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새 달리기를 하고 있다. 오래 된 건 아니다. 한 달 조금 넘은 거 같다.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이틀에 한 번 5km가 목표지만 일주일에 두 번도 어렵고 5km는 아직 못 뛰어 봤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다. 원래는 수영을 배우고 싶었지만 도무지 강좌 등록을 할 수가 없어서 이를 어쩌나... 하다가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그래도 예전에 뛸 때 사놨던 운동복과 조끼 이런 것도 있고 앱 사용법도 익숙해져 있어서 시작할 때의 복잡함은 없다. 코스는 아주 안 좋다. 동네가 끊임없이 언덕과 내리막이고 자동차, 산, 건물로 둘러싸여 있다. 예전에 정릉천 옆에 살 때는 5km 조금 넘는 정도를 뛰었었는데 다녀와서 샤워를 하면 하수구 냄새 같은 게 빠지질 않고 냄새에 벌레가 너무 많아서 버프 넥 게이터 같은 걸 꼭 해야 했지만 상당히 기분이 좋아지는 코스였다. 아무튼 결론은 힘들다. 수영 등록하고 싶다. 그래도 지금 시기 체력 관리를 위해 뭘 하고 있냐 하고 묻는다면 달리기와 집에서 하는 푸시업과 스쿼트 정도다. 하고자 하는 건 수영과 철봉 메달리기.
2. 이쯤에서 운동을 되돌아보면 어렸을 적에는 체육 아주 싫어했다. 오래 달리기가 800미터였나 그랬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제대로 뛰어본 적이 없다. 그냥 왜 뛰는지도 모르겠고 왜 하라는 건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하기 싫었고 숨차는 느낌도 싫었음. 하지만 그때 열심히 했어야 했다... 잘 하진 못했지만 남들 하는 데 장단을 맞춰줄 정도로 할 수 있는 건 줄넘기, 자전거, 야구 정도. 체력장 종목인 멀리 던지기를 꽤 잘했지만 써먹을 데는 없었다. 왜냐하면 야구도 던지기와 치기만 했지 수비나 주루는 엉망이었기 때문에.
뭐 이러다가 중고등대학 시절은 운동은 정말 안 했고 군대 가서 훈련소에서 매일 시키니까 뛰어다녔지만 기초 체력이 워낙 없어서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 7km인가 뛰는 게 있었는데 모두가 걱정해서 간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나도 이걸 할 리가 없다, 중간에 어떻게 탈락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 고민 했지만 의외로 할 만 했음. 망할 노래만 같이 안 따라 부르면 가려면 가는 듯. 행군은 힘들어 본 적이 없다. 숨 안차고 계속 하는 건 문제 없다. 하지만 훈련소 끝나고 나서는 운동할 일이 별로 없었다. 자대에서는 컴퓨터랑 계산기만 두드리다가 유격을 두 번 받았는데 평소 일상과의 운동량 격차가 너무 커서 힘들었고 거의 도망다녔다. 잡을라면 잡아가라 난 몰라 하고 아예 첫날부터 드러누워 버리면 할 수 없음... 지금 따져보니 유격 훈련을 받은 건 다 합쳐서 한나절이 안될 거 같다.
제대하고 나서 기초 체력이 좋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며 문득 달리고 싶어졌지만 막상 달려보니까 숨차는 게 너무 힘들어서 대신 걷기를 한참 했다. 하루에 막 10km씩도 걷고 매일 한강 다리도 건너고 그랬는데 기분 전환에는 좋지만 운동 강도가 높은 건 아니고 운동화가 너무 빨리 닳아서 문제였다. 그래서 동생이 안쓰던 자전거를 가져다가 타기 시작했다. 한창 때는 일주일에 세 번 40, 50km 씩 탔음. 이때 정릉천 달리기도 했다. 그리고 등산도 했는데 높은 산은 일정 빼기가 어렵고 번거롭고 혼자 가면 이거 왜 가고 있지 싶어지면서 자꾸 포기하게 되서 근처 얕은 산을 열심히 올라가는 정도로 지속했다. 그렇게 몇 년 타다가 자전거에서 낙상하는 일이 생겼는데 타박상에 놀랐는지 몸살이 며칠 났지만 그건 괜찮았는데 더 큰 문제는 자전거가 완전 비뚤어져서 지속할 수가 없게 되었다. 다 분해해서 기름칠하고 녹 제거하고 탈만하게 만들었는데 아쉬움.
그러고 한동안 아무 것도 안하다가 트레일 워킹을 시작했다. 산, 들, 강 8km 정도 걷는 걸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했는데 이게 아주 좋았다. 기분이 좋음. 하지만 이때 생긴 발바닥 신경 통증과 무릎 아픔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중간 중간 헬스장도 다녔는데 피티 없이 혼자 운동하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거라 거의 스트레칭 위주였다. 멋대로 데드리프트하다가 허리가 아파서 며칠 못 움직인 적도 있다.
아무튼 발이 아프면서 가늘고 길게 이어지고 있던 운동 전선에 문제가 크게 생겼다. 자전거를 타면 되겠다 했지만 사는 건 힘들고 미니벨로가 좋은데 거의 없는데다가 있어도 접히는 것들만 있어서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마땅히 둘 데도 없다. 그래서 따릉이 1년권을 끊었는데 따릉이 있는데가 너무 멀어서 가는 동안 지친다. 도서관에서 지하철 역 갈 때 가끔 탐. 그러다가 최근 수영을 해볼까 하다가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거임. 의외로 긴 이야기가 되었군.
3. 무인양품에서 할인 행사를 하길래 뭘 좀 사다가 식품이 있길래 함께 사봤다. 돼지김치찜, 진미채 이런 걸 샀는데 나쁘진 않지만 다들 너무 달다. 그리고 진미채는 너무 조금 들었다. 진미채를 좋아하지만 참 비싼 음식인게 예전에 마트 갔다가 깜짝 놀랐다. 만들어볼까 했는데 유통 기한도 그렇게 길지 않더만. 일주일에 한두 번 집에서 밥 챙겨 먹는데 만들어봤자 못 먹는다. 예전에 메추리알로 간장 조림을 만들었었는데 언젠가 보니까 거의 맛탕처럼 되어서 뭔 점액질 같은 게 쭉쭉 늘어나길래 버린 적이 있다. 아무튼 그 이후로 식당에서 반찬으로 진미채를 주는 게 믿기지가 않는데 있으면 열심히 먹는다. 요새는 거의 없음. 페루산 대왕 오징어가 그렇게 많이 들어오고 페루 사람들도 진미채라는 말을 알던데 이건 왜케 비싸지.
4. 매년 이런 환절기가 오면 팔과 다리가 막 간지러워지다가 하얗게 뜨고 그러다 보면 빨간 반점 같은 게 올라온다. 왜 그러는가. 로션을 제대로 안 발라서 그렇다. 로션이 없던 시절에는 그럼 다들 이렇게 하얗게 뜬 채로 살았을까, 나의 회복력이 문제인걸까. 작년에는 라로슈포제의 리피카 밤을 발랐더니 싹 괜찮아졌는데 올해는 그게 없어서 이솝의 핸드크림을 발랐더니 역시 싹 괜찮아졌다. 이맘 때는 피지오겔이나 세타필로는 답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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