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야구에 AI 판정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여러가지로 말이 많다. 전격 도입이고 보조도 아니고 그게 메인. 이건 저번에 말했던 AI에 의한 법적 판결과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사람이 하는 일률적이지 못함, 엄정하지 못함을 믿을 수 없고, 그러므로 비공정하다. AI가 하면 일단 반박이 불가능하다. 따지려고 해봐야 따질 데가 없다. 하지만 분명 일률적일 거다.
알파고 때 알파고가 왜 저렇게 두는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기는 걸 보면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는 이유가 있겠지하는 것의 발전판이다. 몇 달 전에 바둑 채널을 몇 개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의 바둑은 AI처럼 두는 게 유행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AI가 그렇게 두는 걸 보면 그게 더 낫다는 거겠지 이런 식이다.
AI 심판의 판결은 처음에는 이해가 어려운 데가 있겠지만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보면 아마도 그쪽이 맞을 거다. 그러므로 인간은 AI 식의 판결에 적응하면 된다. 그렇게 '공정함'을 획득한다.
2. 1과 관련해 결국 이런 식으로 나가면 신은 AI다 같은 게 나올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종교를 만들고 싶다면 신을 AI로 설정할 것.
3. 문화의 동기가 인간의 불완전성 덕분이라고 믿는 입장에서 이런 식의 전개에 불만과 우려가 있긴 하지만 이걸 과연 피할 수가 있는건가를 모르겠다. 결국 이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4. 약간 다른 이야기인데 SNS에 기반한 현대 문명은 공정함에 대한 욕구는 넘치는 데 비례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는 거 같다. 무슨 잘못을 하든 다 그냥 죽일 놈이 된다. 그런 흐름 속에서 칼국수 사건처럼 말도 안되는 일이 생긴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판결을 믿을 수 없음,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음 -> 사이다에 열광. 뭐든 사이다면 다 됨. 머리가 이렇게 굳어지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된 게 아닐까. 어쨌든 너가 잘못했으니까 식으로 도덕적 우위를 함부로 점해버림. 이것도 AI 밖에 해결책이 없는 걸까.
5. 사실 당면한 최고의 문제는 이보다 중동이긴 하다. 이란의 목표는 과연 무엇인가. 전쟁의 화마에 접어들면 AI 문명이 도래하기 직전 선사 시대 쯤으로 다시 물러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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