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듄의 캐릭터 중 가장 재미있는 건 레이디 제시카다. 그리고 집단 중에서도 베네 게세리트다. 예컨대 듄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건 누군가라고 하면 베네 게세리트다. 수천 년의 계획 속에서 적당히 결함있는 귀족 집단, 황제 집단을 재생산하며 자신들의 포지션을 유지한다. 너무 두드러지면 물리적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건 자제한다. 즉 능력을 적당히 봉인한다. 사실 뭔가 전형적인 캐릭터이긴 한데 듄에 나오는 인물들이 대부분 전형적인 캐릭터다. 어차피 1960년대 소설이고 이제와서 이 안에서 굉장히 솔깃하고 참신한 내러티비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레이디 제시카의 경우 나름의 야심을 실현하고 있고 전투력도 상당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사이비 종교를 만들고 리드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와서 듄의 영화화를 한다면 그 주인공은 베네 게세리트의 이야기가 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2. 유튜브를 보면 린치의 듄과 빌뇌브의 듄을 비교한 장면들을 꽤 볼 수 있다. 린치의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보다보니 정이 든다. 특히 그 방어막 같은 걸 블록으로 그려낸 건 상당히 감탄이 나온다. 굳이 멋지게 표현할 이유가 없다. 항성간 여행이 가능한 시대라고 해도 그들은 칼싸움을 하고 있는 거다. SF 고전의 영화화란 이런 우악스러운 면이 있어야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더 잘 살지 않을까 싶다.
3. 이런 점에서 폴 버호벤의 스타쉽 트루퍼스를 꽤 좋아한다. 소설에 면면히 흐르는 잔소리의 느낌을 제거하고 전반적으로 빈정거리는 어조를 잘 살리고 있다. 어이쿠 그러셔~가 나름 괜찮음.
4.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다. 어제는 춥고 비가 내렸는데 오늘은 덥다. 이 환절기 일교차의 문제를 해결할 착장의 방식은 대체 무엇인가.
5. F1을 좀 보고 있다. 아직은 어디서 재미를 느끼는 건지 잘 모르겠음... 나스카나 WRC 중계는 안 해주나.
6. 사실 안티가 진짜 팬이 아니냐 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아마도 디나이얼의 사고 방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가 시간을 가장 많이 쓰고 누가 가장 부지런히 소식을 찾느냐는 관점이라면 맞는 이야기일 수 있다. 사실 일종의 안쓰러움을 표시하기 위한 반농담의 이야기일텐데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하는 식의 이야기를 가끔 볼 때가 있다. 물론 아닐 거다.
안티 소셜이 주류가 되기 위해 안티 소셜을 파격하는 구조에서는 가능하긴 하다. 혹은 그냥 직업으로,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안티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애증 따위는 없고 이슈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프랑스 레지스탕스가 나치군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허튼 소리라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를 몰래 듣고, 본인은 기억도 못할 자질구레한 정보를 수집하고, 아침에 뭐 했는지 뭐 먹었는지를 알 수만 있다면 알려고 하는 건 '사실은 사랑해서' 같은 게 아니다. 반대 방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많은 경우 안티는 자신의 생존 혹은 생존 방식, 존재 방식에 대한 위기에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경우 안티의 증오도 그냥 증오다.
7. 뭔가 지나치게 지치고 지루하다. 재미있어지기 위해서는 탐색을 해야하고 거기서 새로운 걸 발견하면 재미있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될텐데 탐색의 에너지가 부족하다. 그러므로 탐색 실패, 재미없음이라는 악순환에 접어들게 된다. 그게 문제임.
8. 오래간 만에 뭉찬을 봤다. 시즌이 몇 인지는 모르겠음. 초창기에 챙겨봤었는데 그러다가 말았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선수 선발할 때의 그 불쾌한 비장함, 경기 중에서의 비장함 같은 것들 때문. 뭔가 지나치게 심각하고 진지하다. 초창기에는 축구를 열심히 함 해볼란다 + 중간중간 웃김이 있었는데 그런 게 잘 안보이게 되었다. 간만에 본 건 옛날 멤버들도 나오고 한 청백전이었는데 아무튼 김병현이 너무 웃겼음. 하지만 멤버는 안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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