고 습도라도 낮은 불볕 더위라도 오면 좋겠다.


2. 습도가 낮은 불볕 더위의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게 일본 동쪽에서 만들어 진 태풍이 티벳 고기압 대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는데 아무튼 그게 동풍을 만들면서 동해 쪽에는 약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그게 태백 산맥을 넘으면서 서쪽에 푀엔 현상으로 고온 건조한 바람을 불어 넣을 예정이다. 예전에 푀엔 더위 지독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보다 좀 낫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이미 와서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동해 쪽은 천국이 되는건가 싶지만 바다 수온이 따뜻해서 결과는 체감 기온이 3, 4도 높은 고온 다습이라고 한다. 어디라도 살아야지 이게 뭐야...


3. 쿨프레소 없는 밤에 적응을 해 가고 있는데 5시 반 쯤 더워서 깨는 건 어떻게 되지가 않는다. 


4. 더위가 인간을 마비시키고 있어. 더 이상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음.

20240805

고장, 너무, 다행

1. 슈퍼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40도 넘은 지역도 있고 서울도 35도, 6도를 오르내린다. 습도가 높은 게 2018년 더위와 다른 점인데 태풍 개미 때 높은 습도 이후 좀 낮아져서 더워도 살짝 쾌적한 느낌이 있더니 다시 치솟고 있다. 문제는 이 시점에 쿨프레소가 고장이 난 건데 사실 이 정도 더위면 쿨프레소는 이미 별 소용이 없기는 하다. 그래도 전혀 방법이 없는 것과 뭐라도 있는 건 다른 상황이다. 어제는 위스키를 반 잔 마시고 자버릴려고 했는데 그냥 더 더워짐. 오늘은 어떤 방법을 시도해 볼까 고민 중이다. 지금부터 10일 정도가 고비가 될 듯.


2. 파일럿을 봤다. 파일럿을 꼭 보고 싶다는 건 아니었지만 더위를 피할 방법 중 하나였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매우 어설프고 실질적으로 영화 내에서 도래한 여러 이슈들을 피해버리고 얼버무린다. 얼버무리는 방식이 숨기고, 감추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조정석이 모른채 치고 나가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좀 너무하다 싶은 게 사실이다. 

사실 이 영화의 주요 배경이라 할 젠더 문제에 대해 이렇게 단순한 방식의 문제 제기는 여러 오해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이미 진행되고 있는 논의에서 뒷걸음칠을 친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잠깐 둘러 본 영화를 둘러싼 이야기를 보자면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이슈에 대한 인식의 크나 큰 차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오직 하나, 예쁘다라는 말을 하는 것도 문제다라는 이슈만 제기하고 그나마 그걸 설명하고 지나버린 것도 나름의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적어도 이 영화는 정면으로 부딪히지는 않을 지언정 완전히 피하고 있지는 않다.  

이건 그나마 좋은 점을 찾아본 거고 영화의 완성도 측면에서 보자면 사실 좀 너무하다. 편집은 루즈하고, 조정석의 원맨쇼에 거의 모든 걸 기대고, 영화 내용 상의 인과 관계 같은 건 애초에 있지도 않다. 그냥 이런 세상이야 하고 다 퉁치고 나가 버린다. 그렇지만 한선화의 능청스러움은 훌륭했고 이주명도 멋지기 때문에 다음 스텝을 기대하게 만든다.


3. 오늘 새벽에는 요란한 천둥 소리와 비 소리에 잠을 깼다. 그래도 소나기가 내릴 정도의 하늘인 거다. 2018년과는 다르다. 그나마 다행이다. 

20240802

기운, 일희, 일비

1. 올해 흐르는 기운이 영 별로다. 노트북이 맛이 가서 아주 섬세하게 다뤄야만 사용할 수 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이 꽤 많고 킬 때, 끌 때 순서를 지켜야 한다. 키보드는 몇 개가 약간 맛이 갔다. 도서관 노트북 열람실은 갑자기 공사에 들어가면서 쫓겨났다. 그리고 마침내, 어제 밤 쿨프레소가 스르륵 꺼졌다. 어떻하지 이거 뭐 대책이 없는데. 


2. 따지고 보면 오늘이 8월 2일이니까 앞으로 20일, 15일 정도까지라고 하면 12일 정도 열대야의 혹서기가 남아있다. 2주~3주 가량. 뭐 죽지는 않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어떻게 되겠지 싶기는 하다. 


3. 삼체처럼 바싹 말려서 처서 넘은 다음에 물에 넣어 되살리는 게 최곤데.


4. 그런가하면 좋은 일이 없는 건 아니다. 브랜드와 협업을 하고 있고, 번역도 하고 있고, 책도 쓰고 있다. 아, 정기 원고 하나가 끝이 나서 또 실망했구나. 글을 쓰는 프리랜서란 언제나 일희일비하고 최종적으로는 돈이 없고 뭐 그런 운명이다. 연예인이 언제나 일희일비하고 최종적으로는 돈이 많고와 반대임.


5. 티스토리 애드센스도 메롱이 됐구나. 


6. 이건 뭐 플러스 마이너스 사이의 치열한 다툼이네.


7. 작년 4월에 치실 300개를 샀는데 드디어 다 떨어졌다. 사실 그 당시에도 50개 짜리, 30개 짜리 등 여러개 있긴 했으니까 대략 400여개 정도를 쓴 거고 시간이 얼추 맞는다. 


8. 몇 벌의 옷을 사고 싶었는데 컴퓨터 메롱과 쿨프레소 메롱으로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그렇지만 근간이 무너져도 옷을 구입해 새 글을 뭐라도 하나 쓰고 원고에 무슨 새로운 이야기라도 하나 더 하다가 땅 밑으로 꺼지는 게 맞긴 하다. 아껴서 할 이야기가 없는 것과 망했지만 할 이야기가 있는 것 사이의 대결이 또한 4로 이어진다. 

20240729

새벽, 가치, 살균

1. 올림픽에서 볼 만한 건 대체적으로 개막식 밖에 없는데 파리 올림픽 개막식은 새벽에 한 덕분에 전혀 보질 않았다. 이런 건 생방으로 보질 않으면 그걸로 그냥 시큰둥해지는 그런 것... 이후 올림픽에도 전혀 관심이 가질 않는데 어깨너머로 들리는 소식을 보면 금메달도 따고 잘 하고 있는 거 같다. 다들 화이팅.


2. 하이브 - SM 때도 그렇고 하이브 - 어도어 때도 그렇고 나쁜 놈, 나쁜 년 만들어서 신난다고 때려대느라 인간들이 생각을 전혀 하질 않는 거 같음. 이럴 때 득 보는 건 보통 누가 뭐라든 돈만 쫓는 이들. 주식 이야기 아님.


3. 도메인을 팔라는 연락이 왔다. 사서 뭐 하게... 그런 김에 나의 패션붑은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 얼마에 팔 생각이 들지 생각해 봤는데 앞과 뒤의 격차가 어마무시할 거 같다. 판다면 내가 생각하는 가치는 사실 별 의미도 없는 도메인 같은 게 아니라 적혀 있는 글, 그에 해당하는 원고료여야 할 듯. 


4. 날씨가 정말 이상하기 그지 없는데 비가 내렸다 하면 말도 못하게 쏟아지고 어지간하면 10분 정도면 그친다. 그러고 나면 내렸던 비가 수증기가 되면서 그렇찮아도 높았던 습기가 맥시멈을 향해 달리게 됨. 또한 10분 비로는 암만 내려봤자 대지를 식힐 수 없으므로 더위도 지속됨. 사실 1시간 정도 내려도 다를 건 없음. 


5. 쿨프레소는 이런 습기에 4시간 정도 만에 물이 차서 비워줘야 한다. 덕분에 자다가 2번 정도 깨어나 물을 비우게 됨. 한 달만 하면 되니까 그려려니 해야지. 고장이나 나지 마라. 조금 더 큰 이동식 에어컨이 있는데 정말 너무 시끄럽다. 그래도 8월1일부터 처서 22일까지는 그걸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이소에서 뭘 좀 사야하는 문제가 있음.


6. 바다에 가서 온 몸을 살균하고 싶다.

20240723

바람, 통증, 피곤

1. 소노 시온 영화 중에 바람이 불면 사람이 잘리는 고어 영화가 있었다. 그때 보면서 바람에 갯수가 있을까, 개별화된 바람이라는 게 있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 바람이란 대개 집합적이고 그 안에서 연속적이다. 그런데 바로 어제 그런 일이 있었다. 20분 정도 번개가 치면서 비가 왕창 내렸고 잠잠해지길래 자려고 누워있었다. 멀리서 바람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고, 후르륵하며 거의 모든 게 흔들리고 밀리는 소리가 한동안 들리고, 그 다음 잠잠히 사라져 갔다. 그리고 한참 지나고 나면 또 그런 바람이 한 개 불어왔다. 이런 식으로 간격을 두고 개별화된 바람이 하나씩 불어왔다.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 건지 아직 의심스럽다.


2. 허벅지에 근육통이 있다.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3. 피곤하다.


4. 장마 전선이 북쪽으로 올라갔다. 이제 찜통 더위가 시작된다. 8월 22일 처서가 올 때까지 한 달 정도 남았다.


5. 넷플릭스에서 외교관을 다 보고 구독이 일단락되었다. 외교관은 약간 재미있지만 시시한 감이 없지 않은데 핼이 좀 못하는 거 같다. 혼자 약간 딴 세상. 그래도 몇 명의 배우를 새로 인식하게 되었는데 케리 러셀, 알리 안, 아토 에산도. 

주인공인 케리 러셀은 어디선가 본 듯 하지만 잘 몰랐는데 미션 임파서블 3에 나왔었고.. 이걸로 요약하기엔 필모가 꽤 길지만... 드라마 펠리시티로 골든 글로브 여우 주연상을 받았었다. 디즈니 채널로 데뷔해 드라마, 영화 등을 거친 루트로 꽤 많은 작품에 나왔는데 보다보니 1994년 본 조비 올웨이즈 뮤직 비디오에 출연했다고.

알리 안은 본명은 앨리슨 안, CIA의 에이드라 역을 맡았다. 캘리포니아 파사데나 출신으로 할머니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한국계다. 역사 공부를 하고자 예일 대학교에 갔는데 거기서 연극과 댄스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고. 예일댄서스라는 곳에서 활동을 한 거 같다. 그후 칼아츠에서 연기로 석사를 받았다. 브로드웨이에서 데뷔해 영화, 드라마로 가는 루트. 빌리언스를 잠깐 봤었는데 거기에 나왔다고.

아토 에산도는 케리의 보좌관 스튜어트 헤이포드 역을 맡았는데 가나계로 뉴욕에서 태어났다. 코넬 대학교에서 화학공학 학사를 받고 연극에 입문했다. 이후 드라마, 영화로 진출했는데 극작가이자 극단도 이끌고 있다. 

학력들이 좋네.

20240719

만료, 요인, 애매

1. 넷플릭스는 이제 곧 구독 만료다. 역시 OTT는 구독 직전까지가 제일 재미있는 듯...


2. 거대한 변화의 시간이 다가온다. 몇 년 째 이용하던 열람실이 공사를 시작하고 전혀 다른 형태로 변한다고 한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어딘가를 점유할 능력이 없으므로 어떻게든 적응하고 일을 할 방법을 찾아야겠지. 그래도 외부 요인에 의해 휘둘릴 수 밖에 없는 기분은 좋지 않다.


3. 2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반드시 통제해야 할 것들이 통제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 건 우울하다.


4. 잠을 잘 못자고 있다. 더워서 그런 것도 있는 거 같은데 매일 5시 50분에 눈을 뜬다. 7시 30분에 일어나는 주기로 살기 때문에 1시간 반 가량이 애매해진다. 더 자려고 해도 잠이 잘 오지 않고, 잠을 자지 않으면 오후에 지독한 졸음이라는 대가를 치루게 된다. 너무 시간 맞춰 사는 것도 건강에 안 좋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이런 경우는 좀 곤란하다.

20240716

바깥, 포장, 기분

1. 티스토리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이사를 가야 해.


2. 남쪽에는 시간당 100미리 폭우가 종종 내리고 있는 데 서울은 그정도는 아니다. 저번 주말인가 시간당 10미리 정도가 내렸고 오늘 시간당 8미리인가 내렸다. 문제는 두 번 다 그 시간에 바깥에 있었다는 것. 몇 년 째 간헐적으로 내리는 폭우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평소에는 잘 움직이지도 않는데 하필 그럴 때만 밖에 있어. 우연이겠지만 이럴 때 샤먼과 주술을 찾는 거겠지.


3. 최강야구는 시큰둥해졌다. 올해 초 신재영 몰카 때 약간 쎄하다가 몇 장면 그런 게 이어졌는데 뭔가 거슬리는 게 점점 많아지면서 흥미가 사라졌다. 오늘 나온 예고편에 투수가 화 난다고 벽에 글러브 던지는 거. 그런 통제 불능이 왜 승부욕으로 포장되는지 모르겠다.


4. 유로 2024는 스페인, 코파 2024는 아르헨티나가 우승했다. 우승국만 보면 뭐 언제나 그렇듯 이지만 결승 상대가 잉글랜드와 콜롬비아였다는 게 약간 예외라면 예외. 물론 콜롬비아도 잘 하는 나라지만 예컨대 남미에는 브라질을 비롯해 미국, 멕시코, 페루 이런 나라들이 있고 유럽에는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가 있다.

유로는 전반적으로 재미는 없었다. 코파는 너무 거친데 대신 재미는 있다. 이게 문제다. 재미없어도 안전해야지, 사람이 살고 봐야지 코파는 누구 크게 다치는 거 아니야 싶던데. 이런 흐름이 북중미 월드컵으로 연결되는 건가 싶다. 가장 흥미진진했던 경기를 하나 뽑자면 코파 4강전 콜롬비아 대 우루과이. 


5. 린가드는 습기 찬 더위에 약한 게 아닌가 싶다. 처서 지날 때까지 쉬엄쉬엄 기용하는 게 좋을 거 같다.


6. 넷플릭스에서 외교관을 보고 있다. 재미있지만 요즘 이런 정치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징글징글한 느낌은 없다. 그래서 약간 예전 드라마 분위기가 나는 거 같기도 하다. 징글징글은 더 에이트 쇼인 거 같은데 이게 너무 전형적인데 징글징글하다. 오겜도 그렇고 요새는 이런가 싶기도 하고 웹툰이 원작이라 그런 거 같기도 하고. 확실히 다들 웹툰 아우라가 너무들 강하다. 다 보진 못했다.


7. 어제는 9시 정도 부터 꾸벅꾸벅 졸다가 11시 쯤 잠깐 일어나 이를 닦고 또 자기 시작해서 7시 반에 일어났다. 상당히 많이 잤는데 그래도 졸린다. 다행인 건 약하게 느껴지는 오한 같은 게 있었는데 사라졌다는 것. 많이 잔 덕분인지, 오한이 그냥 기분 탓이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8. 비가 이렇게 내리는 걸 보고 있으면 트라이아스기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바다가 따뜻하고 공기중에는 이산화탄소가 가득 있었다. 2억 5천 백만년 전 페름기 대멸종 이후 판게아로 묶여 있던 대륙은 뜨겁고 평평하고 건조했다. 육상 생물은 대부분 소형 파충류였고 조류도 포유류도 아직 없었다. 그러다가 2억 3천 4백만년 전 문득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비는 이후 200만년 동안 내렸다. 그때 비도 오늘 같은 비로 시작되었겠지. 소형 파충류들은 비가 이후 200만년이나 내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겠지. 이 시기를 카르니알 플루비알 에피소드라고 하고 그때 비를 견디지 못한 초기 파충류들은 다 사라지고 그치고 난 후 공룡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보다 정확한 내용은 여기(링크)를 참고.


20240708

노답, 전제, 대책

1. 아이돌 세계를 떠나 스포츠 세계로 잠시 돌아왔지만 최근의 축구 국대 감독 선임 사태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여기에도 답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게 지나치게 높은 기준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긴 함.


2. 삼체에서 즉각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면 1) 웨이드의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하다. 그냥 그런 사람이라는 게 다 임 2) 삼체인은 왜 그렇게 열심히 설명하는가. 이래서 너희를 괴롭히고 있고, 저래서 너희를 멸망시키려 하고 있고, 그 방법은 이렇게 저렇게 블라블라.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라는 전제가 있긴 한데 그렇구나 싶은 건 아님. 이 역시 그냥 그런 외계인이다 라는 게 다 임. 

그리고 400년이라는 숫자 굉장히 애매하다. 영화에서는 400년 후가 걱정되서 자살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데 좀 너무 멀다. 400년은 커녕 그보다 훨씬 전에 핵 전쟁, 기상 이변, 수몰, 지진과 화산 등으로 대규모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너무 높다. 400년 후에 찾아와보면 대지와 바다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고, 평균 기온은 40도가 넘고, 이산화탄소 너무 많고 그래서 삼체인들도 여기에선 못 살겠다고 돌아갈 수도 있음.

애초에 400년 전을 생각해 보면 1624년인데 여기는 인조 때다. 당시에 400년 후의 지구를 걱정해 자살하는 사람이 세상에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 물론 영화에서는 벌써부터 찾아와 요란하게 만들고 있으니 상황이 약간 다르긴 하다.


3. 물론 픽션에서 하나하나 다 설명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대략적인 부분에서 원래 그런 거임으로 퉁치고 나가는 게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적절한 인과 관계와 추론 가능성 정도가 내용에 포함되어 있어서 저렇게 돌아가고 있구만 하고 저절로 납득이 되기 마련이다. 넷플릭스 삼체의 수준이 좀 낮게 읽히는 건 2 같은 게 은근 여기저기 깔려 있어서 그렇다.


4. 예원제의 허무주의 극복이 외래 종교 창설로 귀결되는 건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가 바라는 건 정말 새로운 세계, 구원인가. 역시 물리학자들은 잘 속는다.


5. 쿨프레소가 조금씩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가끔 정지되고, 가동은 되는 데 인버터가 돌지 않을 때도 있다. 10년차 기계의 부실함이란. 그게 문제가 아니라 대책이 없다.

20240703

치유, 장비, 도구

1. 요즘 점심은 거의 급식이다. 급식은 거의 무난하고, 영양소 균형도 잘 맞춰져 있고, 자극적이지 않고, 부대끼지도 않는다. 식사에서 채소와 단백질 확보가 중요한데 단백질은 몰라도 양배추 샐러드는 매일 주는 것도 큰 장점이다. 가끔 염소처럼 양배추를 밥 만큼 먹는다. 두부도 자주 준다. 하지만 맛도 없고 재미도 없다. 건강에 도움도 안될 야트막한 언덕 같은 걸 매일 넘는 기분이다. 음식은 몸에만 작용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천천히 마음에 병이 든다. 떡볶이, 피자, 햄버거, 칼국수, 초밥, 회덮밥, 짬뽕, 오징어 땅콩, 꿀꽈배기 이런 걸 계속 먹는 건 몸을 망쳐 놓는다. 하지만 그 맛있음과 흥미진진함이 마음을 치유한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은 어디 쯤 있는 것일까.


2. 먹태깡은 사실 잘 모르겠지만 허니버터칩은 정말 잘 만든 과자다. 발란스가 기가 막힘.


3. 넷플릭스 삼체를 보고 있다. 티빙의 중국판 삼체를 조금 본 입장에서 보자면 둘은 느낌 자체가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같은 구조를 천천히 나아간다. 근데 애초에 넷플릭스 드라마는 그냥 영화로 짧게 만들면 훨씬 더 좋았을 거 같은 게 많다.


4. 요즘엔 아침에 지하철에서 유로와 코파 하이라이트를 본다. 둘 다 상당히 거칠 긴 한데 코파는 약간 차원이 다르다. 미국 개최고 미국 축구 협회는 팬을 만들자는 미션을 가지고 있는 듯 한데 저 정도 거칠 거면 미식 축구처럼 안전 장비를 착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둘은 룰도 약간 다른데 유로에는 연장전이 있고 코파는 연장전 없이 바로 승부차기다. 


5. 공감성 수치라는 말이 있다. 영화에서 난감하고 수치스러운 장면을 잘 못보는 증상이다. 이런 일상적 심리학 용어가 대부분 그러하듯 일본에서 만들어진 단어고, 모든 상황이 단어로 준비되어 있는 독일어에는 이에 해당하는 단어가 있다. 이런 증상이 왜 생기냐 하면 영화라는 가상의 세계와 자아 사이에서 상대화가 잘 안되고 감정의 벽을 잘 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는 사회화의 실패다. 인간 관계 속에서 적당한 거리감 속에 사는 방법을 훈련하고, 이런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해 가야 하는 데 절대적 수의 부족, 기회의 부족 등으로 거리두기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삼체에 보면 삼체인들은 고통을 느끼면 함께 느낀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뭔가 비슷한 맥락 같다. 그들은 감정의 메타화에 실패했고 덕분에 안전한 진화에는 성공했지만 그냥 생각해봐도 상당히 곤란하다. 그러고보면 고통, 감정의 공유는 지구를 쳐들어 온 외계인의 특징으로 잘 거론된다. SF 작가들의 로망 같은 건가. 

아무튼 공감성 수치로 돌아가면 내가 요새 그렇다. 약간 다른 점이 있긴 한데 영화를 보면 보나마나 주인공이 갈등 상황에 처할 거기 때문에 그에 미리 스트레스를 받아서 잘 안 보게 된다. 뭔가를 문득 보고, 피곤해져서 보다 말지만, 어떻게 하다가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그제서야 다 본다. 스트레스를 받을 거 같다는 예상이 스트레스라는 악순환이다. 그려려니 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는데 어디선가 삐끗한 거 같다.


6. 집에서 밥을 먹을 때는 바나나, 토마토, 살구, 자두, 올리브, 배추, 상추 등 눈에 띄는 식물이 있으면 그냥 밥하고 같이 먹어 버린다. 계속 그러다보니 좀 적응이 된다. 망고 밥, 파인애플 밥 같은 거 문제 없음.


7. 전화로는 인터넷 가입 스팸이 계속 오고, 메일로는 페덱스에서 보관하고 있는 물건이 있어요 스팸이 계속 온다. 스팸의 방치는 전화와 문자, 메일이라는 도구를 형해화한다. 070이라는 전화 번호는 현 시점에서 거의 쓸모가 없고 개인이 전화 걸기 위해 가입할 이유가 전혀 없다. 트래픽, 전기, 램, CPU 등 모든 걸 조금씩이나마 더 쓰게 만드는 데 양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다 합치면 꽤 될거다. 무엇보다 유용한 도구를 유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가장 큰 문제다.



20240701

해결, 강력, 조절

1. 도서관에서 쓰는 맥북 2016이 잠자기 모드일 때 뜨거워지는 게 계속 문제가 되었다. 겨울에는 너무 뜨거우면 바깥에 가지고 나가서 차가운 의자에 놓고 그랬는데 여름이 되니까 더 심해진다. 그러다 얼마 전 왜 화장실 다녀 올 때는 엄청나게 뜨거워져서 손 대기도 어렵고 혼자 꺼지고 난리인데 점심을 먹고 올 때는 뜨거워지지 않는가를 생각해 보다가 유선 마우스가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걸 빼놓고 다니면서 뜨거워지는 현상이 많이 가라앉았다. 아직은 한참 더 쓸 수 있으니 이게 해결책이 되면 좋긴 한데.


2. 장마가 시작되었고 공기가 습해졌다. 그래도 어제 밤에는 습기가 좀 사그라들었고 잠도 그럭저럭 잘 잔 듯. 대신 버스 정류장에서 모기를 세 곳인가 물렸다. 산 모기라 아주 강력함.


3. 이태리가 유로 2024 16강전에서 탈락했다. 살면서 본 이태리 팀 중 제일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면 2회 연속 월드컵 출전을 못하고 있는 최근이 대표팀은 더 못했는데 좀 나아진 걸지도 모른다 싶기도 하다. 예전에 헝가리 같은 나라가 세계 최강이었다가 언젠가부터 기를 못피듯 축구 잘하는 이태리의 시대는 끝난 걸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자국 리그가 꽤 탄탄하니까 좀 다르지 않을까.


4. FC서울 경기가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몇 번 했는데 최근들어 선수들이 린가드의 움직임과 패스를 이해하는 듯한 반응 동작을 자주 보이면서 상당히 재미있어지고 있다. 순간적인 가속력, 템포 조절 같은 게 아주 좋다. 린가드 주장하면서 계속 이기는 것도 고무적이다. 


5. 토요일 새벽에 비가 아주 많이 내렸는데 창문을 조금 열고 자고 있으니 마치 계곡 옆 바위 아래에 있는 기분이랄까. 떠내려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몇 번 했다.


6. 최근 들어 뭔가 좀 잘 풀리는 게 없음.


7. 도쿄 도지사인가 선거 운동이 최근 화제다. 사실 미디어의 시대에 선거라는 인기 투표 기반의 제도는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다. 일본이라서 그런 것도 아니고 우리 선거에서도 대통령 선거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에게 노출 기회를 주지 않는 게 방법이겠지만 유튜브의 시대에 그런 게 언제까지 소용있을 지 모른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모든 이들이 선거에 참여하게 될 만한 유인도 별로 없다. 선거의 공약은 대부분 뻥이고 혹시 사실이라 해도 참가한 투표의 결과물을 언제 쯤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이념의 시대, 냉전의 시대처럼 절박한 무언가가 없는 한 이렇게 흘러갈 거 같다. 그렇다면 대안은 뭐냐인데 인간이 이성적이다, 미래 지향적이다 혹은 인간 의견의 총체는 이성적일 것이다 등등의 가정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딱히 뭐가 없다. 그렇다고 일인 독재, 집단 독재로 회기할 가능성은 별로 없는게 그 문제점이 너무 오랜 기간에 걸쳐 드러나 있다. 결국 AI? 아주 강력한, 아무튼 납득할 만한 방향을 제시하는 AI 같은 게 나오기 전까지는 지금 같은 상태가 계속 될 거 같은데 그 기간 안에 멸망해 버리지 않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듯.


20240628

혼돈, 감소, 대안

1. 가끔 어떻게야 자는거지 같은 류의 혼돈에 빠지는 일이 있다. 엄격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루틴 생활을 하기 때문에 딱히 큰 변화가 없는 데 문득 찾아온다. 대부분은 이유가 있는데 오후 늦게 이후 커피를 마셨다든가 하는 경우다. 그렇지만 어제의 경우는 아무런 이유가 없이 말똥말똥한 새벽이 찾아왔다. 5시인가 6시인가 시간을 보고 살짝 잠들었다가 평소의 기상 시간인 7시 30분에 깨어났지만 커피를 내린 이후 다시 잠들어서 9시 쯤 집을 나섰다. 이럴 때 몸이 상당히 힘들다.


2. 티스토리에 기반해 패션붑을 운영하고 있는데 애드센스 수입이 80% 정도 감소했다. 1번과 마찬가지로 별 이유가 없다. 잠깐 찾아봤더니 비슷한 경우가 있고 정책의 변화 이런 이야기들을 볼 수 있었다. 아무튼 큰 돈 벌고 있던 건 아니지만 의욕이 사라지는 건 사실이다. 지금까지 총 방문자가 450만 정도로 500만 채우지 못하는 게 약간 아쉽긴 하지만 슬슬 옮길 때가 된 거 같다. 패션은 지나가는 이야기라 기존 내용을 옮길 유인은 없는 거 같다. 옛 잡지가 쌓여있듯 티스토리에 남아있게 되는 거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긴 한데 옮기고 적응하고 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귀찮다.


3. 발가락 아픈 게 지간신경증이라고 부르는 거 같은데 유튜브에서 찾아보면 증상이 약간 다른 건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족적근막염 류와 다르게 신경이 붓고 아프다는 건 저번 진료에서 확인을 했었다. 환자의 70, 80%가 여성이고 하이힐 같은 좁은 신발 때문이라는 데 맨날 운동화만 신는 데 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아픈 게 문제고 그래서 저녁에 밥 먹고 오래 걷기, 뛰기는 못하고 따릉이 말고는 대안이 없다. 수영도 괜찮을 거 같은데 마땅한 수영장이 없다. 따릉이의 문제는 다음 주 내내 장마가 오면 탈 수가 없다는 거다.


20240623

언덕, 포맷, 구독

1. 따릉이 1년 구독권을 끊어서 언덕 오르기를 하고 있다. 오래간 만에 해서 그런가 약간 어지러움... 


2. 넷플릭스도 구독을 했다. 일단 미스테리 수사단. 대탈출에서 썼던 기호와 방식을 응용한 추리 시리즈라 할 수 있는데 첫 시즌이라 그런지 멤버들이 전반적으로 좀 어색하고 몰입도가 낮은 편이다. 그동안 대탈출과 크라임씬, 여추반 등등 이미 여러 예능이 있었기 때문인지 그럼에도 의욕이 넘치는 데 그래서 뭔가 어긋나 있는 분위기가 있다. 즉 예능과 롤플레잉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게다가 전체 4시간 남짓의 짧은 길이라 그것도 문제다. 근본적으로 대탈출과 포맷이 꽤 비슷한데 약간 더 긴 스토리 정도라 이게 왜 따로 있어야 했던 걸까를 잘 모르겠다. 대탈출의 대형 버전이라면 조금 더 스케일이 커야 와닿지 않았을까. 


3. 피곤하고 더운 주말을 맞이해 오펜하이머를 보고, 삼체도 보기 시작했고 나스카 풀 스피드도 슬쩍 발을 담궜다. 하지만 이번 달 보고 나면 구독을 끊을 거 같다.


4. 러브버그랑 모기가 너무 많다. 


5. 북한이 계속 오물 폭탄을 보내고 있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인간이란 결국 저 모양인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전쟁이라 건 아마도 근본적으로 그런 것일 거다. 비겁하고 지저분하고 넌더리가 나고 모욕적이고 한심하다는 점에서 본능적이고 감정적이다. 

20240621

불볕, 정체, 고립

1. 불볕 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의 여름 더위는 불볕 더위가 지속되다가 장마, 그리고 이후 찜통 더위 이렇게 나눌 수 있다. 앞은 건식 사우나, 뒤는 습식 사우나. 온도보다 습도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불볕 더위는 그늘에만 있으면 그래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불볕 더위는 좀 너무 심하다. 6월 불볕 더위가 35도 씩이나 찍어버리니 지금까지와는 추세가 좀 다르고 그늘에 있어도 햇빛 받는 쪽의 열기가 전해져 온다. 남쪽 지방에 장마 비가 많이 내린다는 데 그것도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올해 찜통 더위도 지금까지와는 추세가 좀 다르겠지. 우울하다.

2. 이런 와중에 아산에 다녀왔다. 헷갈렸는데 천안시가 있고 아산시가 있다. 이 둘은 약간 스무스하게 연결되어 있다. 온양은 아산의 일부다. 한때 나뉘어져 있던 흔적이 남아있는데 예를 들어 지하철 아산역은 천안아산KTX와 같은 자리다. 온양은 온천동이라는 이름으로 아산시에 흡수되어 있다. 아산 터미널은 몇 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아산 배방, 아산 온양 이런 식이다. 

3. 지하철도 가지만 고속 버스를 타면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갈 때는 그려려니 싶은데 올 때 보니까 천안에서 반포 IC까지 오는 시간과 반포 IC에서 고속터미널 들어가는 시간이 비슷하게 걸리는 거 같다. 서울 진입이 너무 막힘. 고속도로에서 버스 터미널로 이어지는 전용 지하도 같은 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

4. 고속도로를 타고 오다가 논밭이 펼쳐진 허허벌판 위의 아파트를 봤다. 허허벌판 위에 별 이유 없어 보이는 고층 아파트 한두채, 크게는 단지는 예전에 봤을 때는 왜 저런 걸 짓지 했지만 보안, 가사 노동 감소, 냉방과 난방의 효율 등의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기는 하다. 말하자면 우리식 능률주의와 효율주의의 결과물이다. 

아무튼 그렇게 본 아파트는 북천안자이포레스트라는 단지로 10동에 1348세대나 된다. 세대당 2명이 조금 넘는다고 가정하면 3000명 가까이 되는 사람이 나름 뜬금없어 보이는 지역에 모여살고 있다. 망향휴게소에서 가까운 곳이고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는 충청남도 119 특수대응단이라는 꽤 큰 규모의 시설이 있다. 멀리서 봤을 때는 그냥 평지 위에 아파트들만 보인다. 바로 뒤에는 몇 개의 저수지가 있는 성거산이라는 산이 있고 캠핑장과 기업 연수원 같은 것도 있다. 저기서 살면 밤에 나가거나 들어오긴 어렵겠다 싶었지만 자세히 보고 있자니 저기서 살 수 있다면 한적함과 산책 코스, 적당히 고립되어 있지만 뒤로 연결되어 있는 성거읍 등 또 꽤 좋지 않을까 싶어졌다. 

다음 지도에서는 이렇게 보인다.



5. 유로 2024가 진행중이다. 이태리는 살면서 봤던 이태리 중 제일 못하는 거 같다. 공격, 미드, 수비 어디 하나 믿음직한 데가 없음. 다만 골키퍼가 굉장하다. 코파 아메리카도 시작되었다. 보기에는 이쪽이 시간이 더 좋긴 하다. 이쪽에서는 브라질 좀 좋아하는 데 이쪽도 올해는 불안불안하다는 듯.

20240617

파훼, 반복, 등록

1. 유로 2024가 시작되어서 보고 있다. 하지만 개최지가 독일이라 시간이 영 이상해서 많이 볼 수는 없고 일단 저녁 10시에 하는 경기 좀 챙겨보고 주말에는 이태리 새벽 경기를 하나 봤다. 나머지는 하이라이트. 

우승 후보급 국가 중 프랑스랑 포르투갈이 아직 경기를 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지금까지 보면 딱히 대단히 인상적인 팀은 없는 거 같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운영 방식이 크게 다를 게 없고 후방에서 패스하면서 상대팀 유인하고 그러다 생긴 공간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식이다. 예전에는 뭔가 나라마다 개성이 강했는데 승률 높은 방식이 이미 나와있지만 상대가 후방 패스를 주고 받을 때의 파훼법, 공간을 만들지 않으면서 그걸 분쇄하는 방법이 나오지 않은 상황 같다. 다들 유럽 국가고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중심이다 보니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이런 상태에서 각 나라마다 포지션 별로 좀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그걸 중심으로 팀이 돌아가고 결국 각 팀의 개성이란 이 정도 차이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뭔가 좀 재미가 없음. 강력한 수비 능력을 가진 최전방 라인이 구성되거나, 지금 방식에 대한 완전한 분쇄 방식이 나와야 변화가 생길 거 같다.

2. 오후 3시, 4시 쯤부터 두통이 생기는 날이 반복되고 있다.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걸 보면 커피나 먼지, 더위 등이 문제일 거 같은 데 정확한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해결법이 없다. 

3. 상당히 덥다. 하지만 며칠 째 바람이 꽤 불고 해가 넘어가면 뭔가 하기엔 덥고 짜증나지만, 멍하니 가만히 있기엔 꽤 좋은 날씨다. 다만 모기가 많다. 이번 주에 3일 정도 돌아다닐 일이 꽤 있어서 약간 걱정이다.

4. 더워서 그런가 짜증도 많이 난다. 그냥 가만히 있어서 신경질이 남.

5. 동네 헬스장이 다시 문을 연다. 다시 등록할까 고민 중.

6. 살다보니 제시 린가드가 FC서울 주장으로 뛰는 것도 보고(FC서울은 여전히 못함) 역시 물리의 법칙 바깥 세상은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무슨 일이 닥쳐도 그렇구나 하는 유연성 만이 필요할 뿐. 내일 아침에 핵전쟁이 나서 다 죽을 수도 있고, 외계인이 쳐들어와서 남은 삶을 지하 동굴에서 보낼 수도 있고.

20240613

부분, 불편, 기약

1. 울산에 다녀왔다. 비슷한 느낌의 포항, 거제는 살짝이라도 들른 적이 있는데 울산은 처음이었다. 아주 짧은 기간 있었지만 나름 인상적인 부분들이 있다. 

이번 울산 체험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울산역, 삼산동, 동구. 이 세 구역은 대중교통으로 1시간 정도 간격으로 떨어져 있고 비연속적이다. 즉 울산역에서 삼산동으로 가는 동안 뭔가 도시가 끊긴 듯한 지역을 거친 다음 약간 다른 타입의 도심으로 들어선다. 동구에 갈 때도 마찬가지다. 추측건대 각자 발전하던 지역들이 모종의 이유로 합쳐진 게 아닐까 싶다.

일단 울산역은 처음에 지도에서 볼 때 아니 왜 여기에 KTX 역이? 싶은 곳에 있다. 머리 속의 울산이 아니라 울진에 있기 때문이다. 울산 주민들에게 불편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예상을 깨고 이용객 수가 꽤 많다고 한다. 그래도 울산 본진에서 가까운 태화강 역도 조만간 KTX가 들어선다고 하니 그러면 훨씬 편해질 거 같다. 태화강 역은 청량리 - 부전 열차의 고속철도화 연장선 상에 놓여있다. 아무튼 이 지역은 산넘어 산, 산, 산이다. 첩첩산중으로 가까이에 신불산과 가지산이 있다. 양산까지 이어지는 태백산맥 줄기의 끝부분 정도인 거 같은데 그래서 날씨도 변화무쌍하다. 전국이 다 더웠는데 울산역에 내렸을 때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딱 봐도 소나기인 거 같았지만 너무 내렸는데 다행히 잘 피해서 우산을 구입하지 않고 위기를 넘겼다.

삼산동 구역은 번화가 인 거 같다. 백화점이 현대, 롯데 두 개나 있으면 평범한 지역이라 할 수 없다. 아무튼 이 부분에서 특이점은 도심 가운데 거대한 관람차. 뜬금없이 있어서 저건 뭔가 했다. 그에 이어지는 다른 특징은 여기는 평지다. 이 지역 울산 전체가 다 평지인 거 같다. 사거리를 건너다 보면 도로가 일자로 끝도 없이 보인다. 주변을 둘러봐도 산 같은 건 보이지 않음. 지평선 까지는 아니고 어느 정도 언덕 굴곡이 있긴 하지만 사방이 일자로 길게 뚫려있는 풍경이 보이는 게 상당히 낯설었다. 이 두 가지 특징이 결합하면 관람차를 타면 꽤 전망이 좋을 거 같긴 했다. 

그리고 동구. 삼산동에서 태화강을 지나 또 미지의 숲 지역을 지나다 보면 현대 자동차, 현대 중공업이 줄줄줄 나온다. 그리고 그에 연결된 거대 항구와 함께 동구가 나온다. 울산역와 비슷하게 여기는 왜 울산?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마도 현대 공장과의 연결선상에서 그리 된 게 아닐까 싶다. 동구 자체는 구시가지 느낌이 있는데 지도를 보니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현대백화점도 있고 그렇다. 아무래도 울산이라 현대백화점이 더 쉽게 들어서는 건가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백화점이 있는 지역이다. 여기서 좀 더 동쪽으로 가면 대왕암도 있고 해수욕장도 있고 그런 구역이지만 동구에서 다시 삼산동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관광지는 전혀 보지 못했다.

뭔가 도시의 세 섹터가 매우 다른 느낌이다. 이외에 전반적인 인상으로 일단 거리 쓰레기통이 없다. 한 번도 못 본 거 같은데 찾아보니까 실제로 51개인가 있다고 한다. 어디 한데 모여있는 건가... 그리고 대중 교통이 상당히 와일드하게 달린다. 아무래도 좀 먼 거리를 가서 그런건가 싶다. 딱히 불친절까지는 모르겠지만 좀 무섭게 달림. 버스 정류장 안내는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는데 다음 정류장 이름이 화면에 나오지 않을 때가 있고 + 버스 안내 목소리가 잘 안들린다. 

원래 지방도시에 가면 꼭 지역의 오래된 떡볶이집을 찾아 먹어보는데 이번에는 그럴 시간까진 없었다. 아쉽지만 언젠가 다음 기회를 기약해 본다.



20240611

단점, 구출, 맥락

1. 여고추리반 시즌 3가 끝이 났다. 이번 시즌은 여추반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모든 시리즈가 장점만 있을 수는 없으니 그건 그렇다쳐도 그 단점을 극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이번 시즌 자체의 문제 등이 좀 있는 거 같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여추반 멤버들이 너무 바빠서 시간을 많이 낼 수 없다는 거에 있긴 하다. 하지만 이건 지난 시즌에도 반복되어 있는 문제이긴 한데 이번 시즌은 유난히 군더더기가 많고 그래서 짧게 느껴진다.

일단 장점은 사건의 현실성. 여추반에는 아무튼 귀신도 좀비도 나오지 않는다. 당장 나올 듯한 분위기가 꾸준히 흐르지만 결국은 인간사(약간은 과장된 과학 기술이 있긴 하지만)로 설명이 가능한 수준이다. 특히 이번 시즌은 초반부에 학생들의 메타 버스 - 도박 중독 - 돈 빌림 - 갚아라가 꽤 설득력있게 보여진다. 여기서 돈 빌림을 통해 돈을 이익을 얻는 쪽 = 최종 빌런이 약간 허술할 뿐이다.

이번 시즌의 경우 단점은 npc에 있다. 최종 빌런에 소속된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 npc는 모두 내가 나쁜 놈이게 아니게를 계속 암시만 해서 여추반 멤버, 시청자 머리 속을 복잡하게 할 뿐이다. 중간에 세미가 멤버들을 구출할 때 장면이 드라마틱했던 이유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 여러가지 모호한 상황 속에서 갑자기 커다랗고 명쾌한 이야기 하나가 스토리 속으로 빨려들어왔고 거기에 npc가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거 만한 장면이 더 이상은 없었다. 

특히 선생님들 중 김유정, 기봉권, 김산문의 역할이 지나치게 모호하다. 현실감이 꽤 있어서 초반 몰입에 도움이 되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역할은 없는데 그냥 치워버릴 수는 없으니 그저 주변을 멤돌게 된다. 차라리 사건을 캐고 있던 김유정의 역할을 확대해 여추반을 만나 결정적인 역할을 함께 한다든가, 김산문에게 후반부까지 이어질 충실한 역할이 주어졌다면 스토리 전개가 훨씬 보기 좋았을 거 같다.

그리고 박지윤의 브리핑. 이 시리즈를 계속 보는 가장 큰 이유가 박지윤이라고 할 수 있고 역시 잘 하긴 한다. 하지만 시즌 1 때 박지윤의 브리핑이 빛이 났던 이유는 위기 돌파를 위해 임기응변으로 만들어 낸 게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시그니처처럼 이후 시리즈에서 써먹을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걸 메인 해결 방식으로 사용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가 있다. 구출이 돋보이고 긴박하게 보여야 하는데 브리핑이 계속 리듬을 끊는 역할만 한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기 전 사건을 명료하게 하고, 선과 악을 나누고, 모르던 npc가 깨닫게 하는 정도로 사용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아무튼 이번 시즌도 이렇게 막을 내렸다. 마지막에 구영선 가면이 약간 맥락없이 등장하기는 했는데 아무튼 이 시리즈의 최후 빌런으로 낙점이 되어 있는 거 같다. 부디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길.

20240610

언덕, 파편, 변경

1. 달리기는 발이 아파서 못하겠다. 따릉이를 이용해 언덕 달리기를 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케틀벨을 하나 살까 하는데 괜한 짓일까 약간 고민이 있다.


2. 퓨리오사를 봤다. 정확한 제목은 퓨리오사 : 매드 맥스 사가. 매드 맥스라는 본판 프랜차이즈의 제목이 뒤로 밀려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의미일 거다. 아무튼 퓨리오사는 일종의 후천적 장애인이고, 일종의 사이보그 인간이고, 노예 출신이고, 속죄와 구원을 위해 싸운다. 구원은 지나치게 웅장해 보이는 테마일 수도 있지만 아주 작은 동기만 가지고도 커다란 파편이 되는 막장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라면 다들 별의 별 이유들을 다 가지고 있는 법이고 퓨리오사도 그 속에서 생존에 성공한 광인이라는 기본 설정을 염두에 두면 딱히 특이하게 보이진 않는다. 상식의 범주가 매우 다르다.  

그런데 퓨리오사에는 몇 가지 설정 변경이 있다. 스포가 있으니 볼 사람은 참고. 

기존 스토리에서 엄마와 퓨리오사가 임모탈에 의해 납치되었고, 엄마는 여기서 죽고, 팔도 여기서 잘리고, 브리더가 되었다가 불임 때문에 쫓겨나고 등등이 있었는데 디멘투스라는 바이크 갱단이 스토리 중간에 끼면서 퓨리오사가 말 안듣고 딴 짓 하다가 납치되고 - 이걸 보면 이 세계관 속에서 어차피 납치되고 기구한 삶을 살게 될 운명이었다 - 엄마는 구출하러 왔다가 죽고, 여차저차하다가 시타델의 사령관이 되고, 잭이라는 스승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그도 죽고, 복수의 염원이 쌓이고 디멘투스를 향한다. 

퓨리오사가 분노의 도로에서 보여준 캐릭터의 정당성이 강화되었는데 대신 복수의 염원이 지나치게 커져서 구원의 의미가 축소된다. 또한 이유야 어쨌든 디멘투스, 임모탈, 잭 등이 적재적소에서 생명을 연장시켜주고, 일종의 도움을 준다. 그리고 이건 맥스로 이어진다. 물론 여기서의 생명 연장이나 도움은 꿈도 희망도 없는 저 세계 속에서 비루하기 그지 없지만 어쨌든 죽으면 소용없는 법이다. 개인사가 조금 강조되면서 엄마를 향해 달려가는 장면과 잭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은 약간 신파적이 된다.

물론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퓨리오사도 시타델의 사령관이 되기까지 이상한 짓을 수도 없이 했을테고 그게 속죄와 구원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서 그 부분을 강조했다면 매드 맥스의 세계와 더 어울리기는 할 지 언정 분노의 도로의 해체과정이 될테니 문제가 생긴다.

이외에 아쉬운 부분이 몇 있는데 우선 분노의 도로와 너무 이어지는 스토리라 화면에 나오는 사람들 중 누가 승리자고 다음 이야기에 나오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확인의 과정이 된다. 

그리고 매드 맥스 1, 2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프로토타입을 제시하고 마치 서부극의 사막 위 말 싸움을 자동차 추격신으로 컨버전한 건조한 배경 속 미친 자들의 격투를 새롭게 보여줬고, 분노의 도로는 트럭의 질주와 기타 헤비 메탈, 크롬 락카를 뿌려대는 워보이와 카고 컬트 등 대체 이게 뭔가 싶은 모습을 새롭게 보여줬다. 퓨리오사는 시끄러운 헤비 메탈을 둥둥거리는 바이크, 트럭 엔진 소리와 사막의 고요함의 대비 정도로 전환했지만 광란의 분위기를 디멘투스의 광기로 커버하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어차피 듄처럼 될 수 없다면 다른 수단을 찾아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이 영화는 좋은 평가에도 성적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는 거 같다. 물론 분노의 도로도 성적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고 후시장을 통해서 겨우 본전치기를 했다. 2015년 영화의 후속작이 2024년에 나온 건 이때문인데 지금 분위기로는 혹시 나온다고 해도 2030년대나 가능할 거 같다. 조지 밀러가 1945년생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게 아슬아슬해진다. 


3. 최근 몇 년 간 5월 - 벌써 너무 더운데? 습한데?, 6월 초 - 더워도 건조해서 나름 상쾌한데?, 6월 말 장마 패턴이 반복되었다. 5월이 더 더워졌구나라는 생각을 계속 했기 때문에 기억에 있다. 하지만 올해는 약간 패턴이 바뀌었다. 5월 - 건조해서 나름 상쾌한데?, 6월 - 너무 더운데? 습한데?로 순서가 바뀌었다. 이런 상태에서 장마에 접어들 거 같은데 예년보다 며칠 일찍 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장마가 다가오면서 레인 재킷 판매율이 오르고 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국내 장마는 폭우를 동반한 우기의 경향이 짙기 때문에 장마 기간에 아웃도어 활동을 하는 건 위험한 짓이다. 그렇다면 왜 얇은 방풍, 방수 재킷이 팔릴까 하면 에어컨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라이트웨이트 방풍 재킷을 만드는 쪽도 아웃도어라는 기존 개념에 천착하는 것보다 실내 생활에 더욱 적합하게 디자인을 업데이트하는 게 좋지 않을까. 

20240603

습기, 계산, 구축

1. 5월 말, 6월 초 건조하고 바람불고 햇빛은 따스하고 일년 중 가장 좋은 날씨가 지나가는 시즌이다. 이와 비슷한 게 8월 말 처서 이후 폭염과 습기가 빠지면서 세상이 건조해지기 시작하는 시즌이 있다. 아무튼 날씨를 즐깁시다. 장마 곧 오고 그러면 이 좋은 시절도 바로 끝.


2. 제임스웹이 관측된 가장 먼 은하를 발견했다. 빅뱅 후 2억 9천만 년 정도 즈음에 생성되었고 크기는 1600광년에 걸쳐있다고 한다. 뭔가... 137억년 우주 나이 중 3억년 즈음 나왔다는 건데... 계산이 잘못된 게 아닐까.


3. 프로야구는 흥미를 잃었다. 프로축구는 그보다는 좀 낫긴 한데 서울 너무 못한다. 유로 2024는 보게 될 거 같다. 하지만 시차로 롤랑 가로스를 못보는 걸 보면 독일에서 열리는 축구 대회도 비슷하게 흘러갈 듯.


4. 여고추리반은 이번 주에 끝이 난다. 대탈출이 방탈출 퀴즈라면 여고추리반은 어드벤처 RPG 게임에 가깝다. 공간이 약간 더 넓고 스토리가 약간 더 길다. 대탈출에서 긴 호흡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려다 실패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나온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대탈출은 서로 다른 에피소드들이 세계관을 공유하는 식으로 월드를 만들었다. 아무튼 RPG이기 때문에 아이템 획득 - NPC에게 가져다주면 해결, 다음 퀘스트로 이런 식의 진행을 보인다. 게임에서처럼 이게 순서는 약간 뒤죽박죽이다. 플레이어가 어딜 먼저 볼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건이 진행되어가며 스토리 위에 얹혀가게 된다. 사실 플레이어가 어디로 튈 지 모르니 준비에 공은 많이 들면서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는 방식이다. 게임보다 세계 구축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멤버들이 아이고 모르겠다 근처에 있는 홍북읍 가서 놀자 하면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 대탈출처럼 갇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근본적인 차이가 서로 다른 재미를 만들어 낸다.


5. 피곤함의 원인은 운동 부족인가 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운동을 하면 해결이 될까?


20240530

산보, 평정, 광인

1. 날씨가 아주 좋다. 일년 중 10월 언젠가와 함께 찾아오는 날씨가 좋은 시즌이지만 할 일이 많다. 트레킹이라도 다녀오고 싶은데.


2. 요즘에는 집에 들어가면 스포츠를 틀어놓는다. 보통은 야구, 가끔 축구, 주말에는 F1, 요즘에는 테니스. 롤랑 가로스 시즌이라 그렇다. 딱히 열심히 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떻게 돌아가는 지는 대충 알게 되었다. F1은 생방송을 끝까지 보는 건 무리고 중간에 반드시 졸게 된다. 롤랑 가로스도 선수를 찾아서 보는 건 아니고 그냥 밤에 하고 있는 걸 본다. 며칠 전에는 오사카 나오미의 경기를 봤고 어제는 알카라스의 경기를 봤다. 

오사카 나오미와 브론체티와의 1라운드 경기는 인상적이었는데 브론체티에게 기회가 오면서 긴장해 버렸는지 자멸해 버리고 말았다. 확실히 톱 랭크들의 가장 큰 특징은 평점심 관리인 거 같다. 하지만 뉴스를 보니 오사카 나오미는 2라운드에서 시비옹테크를 만났고 역전패를 당했다. 오래간 만의 복귀전이었지만 현 1위를 너무 빨리 만난 건 좀 아쉽긴 하겠다.

알카라스와 드 용과의 경기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드 용은 모르는 선수였는데 찾아보니까 2000년생 네덜란드 출신으로 ATP 100위권 대다. 1라운드에서 30위권 대인 잭 드레이퍼를 이겼는데 세계 3위의 벽이 높기는 했다. 그래도 꽤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고 역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순간도 있었지만 넘어가기는 어려웠다. 


3. 이런 경기를 보다보면 모르는 것들이 많으니까 검색이나 경기 양상에 대해 여러 게시판을 찾아보게 된다. 예컨대 어딘가 팀의 감독이 경질되면 누가 괜찮다는 반응일까, FC 서울은 뭐가 문제일까, 한화는 뭐가 문제일까, 막스 베르스타펜은 왜 저렇게 잘하는 걸까 등등에 대한 의견이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뮤니티 게시판은 가히 엉망진창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일단 광인의 비중이 높다. 일단 사회에는 일정 빈도의 광인이 있기 마련이고 인터넷 공간도 다를 게 없겠지만 실제에 비해 눈에 더 잘 띈다. 그리고 관심을 받기에 좋다. 지하철에서 소리를 지르면 사람들이 무시하든가 신고하겠지만 게시판에 글로 남겨져 있으면 누구라도 보게 되고 반응이 생긴다. 이렇게 딱 맞는 환경이니 악플, 마플, 어그로를 쉼 없이 하게 된다. 게다가 종종 발전형으로 돈도 벌 수 있게 된다. 광인들이 뭉치면 어떤 영향력이 생기는 지 탈덕수용소 같은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거 말고 스포츠 토토 혹은 그 비슷한 것들이 꽤 많은 거 같다. 실제로 돈을 걸었으니 반응이 더 극적이고 괴팍하다. 사실 여기에도 광인이 섞이기 좋다.

아무튼 그런 결과 게시판 쪽은 안 보는 게 낫긴 하다.


4. 점심을 먹을 때 마지막 수저를 뜰 때 욱 하고 구토가 나올 거 같은 경우가 최근 세 번 있었다. 약간 상한 걸 먹은 거 같은 기분? 밥을 급하게 먹거나 그런 건 아닌 듯 한데 뭔지 잘 모르겠다. 


20240519

산책, 충격, 재미

1. 일요일이고 집에 있었다. 점심 때 산책 한 번, 저녁에 운동 겸 산책 한 번. 이렇게 두 번 나가서 햇빛과 어둠을 보고 돌아왔다.


2. 소노 시온의 소곤소곤별을 얼마 전 다시 보다가 말았었는데 나머지를 다 봤다. 소노 시온 영화 중에 그래도 좋아하는 편이고 그 조용조용함이 좋은데 무척 졸리다. 그래서 2/5 부분에서 3/5 부분 정도를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띄엄띄엄 봤다. 311의 충격은 소노 시온도 이런 영화를 만들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3. 오후에는 야구를 하길래 한화 경기를 잠깐 봤는데 상당한 격차로 삼성에 이기고 있었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조금 보다가 FC서울 축구를 하길래 봤는데 린가드가 선발로 나왔다. 일단 움직임이 클래스가 다른데 서울의 누구도 그 템포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상향 평준을 목표로 해야 하는 데 하양 평준인 듯. 이러면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또 하나 문제점은 수비. 수비가 공을 돌리는 이유는 미들 진영의 선수를 끌어 들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패스 미스를 해버림. 미들 진영의 상대 선수가 공만 보고 그냥 내려올 이유는 없고 같은 팀 미들이 움직여서 공간을 만들던가, 상대 선수가 내려가게 하든가, 패스 받을 준비를 해야 하는 데 그게 잘 안된다. 아무튼 최하단 쓰리백으로 공만 내려가면 템포가 확 죽는다. 이러니까 재미가 없다. 수비도 공격도 패스도 린가드 혼자 잘 함. 이래서는 뭐 -_-


4. 운동을 좀 해야한다. 할 일이 많은데 몸과 마음이 무겁다.


20240517

역할, 라무, 생각

1. 티빙을 뒤적거리다가 소노 시온 영화가 몇 개 있길래 잠깐 보다가 역시 시원찮구나 하고 관뒀다. 이 사람 영화의 주요 소재인 사이비 종교가 일본에서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약간 궁금하다.


2. 그리고 시끌별 녀석들, 우루세이 야츠라 2022년판이 있길래 1회를 봤다. 라무, 벤텐, 오유키... 그리운 이름들이군. 보니까 시즌 1, 2로 나뉘어져 있는데 지금도 나오고 있는 거 같다. 찾아보니까 2기가 2024년 1월부터 방송중이라고 한다. 1기가 23회고 2기가 17회까지 있으니 조금 남았다. 슬슬 봐볼까 싶어서 1기 1회를 봤는데 역시 시끄럽고 호들갑이긴 하다. 모에, 러브 코미디 등의 오리지널이라고 하지만 좀 오래되긴 했다.


3. 시끌별 녀석들을 보다보니 공의 경계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예전에는 문득 생각나면 쭉 보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거의 생각이 나질 않는다.


4. 집에 있으니 역시 찌뿌둥하다. 다음 주부터는 나가야지.

20240515

샤먼, 역할, 소란

1. 저번 주 토요일 연등회가 있는 날 꽤 많은 비가 내렸다. 그리고 오늘 석가탄신일에 꽤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이 두 날을 빼고는 계속 지나치게 맑다. 하필 두 날이라는 게 약간 의미심장한데 부처와 무슨 관계가 있는걸까. 샤머니즘의 나라에서는 무슨 생각도 의미가 있다.


2. 티빙에서 빌리언스를 보고 있다. 시즌 1 중간 쯤인데 시즌 7까지 있다. 그냥 시즌 7만 볼까 싶기도 하다. 부자 이야기인가 했는데 일종의 정치 드라마였다. 시즌 7까지 나온 걸 보면 인기가 많다는 데 대사가 약간 어설프다. 중간중간 책이 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흥미로운 부분이고 BDSM이 대체 왜 나오는지 모르겠는게 이상한 부분이다.


3. 며칠 전 3시간 정도 떠드는 회의를 했는데 약간 어지러워지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컨디션이 안 좋은가.


4. 건조하고 바람 부는 날 다른 사람들에 비해 추위를 많이 느끼는 거 같다. 반소매 티셔츠만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로서는 불가능하다.


5. 축제 기간이라고 시끄럽다. 목, 금요일에는 집에 있을까 싶다.


6. 언제나 가방에 우산을 넣고 다니는 걸 관뒀다. 뭐, 간단히 말하자면 가지고 있는 우산이 어설프게 부러졌고 약간 정내미가 떨어진 다음 사지 않았다. 비가 내린다고 하면 하얀색 편의점 우산을 들고 나가는 데 꽤 좋다.


7. 형량이 높아지면 재범율이 치솟는다. 그러면 일반인의 범죄 위험이 더 커진다. 그렇다면 문제는 불기소를 할 수 있는 검사, 반성문 같은 걸 보고 감형해 줄 수 있는 판사에 있지 않나 싶다.

20240507

우산, 의지, 피곤

1. 며칠 전에는 반소매 티셔츠만 입고 았어도 더웠는데 어제, 오늘은 긴소매 셔츠에 점퍼를 입고 있어도 쌀쌀하다. 날씨가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분위기가 올해 여름에는 비가 많이 내릴 거 같다. 우산이 부러졌는데 좀 큰 걸 하나 살까 생각 중.


2. 최강야구 개막전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사실 고급 야구는 커녕 수비 실책과 바가지성 안타, 밀어내기 점수가 끝없이 이어지는 엉망진창 대소동 경기였는데 양쪽 다 그렇고 + 승리 의지가 불타면서 작전 야구가 펼쳐지면서 발란스가 맞춰졌다. 개막전이라 그런 걸 수도 있다. 보면서 방송 설계를 꽤 잘했다고 다시 한 번 느끼는 게 연전 경기라서 투수 기용의 묘가 살아난다. 일주일에 한 경기였다면 내일은 없다 식으로 쏟아 부을 수 있을텐데 그게 안된다. 

개막전의 경우 이대은이 일찍 내려온 게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는데 이대은, 니퍼트 둘 다 공이 아주 좋다가 50개 가까이 가면서 부터 얻어 맞기 시작했다. 니퍼트 교체 타이밍이 늦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슨 수가 있냐 하면 그것도 애매하다. 다음날 경기에서 신재영과 유희관을 쓴다고 하면 중간 계투가 장원삼, 송승준 그리고 새로 들어온 이용헌이 있다. 앞의 둘은 일단은 한 이닝이고 이용헌은 대학 투수라 아직은 모른다. 좌투수도 한 명 밖에 없다. 장원삼 너무 소중함. 근데 장원삼은 상대가 번트만 대면 이제는 막을 수 있을까. 개막전에서는 장원삼, 송승준이 잘 막아주긴 했지만 결국 투구수가 많아지는 난타전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건 그렇고 장원삼 첫승이 니퍼트 - 이대호 - 정근우에 의해 날라갈 줄이야. 


3. 이렇게 재미있는 바람에 화요일이 매우 피곤해졌다. 22시 반~01시라는 방송 시간은 너무 이상한데 거기 말고 어디 딴 데 가면 아예 실시간 관람을 포기하게 될 거다. 경기 끝날 때 유튜브 영상이 올라왔는데 금세 만 넘어가더라고. 

20240430

각성, 온도, 체제

1. 랩톱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이게 또 문제가 간헐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새로 사면 이건 어떻게 라는 생각에 일단은 쓰고 있다. 큰 문제는 두 가지다. 

일단 백라이트가 어둡고 조명처럼 나오는 건 항시적이고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본체와 모니터를 연결하는 선에 문제가 생긴 건데 리퍼 대상이지만 기간이 지났다고 안 해준다. 설계 오류로 리퍼를 해주면서 기간이 있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애플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다른 문제는 온도다. 화장실 같은 데를 가거나 잠시 쉴 때 랩톱 뚜껑을 덮고 나선다. 그리고 다시 열었을 때 반응이 세 가지가 있다. 1) 별 일 없음 2) 열고 나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팬이 시끄럽게 돌기 시작한다 3) 열고 나면 열이 높아서 꺼져 있다. 키보드가 뜨거워서 손을 못 댈 정도다. 

이렇게 세가지 반응이 있는데 10번 열면 1) 2번, 2) 7번. 3) 1번 정도 비율이다. 3)의 경우 겨울에는 가지고 바깥에 나가서 잠시 있으면 온도가 식으면서 다시 켜지기는 했는데 날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 여름에는 안될 거 같다. 아무튼 이 문제가 어렵다. standbydelay를 60으로 조절하면서 조금 나아지긴 했는데(디폴트 상태일 때는 10번 열면 7번 정도가 3의 상태였다) 그래도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2. 여고추리반 시즌 3 1회가 방송되었다. 첫회의 덜그럭거림(시뮬레이션 모드로 빠져들어가는 데는 출연자와 npc 모두 시간이 걸린다)은 여전하다. 그런 점에서 항상 몸풀기 퀴즈 같은 게 나오는 0회를 npc와 모드를 맞추는데 보내면 좋겠는데 npc의 이름과 연기, 역할 자체가 여추반의 스포 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게 불가능한 게 좀 아쉽다. 아무튼 정종연 체제가 끝나고 박희연 CP에 임수정 PD로 나오는 변화의 시즌인데 어떤 새로운 면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


3. 최강야구 시즌 3도 3회가 방영되었다. 1, 2회는 스토브리그와 트라이아웃이라 좀 지루했지만 3회에 드디어 구단이 완성되고 경기가 시작되니 급격히 재미있어진다. 편집도 더 실력이 좋아진 듯 흥미진진하다. 장시원 PD가 최강럭비 준비한다는 거 같은데 다음 시즌부터는 미래가 좀 불투명한 거 아닌가 싶다. 여기도 PD 교체 이슈가 있네. 어쨌든 이번 시즌은 최강야구.


4. 최근 깨달은 내 성격 중 하나는 일단 정뚝떨하면 미련이 거의 없는 듯. 새로운 음악을 찾는 출처를 좀 찾아야 하는데 그게 문제다.

20240429

RFK Jr.

미국 대통령 선거에 케네디가 나와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법무장관이었던 로버트 F. 케네디의 아들이고 미국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의 조카다. 민주당, 공화당은 아니고 무소속 출마를 했다. 이 분의 이야기를 보면 래디컬 환경 주의자 + 안티 백신 주의자 + 음모론자다.

- 환경 오염이 자신의 성별에 대한 의구심, 성별위화감(Gender Dysphoria)을 만든다. 제초제에 널리 쓰이는 아트라진이 물에 섞이고 그게 사람 몸 속에 들어가면 내분비계 혼란이 일어나 그런 일이 발생하는 거다 뭐 대충 이런 이야기 같다.

- 총기 난사의 원인은 마약이다. 그러므로 총기 찬성.

- 화석 연료도 안 좋고 원자력은 위험하다.

- 지구 온난화 허구설을 주장하는 이들을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

- 미국 정부는 미국의 가장 큰 환경 오염원이고 그중 미국 국방부가 최악이다.

- 미국 억만장자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미국 중산층을 체계적으로 침식시키고 있다. 

- 백신 음모론(백신은 자폐증의 원인), 코로나 19 음모론(중국이 만들어 냈다)을 믿는다

- 코로나 봉쇄 조치는 파시즘

- 코로나 백신 접종은 소수 민족, 흑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 실험이다.

- 푸틴은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선의로 행동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현 미국 정부의 강요로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푸틴은 괴물, 깡패다. 돈바스 지역은 UN 평화 유지군 관할 하에 둬야 한다.

- HIV 바이러스와 AIDS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이다. AIDS의 원인은 마약일 수 있다.

- 사우디 같은 독재 정권과의 동맹을 비판하고 이스라엘 지지자다. 

- 여러 나라의 미군 기지를 폐쇄해 제국을 해체해야 한다.

- 수소 자동차는 녹색 자동차로 위장된 화석 연료 산업이다.

- 투표 과정의 무결성에 대해 비판적이다. 


20240426

따뜻, 앵앵, 증거

1. 시험 기간이 끝났나 보다. 도서관은 다시 조용해졌다. 4월 말의 햇빛도 무척 따뜻하다.


2. 운동을 좀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제가 무릎과 발이다. 조금만 무리하면 둘 다 아파. 이 둘이 아프면 유산소, 근력 모두 문제가 생긴다. 스트레칭은 생각날 때 마다 하고 있는데 숨이 차는 경험을 일주일에 세네번은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듣고 나서 그게 꽤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저번 주에 도서관 뒷산에 올라갔다가 일주일 간 잘 걷지도 못했던 과거가 있다.


3. 자려고 누웠는데 모기가 앵앵거리는 소리가 났다. 돌아왔구나 모기. 모기는 앵앵거리는 소리만 없으면 최후의 승리자가 되지 않을까. 애써 잡을 이유가 사라진다. 생존을 위한 최고의 비행술을 위해 앵앵거리는 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는 건 뭐랄까, 마블 영화에 완벽한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생태계의 균형감이랄까. 

얼마 전 뉴스에 보니까 미국에서 올해가 매미가 깨어나는 해라 1000조마리인가가 예상된다고 한다. 아마도 모기는 훨씬 더 많을 거다. 이렇게 개체수가 많으면 뭔가 굉장한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그걸 중심으로 진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세상이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는 않나 보다.

아무튼 모기향을 꺼냈는데 이게 머리가 꽤 아프다. 예전에는 괜찮았는데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방이 좁기 때문이다. 전자 모기향은 아주 아프고 매트형은 약간 덜 아프기 때문에 작년부터 매트형을 쓰는데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거 같진 않다. 그렇다고 모기향을 피울 수는 없잖아. 연기가 자욱할 거 같은데.


4.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진화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는데 수백, 수천 만년 단위로 변화하는 건 또 나로서는 상상의 영역 바깥이긴 하다. 증거들이 꽤 있으니 믿을 수 밖에. 


5. 유튜브 뮤직에 대한 불만 중 하나는 검색을 할 때 연도별 검색 같은 게 안된다는 것. 관심있는 장르, 분야에서 최근에 어떤 음악이 나오는 지 궁금한데 쉽게 눈에 보이질 않는다.


6. 무슨 대단한 음악을 듣고, 무슨 대단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미성년을 대상화하고 방패막으로 쓰는 분을 옹호하는 걸 보면서 케이팝이라는 거 자체에 좀 질려버렸다. 재미는 없어지겠지만 약간 멀리하려고.

20240424

휘청, 유지, 저편

1. 도서관 사람이 많아서 집에 이틀 있었다가 오늘 나갔다. 이틀 정도만 집에 있어도 다리가 살짝 휘청거려. 하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나 봄.


2. 하이브 - 어도어 사건에서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민희진이 지분을 20%나 가지고 있는 것. 자본 투자 없이 어떻게 이렇게 가지고 있나 했는데(예전에 봤을 때는 분명 하이브 100%였다) 옵션이 있었다. 20%라니! 대단하다! 저거 공시가 저번 달인가 그랬더만.

아무튼 이 사건은 본체와 자회사로 운영되는 하이브의 운영 방식에 의문을 남기게 된다. 평상시라면 케이팝이라는 특수한 직종의 특징으로 볼 때 각자의 운영 방식을 유지할 수 있고 적당한 거리감은 서로 윈윈하는 데 도움이 된다. LVMH나 케링 같은 패션 conglemate가 이런 방식이다. 

하지만 자회사가 본체보다 더 수익이 높고 인기가 많은 경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독립을 꿈꾸게 되는 거다. 법이 어떻게 되어있는 지는 모르겠는데 어도어의 경우 사내이사가 민희진 임명이었다고 한다. 즉 본체로부터 간섭이 없는 상태다. 규모가 작으니까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구조라면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다. 처음에는 시스템이 아쉽겠지만 성장하고 나면 왜 내가 먹을 걸 쟤가 가져가지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본진에서는 팔아 넘긴다와 다 쫓아내고 유지한다 중 선택을 하게 된다.

패션 대기업 집단의 경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경영 CEO를 본진에서 임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분을 51%만 가지고 있는 경우도 꽤 있는데 아마도 이런 권리를 통해 균형과 견제를 꾀하고 있는 듯. 물론 여기라도 완전히 안정적인 건 아니다. 그렇지만 예컨대 구찌는 케링의 브랜드라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거다. 이건 누가 자본을 대고 이익을 가지고 가느냐의 문제다.


3. 그러고보니 구찌를 두고 벌어진 케링(당시는 PPR)과 LVMH의 인수 대결도 꽤 흥미진진했었다. 예전 일이라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있었군.


4. 아무튼 하이브의 질문에 대한 어도어의 첫번째 회답은 세상이 다 나를 베끼고 있어 + 뉴진스는 내 편 이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두 가지 답이 다 문제가 많지만 가장 큰문제는 이게 여론에 특히나 좋지 않다는 것. 이후 답이 있었지만 비공개라서 알기 어렵고 결국 하이브가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수순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부터 궁금한 건 하이브는 뉴진스를 어떻게 빼낼 것인가, 그게 가능할까 정도인 듯. 어도어를 껍데기를 만들어서 다시 사들인다는 점과 그 실현 방식에 있어서는 피프티 피프티와 비슷한 점이 좀 있는데 피프티의 경우 아티스트의 계약 당사자가 어트랙트였던 데 비해 뉴진스는 계약 대상이 하이브가 아니라 어도어라는 차이가 있다. 


5. 민 대표의 기자회견 혹은 라방이라 할 만한 일이 있었다. 이걸 보면서 문득 든 생각.

일단 이 무대의 주인공인 방 의장과 민 대표 두 명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회사 대표들이다. 그게 너무나 전형적이고 그 모습을 그대로 생방에서 이야기 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나름의 공감을 하며 받아들이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기대하는 건 뉴진스의 음악이지 민희진이 아니기 때문에 이건 별로 도움이 안됨.

아무튼 하이브의 남초 이사진과 민 대표의 막무가내식을 비교해 보자면 양쪽 다 직원들에게는 재앙일텐데 그래도 하이브 고위, 하이브 직원, 어도어 고위, 어도어 직원 사이에는 약간씩 다른 반응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서 어느 쪽이 다수냐 하면 당연히 하이브 직원 같은 상황이다. 물론 슬쩍슬쩍 걸러서 본 반응은 커뮤니티 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어도어 입장에서 바라본 하이브 고위직의 모습에 빙의를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기사 딸린 차 타고 골프나 치러 다니면서 같은 말은 매우 효과적이다. '그래 맞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음.

민 대표의 케이팝에 대한 불만과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민 대표 타입의 사람과 일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생각이 지워지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오늘 같은 말투, 언어의 사용 방식은 오랫동안 기억 어딘가에 묻혀 있던 불쾌한 감정들을 자극한다. 시혁님이 개꼰대로 호칭이 바뀌는 타임까지 보고 더 보기가 어려워지고 급격하게 피곤해진 건 그런 이유다. 힘들다. 이걸 다시 기억의 저편에 묻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전환의 계기가 필요할 거 같다.


6. 아무튼 그의 라방 속에는 쉼없는 욕설, 미성년 착취, 엄한 곳에 자아 의탁, 인형놀이, "어렸을 때가 더 예뻤다" 류의 가스라이팅 등등 혐오스러운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아무래도 케이팝을 그만 들을 때가 된 듯.


7. 야구를 안 본다고 했지만 집에 오는 길에 티빙에서 딱 하기 때문에 조금씩 챙겨보게 된다. 응원할 팀이 딱히 없는데 최강야구에서 본 두 선수가 가 있는 팀 한화와 키움을 일주일 쯤 봤는데 둘 다 정말... 황영묵이 10경기 연속 안타를 치고 있다지만 다 부질없다. 야구는 안 보는 게 맞는 거 같다.

20240422

수급, 변함, 위상

1. 아이언 렁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링크). 철 원통으로 몸을 감싸고 기계식 인공 호흡을 하도록 만드는 기계로 사람은 머리만 빼놓고 살게 된다. 소아마비 환자들이 들어가는 데 계속 거기에만 있는 건 아니고 건강이 좋을 때는 잠깐 씩이라도 나올 수 있다. 어릴 때, 나이가 든 후에는 거기 있어야 한다. 이제는 현대적인 호흡 치료법도 있고 소아마비 자체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 가장 오랫동안 사용한 분이 2명이 있는데 폴 알렉산더와 마사 릴라드다. 

폴 알렉산더는 1946년생인데 1953년에 처음 아이언 렁에 들어갔다. 10살이 넘어가면서 부터 철폐 바깥에서 사는 삶을 늘려갔고 법학 박사 학위도 따고 변호사 자격증도 따는 등 열심히 살았다. 2020년 8년에 걸쳐 집필한 자서전 Three Minutes for a Dog: My Life in an Iron Lung을 내놨고 2024년에는 틱톡 계정을 계설하기도 했는데 올해 3월, 78세로 세상을 떠났다. 아이언 렁 속에 가장 오랫동안 산 사람으로 기네스 북에도 올랐다.

마사 릴라드는 1948년생이고 역시 1953년에 아이언 렁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아이언 렁을 사용한 거의 마지막 환자였다고 한다. 지금도 아이언 렁 속에 있고 폴 알렉산더 사망 이후 이 기계에 살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한다. 소식에 의하면 오래된 기계라 부품 수급 등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2. ㅁㅎㅈ이 케이팝의 큰 문제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건 기획사 성비 균형 문제와 큰 연관이 있는데 덕분에 ㅁㅎㅈ에게 엄한 방어막이 깔린다. 성비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발을 붙일 수 없을 거다. 사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ㅁㅎㅈ 없는 ㄴㅈㅅ를 약간 기대해 봤고 그럴 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건 쉽지 않을 듯.


3. 시험 기간이라고 도서관이 시끄럽길래 집에 있다. 집에 있으면 2시간 정도 여유가 생기는 게 장점이지만 밥을 해먹고 뒹굴거리고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할 일을 해야지.


4. 최강야구 시즌 3가 시작되었다. 1회 스토브 리그, 2회 트라이 아웃이 있었는데 이 둘은 역시 좀 재미가 없다. 스토브 리그는 유튜브로만 올려도 충분하고, 트라이 아웃은 더 재미 없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이 새로운 선수 만나는 거니 반 회차 분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다. 시즌 3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최소 승률 조절이 있는 걸 암시하며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있는 거 같은데 엄한 몰카를 두 번이나 하는 제작진의 감각을 보면서 약간 왜 저러지 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두고봐야 할 듯. 정의윤은 경고의 의미라도 있어 보이지만 신재영은 그냥 만만해서 저러는 거 아닌가 하는 싶어서 좀 그랬음. 아무튼 시즌 3가 정점이 되어야 할텐데 깔끔하게 떠내 보내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보여줄 지 기대해 보고 있다. 그리고 김성근이 조련하는 니퍼트가 궁금하다. 부디 뭉찬처럼 과도한 무거움과 결과 집착으로 나아가지 않기를.


5. 여고추리반 시즌 3도 이번 주 시작된다. 박지윤이야 그렇다 쳐도 멤버 모두가 이 시리즈가 시작될 때와 소위 위상이 좀 달라져 있다. 연예인 짬을 꽤 먹은 상태라 퀄리티가 꽤 높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20240415

두통, 공습, 직감

1. 주말에 날씨가 무척 더웠는데 월요일이 되니 비가 내린다. 날씨가 종잡을 수가 없어. 오늘은 왠지 머리가 아파서 집에서 일하는 중. 하지만 졸리다.


2.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이 있었다. 드론과 미사일을 상당히 많이 날렸고 대부분 요격되었다. 돌아가는 걸 봤을 때 이란 쪽에서는 현재 확전을 별로 원하지 않고, 그럼에도 공격 받은 거에 대해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대부분 요격 당했다고 해서 이란이 체면을 구겼다는 뉴스도 나오는 데 투입된 자본을 비교해 보면 이란이 딱히 믿지는 장사를 한 거 같지는 않다. 공격 전에 며칠 간 미국과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는 소식도 있다. 즉 대화가 끊겨있는 게 아닌 상황에서 뭐라도 했다는 명분과 확전도 막는 실리를 양쪽 다 적절히 챙기려 하는 거 같다. 문제는 이스라엘인데 처음에는 신중론이 우세했는데 이후 보복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정전보다는 보복이 더 뉴스가 되니까 그런 걸 수도 있는 거 같긴 한데 어떻게 할 지 궁금하다.


3. 날이 급격하게 더워지면서 선풍기를 언제 꺼낼 것인가 고민중이다. 아직은 괜찮은 거 같긴 하지만 이게 갑자기 더워지니까 감이 좀 잡히지 않는다.


20240405

외투, 질림, 격차

1. 날씨가 좀 오락가락한데 아침과 밤에 여전히 춥다. 적어도 울 펠트 안감이나 플리스 안감이 들어간 색 코트라도 입어야 된다. 물론 그렇게 입으면 낮에는 덥다. 그러므로 입었다 벗었다 하기 좋게 매니징을 해보고 있다. 좀 귀찮음. 


2. 기본적인 방침은 외투의 단추를 다 채우고 나가서 아무 것도 건드리지 않고도 하루를 쾌적하게 날 수 있는 착장이다. 일교차가 10도가 넘는 나라에서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긴 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면 될 거 같기도 한데 잘 안된다.


3. KT 장기 사용자 쿠폰으로 밀리의 서재를 구독했다. 그래서 밤에 자기 전, 지하철에서, 일하다 능률이 안 오를 때 각각 3권의 책을 읽고 있다. 

밤에 자기 전에는 최근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을 읽고 있다.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를 읽고 나서 그걸 뒤집어 놓았다는 이야기를 선택했다. 둘을 비교해 보자면 완성도 측면에서는 역시 스타십 트루퍼스인 거 같다. 뭔가 단단한 고전, 마스터피스의 느낌이 있다. 조 홀드먼은 그에 비해서는 좀 어수선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밀리터리 SF에서 한 칸 더 나아가 다른 사상, 다른 이상향이 스쳐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1970년대 히피들은 감명을 받았을 지 몰라도 이제와서 보기엔 좀 민망한 느낌이 있다. 예전에 읽은 거지만 낯선 땅 이방인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다시 볼려고 보니까 절판이군.

지하철에서는 하인라인의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을 좀 읽다가 지겨워졌다. 기본적으로 청소년 도서 특유의 우화 느낌이 잔잔히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듄, 파운데이션, 낯선 별자리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SF 보기가 약간 질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밀리의 서재에 검색해도 나오는 책이 너무 없어서 뒤적거리다가 존 르 카레의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건 BBC 드라마로 봤었고 영어 책으로 시도하다가 관뒀었다. 

하지만 이 책은 지하철에서 보기에 적합하진 않은게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 책 속의 이름을 잘 못 외워서 옆에다 A4지 가져다 놓고 이름과 관계 다이어그램을 그리면서 읽는 사람에게 이런 건 좀 힘들다. 이건 중학교 때 폭풍의 언덕을 읽으면서 몇 번을 읽어도 누가 누군지 모르겠고, 누가 누군지 모르겠으니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가 이름을 적어 놓으면서 읽었더니 이야기 진행 파악이 아주 쉬워지길래 생긴 습관이다. 이번 기회에 그런 거 없이 읽는 데 익숙해져 볼까 하고 있긴 한데 아직 어렵다.

일하다가 졸릴 때 읽는 건 그래도 패션 관련 책들이다.


4. OTT로는 슬로 호시스 시즌 2를 보고 있다. 시즌 1 보면서 개리 올드만이 너무 더러워서 겨우겨우 끝냈는데 뭐 볼까 하다 문득 시작했다. 여전히 너무 더럽다. 게걸스럽게 국수 먹는 거하고 그놈의 코트. 코트를 세탁할 수 있는거야? 하는 대사가 웃기긴 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장벽같은 문제는 슬라우 하우스에서 잭슨 램과 나머지 다른 사람들 간의 능력 격차가 너무 크다는 거다. 얼치기 같은 놈들이 잔뜩 쌓여서 설레발레 하다가 어쩌다 일을 해결함. 데이터 매트릭스에 기반한다면 일 해결의 확률적 측면에서 필터링이 당연하다. 나름 잘 걸러내고 있는 MI5가 그렇게까지 나쁜 조직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존 르 카레 풍 첩보물은 아직은 BBC가 만든 게 최고다. MI5나 BBC나 얼추 같은 사람들이 인생의 어느 갈림길에서 갈린 결과일테니 그런 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존 스마일리가 BBC에서 일하고, BBC 시리즈의 제작 스탭이 MI5에서 일하는 평행 우주는 그렇게 멀지 않은 데 있을 테니까.

이렇게 해서 한창 우주 전쟁을 보다가 1943년 독일과 싸우는 거를 지나(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와 더 뉴 룩), 영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로 넘어갔다.

이상한 점은 애플TV가 참 볼 게 없다고 생각하는 데도 시리즈를 쭉 보는 건 애플TV다. 넷플릭스 구독하면 삼체랑 뭐 이런 거 보게 되겠지만. 근데 삼체 이번 시즌엔 우주인들 쳐들어 오는 거 없다고 해서 약간 시큰둥해졌다.


5. 지구마블 세계 여행 시즌 2가 생각보다는 재미있는데 티빙판과 유튜브 판에 미묘하게 다른 점이 있다. 그래서 둘 다 보게 만들긴 한데 안 보는 사람은 아예 관심 없음, 보는 사람에게 2배의 시간을 쓰게 함 전략은 약간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다. 곧 최강야구와 여고추리반이 시작한다. 그거 나오면 SF, 2차 대전, 첩보 전쟁은 좀 뒤로 밀리지 않을까 싶음. 


6. 야구를 몇 경기 봤다. 한화는 좋은 마무리가 없으면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다저스는 글래스노우가 정말 잘 던지던데 내구성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저스는 왠지 별로기 때문에 그들을 견제할 브레이브스를 응원해볼까 하고 최근 경기 하일라이트를 봤는데 화이트 삭스에게 지는 경기를 봤다. 메츠는 뭘 해도 지지부진의 느낌이 있다.

20240401

활력, 패턴, 대비

1. 살면서 주로 하는 일과 다른 종류의 활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그런 걸 아이돌 음악이나 예능 방송에서 찾았다. 아이돌 음악에 약간 시큰둥해지고, 예능 방송이 유튜브로 옮겨가면서 불규칙성, 비정기성, 너무 많음 등의 이유로 고민을 하다가 스포츠를 보면 약간 다른 종류의 활력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검토가 지난 몇 주간 있었다.


2. 일단 보고 있는 채널이 유튜브, 티빙, 쿠팡 플레이가 있는 상황이다. 

일단 야구. 국내 리그의 경우 딱히 응원하는 팀이 생기지가 않는다. 한화의 최근 활약은 아주 흥미진진하지만 과연 내가 계속 보려나 싶다. 야구의 문제점은 경기가 너무 많다는 것. 매일 해. 이래서는 활력의 '다른 종류'가 되기는 어렵다. 

MLB의 경우는 국내에서 치뤄진 개막전을 보면서 잘하네 재미있긴 하군, 유니폼도 훨씬 좋군, 영상 참 잘 찍네 등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데 매일 한다는 것과 시차. 보려면 지금보다 추가 비용이 들고 새벽에 깨어야 한다. 이것도 지금의 생활 패턴 안에 넣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이왕 보는 거 이 정도 수준의 스포츠라면 감수할 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몇 팀을 살펴 봤는데 원래 호감이 좀 있던 메츠와 카디널스는 하필 딱 볼 때 졸전을 펼쳤고 재미도 없었다. 파드리스는 유니폼이 장벽이다. 다저스의 경우 무키 베츠의 전성기, 오타니의 전성기를 볼 수 있고 무키 베츠 - 오타니 - 프리먼으로 이어지는 타선이 실로 어마무시하다는 포인트가 있다. 하지만 다저스는 이상하게 정이 좀 안 가.

그리고 축구. 해외 리그는 역시 시차로 접근이 좀 어렵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몇 가지 챙겨봤는데 EPL은 스포티비를 따로 구독해야 하고 정이 가는 팀이 좀 없다. 예전에 아스날 좋아했지만 벵거 나간 이후 별로 재미가 없고 토튼햄 손흥민 화이팅이지만 역시 좀 그렇다. 하필 아스날에서 토트넘으로 옮기는 것도 좀 이상하고. 맨유나 맨시티는 원래 관심 별로 없다. 그런데 최근 문득 리버풀에 약간 관심이 가고 있다. 다른 종류의 활력을 얻기에는 상당히 좋은 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외에 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봤는데 비니시우스 정말 잘하긴 한다. 다음 월드컵 때 대활약을 보게 될 듯. 하지만 라리가는 너무나 레이시즘의 세상, 굳이 접근할 생각이 안 든다. 세리에 A와 리그앙은 응원하고 싶은 팀이 없다. 이외에 쿠팡플레이에 별 자잘한 리그 중계를 다 하고 있던데. 분데스리가를 조금 봤는데 레버쿠젠 약간 재미있었다. 특히 보니페이스 보는 재미가 있었음. 부상으로 지금은 결장 중인데 곧 복귀한다는 거 같다. 티빙에서 해주고 있어서 중계 접근성도 좋다. 잠자는 시간을 조절할 가치가 있는건가 하는 게 문제.

국내 축구의 경우 린가드의 서울과 이정효의 광주가 관심이 갔고 몇 경기를 봤다. 하지만 이전에 말했듯 서울은 과연 저걸 봐야되는 건가 싶은 경기를 계속 치루고 있다. 광주 경기는 재미있는데 이상과 현실 사이에 아직 갭이 좀 있음. 이걸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본다면 괜찮을 것도 같은데 스트레스가 좀 생길 거 같다.

F1이 있길래 바레인, 사우디를 하일라이트로 보고 호주의 퀄러파잉과 레이스를 봤다. 졸려서 끝까지 보기가 좀 어려워... 졸면서 재방송으로 끝까지 봤는데 이래서 보는가 보다하는 감이 좀 생기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졸리다.

이런 이유로 거의 모든 종목을 결국 보류중이다.


3. 이렇게 뒤적거리다가 지구마블 세계여행을 봤는데 재미있었다. 사실 저번 시즌은 열심히 봤지만 이번 시즌은 거의 아무런 관심이 생기지 않고 있었는데 막상 보니까 또 재미가 있다. 이게 진행중이고 곧 여고추리반도 방영을 시작하니까 그렇다면 스포츠 없어도 당분간 괜찮겠다 싶다.


4. 구입해 놓고 안 읽던 스타십 트루퍼스 소설을 읽었다. 하루 한 챕터씩 읽었는데 중간에 못 읽은 날도 꽤 생겨서 3주 정도 걸린 거 같다. 폴 버호벤의 스타십 트루퍼스 영화를 꽤 좋아하지만 그것과는 느낌이 좀 다르다. 양쪽 다 충분히 납득은 간다. 소설을 보면 배경 상황을 정밀하게 설정하고 그 속에 주인공의 이야기를 집어 넣는 게 상당히 매끄럽다. 그 세계 안에서라고 생각해 보면 그렇게 생각하고 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다.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최근 영상과 인터넷 화면에 매몰되어 텍스트를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다른 방식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읽다보면 확실히 머리가 리프레시된다. 잠 자기 전 한 챕터 정도가 딱 좋은 듯 해 다른 것들도 계속 읽을 생각이다.

20240323

탁월, 표현, 방식

1. 듄의 캐릭터 중 가장 재미있는 건 레이디 제시카다. 그리고 집단 중에서도 베네 게세리트다. 예컨대 듄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건 누군가라고 하면 베네 게세리트다. 수천 년의 계획 속에서 적당히 결함있는 귀족 집단, 황제 집단을 재생산하며 자신들의 포지션을 유지한다. 너무 두드러지면 물리적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건 자제한다. 즉 능력을 적당히 봉인한다. 사실 뭔가 전형적인 캐릭터이긴 한데 듄에 나오는 인물들이 대부분 전형적인 캐릭터다. 어차피 1960년대 소설이고 이제와서 이 안에서 굉장히 솔깃하고 참신한 내러티비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레이디 제시카의 경우 나름의 야심을 실현하고 있고 전투력도 상당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사이비 종교를 만들고 리드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와서 듄의 영화화를 한다면 그 주인공은 베네 게세리트의 이야기가 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2. 유튜브를 보면 린치의 듄과 빌뇌브의 듄을 비교한 장면들을 꽤 볼 수 있다. 린치의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보다보니 정이 든다. 특히 그 방어막 같은 걸 블록으로 그려낸 건 상당히 감탄이 나온다. 굳이 멋지게 표현할 이유가 없다. 항성간 여행이 가능한 시대라고 해도 그들은 칼싸움을 하고 있는 거다. SF 고전의 영화화란 이런 우악스러운 면이 있어야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더 잘 살지 않을까 싶다.


3. 이런 점에서 폴 버호벤의 스타쉽 트루퍼스를 꽤 좋아한다. 소설에 면면히 흐르는 잔소리의 느낌을 제거하고 전반적으로 빈정거리는 어조를 잘 살리고 있다. 어이쿠 그러셔~가 나름 괜찮음.


4.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다. 어제는 춥고 비가 내렸는데 오늘은 덥다. 이 환절기 일교차의 문제를 해결할 착장의 방식은 대체 무엇인가.


5. F1을 좀 보고 있다. 아직은 어디서 재미를 느끼는 건지 잘 모르겠음... 나스카나 WRC 중계는 안 해주나.


6. 사실 안티가 진짜 팬이 아니냐 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아마도 디나이얼의 사고 방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가 시간을 가장 많이 쓰고 누가 가장 부지런히 소식을 찾느냐는 관점이라면 맞는 이야기일 수 있다. 사실 일종의 안쓰러움을 표시하기 위한 반농담의 이야기일텐데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하는 식의 이야기를 가끔 볼 때가 있다. 물론 아닐 거다. 

안티 소셜이 주류가 되기 위해 안티 소셜을 파격하는 구조에서는 가능하긴 하다. 혹은 그냥 직업으로,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안티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애증 따위는 없고 이슈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프랑스 레지스탕스가 나치군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허튼 소리라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를 몰래 듣고, 본인은 기억도 못할 자질구레한 정보를 수집하고, 아침에 뭐 했는지 뭐 먹었는지를 알 수만 있다면 알려고 하는 건 '사실은 사랑해서' 같은 게 아니다. 반대 방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많은 경우 안티는 자신의 생존 혹은 생존 방식, 존재 방식에 대한 위기에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경우 안티의 증오도 그냥 증오다. 


7. 뭔가 지나치게 지치고 지루하다. 재미있어지기 위해서는 탐색을 해야하고 거기서 새로운 걸 발견하면 재미있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될텐데 탐색의 에너지가 부족하다. 그러므로 탐색 실패, 재미없음이라는 악순환에 접어들게 된다. 그게 문제임.


8. 오래간 만에 뭉찬을 봤다. 시즌이 몇 인지는 모르겠음. 초창기에 챙겨봤었는데 그러다가 말았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선수 선발할 때의 그 불쾌한 비장함, 경기 중에서의 비장함 같은 것들 때문. 뭔가 지나치게 심각하고 진지하다. 초창기에는 축구를 열심히 함 해볼란다 + 중간중간 웃김이 있었는데 그런 게 잘 안보이게 되었다. 간만에 본 건 옛날 멤버들도 나오고 한 청백전이었는데 아무튼 김병현이 너무 웃겼음. 하지만 멤버는 안 되겠지.


20240319

이상, 희생, 첨부

1. 하루 딱 따뜻하더니 다음 날에는 한파주의보가 나올 정도로 기온이 떨어졌다. 그래놓고 꽃샘추위라는데 한참 따뜻하다 추워야 꽃샘추위지 하루 따뜻하다가 다시 추우면 그건 그냥 이상고온이지.


2.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가 끝났다. 9회. 전쟁 영화는 공포가 주 소재가 되는데 2차 대전 폭격기 부대의 공포는 날아오는 독일 전투기와 대공포에 별 대책이 없이 독일 땅 위를 날아야 하는 거다. 이건 잘못된 작전이기도 하지만 기술의 문제기도 하다.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전투기와 폭격기 중 어디에 투자를 해야하는가의 갈림길에서 일단 폭격기 쪽에 우선 순위를 뒀고 그 다음은 전투기였다. 그러므로 이 사이에 시간차가 생긴다. 별 큰 일 없을 때라면 이게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고 전투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희생이 뒤따른다. 

그렇다고 해도 9편짜리 시리즈에서 이런 공포는 한 두번 이상 나오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뭘로 채울려나 했는데 일단 터스키기 전투 비행단 이야기가 살짝 있고 나머지는 적진에 떨어진 비행사들의 탈출 과정이다. 포로 수용소에 갇히고, 포로 수용소에서 탈출하고, 레지스탕스의 도움으로 탈출을 하고, 같은 연합군인 소련군에 의해 구출되고 등등의 과정이 이어진다. 이렇게 보면 이 시리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로 봐도 되는데 시리즈 진행 상에서 보면 그렇게 메인 무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포로 수용소에 집중하면 장르가 너무 크게 바뀌게 된다.

그런 결과 좀 애매한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다. 여기에 문제가 더 있는데 주인공 두 명 벅과 버키가 무슨 패션 화보 촬영하듯 모든 장면을 대하고 있다는 점. 이건 비행사는 평시와 폭격기 탑승시 차이가 극명하게 크기 때문에 그럴 수 있기는 하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밴드 오브 브라더스나 더 퍼시픽에서 지상 전투가 이어지고 있을 때는 편안함 같은 게 존재할 시간이 거의 없고 배우가 폼을 잡을 타이밍도 없다. 아무튼 이런 결과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인 더럽고 너저분하고 지쳐있는 모습이 부각되지 않는다. 포로 수용소에 있을 때 그러긴 하는데 위 단락의 이유처럼 그 장면을 시리즈의 주요 무대로 부각하진 않는다. 어차피 화면은 다른 데를 좀 보여주다가 영국의 비행단과 드넓게 펼쳐진 초원, 비행장이니까, 으로 돌아온다.

결론적으로 거의 같은 내용을 다룬 1회짜리 다큐멘터리가 첨부되어 있는데 그것만 봐도 되긴 함.


3. 보일러를 끈지는 좀 됐는데 히트텍은 아직 놓지 못하고 있다.


20240315

만두, 한산, 온도

1. 4일째인가 만두를 먹고 있다. 찐만두, 만두국, 군만두. 어디에든 만두가 있음. 오대수냐. 만두를 먹을 때는 단무지가 좋다.


2. 듄2를 봤다. 듄1 때 용산 아이맥스 말고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크고 + 용아맥에는 자리가 존재하지 않고가 반복되면서 어영부영하다가 못봤었다. 1.43:1 화면비가 아쉽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적당히 큰 사이즈 화면이면 일단 보자 해버렸다. 이게 좀 재미있는 게 덕분에 용아맥은 미어터지는 데 다른 데는 한산하다. 

전작과 비슷한 스코어가 나올 거 같은데 듄2 홍보도 아이맥스로 봐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있어서 용아맥 못갈 바에야 다른 데는 포기해 버리는 경향이 크다. 이 홍보 방향이 좀 이해가 안 감. 아무튼 고급 전용관 쏠림 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데 대응이 필요하지 않을까. 용아맥에서도 보고 싶기는 해서 가끔 CGV앱을 열어보긴 하는데 불가능한 듯. 

영화는 상당히 스피디해서 잡다한 건 그냥 다 던져버리면서 끝을 향해 질주한다. 1에서 곱씹으면서 천천히 나아가는 것과 좀 다른 분위기. 그리고 영화의 제반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느낄 수 있다. 말도 안되는 우주선, 풍경이 펼쳐지는 데 이질적이지 않다. 저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점에 도달한 거다.


3. 요즘에 애플TV에서 마스터즈 오브 디 에어를 보고 있는데 여기 나오는 벅이 듄2에서 페이드 로타로 나오는 오스틴 버틀러다. 마스터즈에서 캐릭터를 왜 저렇게 무겁게 잡았을까 했는데 홍보 영상 같은 걸 보다보니까 원래 말투가 그렇더만. 할 수 있는 역할과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4. 최저온도는 고정되어 있는데 최고온도는 올라가고 있다. 1도~10도에서 1도 15도 정도로 변하고 있는데 최저온도에 맞춰 옷을 입다보니 낮에는 좀 답답하긴 하다. 하지만 아침과 밤에 이동을 하기 때문에 히트텍과 머플러는 아직 놓을 수가 없다. 15도로 올라가면서 꽃이 좀 피기 시작한다. 이쪽은 최고온도에 맞춰 움직이는 듯. 아무튼 이 말은 알러지가 심해질 시기라는 뜻이다.


20240312

졸음, 패딩, 표정

1. 봄이 찾아왔다. 몇 개의 나무에는 꽃이 핀 게 보이고 목련에도 꽃망울이 붙어 있다. 그리고 알러지가 도지고 있다. 콧물이 계속 난다. 항히스타민 제가 불러오는 막대한 졸음이야 그냥 잠깐 자면 괜찮긴 한데 이게 이뇨기관이 마비되는 건지 화장실을 너무 간다. 졸린데 화장실을 가야 해. 불편하다.


2. 봄이 찾아왔지만 추운 건 개선의 기미가 없다. 너무 춥다. 으슬으슬. 원래 3월 신학기가 시작되면 멋도 모르는 신입생들이 3월 = 봄이니까 마이, 자켓 이런 거 입고 나왔다가 오들오들 떨면서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2월 말, 3월 초에 강추위가 와서 그런지 여전히 패딩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3. 며칠 전에 상암에서 경기가 있다길래 도서관을 일찍 나와서 귀가했다. 상암 끝나는 시간과 겹치면 6호선에 사람이 너무 많아진다. 아무튼 그래서 FC서울과 인천의 경기를 집에 가면서 좀 봤다. 그래도 린가드에 기성용도 있고 하니 본 건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못했다. 이런 경기를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경기장에 모여서 보다니. 내가 린가드면 나는 대체 어떤 팀에서 뛰고 있는 건가 싶고 고향에 가고 싶을 거 같다. 

들어와서 하이라이트 좀 보다보니 광주 경기는 좀 재미있어 보였다. 적어도 공을 돌리는 시간에 멈춰서서 경기장을 바라보며 누굴 줄까나... 하는 장면은 없었다. 


4. 애플TV의 더 뉴 룩을 보고 있는데 중간에 디올이 스위스 초콜릿 먹는 장면이 나온다. 초콜릿이란 과연 무엇일까. 어떻게 그런 표정이 나오는 걸까.


5. 지금도 너무 졸려서 이걸 쓰고 있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20240307

난감, 내용, 두통

1. 헤일로 시즌 2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난감해 하고 있다가 애플 TV+ 구독권이 생겨서 거기 걸 좀 챙겨보고 있다. 디올과 샤넬의 이야기를 다룬 더 뉴 룩과 밴드 오브 브라더스, 더 퍼시픽 후속편인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를 하나씩 봄. 우연히도 둘 다 1943년의 이야기다. 프랑스와 영국. 같은 시기의 비슷하지만 다른 장소. 

더 뉴 룩을 보면서 새삼 생각이 드는 게 디올을 영화화 한 게 꽤 많다는 것. 디올의 정책일까 아니면 2차 세계 대전의 암울함을 거치고 전후의 기분을 가장 만끽하게 해준 상징적인 디자이너이기 때문일까. 여기는 파헤치면 파헤칠 수록 나치와의 관계가 부각될 수 밖에 없긴 한데 가만히 보면 프랑스 인들이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좀 더 관대한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그려려니 하는 분위기가 있다.


2. 마스터 오브 디 에어는 공군 이야기다. 공수사단의 유럽전선, 해병대의 태평양 전쟁의 다음이라면 해군, 공군이 나오든가 한국 전쟁이 나오든가 그 정도가 아닐까 했는데 공군이었다. 하지만 밀리터리 영화의 긴박성이라면 일단 육지에서의 전투일테고 그 다음은 해군이 낫지 않을까 싶긴 한데. 예전에 넷플릭스인가에서 제8공군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같은 내용인 거 같다.

미군 입장에서 한국 전쟁이라면 어느 부분이 영화화가 될까. 1950년 10월 미군이 북으로 막 밀고 올라가다가 중공군 개입하고 장진호 전투, 흥남 철수까지면 드라마틱 하긴 하지만 끝이 너무 어둡기는 하겠다. 중공을 막강 빌런 이미지로 만드는 데는 적합할 듯. 


3. 점심을 한 시에 먹으니까 식당에 사람이 너무 많다. 그리고 2시부터 쏟아지는 졸음이 너무 힘들다.


4. 독감이 퍼지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앓아 떨어지는 거 같음. 오늘 두통이 좀 있는데 수상하다.


20240302

하루, 깊이, 의탁

1. 3.1절을 맞이한 연휴가 시작되었고 날이 엄청나게 춥다. 꽃샘이라기 보다는 한파에 가깝다. 하지만 하루 정도로 끝나는 듯. 


2. 듄1을 봤다. 저번에 극장 관람을 놓쳤기 때문에 어떻게 볼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연휴에 집에 있고 OCN에서 매일 2부로 나눠 방송을 하길래 그걸 봤다. 2일 정도에 걸쳐서 봤는데 시작 타임을 놓쳐서 앞 부분 20분 정도는 못봤다. 시간을 기억해 놓고 아 듄 하지 하고 티빙에서 틀어보면 이미 방송 중이다. 3번 연속 놓침. TV는 그게 문제임. 


3. OTT는 거의 처음부터 뭘 보게 되어있다. 별일 없으면 중간부터 보게 되는 TV와 제작에 있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예전에 아침 드라마 같은 걸 보면 중간부터 봐도 대략 10분 정도 보고 있으면 등장 인물의 캐릭터와 관계, 무슨 일이 있는지가 거의 드러난다. 그게 파악되고 나서 부터는 어딜 봐도 익숙하게 볼 수 있게 된다. 대신 캐릭터를 계속 설명해주다 보니 깊이 들어가기가 어려워진다. 

OTT는 중간부터 보게 되는 일이 별로 없으니 중간에 계속 뭔가 정리해 줄 필요는 없지만 앞 부분이 중요하다. 이게 약간 문제인데 이러다보니 앞 부분이 인트로처럼 만들어지게 된다. 왜 OTT로 영화나 시리즈를 잘 못보냐 하면 그게 좀 부담스럽다.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와 비슷한데 처음 시작하고 네 마리 나와 있는 거 보면 앞으로 해야할 일을 생각하면 갑갑해진다. 이 부분을 잘 넘길 방법이 없을까.


4. 뉴진스 멤버들이 각자의 방 인테리어를 하는데 가구 사진을 인터넷 펌 같은 게 아니라 다 직접 보고 찍은 사진이라고 한 디자이너의 인터뷰가 화제가 되었다. 직접 보는 일, 앉아 보는 일은 중요하다. 옷도 그렇다. 패션쇼나 룩북에서 본 궁금한 옷은 당연히 직접 보는 게 좋다.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은게 고급 브랜드들은 주요 고객들에게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부가 전제로 깔린 분야라 어쩔 수 없다. 

아무튼 뭐 그렇구나 했는데 이를 민 대표의 인형 놀이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약간 놀랐다. 물론 민 대표의 행보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자아 의탁 경향이 너무 심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미 몇 번의 활동을 하고 3년차에 접어든 이상 아티스트의 기본적 능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즉 위 문제는 민 대표의 관점이 아니라 뉴진스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게 모두에게 더 낫지 않나 싶다. 

아티스트가 그저 어깨너머로 이러이런 게 있다고 듣는 게 아니라 직접 보러다니고 있다. 패션쇼 참가나 국제적 교류 등에 있어서도 이미 3세대 이전과 차원이 다른 경험을 쌓고 있다. 민 대표를 의심할 시간에 이게 앞으로 뭘 만들어 낼 지 기대하고 응원을 해보는 게 더 낫다.


5. 드리스 반 노텐 2024 FW쇼의 배경 음악인 샤데이가 오래간 만에 들었더니 꽤 좋아서 듣고 있다. 집에서 일할 때 매우 좋군. 드리스 반 노텐을 비롯해 꾸레쥬, 언더커버 등이 런웨이에 매우 정적인 사운드를 사용했는데 꽤 괜찮았다.

20240225

방향, 어색, 개입

1. 르세라핌의 새 앨범 EASY가 나왔다. 5곡 수록. 타이틀에 대해 말이 좀 있는 걸 봤지만 다섯 중에 타이틀을 고르라면 역시 이지일 거 같다. 문제는 저번과 같은데 르세라핌은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지만 활동의 방향성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누군가가 생각나지 않는 음악을 만들 수 없는건가. 


2. 파묘를 봤다. 약간은 이질적인 내용의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볼 수 있을텐데 그 중간을 이어주는 게 아마도 최민식의 연설, 설득 뭐 이런 장면일 거 같다. 이런 식의 구성이 드물지는 않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어딘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고 그게 대체 어딜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바로 그 장면이다. 그 점프가 어색하고 뜬금없이 진지하게 세계관을 설파하기 때문에(더 나은 세상 그리고 자식 사랑) 전반부와 후반부의 결합이 그다지 매끄럽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차라리 프로페셔널 특유의 직업적 도전 정도로 비춰졌다면 나았을까? 

이런 스토리의 어색함 그리고 속도의 느슨함에 비해 화면에 상당히 공이 들어가 있는 덕분인지 장면 만으로 영화를 따라가게 만드는 건 좋았다. 도깨비 불은 CG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래서 화면 너머로 열기가 느껴졌던 걸까 싶기도 하고. 영화를 보고 나서 무속복 = 무복에 대해 좀 찾아봤는데 김고은이 입은 무복이 어떤 계열인지는 잘 모르겠다. 


3. 트라이비의 신곡 뮤비를 우연히 보고 괜찮네 생각한 다음날 신호의 부고가 들려왔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4. 헤일로 2는 역시 별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꽤 개입했다고 하던데 그것 때문일까.

20240211

당황, 특성, 시시

1. 설 연휴다. 도서관 근처 식당도 하지 않아서 그냥 토, 일 이틀 집에 있었다. 금요일에는 서피스 구경을 해볼까 하고 더 현대에 갔는데 쉬는 날이라고 해서 약간 당황. 다른 현대는 토, 일 쉬는데 여의도만 금, 토 쉰다고 한다. 뭐하는 거야... 쉴 거라는 예상이 전혀 없어서 당황했다. 일요일에는 소화가 안되서 좀 돌아다니다 왔음.


2. 크라임씬 시즌 4와 헤일로 시즌 2가 올라왔다. 

크라임씬은 에피소드 하나당 40분 정도 되는 영상 2편으로 되어 있는데 2개 에피소드, 4편이 올라왔다. 첫 에피소드는 약간 어색함이 있는데 2번째는 좀 나아진다. 이 시리즈는 역할 연기에 몰두하는 게 중요한데 그 문제가 해결이 좀 어려운 듯. 좀 나아진 상태로 2번째 에피소드가 나와서 이후가 기대되는데 3개의 에피소드, 6편 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시즌은 게스트가 없고 대신 뭔가 서로 연결되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 기존 멤버 중 장진, 박지윤, 장동민 셋 데리고 가는 것도 좋고 키, 주현영, 안유진 새 멤버도 딱 좋은 거 같다. 키가 혼자 약간 진지한 면이 있는데 기본 캐릭터 특성이라 어쩔 수 없을 듯.

헤일로는 2편만 올라왔길래 보다가 말았다. 다 올라오면 볼까 생각 중이다.


3. 근데 2번 보러 들어갔다가 문득 눈에 걸린 원펀맨 시즌 1, 2를 다 봤다. 대적 상대가 전혀 없는 주인공이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계속 구하고 있다는 점이 원펀맨 세계관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텐데 이걸 가지고 재미있게 이끌어 가고 있는 게 좀 신기하다. 똑같은 구조의 범죄도시가 계속 흥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 아무튼 시즌 1 마무리는 굉장했는데 시즌 2 마무리는 약간 시시했음.


4. 요즘 1965년에서 1970년 사이의 하드락을 계속 듣고 있다. 유튜브 뮤직이 지정해서 랜덤 플레이를 해주면 좋을텐데 그런 기능은 없어서 아쉽다.


5. 공기가 좀 안 좋다. 다음 주에는 갑자기 따뜻해졌다가 비가 내린다는 거 같다.


6. 내일은 도서관에 갈까 생각 중인데 아직 잘 모르겠다. 

20240205

시즌, 방전, 고민

1. 최강야구 끝난 이후 볼 게 없었는데 곧 크라임씬 새 시즌과 헤일로 새 시즌이 시작된다고 한다. 볼 게 생겼군..


2. 맥북이 맛이 좀 가있다. 일단 액정이 맛이 가서 밝기를 최대로 올려야 뭐라도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배터리 소비량이 늘어서인지 배터리도 맛이 갔는데 잠깐 화장실 다녀올 때 어댑터를 연결해 놓고 있으면 과열되서 꺼진다. 반드시 빼놔야 함. 전원 연결해 놓고 쓰다가도 손바닥이 델 거 처럼 꺼진다. 다행인 건 겨울이라 컴퓨터 들고 바깥에 잠깐 나가면 식긴 빨리 식는다. 완충을 했어도 아침에 와서 컴퓨터를 켜보면 방전되어 꺼져있다. 전원 사용 항목을 보면 크롬과 디스플레이 밝기가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나오는데 왜인지 스팟라이트가 많이 쓰고 있다고 계속 나와서 해당 기능을 꺼버렸다. 뭐 이런 상황. M2 파격 할인이나 M3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일단 그때까지만이라도 버텨줘...


3.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퍼시픽 제작진이 만들었다는 마스터스 오브 에어는 애플 티비에 올라왔다. 앞의 둘이 재미있긴 한데 공군 쪽에는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아서 보게 될 지는 모르겠다. 세브란스 새 시즌이 나오면 같이 볼까 싶은데 이게 언제 나올 지도 모르겠다.


4. 갑자기 눈이 펑펑 내린다. 뭐가 어떻게 되는건지 모르겠음. 

20240130

바람, 기억, 잠잠

1. 몇 년 전부터 겨울 날씨 패턴이 상당히 이상하다. 일단 초겨울에는 비가, 본격 겨울에는 눈이 지나치게 많이 내린다. 그 덕분인지 기본 겨울 날씨가 상당히 습한 느낌이다. 거기에 찬 바람이 부니 으슬으슬하다. 어제 낮 온도계는 4.7도였는데 전혀 영상의 기운이 나지 않는다. 그저 기분 나쁘게 춥다. 그러다 북극 냉기가 내려오면 영하 15도 내외로 떨어진다. 그때는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분다. 동토의 날씨다. 이 둘이 반복된다. 3한 4온 시절의 아, 좀 살 것 같다 싶은 타이밍이 없다. 근데 북극 다 녹고 나면 그때부터는 뜨거운 바람만 오는 건가.

2. 2024년 1월은 여러가지 일이 겹쳐있고 상당히 힘들다. 역시 무엇보다 경제적인 문제가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는다. 뭐 인생사 새옹지마겠지 하고 버텨보는 수 밖에 없다. 아주 예전에, 한 이십 년 전 일인데 무언가를 너무 원해서 절박한 심정인 적이 있었다. 그러다 다 망쳐버렸는데 인간이 절박해지면 될 일도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그때 했었다. 어떤 순간에도 여유가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꼭 이거 아니어도 문제 없고 잘 살 수 있다는 준비가 필요하다. 얼마 전에 최강 야구 보는 데 딱 그 이야기가 나오더라고. 잊고 있었는데 기억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3. 그건 그렇고 최강야구의 최근 패턴, 팬덤의 양상을 보면 이런 류의 방송은 시즌 2 정도가 한계가 아닐까 싶다. 도시어부와는 다르게 기본 구조 자체가 절박함을 안고 있다. 방송 끝나버려도 다들 잘 살 사람들이고 그러므로 따지고 보면 별 거 아닌데 반복되는 방송이 희미한 존재감의 절박함을 증폭시킨다. 또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팬덤의 우악스러움도 점점 한계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이건 케이팝부터 푸바오까지 비슷하다. 비현실공간에 사람들이 모여있으면 극단적인 의견이나 침소봉대의 의견, 큰 맥락과 무관한 작은 거슬림이 점점 힘을 얻게 되는 거 같다. 책 리뷰에 내용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오자 이야기만 있는 것과 비슷한데 확신을 가지고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오자이니까 거기에 집착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패턴이 아닌가 싶다.

4. 3층 정도를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지하철 역의 엘리베이터는 필수 요건인데 부실 공사로 만들어놔서 툭하면 고장이 난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어제 갑자기 엘리베이터와 계단까지 모조리 폐쇄해 버렸다. 덕분에 아침에 1킬로미터 넘게 걸었더니 피곤하다. 언제 정상화되냐.

5. 1월도 벌써 끝이났다.

20240126

웅장, 품질, 태도

1. 아이들의 선공개곡 와이프가 공개되었고 이후 슈퍼 레이디의 티저가 공개되었다. 일단 와이프 뮤직 비디오의 기발함, 의외성은 굉장하고 전원 랩만 하는 곡의 선택도 허를 찌른다. 하지만 가사의 유치함, 구태의연함은 여전하다. 사실 이런거야 더한 그룹도 많으니까 그런가보구나 싶긴 한데 문제라면 그런 메시지가 앞서나간다, 멋지다고 믿는 데에 있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빈정대는 게 세련되지가 않다. 슈퍼 레이디 티저는 매우 웅장하고 앨범 메들리에서 들려온 민니의 곡은 역시 훌륭하다. 


2. 르세라핌의 새 앨범 티저도 공개되었다. 대자본이 투입된 병맛 오타쿠의 품질을 점점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점이 있다. 내레이션 테크닉도 늘어서 이제는 막 오그라들 정도는 아니다. 물론 그간의 방식에 익숙하지 않고 갑자기 처음 접한다면 쉽지 않을 거 같긴 함. 르세라핌은 중간중간 녹아있는 캐릭터 지속성에서 나오는 유머가 일종의 그룹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3. 최강야구의 시즌 2가 마무리되자 마자 심수창이 메시지를 보냈다. 그로서는 최대한의 예의를 차린 듯. 왜 나갔는지, 어떻게 되는건지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답을 주긴 했다. 뭐든 그렇지만 특히 프로의 세계에서 서로의 윈윈을 향한 마무리와 매듭을 짓는 방식은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좋은 말이 와야 좋은 말이 가는 법이다.


4. 문이 닫히면 다른 창문이 열린다. 닫힌 문을 바라보지 말고 열린 창문을 바라보는 게 그래도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좋은 태도가 아닐까 싶다.


5. 며칠 엄청나게 추웠는데 슬슬 마무리가 되어가는 거 같다. 북극 추위 지긋지긋하다.


6. 항상 보면 전쟁과 무관할 거 같은 사람들이 전쟁이 어쩌구 하는 초연한 메시지를 던진다. 역사가 알려주듯 전쟁의 고난도 가난하고 약한 이들에게 가장 크게 전가된다. 그렇기에 그러한 태도를 참기는 어렵다.


7. 3과 관련해 여러 댓들을 좀 봤는데 팽당하고 투덜거린다, 어리다 같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다수가 편하라고 침묵을 강요하고 그게 어른의 덕목이라 여기는 건 우스운 일이다. 성숙한 사회인이란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을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이 아닐까.


20240118

엄정, 적응, 불만

1. 야구에 AI 판정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여러가지로 말이 많다. 전격 도입이고 보조도 아니고 그게 메인. 이건 저번에 말했던 AI에 의한 법적 판결과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사람이 하는 일률적이지 못함, 엄정하지 못함을 믿을 수 없고, 그러므로 비공정하다. AI가 하면 일단 반박이 불가능하다. 따지려고 해봐야 따질 데가 없다. 하지만 분명 일률적일 거다. 

알파고 때 알파고가 왜 저렇게 두는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기는 걸 보면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는 이유가 있겠지하는 것의 발전판이다. 몇 달 전에 바둑 채널을 몇 개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의 바둑은 AI처럼 두는 게 유행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AI가 그렇게 두는 걸 보면 그게 더 낫다는 거겠지 이런 식이다. 

AI 심판의 판결은 처음에는 이해가 어려운 데가 있겠지만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보면 아마도 그쪽이 맞을 거다. 그러므로 인간은 AI 식의 판결에 적응하면 된다. 그렇게 '공정함'을 획득한다.


2. 1과 관련해 결국 이런 식으로 나가면 신은 AI다 같은 게 나올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종교를 만들고 싶다면 신을 AI로 설정할 것. 


3. 문화의 동기가 인간의 불완전성 덕분이라고 믿는 입장에서 이런 식의 전개에 불만과 우려가 있긴 하지만 이걸 과연 피할 수가 있는건가를 모르겠다. 결국 이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4. 약간 다른 이야기인데 SNS에 기반한 현대 문명은 공정함에 대한 욕구는 넘치는 데 비례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는 거 같다. 무슨 잘못을 하든 다 그냥 죽일 놈이 된다. 그런 흐름 속에서 칼국수 사건처럼 말도 안되는 일이 생긴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판결을 믿을 수 없음,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음 -> 사이다에 열광. 뭐든 사이다면 다 됨. 머리가 이렇게 굳어지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된 게 아닐까. 어쨌든 너가 잘못했으니까 식으로 도덕적 우위를 함부로 점해버림. 이것도 AI 밖에 해결책이 없는 걸까.


5. 사실 당면한 최고의 문제는 이보다 중동이긴 하다. 이란의 목표는 과연 무엇인가. 전쟁의 화마에 접어들면 AI 문명이 도래하기 직전 선사 시대 쯤으로 다시 물러날 거니까.


20240114

체크, 엉망, 레벨

2024년 들어서 한 일을 생각해 보면 우선 M65 야상의 견장을 떼어냈다. 어깨 부분의 실을 끊어내고 견장을 빼내고 다시 꿰매는 작업이다. 어려운 점은 옷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바늘이 들어가는 자리와 나오는 자리를 계속 체크해야 하는 점. 이걸 2벌, 4개를 했다. 

그 다음 늘어난 스웨터의 목 부분을 좁혔다. 우레탄 끈을 목 주위를 빙 둘러서 두 칸 꿰맸다. 어려운 점은 우레탄 끈이 잘 묶이지 않는다는 점. 그렇다고 순간 접착제를 붙이면 딱딱해져서 끊어지기 쉽다고 한다. 다른 스웨터 팔이 늘어나서 우레탄 끈을 둘러 시보리 비슷한 걸 만들어 봤는데 이건 입었다 벗었다 몇 번 했더니 끊겨버렸다.

그리고 키보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T와 S 스위치를 교체했다. 박스 안에 새 스위치가 몇 개 들어있어서 그걸 사용. 납땜을 벗겨내고 스위치를 빼내고 다시 끼운 다음 납땜하는 작업. 어려운 점은 납땜을 벗겨내는 게 깔끔하게 잘 안되고 스위치를 빼내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 그러는 바람에 빼낸 스위치는 다 엉망이 되었다.

작년 12월에는 패딩의 스티치 부분에 왁스칠 하는 작업을 했구나.

그리고 괴마옥을 키우고 있는데 쉽지 않다. 시름시름할 때 뭘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음. 올해는 드루이드 책을 읽어볼까 싶다. 

아직 못하고 있는 건 사용하고 있는 두 개의 마우스를 같은 생김새의 무소음 버전으로 바꾸는 것. 운동화 사이드 부분 떨어진 고무를 붙이는 것. 위 작업들의 문제는 바느질과 스위치 교체라는 게 작업의 난도가 높지는 않지만 끈질김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거다. 사시코 같은 거 하는 분들 대단함. 어쨌든 모두 큰 문제없이 마무리를 했지만 모두다 상품화를 할 정도로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지는 않았다는 게 문제다. 뭘 하든 그 정도 레벨이 되어야 하는데 역시 끈질김과 인내심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20240109

적응, 신뢰, 믿음

1. 날씨가 공기 안좋은 따뜻함과 폭설, 강추위가 반복되고 있다. 매년 있는 일이지만 공기 안 좋은 거, 영하 15도 모두 적응이 불가능하다. 오늘은 눈이 많이 내림. 천천히 차곡차곡, 하지만 아주 많은 양의 눈이 내리고 있다. 아주 두꺼운 구름에서 잔뜩 품고 있는 눈을 내려보내는 거 같다. 뭔가 세상이 멸망하고 나서 내리는 눈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2. AI로 인한 해고 소식이 종종 들린다. 아마도 더 커지겠지. 또한 사법부의 잘못된 판결 등에 대한 반발로 차라리 AI가 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특히 형벌과 관련해 말하자면 인간의 선택에 의한 AI의 지배는 가능성이 높을 거 같다. 지금은 변수를 다 소화해 내지 못하지만 앞으로는 충분히 가능해 질 거다. 기계에 의한 판결의 완벽성 문제는 앞으로 논쟁 거리가 될 거 같다. 사실 형법을 높인다고 해서 범죄가 낮아지진 않는다. 공포가 답이라면 중국이나 북한 같은 데 범죄가 거의 없겠지. 그보다는 사회의 투명함과 공정성, 신뢰성 같은 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거 같다. 죄를 범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믿음, 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다는 믿음 같은 것들. 


3. 치과에서 마취를 기다리며 멍하니 X레이 사진을 보고 있는데 위 치아가 12개, 아래가 16개가 있다. 4개가 비네...


4. 이번 ITZY 앨범이 꽤 좋다. 10곡인데 미니 앨범임. 왜? 아무튼.

20240104

악화, 일과, 계획

1. 세계적으로 지진과 테러, 전쟁 등 악재가 거듭되고 있는 2024년 1월 나에게도 몇 가지 일이 있다. 우선 형광등이 나갔다. 형광등 안정기가 나간 거라 상당히 귀찮은 타입이다. 

그리고 이를 뽑았다. 앓던 이를 뽑았으니 시원섭섭한 일이긴 한데 위쪽 어금니가 양쪽 다 없는 인간이 되었다. 다만 이를 닦는데 시간이 확 줄은 느낌도 드는데 이는 이 뺀 부분을 당분간 닦지 말라고 해서 그런 것도 있다. 아무튼 3군데 치료를 하고 3개의 이를 뽑았다.

웅이의 만성 피부염이 상당히 악화되었다. 너무 긁어서 바닥에 피를 뿌리고 다니는 바람에 매우 슬퍼졌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스프레이를 뿌리고 연고를 바른 후 아주 약간은 안정된 거 같긴 하다. 그래도 아직 긴 일이 남았다.

문고리가 부러졌다. 방문 고리가 정말 뚝 하고 부러졌다. 뭔 일인지 모르겠네.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을 했고 2일 혹은 3일 후 도착한다.

2월에 큰 돈 나갈 일이 있다.

스웨터 뜯어진 부분을 재수선을 시도하다가 북 하고 더 찢어져 버렸다. 땜빵을 했는데 몰골이 말이 아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인해 경제적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나가서 사 먹는 밥을 1회로 줄였는데 역부족인거 같다. 인생사 새옹지마. 그거 하나 믿고 간다.


2. 1의 이유로 아침에 일어나면 작년 건강검진 때 나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약을 하나 먹고, 이를 뽑은 이후 먹게 된 항생재, 진통제, 위장약 세트를 먹고 강아지에게 스프레이를 뿌리고 연고를 바르고 가루약을 먹인다. 밤에 자기 전 역시 같은 일이 반복된다.


3. 밤 시간에 책을 읽고 있다. 아저씨 도감과 현대 미술에 대한 책을 읽었고 영화에 대한 책을 읽을 예정이다. 받아놓고 쌓아놓기만 한 책들을 다 읽을 계획이다.


절차, 평화, 부활

1. 국회 경고를 위해 군대를 동원하는 게 대통령의 통치 행위라는 생각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심지어 이게 국힘의 대통령 옹호, 탄핵 반대 논리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정말 엉망진창이다. 아무튼 국회 표결에서 204표가 나와서 탄핵이 의결되었고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