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4

이해, 범위, 이탈

1. 간밤에 대한민국 헌정사에 꽤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고 완전히 마무리 된 것도 아니긴 하지만 일단 정리를 좀 해보자면 :

밤 10시 30분 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유는 입법 독재, 종북 반국가 세력을 무찌르고 자유 헌정 질서 지키기.

얼마 뒤 계엄사령관이 임명되었고 포고령이 나왔는데 국회의원 활동 금지와 언론 통제가 주요 내용이다. 전공의 복귀 명령이라는 약간 뜬금없는 게 껴있기도 했다.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이다. 처단?

서울경찰청 소속의 국회경비단과 707로 여겨지는 특전사가 출동해 국회를 봉쇄하고 진입을 시도했다.

국회의장이 국회를 소집했고 새벽에 151명 이상이 모이는 데 성공했고 계엄해제 요구를 결의하는 데 성공했다.

새벽에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소집해 계엄해제 요구를 수용했다.


2. 사실 소요나 내전, 폭동, 적의 도발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님에도 계엄을 선포한 것부터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검사 출신 대통령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절차 준수가 엉망이다. 국무회의 의결도 없이 계엄을 선포했고 계엄사령관의 포고령에는 권한도 없는 국회 활동 제한이 들어있다. 이게 안된다는 걸 모를 리가 없는데 선포했다는 데에서 뭐가 더 있는거지?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아직은 뭐가 나온 게 없음.

- 추가 : 방금 전 보도에 의하면 정부 고위관계자는 "장관이 계엄령 선포 전과 후 열린 국무회의에 모두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 중 반대나 이견을 표시한 장관은 없었다"고 전했다고 한다. 국무회의 의결은 있었건 거 같긴 한데 아직 누가 참여했는지,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실제로 있었긴 한건지 등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3. 여기저기 문제가 너무 많지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했다는 국방부장관과 계엄사령관의 포고령은 법의 처벌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또한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거의 곧바로 서울경찰청과 특전사가 동원되었다는 건 사전 모의 혐의와 동참 혹은 주도 혐의를 따지게 될 만한 부분이다. 불법의 비상계엄에 동참한 혐의는 지워질 수 없다.

- 추가 : 뉴스에 의하면 계엄군은 일단 특전사 예하 707 부대가 본청 진입 그리고 제1공수특전여단이 외곽차단 임무를 맡은 듯 하다. 그리고 수방사 예하 제35특수임무대대 소속 대원들도 계엄군으로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내 대테러 부대다. 이외에도 9사단 1개 대대급 병력이 출동 준비를 했다고 알려졌다.

- 추가 2 : 중앙선관위에도 계엄군이 2~30명 정도 들어갔다고 한다. 중앙선관위?

  

4. 동원된 군경의 경우 안타깝지만, 사실 딱히 안타까울 것도 없긴 한데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문제고 이런 경우 상관의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은 통하지가 않는다. 실제 판례도 있고 눈치 채고 이미 발을 뺀 고위 공무원도 있다. 징집병이라면 혹시나 감경의 사유를 따질 만한 구석이 있을 지 몰라도 다 직업군인과 직업경찰들이다. 불법의 비상계엄에 협력한 부역 혐의는 지워질 수 없다. 국회경비단과 707이 국회 근거리에서 이런 식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게 확인된 이상 부대 해체 수순은 피할 수 없을 거 같고 국회의 경비와 707의 임무 수행은 다른 체제로 이전되지 않을까.


5. 현 상황에서 실패로 보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계엄을 선포하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면 대책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입법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일 듯 하다. 


6. 계엄을 앞에 내세우긴 했지만 군경을 동원하고 국회 봉쇄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친위쿠테타에 가깝다. 만약 친위쿠테타를 할 생각이라면 국회 봉쇄와 국회의원 체포를 가능한 빠른 시간에 해내고 방송국을 점거해 계엄사령관이 시민들에게 정당성을 설파하는 순서(=가만히 있으라는 공포감 조성)로 가야 한다. 함께 한 군인들이 더 없어서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7. 근데 정말 특전사 부대 하나 믿고 이 일을 벌인건가. 새벽에 잠깐 언론사 라이브를 봤었는데 초기 투입된 707말고 다른 소대가 있는 거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정확하진 않다. 아무튼 전부다 말이 안되지만 이 부분이 상당히 의아하다.


8.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 담화를 발표하긴 했지만 녹화 영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즉 어제 밤 계엄 선언 이후 잠수를 타고 있다. 아무리 봐도 이 계획 자체에 내란죄 엔딩 밖에 보이질 않는데 무슨 생각인 걸까. 대체 왜 한 건지, 이제 뭘 할 건지 이해 자체가 안되니 예측도 불가한 상황이다.


9.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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