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9

2012년 결산

트위터에 보니까 2012년 결산들을 많이 하길래 해본다. 나는 트위터리안이 아니라 블로거니까 여기에다가... -_- 뭐 이것저것 듣고, 보고, 읽고 한 거 같기는 한데 전반적으로 지리멸렬, 지지부진이었다. 그러므로 올해의 OOO은 뽑을 여력이 없다. 인섹타 에렉투스 한글판이 있었다면 혹시 그걸 골랐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는 한다. 어쨌듯.

2012-12-29 11.45.41

2012년의 나는 대략 이런 모습... 과연 화살을 빼고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 일어날 마음이 있기는 한 것인가. 일어난 다면 저 앞의 적군을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럼에도 일어나야 하는 것인가 등등등.

오래간 만에

TV를 보다가, 카라가 나오길래 좀 보다가, 인터넷을 좀 뒤적거리다가, 이윽고 유튜브에 이르러 뒤적뒤적거리며 유튜브만 한 두 시간 본 거 같다. recomme머리가 마치 하이퍼 상태에 빠진 듯 이상하다.

여하튼 그러던 중에 요즘 모닝구 무스메는 뭐하나(가끔 한국도 오고 그러던데) 싶어 찾아보고 이상한 비디오를 잠깐 봤다. youtu.be/uE7HQ3uivcE 2012년 12월 21일에 올라온 Help Me!라는 건데 여자 아이돌 그룹임에도 카메라가 모두 고정 롱샷. 얼굴도 하나도 안 보이고, 동작도 어떤 면에선 스모같고 어쨌든 과감하고 진취적이고 놀랍다.

 

그러다 찾아본 2004년 영상. 이 바로 전(그러니까 야스다랑 낫치가 있을 때)과 위 동영상 시절의 멤버가 가장 익숙하다. 2004년이라고 하니까 꽤 먼거 같은데... 그것 참 세월이란. 저 위에서만 쯔지, 카오리, 후지모토, 야구치, 카고가 결혼을 했다.

미치시게랑 다나카는 지금도 저걸 하고 있고, 잘 안보이지만 처음에 올린 동영상에도 나온다(미치시게는 잘 안보이는데 다나카는 알겠다). 일본에서도 그 사이 AKB48에다가 카라니 소녀시대니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고보면 2004년에도 저렇게 버스에서 춤을 추고 우타방과 헤이헤이헤이에 나오던 저 둘은 참 걸그룹 산전수전 다 겪어왔겠다.

워낙 어릴 때 데뷔해서 그렇지 나이는 소녀시대, 원더걸스와 비슷한 또래다. 사실 팬이라고 하기는 그렇고(일단 곡들이 영... -_-), 우타방을 워낙 열심히 보다 보니 - 당시 최전성기라 정말 자주 나왔다 - 멤버를 다 알게 되었는데 여전히 이렇게들 살고 있고,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이 모양이고. 그것 참.

20121228

꿈, 헌재

1. 꿈을 꿨다. 서울역에서 부산에 가는 왕복표를 끊어야 했는데 가는 건 KTX로, 오는 건 고속버스로 끊었다. 서울역이라고 했지만 아스팔트가 야트막한 언덕을 이루며 깔려 있는 게 예전 부산역, 혹은 진해역 같았다. 어쨌든 기차, 고속버스 표를 약간 떨어진 두 매표소에서 살 수 있었는데 6시 15분에 고속버스 표는 샀지만 시간이 남는다고 여유를 부리다보니 KTX는 6시 30분에 6시 30분 출발표를 물어보게 되었다. 할 수 없이 다음 표는 언제냐고 물어봤더니 4시, 5시 이런 꽤 떨어진 시간대만 이야기해 줬다. 이 일을 어떻하지 하고 빠르게 갈 수 있는 건 없냐고 다그쳤더니 그제서야 6시 50분 차가 있다고 말해주는 거다. 뭐냐 하고 있다가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에 깨어났다. 기차를 탈 수 있었는데 아쉽다.

 

2. 헌재가 전자팔찌(발찌던가?)의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예상할 수 있는 판결이었는데 헌재는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닌 이상 명단 공개라든가 하는 것들은 시종일관 벌이 아닌 걸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형벌의 소급적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하나 이 제도의 이익과 범죄자의 불이익 상 비례에서도 괜찮다고 봤다.

이 제도가 제어하는 범죄의 특징 상 많은 시민들의 동의를 쉽게 얻어낼 수 있겠지만, 그래도 국가에 의한 자유의 제약은 가능한 한정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조금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것도 좀 더 명확히 규정해 국가가 요령껏 피해갈 방법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이 아니지만 형벌에 준하는 효력을 가진 방식이 좀 더 늘어나며 소급적용 금지나 이중처벌의 금지 같은 기본 원칙을 마음대로 피해갈 수 있게 된다. 지금은 강력 범죄나 성범죄에나 적용되지만 헌재의 이번 합헌 결정으로 볼 때 다른 종류에 비슷한 방식이 만들어져도 피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같은 기본적인 권리도 마구 흔들리는 판국에 이런 것들이 하나씩 흔들려간다고 좋을 일이 없다.

이런 걸 보면 발끈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혹시 몰라 말하지만 처벌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형법을 세세하게 조절하고 건들 생각을 하지 않으니 꼼수만 늘어난다. 이 덕분에 파워가 센 사람은 피할 방법이 늘어나고, 힘이 없는 사람은 여러 가중 처벌을 받게 된다. 벌을 확정하는 곳은 일단은 법원이어야 한다.

살짝 공지

요즘 다들 연말 용돈벌이라도 하고 있는 건지 여기도 저기도 스팸 댓글이 너무 달려서, Anonymous에서 오픈 ID 포함한 Registered 유저로 1단계 더 제한합니다. 어차피 이래도 저래도 댓글 따위는 안 달리니 별 상관은 없겠지만요... -_- 이건 어디 신고할 곳도 없고 득되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 스팸 따위.

손이 시렵다

1. 손이 시려워서 장갑을 끼고 타이핑하는 연습을 해봤으나 실패했다.

2. 최근 3일간 줄창 퍼퓸을 듣고 있다. Game, JPN, Love the World, Spending all my time 등등의 풀 음반. 가끔 지겨우면 우타다 히카루의 에반게리온 Q 삽입곡 Sakura Nagashi를 듣는다. 이건 두 곡(하나는 같은 곡의 instrumental) 밖에 안 된다.

사쿠라 나가시는 아이튠스 미국 스토어에서 보니까 Utada Hikaru - Sakura Nagashi로 되어 있다. 처음 아이튠스를 쓸 때는 宇多田ヒカル - 桜流し 이런 식으로 썼었는데 못 알아먹는 글자가 많고 왠일인지 일본어는 한글 제목 음악하고 순서가 섞이길래 지금은 Utada Hikaru(宇多田ヒカル) - Sakura Nagashi(桜流し)라고 태그 정리를 해 놓는다.

그런데 문득 미국 스토어 표기법을 보니까 모두 저렇게 고치고 싶어졌다. 다 고칠까? 했지만 J Pop이라고 장르 분류된 곡이 1,800곡. 귀찮아졌다. 하지만 만약에 Match를 등록하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여하튼 장르를 J-Pop으로 할까, J Pop으로 할까 이따위 고민은 이제 그만 하면서 살려고.

3. 아이튠스에서 itunes DJ가 없어진 건 누가 뭐래도 짜증난다.

4. 이틀 연속 둥지냉면 비빔을 먹었다. 정말 맛있다! 오늘은 낮에 한 번 떠들었으니까 이만.

20121227

12월 27일

1. 또 이런 날짜가 오고야 말았다. 이제 곧 2013년.

 

2. 요즘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runkeeper(링크)에서 runtastic(링크)으로 갈아탔다는 거. 딱히 큰 이유는 없는데 runtastic에서 situps Pro(링크)가 무료로 풀리길래 함께 해보자 싶어서 바꿨다. 동생아, 혹시 이걸 보거든 runtastic으로 오려무나.

runtastic은 free버전과 pro버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pro가 꽤 자주 무료로 풀리기 때문에 free를 쓰다가 pro로 바꿔타면 된다.

기능 자체는 고만고만한데 runtastic에 불만이 하나 있다면 pause를 눌렀을 때의 모습이 상당히 애매해서 이게 정말 pause인지 고민하게 된다는 점(카테고리상 운동을 끝냄과 같은 지점으로 내려간다).

 

3. 이외에 freemyapps를 나름 열심히 하고 있어서(링크) 앱스토어 잔액이 남아 돈다. 10불 기프트카드 팔아서 생계에 보탬이나 되어 볼까 했지만 그런 것도 귀찮고, 다 그냥 내 앱스토어에 채우고 있다.

여하튼 앱 별로 살 것도 없고, 게임도 안하고 그래서 잡지나 사볼까 했지만 대부분 패드에 특화되어 있고 아이폰용으로 나와있는 것중에 쓸만한 건(정확히 말하자면 볼 수 있는 건) Dazed & Confused for iphone 정도 밖에 없다. 뉴요커도 보기엔 괜찮은데 뉴욕 사람도 아니고.

여하튼 역시 패드가 필요하다.

 

4. 재미가 잘 못 붙어서 체력도 별로인 주제에 등산은 역시 겨울에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겨울 등산의 재미는 평범한 산도 난이도가 확 뛴다는 거, 덥지 않다는 거, 내가 아키라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든다는 거 등등 되겠다. 다른 계절에 올라가면 일단 절박함이 없어서 재미가 너무 없고 더워서 지치는 게 싫다. 결론은 추위는 싫지만 겨울산은 좋음.

과정을 보자면 : 어제 runtastic에서 나온 다른 앱이 뭐 있나 하고 봤더니 mountain bike pro라는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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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을 자전거로!라는 생각에 확 꽃혀서 또 막 예티나 스코트 자전거같은 거 검색하고, 오래간 만에 와일드바이크 사이트도 가보고, 유튜브 뒤적거리고 뭐 그랬다.

훌륭하다. 하지만 차와 좋은 산악 자전거가 없으면 역시 힘들겠다. 집 자전거로 인도 내려가다가 바퀴 휜 경험이 있어서 아는데 바위에서 뛰어내렸다가는 아마 통으로 가라앉을 듯. 그래도 가고 싶다! 오늘은 노고산이라도 올라가야지.

 

5. 어제 평양 냉면이 너무 먹고 싶었다. 냉면은 겨울 음식이기도 하고, 또 어제 날씨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트위터에 계속 평양 냉면 이야기가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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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거지라 아쉬운대로 집에 들어가는 길에 둥지 냉면을 구입했다. 평양 냉면을 먹고 싶었지만 둥지는 역시 비빔이다. 몇 개 들어있는 북어포와의 조합이 매우 훌륭하다.

 

6. 김&홍 사무실에서 회의할 때 항상 부러워했는데 저번주에 ㅇㅈ씨에게 출처를 물어 알아냈다. 승리의 다이소. 그래서 어제 신촌역 다이소 매장에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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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가 한 가지 밖에 없어서 김&홍 사무실에 있는 거랑 똑같은 거로 살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거 살 때가 아니라 빨리 금연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좋긴 좋더라.

20121226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를 읽다

이 블로그의 태그를 읽다와 보다로 분리해 놨는데 만화책은 읽는 건지 보는 건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책이니 읽다라고 해야겠지.

살아있는 목, 파란 말, 살육시집, 밤의 물고기, 무언가 마을로 찾아온다까지 총 다섯 권이다. 딱히 Vol같은 건 적혀 있지 않은데 이야기들이 조금씩 쌓이기 때문에 순서대로 보는 게 좋다. 여하튼 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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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왠지 사진을 찍고 싶었다.

이 책을 보다가 든 생각인데, 인섹타 에렉투스가 한글로 나왔으면 좋겠다.

20121225

또 이것저것 듣다

1. 올 봄에 나온 SEOUL SEOUL SEOUL을 뒤늦게 들었다. 총 27곡. CD에는 히든이 하나 들어있나 본데 음원 구입이라 없다. 주제가 있을 지 몰라도 품고 있는 종류의 레인지가 좀 많이 넓어서 멍하니 듣고 있으면 좀 왔다갔다 한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이런 종류의 컴필이 그러하듯 나같은 사람에게는 인덱스로서의 기능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다.

2. 키카와 유의 One for You와 Vocalist? 를 들었다. 하로프로에서 솔로로 독립해 작년에 싱글을 냈었는데 올해 들어 1월과 11월 두 장의 정규 음반을 냈다. 왜 이러지? 싶은 행보가 아닐 수 없는데 두 장 총 26곡에 걸쳐 혼자 하면서도 위에 들었던 서울 컴필레이션 만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 퍼퓸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는 곡이 몇 있는데 그것들은 나름 재미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면에서(음악, 연기, 생긴 것, 캐릭터) 애매한 게 사실이다.

3. 트램폴린의 첫번째 음반 Trampauline을 듣다. 하도 세월도 시절도 나도 우중충해서 아이튠스를 뒤적거리다가 이건 어떨까 싶어서 쭉 들었는데 요즘 같은 기분에 나쁘지 않다.

4. White, 뮤직뱅크. 하지만 사실 요 며칠 가장 많이 들은 곡은 뮤직뱅크에서 94년 스페셜로 소현, 설리, 크리스탈, 지영, 수지가 함께 부른 White다. 강지영한테 레드 립스틱을 자꾸 바르게 시키는 자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안 어울리지 않나.

5. OneTuner Pro라는 아이폰용 라디오 앱이 무료로 풀렸길래 다운받았다. 인터넷 라디오 앱이 여러가지 있는 거 같은데 잘 모른 채 뒤적거리다 받은 거라 이것보다 더 좋은 게 있는 지도 모르겠는데 여하튼 꽤 편하고 좋다.

신기한 기능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트위터 타임라인을 읽어주는 기능. 한글도 지원하는데 한글로 해 놓으면 영어를 못 읽고, 영어로 해 놓으면 한글을 못 읽는다. 성능이 알아들을 정도로 좋은 건 아닌데 그래도 밤에 누워서 틀어놓으면 대충 들을 수 있어서 좋다. 트위터에서 만들어 놓은 리스트만 읽어주게 하는 기능을 넣어달라고 제작사에 메일을 보냈는데 답변이 오긴 했다. 넣어줬으면 좋겠다.

여하튼 거기에서 K Pop 라디오를 멍하니 듣고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신보라 목소리가 틀림없는 심각한 노래가 나오길래 찾아봤다. 용감한 녀석들의 '멀어진다'라는 곡이다. 교회 성가대에서 갈고 닦인 매우 익숙한 발성톤. 하지만 이 심플함과 전형성에 잠시라도 마음이 편하다.

20121223

일요일이네

초기 마야는 단기력, 장기력 두 가지 다른 시간 측정 체계를 사용했다. 짧은 주기는 촐킨이라는 주기에서 유래되었다. 촐킨은 마야 이전에 존재했던 올멕 문명에서 왔다고 한다. 복잡한 계산법들이 있는데 그런 건 위키피디아 마야 캘린더 항목(링크)을 참조하시라.

최종적으로

1킨 = 1일
1위날 = 20일
1툰 = 360일
1카툰 = 7200일
1박툰 = 144,000일
1픽툰 = 2,880,000일
1카랍툰 = 57,6000,000일
1킨칠툰 = 1,152,000,000일
1 아라우툰 = 23,040,000,000일

이다. 이 아래에 아하우, 쿰쿠 등의 시간 단위가 또 있다고 한다. 전부 20주기인데(즉 20카랍툰이 지나면 1킨칠툰이다) 1툰만 18위날로 되어 있다.

원래는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데 계산을 위해 이걸 점으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0.0.0.1.5라고 적혀 있으면(숫자가 아니라 상형자로 되어 있다) 1위날에 5킨이므로 25다. 이걸 학자들이 연구를 했는데 0.0.0.0.0이 기원전 3114년 8월 9일이라는 걸 알아냈다. 어떻게 계산했는지는 난 모르고.

박툰은 144,000일로 되어 있는데 태양력으로 394.26이다. 마야 문명이 존재했던 시기는 8에서 9박툰 사이였고 며칠 전까지 13박툰이었다. 지금이 마야 시간대로 22일이므로 14박툰의 첫번째 날이고 표시하자면 14.0.0.0.1이다.

이게 종말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하나의 박툰이 생명 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한 박툰이 지나갔으니 이제 새로운 것들이 지구를 지배할 것이다라는 발상이다. 세기력을 사용하는 문화권에서 1999년이 지나면 세상이 멸망할 것이다와 거의 비슷한 발상이다. 인간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살던 분명 생각에 비슷한 부분이 있다.

20박툰이 다 지나고 나서 찾아오는 새로운 픽툰은 4772년 8월 13일이다. 2760년 뒤인데 그때가 어떤 모습인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 만큼 전이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보자면 BC 748년. 그때의 모습과 지금의 차이만큼 또 벌어져있겠지.

그 즈음에 무슨 일이 있었나 역시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니 BC 748에는 딱히 특별한 게 없고 BC 747에는 나보나사라는 분이 바빌로니아의 왕이 되었고, 멜레스라는 분은 리디아의 왕이 되었고, 이집트에선 이집트 3기가 끝나며 누비안 피리어드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나름 격변기였다. 중국은 춘추전국시대 초기였다.

과테말라 등 오지에서는 지금도 이 달력을 쓰고 있다고 한다. 즉 그들에게 어제는 밀레니엄이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함께 14박툰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문득 초콜렛이 너무 먹고 싶어져 편의점에 다녀온 나는 이러고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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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2

일반론

사람들은 모두 생각이 다르다. 시간이 흐르고 각자의 이익, 각자의 생각들이 점점 더 무르익고, 지식이 축적되고, 노하우를 전승하게 되면서 이런 다른 생각들은 공통 분모를 거의 찾을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어쨌든 세계의 흐름을 견주어보며 자신의 생각을 견고하게 한다.

물론 생각없이 편견과 아집으로 세상을 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인권은 있고, 자신의 방식을 고집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형법상 불법(말을 안 듣는다고 때린다든가, 감금한다든가)만 아니면 괜찮다.

세계관이라는 것은 개인이 펼쳐놓은 장이다. 그걸 설득이나 논증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건 나이브하다. 이것은 마치 종교나 취향과 같다. 불교 신자가 설득으로 기독교 인을 개종시킬 수 있는가. 짜장면을 선호하는 사람이 짬뽕 선호자를 설득으로 돌려 놓을 수 있는가. 둘 다 쉽지 않은 일이고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세상에 필요한 것은 불교 신자와 기독교 신자가 각자 사는 방법, 짜장면 선호자와 짬뽕 선호자가 각자 사는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가 있다. 즉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다 같이 사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딜이다. 정치적인 문제에 토론이 존재하는 이유도, 논쟁이 존재하는 이유도 딜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다. 내가 여기는 양보 못하는데 그러니 저건 주겠다. 너도 그리해라. 물론 사람의 욕심은 끝도 없어서 누군가는 짜장면도 짬뽕도 다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걸 조절하는 게 일단은 현대 정치가 할 일이다.

내가 믿는 게 옳은 데 다 같이 망하면 어떻하냐고 라고 반발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만약 그게 옳다고 해도 할 수 없다. 같이 산다는 건 그런 것이다. 회사와 나라가 다른 점은 회사는 일을 못하는 사람을 쫓아내야 하지만, 나라는 무능력한 사람을 보호해 줘야 한다는 거다. 작동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필 여기서 태어났지만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끝이 없다. 콩고에서 태어나 10살에 민병대에 끌려가 폭탄을 짊어지고 사는 경우도 있고, 뉴욕에서 재산이 1조 쯤 있는 사람 애로 태어나 10살에 보유 재산이 1000억 쯤 되는 경우도 있다. 이 간극에 대한 건 한 나라의 컨센서스가 아니라 전 세계의 컨센서스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물론 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라면 그렇지 않다. 마그나카르타가 1689년이고, 미국 권리 장전이 1789년이다. 뭐든 시간이 필요한 일들이 있다. 이건 적어도 300년 씩은 걸리는 일이고 그걸 30년에 해냈어!라고 좋아해 봐야 별 볼일 없다. 제도가 왜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채 이식만 한다고 그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남들은 무식해서 300년 씩 걸렸던 게 아니다.

여하튼 자신의 권리 수호를 위해서는 남의 권리도 수호해 줘야 한다. 지금 맞서 싸워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배제의 논리다.

참호에 갇힌 제1차 세계대전을 읽다

몇 번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존 엘리스라는 멘체스터 대학 군사학 교수로 있고, 주로 전쟁사를 연구하는 분이 썼다.

1. 요새 카게무샤도 그렇고 전쟁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접하고 있다. 나름 균형을 잡겠다는 목적도 있고, 요즘 기분이 이 정도로 답답한 게 아니면 잘 안 읽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세기말 아니 박툰말이기도 하고. 여하튼 13박툰인가가 끝나고 우리는 마야인들은 모르는 시공간에 접어 들었다.

2. 자려고 누웠다가 잠이 안와서 아이폰 블로거 앱을 들고 쓰고 있다. 쿼티 자판은 쓴 지 2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잘 못친다. 그리고 이 앱이 자꾸 쓴 걸 삼켜버려서 이것도 없어질까 싶다. 그렇게 사라진 글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3. 자, 이제 전쟁. 2차대전은 그래도 보고 들은 게 좀 있는데 1차대전은 잘 모른다. 1차대전의 한심한 점은 무기는 현대전인데 전술은 근대전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막 발명된 기관총을 앞에 두고 허허벌판 초원에서 돌격 앞으로~가 반복된다. 그걸 4년 쯤 했나보다.

카게무샤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그런 게 나온다. 오다 노부나가의 군대가 방어막을 세우고 조총으로 지키고 있는데 다케다 신겐의 아들이 그 사지에 자기 군대를 밀어 넣고 결국 사람이고 말이고 다 죽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다 노부나가의 군대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아 전투에 참가한 인원 중 반은 살아 남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벨기에부터 쭉 아래로 길게 대치하고 있던 연합군과 독일군은 돌아가면서 다케다 신겐의 아들같은 짓을 한다. 기계는 정신을 이길 수 없다는 근대 군사학의 가르침 덕분이다. 이것은 어떤 점에서는 맞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틀리다. 그게 다라면 아마도 북한은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거다.

여하튼 존 엘리스는 이 전쟁을 전략, 보급, 후방, 전투, 후생 등으로 나눠 하나하나 분석한다. 들춰볼 수록 어이가 없는 현실 천지지만 그래도 이 전쟁은 역사적 사실이고, 목숨을 걸고 참전한 사람들이 부지기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리고 여기서 쌓인 노하우와 반성이 2차대전에서 더 많은 사람을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인상적인 것 첫번째는 전투의 장소. 이 대치 지점은 하나같이 진흙밭이었다. 기관총에 맞서 참호를 파야했고, 그 안에서는 계속 물이 나왔다.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적진을 향해 뛰어가다 진흙늪에 빠져 죽은 사람도 널려있다.

군대 훈련하면서 바깥에서 며칠 만 지내도 온 사방에 불편한 게 천지인데 저런 전장에서 4년이 넘게 전쟁이 계속 되었다니 생각만 해도 갑갑하다. 그런 만큼 온갖 전염병 - 쥐, 이, 말똥, 시체, 파리가 만드는 - 이 번진 기록이 있다. 지저분한 환경이 수많은 환자를 양산했지만 의외로 전염병에 의한 사망률은 높지 않았다.

또 하나는 돌격 앞으로. 카게무샤에서 다케다 신겐의 군사와 같은 입장이다.

상상을 해보자. 적진과 우리 진지는 4~5km를 사이에 두고 참호 안에 매복 중이다. 양쪽 다 포와 기관총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계속 대치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대치점 여기 저기에서 쉬지 않고 돌격 앞으로가 행해진다. 물론 가끔 적진을 빼앗기도 하고, 뺐기기도 한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명령이 떨어지면 진흙 투성이에 폭탄이 만든 물구덩이와 거기 빠져 죽은 시체가 널려있는 평지를, 날아오는 폭탄과 기관총을 피해가며 4km를 뛰어가서 그걸 쏘고 있는 적을 잡아야 한다. 총과 대포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지금은 참호 아래다. 올라갈 준비를 하고 명령을 기다린다. 이게 끝나고 용케 살아 남으면 다음에 또 똑같은 걸 한다. 그렇게 4년.

명령을 기다리며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집? 가족? 살아야 겠다는 욕구? 적을 무찌르겠다는 다짐?

이 부분에 대해 꽤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다들 거의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고, 가장 가까운 건 적을 무찌르겠다는 일종의 전우애다.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죽는 거야 뭐, 라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옆에 있는 놈도 뛰는데 같이 가자 같은 전우애도 함께 발생한다.

긴장감은 참호 아래에서 대기할 때 극도에 달하다가 막상 올라가면 풀린다고 한다. 혼란의 와중에 쉼없이 여러가지 판단(생사가 오고 가는)을 하다보면 흥분하게 되고, 그러므로 긴장이 약해진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면 무슨 생각이 들까. 신에게의 감사 기도? 아니면 가족들에게 안위를 전할 역심? 그것도 아니다. 대부분은 부족한 잠을 자든가, 배고파서 밥을 먹었다고 한다.

훨씬 낮은 강도의 스트레스겠지만 군대 가기 전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내가 어떻게 되려나 하는 점이었다. 결론은 적어도 내 자신은 일차적인 욕구, 즉 졸림과 배고픔에 끊임없는 지배를 받았다. 거의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고 뭔가 보고 싶다거나, 어디 가고 싶다거나 하는 것도 사라졌다. 여자를 중심으로 한 사람에 관련된 것도 한창 힘들 때는 거의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자고, 먹고 싶을 뿐.

결국 본능은 일단 제 몸 사는 게 먼저고, 그 다음은 번식이고, 그 다음에 가서야 조금 더 복잡한 즐거움이군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1차대전 참전 병사들의 행동 패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저런 게 극대화된 상태다. 무아의 지경은 저렇게 찾아온다. 그러고 보니 인도에서 부처가 되겠다고 갖은 방식으로 제 몸을 박해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4. 내세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아마도 죽음을 인식할 수 없을 것이다. 죽음을 인식해야하는 기관이 죽기 때문이다. 벌판을 뛰어가고 있다가 옆에 폭탄이 떨어지는 걸 보고, 쾅 소리가 들리고(들릴까?), 그 다음은 무다. 즉 아마도 그는 자기가 죽은 걸 모를 것이다.

따지고 보면 늙고 병들어 죽는 때도 마찬가지다. 아프다, 힘들다 하다가 무. 총에 맞아 죽는 것도, 텔 아비브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폭탄이
터지는 것도, 맨하탄을 걷다가 고층 건물에
비행기가 와서 박히는 것도, 사고로 죽는 것도 그렇다. 교수형을 당하는 사람은 유일하게 자기가 언제 죽는 지 정확한 날짜을 아는 사람이지만 그 역시 죽는 순간은 아마 캐치하지 못할 거다.

또 군 이야기를 하자면(전쟁 관련된 걸 많이 보고 있다니까...) 잘못 터진 크레모어에 팔을 잃은 사람의 이야기를 의무병이었던 후배에게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있던 부대는 아니었고.

여튼 위력 시범을 보이는 거였는데 시범탄이 터지지 않았고, 왜 저러냐 하고 병사 한 명이 다가가는 동안에 터졌다고 한다.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 그 병사는 뛰어가다가 갑자기 너무 졸려서 누워서 잤다고 한다. 폭발-팔이 사라짐/큰 출혈-졸림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잠에서 깨어난 다음엔 거대한 고통이 찾아왔겠지만 죽은 사람들은 그 부분이 없다. 졸리네 하고 끝이다.

전투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은 아마 굉장한 아픔에 시달리다 어느 순간 끝날 거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총상에 내장이 빠져나왔던 병사가 그런 식으로 죽었다. 이 책에 보면 부상당한 배를 꼭 붙잡고 병원에 와서 팔을 내렸더니 장이 쏟아지더라 하는 실화도 있었다.

다 떠나서 죽는 순간을 본인이 눈치채지 못한다는 건 그래도 나름 괜찮은 거 같기도 하다. 아이폰으로 쓴 거라 순서 등이 엉망이지만 대충 읽으세요.

20121220

어제를 기록해 놓는다

저번 회의 때 같이 모여서 개표나 봅시다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혼자서 보는 게 나을 지, 같이 보는 게 나을 지 명확히 감이 잡히진 않았지만 여하튼 결국은 5시 40분에 을지로에 갔다.

상상의 무게가 더 큰 경우가 있고, 현실의 무게가 더 큰 경우가 있다. 상상이 더 큰 경우는 현실이 되었을 때 생각보다는 별로다 하고 실망하게 되고, 현실이 더 큰 경우는 상상으로는 여러 대책들을 마련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게 된다. 그러하다.

6시 정각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고 웃고 떠들며 먹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걸 기록해 놓으려고 한다.


하얼빈 맥주가 5병, 호세 쿠엘보 이스페셜 데킬라, 비잔, 헨드릭스 진이 한 병씩, 그리고 화이트 와인 두 병이 있었다. 헨드릭스 진은 처음 마셔봤는데 좋은 술이다. 진은 원래 약으로 쓰려고 만들었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나초에 딥소스를 찍어 먹고, 머쉬멜로우를 먹다가 - 맥도날드 프렌치프라이 8개 - 족발 대자 - 오구반점 만두 2 - 명동교자 만두 2 - 피자 1판, 샐러드 1 - 굽네 치킨 한 마리 - 도루묵 8마리 - 귤을 먹었다.

도루묵을 처음 먹어봤다. 상당히 희안한 음식이다. 하지만 맛있다.


TV에서 확정을 알리고 당선자가 자택에서 나와서 여의도로 가는 모습을 보다가 광화문으로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도 가보자 하고 각자 주머니에 데킬라와 와인, 진을 넣고 청계천을 따라 동화 면세점까지 올라갔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TV에서 봤던 승합차와 경찰 오토바이, 그 뒤를 따르는 취재단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그리고 광화문 광장에서 사람들을 봤다. 옆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데 합창단이 아리랑을 부르길래 우리는 진을 마시며 춤을 췄다. 지하철 막차 시간을 알아보가 나는 나왔고 남은 몇 명은 청진옥에 해장국을 먹으러 갔다.

하지만 지하철은 휴일 운행 시간에 맞춰 움직인다고 끊겨 버렸다. 그래서 273 버스를 타고 고려대학교 앞에서 163번을 갈아타 집으로 왔다. 273도 막차였고, 이 두 버스는 고려대학교 앞에서 단 한 번 마주치고, 163번도 막차여서 꽤 긴장했지만 여하튼 잘 들어왔다.
이러한 날이었다.


아, 선거 이야기도 좀 해야지. 나는 꾸준히 투표하는 당, 혹은 어떤 줄기가 있다. 이제 와서는 왜 그러고 있는 지 나 자신도 잘 모르겠는데 여하튼 그러하다. (매우 희망적인 견해로 '당분간은') 만약 내가 투표한 사람이 당선된다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피자를 한 판씩 쏘겠다라고 공언을 한다 해도, 그럼에도 내가 만 원 밖에 가진 게 없어도, 크게 걱정될 건 없다고 보면 되는 그런 상황이다.

오늘 결과는 물론 그것과는 약간 다른 문제다.

20121217

카게무샤를 보다

밤에 카게무샤를 봤다. 원래는 일렉트로 룩스를 보려고 했는데 10분 쯤 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난데없이 이런 대작으로 바뀌었다. 사실 왕자와 공주, 리플리 같은 대놓고 속이는 영화를 잘 못보는 편이라(민망하고 불안하다..) 카게무샤는 많이 본 편은 아니다. 그래도 나카다이 다쓰야가 중간에 '산은 움직이지 않는다'하는 부분은 좀 좋아한다.

란의 리허설 격으로 알려진 영화고 그래서인지 전투 장면도, 영화의 박력도, 카게뮤샤가 나중에 미쳐가는 부분도 란에 비해 어딘가 좀 더 소박하다. 란에서 나카다이 다쓰야가 맡았던 히데토라가 막판에 미쳐가는 부분은 정말 드라마틱하다. 물론 이쪽의 미묘한 움직임을 더 좋아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므로 란보다는 카게무샤라고 누군가 말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다. 중간에 나오는 노 공연 장면도 이 쪽이 훨씬 멋지다. 줄거리만 어떻게 좀 됐으면 나도 카게무샤를 더 많이 보고 좋아했을 거 같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말은 불쌍하다. 아키라 감독은 저승에서 말들에게 혼이 좀 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한다.

영화를 보다보니 꿈이 보고 싶어졌다. 꿈은 마지막으로 본 게 15년 쯤 지난 거 같은데 조난당했을 때 유령 몰려오는 장면이 아직도 머리를 떠돈다. 이 장면은 머리 속에 콱 박혀 있어서 훈련소에서 겨울에 야간 보초 설 때도, 눈이 가득한 사람 거의 없는 산을 등산할 때도, 밤 중에 국립 수목원 산 속 깊숙히 자리한 숲속의 집 앞에서 담배를 피며 하늘을 바라볼 때도 그 장면이 떠오른다.

비슷한 상황에 떠오르는 게 하나 더 있는데 시마다 마사히코 소설 중에 산 등산하는 장면이다. 소설 제목은 뭐였는지 잊어버렸다. 사실 이 두 장면 다 처음 보고 다시 찾지 않고 있는데 그래서 머리 속에 관념적으로 더 박혀있는 걸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뭐든 머리 속에서 재 생산되는 게 더 인상적이고 더 집요하다.

업데이트하고 나면 사라질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꿈은 슬슬 다시 보고 싶다. 하지만 그건 디비디도 안 가지고 있고.. ㅜㅜ

20121216

Enron 다큐멘터리를 보다

영화의 정확한 제목은 엔론, The Smartest Guys in the Room. 2005년에 만들어졌다. 머리가 답답해서 보기 시작했다.

1. 엔론 상층부의 리스크 테이킹이 매우 인상적이다. 영화에서 짐작컨데 전혀 리스크 관리가 없었던 거 같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경우 이런 저돌적인 타입이 빠르고 크게 성장하는 게 맞고 크기의 차이만 있지 경영인이라면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엔론의 저 사람들 정도라면 어느 정도는 타고 난 성격이 아닐까 싶다. 훈련으로 완성될 경지가 아니다.

격한 자기 믿음. 물론 이런 저돌성과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전혀 달라서 그 이후 능력에 따라 자기 부대원을 몰살시킬 수도 있고, 말도 안되는 대승을 거둘 수도 있다. 여하튼 매우 인상적이다.

2. 다큐에 나오는 경영인, 언론인, 애널리스트 등에서 느끼는 건데 웃는 타이밍이 이해가 안 간다. 아주 이상한 지점에서 파안 대소를 하는데 언어 탓일지 아니면 저 사람이 들어가 있던 상황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탓일지 모르겠지만 나와 완전히 다른 사고 방식 위에 놓여져 있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3. 개인적으로 기업의 제무재표를 꽤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업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비전이나 사업 영역이니, 경영진의 면모니,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니 여러가지가 있지만 뭐든 제무재표에 들어가 있다.

만약에 조작을 하면 어딘가 흔적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통계를 보는 것도 그렇지만 숫자의 움직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움직임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가정하고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숫자는 누구나 읽을 수 있다.

이걸(숫자 움직임의 이상한 점 파악) 거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잘 포착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기업 분석, 크게는 거시 분석에 요구되는 필수적인 자질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름 이것저것 보고 하는데 아직은 택도 없는 듯. 역시 더 공부하는 것만이 갈 길인가.

20121215

2012년도 이제

며칠 안 남았는데 새해를 맞이하야, 뭔가 바꾸면 식상하니까 이제 슬슬 약간 다른 마음가짐을 기본 장착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금연을 할까 말까 그걸 아직 결정 못했다. 일장일단의 차이가 너무나 크고 거대해 하찮은 인간으로서 한 쪽을 결정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건 그렇고 아이폰에서 쓸 괜찮은 메모장 앱을 찾고 있는데(신속하고 쉽게 뭔가 기록 + 신속하고 쉽게 찾아내기라는 불가능의 영역에 가장 근접한 어떤 것) 아직 못 찾았다. 아이폰 메모장이 좋기는 한데 이것도 지금은 너무 뭘 많이 넣어놔서 북적거린다.

에버노트는 이번 업그레이드 후 '쓰기' 보다는 '보기'로 포커스가 바뀌어서 불편하다. 그걸 떠나 지금 나의 에버노트 계정은 개비지, 스래쉬, 케이어스, 혼돈 그 자체고 거기다 대고 뭐만 보이면 또 막 쳐 넣고 있어서 안에 뭐가 있는 지도 잘 모르겠다. 뭐든지 다 있지만, 사실 손 안에는 아무 것도 없는 총류로서의 인터넷과 비슷해지고 있다.

무인양품 노트북은 왜 3.99불이나 하는 지 모르겠고, 몰스킨 노트북은 왜 38.4MB나 하는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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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스킨 앱인데.. 이건 재미로 꾸미기엔 좋을 지 몰라도 -_-

토요일

1. 무슨 일인지 두통이 너무 심하다. 이런 두통은 오래간 만이다. 신선한 공기가 도움이 될까 싶어 산책을 했다.

2012-12-15 16.14.19 2012-12-15 15.50.05 2012-12-15 16.07.16

돌아다니다 보니 등산가고 싶네. 이왕이면 눈이 펑펑오는 날. 언제 봉화산이나 노고산이라도 가야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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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사이 업데이트를 하면서 아이콘이 이렇게 변했다. 더 단순해지고, 더 평면적이 되었고, 하지만 더 정교해졌다. 노키아 쓸 때 이런 분위기의 테마 아이콘들이 있었던 거 같은데.

20121213

또 어제, 아니 오늘 새벽

1. 저번에 말했던 1차 대전 책을 계속 읽고 있다. 대충 이 책의 글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는 참호와 추위(혹은 더위), 진흙, 수렁, 습기, 쥐, 시체, 파리, 이, 기관총, 냄새, 졸림(과 피곤함)이 아주 아주 많고, 서로 얽힘 정도로 요약된다.

생각해보면 파리와 쥐가 살지 못할 정도로 극한 환경이 아니면(그런 곳은 사람도 더 살기 어렵겠지만) 보병 전투가 벌어지는 대부분의 지역이 이 지경일 것이다.

 

2. 이렇게 지저분하게 극한 지역 이야기도 있지만 또 다른 것으로 겨울의 산행 같은 게 있다. 어제 트위터에서 미시령 이야기를 잠깐 하면서 생각났다. 이 역시 매우 짜증나는데 온 고생해서 들어갈 땐 짜증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면 지나치게 멋지다. 눈이 가득 쌓여있고 한치 앞이 안보이다가 저녁이 들어 개기 시작하고 가리왕산이나 용대, 추전역이나 승부역 같은 곳에서 밤 하늘을 쳐다보면 보이는 내리 쏟아질 듯한 별들이나, 그 하얗고 차가운 공기 같은 건 믿을 수 없을 만큼 좋다. 당장 가지도 못하는 데 어제 그런 생각을 좀 하다가 보니 짜증이 났다.

 

3. 앱스토어에 드디어 구글 맵이 올라왔다. 저번에도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애플 내장 맵에 딱히 큰 반감은 없다. 예전 노키아 맵은 아예 검색 자체가 안 됐는데(...ㅜㅜ) 애플 맵은 은근히 POI(Point Of Interest)가 많이 들어있어서 지도로는 안 보여도 검색하면 나오는 게 많다. 대중 교통 검색이 문제인데 그런 건 애초에 버스는 서울시에서 내놓은 버스앱과 지하철 앱을 사용하고 있다.

여하튼 지도에 스트리트 뷰나, 3D나, 지나치게 자세한 것들이 들어가는 현상을 그다지 반기지는 않는다. 데스크탑으로 볼 때는 심심풀이도 되니까 좋은 데 스마트폰으로 볼 때 아, 이 정교함을 보라 하며 뿌듯해 할 목적이 아니라면(그런 걸로 뿌듯해 하는 것도 좀 이상하지만) 그렇게까지 현실을 그대로 집어넣은 지도가 있어야 하는 지 잘 모르겠다.

강원도 인제나 횡성 어디 산간에서 막 눈이 오기 시작하는 거 같으니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어디 큰 도시로 빠져나가야 할 위기를 살짝 느낄 때 빨리 뜨고, 검색할 때 버벅거리지 않고, 눈으로 보기에 엉망으로 왜곡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포인트를 정확히 찍어 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지도다. 즉 가는 길 사이에 있는 터닝 포인트를 잘 알려주는 게, 지금 바로 옆에 보이는 나무나 건물이 이 지도에 들어가 있나하는 자기 완성적 욕구보다 훨씬 중요하다. 지금 이 자리가 어딘지 시각적으로 확인하기가 어려워서 모든 배치되어 있는 사물들이 지도에 들어가야만 해~ 라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독도법 방법 강좌를 지도에 같이 넣어주는 게 더 낫지 않나... 뭐 이런 생각을 함. 일단 전혀 쓰잘 데 없는 기능들로 덧칠되어 있어 느려지는 게 짜증날 뿐이다.

 

4. 혼자 다니니까 민감해지는 부분이 있다. 그 중에, 저번에도 말한 적 있지만, 여러 칸이 비어있는 공공 화장실에서 굳이 옆 칸에 들어오는 자, 식당에서 건너편 테이블 마주하는 자리에 앉는 자, 텅 비어있는 6호선 지하철에서 굳이 옆자리에 앉는 자 뭐 이런 사람들이 아주 싫다.

만약에 목적이 있다면(남의 배변 소리를 듣거나 들려주고 싶어하는 변태 뭐 이런 것들일테니) 싫고, 목적이 없이 무심한 거라면 그 무심함이 싫다. 그런 무심함은 싫음을 넘어서 사실 좀 무섭다. 개인적으로는 저런 상태라면 정신에 약간은 문제가 있을 거라 가정을 하고, 혹시나 무슨 일을 저지를 지 모르니 기회가 된다면 자리를 피하는 편이다. 죽어도 그런 놈들 칼에 찔려 죽긴 싫다.

20121212

어제

1. 어제는 집에 있으면서 이것 저것 할 일을 했다. 그러면서 트위터같은 걸 틈틈히 보다가 오피스텔 사건이 눈에 걸리길래 유스트림(끊기면 유튜브)으로 중계를 틀어놨다.

여하튼 악성 댓글을 다는 일 같은 것도 내가 하는 것과 국정원 직원이 하는 건 전혀 다르다. 참고로 헌법 제 7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는 여러 하위법에서 구체화되어 있는데 국가공무원법과 국가정보원법이 약간 차이가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 65조

①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
②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다음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투표를 하거나 하지 아니하도록 권유 운동을 하는 것
2. 서명 운동을 기도(企圖)·주재(主宰)하거나 권유하는 것
3. 문서나 도서를 공공시설 등에 게시하거나 게시하게 하는 것
4. 기부금을 모집 또는 모집하게 하거나, 공공자금을 이용 또는 이용하게 하는 것
5. 타인에게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에 가입하게 하거나 가입하지 아니하도록 권유 운동을 하는 것
③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에게 제1항과 제2항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정치적 행위에 대한 보상 또는 보복으로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제3항 외에 정치적 행위의 금지에 관한 한계는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국가정보원법 제 9조
① 원장·차장과 그 밖의 직원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제1항에서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1. 정당이나 정치단체의 결성 또는 가입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2. 그 직위를 이용하여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 또는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3.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위하여 기부금 모집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또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의 자금을 이용하거나 이용하게 하는 행위
4.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의 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 관련 대책회의에 관여하는 행위
5. 소속 직원이나 다른 공무원에 대하여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그 행위와 관련한 보상 또는 보복으로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주거나 이를 약속 또는 고지(告知)하는 행위



이번 일이 야당의 주장대로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면 국가정보원법 제 9조 2항 2에 적시되어 있는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벌칙 규정이 같은 법 제 18조에 나와있는데
① 제9조를 위반하여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② 제1항에 규정된 죄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지금도 진행 중인) 어제 사건의 경우 문제가 몇 가지 있는데 우선 혐의가 확실하지 않다. 의심이 가는 부분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현행범은 아니다. 이럴 경우 보통이라면 증거인멸의 우려에 따른 행정상 즉시 강제가 가능할 텐데 하지 않았다. 사실 만약에 따고 들어갔다가 별 볼일 없으면 선거가 코 앞인 상황에서 뭐가 어떻게 튈 지 모르기 때문에 고려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문을 강제로 따고 들어가고, 재판에 들어가고, 이 부분의 불법성을 문제삼아 헌재까지 가도,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인정은 될 거 같은데(그 직원이 거기에 살고 있는 지 어떻게 알아 냈냐는 별론으로 하고)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실 경찰의 마구잡이 밀어 닥치기는 계속 문제가 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각이 매우 많다. 약간 이상적으로 생각하건데 이건 경찰이라는 국가 권력을 매우 능동적으로 사용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사건을 통해 즉시강제의 가타부타가 문제가 아니라 '증거인멸의 우려'같은 경찰이 즉시강제를 사용할 수 있는 기준점을 좀 더 명백하게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이슈가 이런 부분에 사용되었으면 좋겠다 싶은데 선거가 코 앞이라 역시 그건 안 될 거 같다.

또 하나는 지금까지의 역사가 보여주지만 불법 행위의 판결과 선거의 향방은 밀접한 관계가 있기는 한데 같은 방향은 아니다. 이걸 가지고 뭘 어떻게 하느냐는 어쩔 수 없는 전략 싸움이다. 뭐 이런 건 어찌 진행될 지 내가 알 수 없는 일이고.



하지만 어제 보면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역시 국정원 직원이 위기에 처해 가족을 찾았다는 점. 이게 실재라고 해도 웃기고, 일부의 소문대로 혹시나 공작이라고 해도 웃긴다.


2.는 귀찮으니까 다음에.

20121210

과식

1. 어제는 이것 저것 먹었다. 약간 산뜻한 식당에서 곱창을 먹었고, 양밥을 먹었고, 그 다음 자리를 옮겨 문어, 오뎅, 맷돼지, 시샤모, 닭꼬치 등등을 먹었다.


시간이 흐르고 지금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건 문어다. 문어, 맛있다 문어.

2. 요즘 식생활이 매우 불규칙하다. 매우의 수준을 뛰어 넘어있는 것 같다. 새벽 3시쯤 극심하게 배가 고프기도 하고, 아침 9시에 아무 것도 먹은 게 없는 데 배가 불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 때나 배가 고프고, 아무 때나 화장실에 가고 뭐 그러하다.

3. 이번 주는 매우 바쁘고, 조급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1차 대전에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발란스를 잡기에는 이런 엉뚱한 책이 좀 좋다. 전쟁사 책을 읽을 때면 거대한 작전과 전략, 전술의 와중에 개인이 어떤 상태로 임하고 있었나, 하는 점에 관심이 좀 간다. 2차 대전은 연구도 많이 진행되어 있고, 본 책도 나름 되고, 등장하는 물자나 행동 방식도 현대 한국군 후방 부대의 모습과 아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서(위대한 지렛대 원리) 그나마 상상하기가 용이한 편이다. 

하지만 1차 대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냥 현대전의 초기 모습이고, 프랑스 국경 지대에서 영-프 연합군과 독일군이 지지리게 대치하다가, 결국 독일이 크게 망했고, 너무 망해서 나치가 등장하게 되었다 정도의 개괄만 알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4년 간의 국경 대치에 대해 꽤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처음 몇 페이지를 읽었는데도 그 진흙탕 속에 병사들의 모습이라니, 갑갑해진다.

4. 모로호시 만화도 세 권 빌려왔다. 

5. 여하튼 이번 주는 좀 바쁘다.

20121206

하산 - 두만강

프레시안에 실린 '동방특급열차'라는 책에 대한 소개(링크)를 열심히 읽었다. 김정일이 러시아를 기차로 방문했을 때 그와 함께 24일인가 기차 여행을 한 보리소비치 풀리코프스키라는 사람이 쓴 책이다.

앞에 보니 김정일은 북한에서 러시아로 기차로 들어가고, 그러면 반드시 두만강 역에서 하산 역을 지나치게 되어 있다라는 이야기가 나와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TSR)은 블라디보스톡에서 시작하는데 북한에서 연결되는 부분에 역이 더 있나보다. 그래서 구글 지도를 좀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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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중국-러시아 국경 지대다. 구글 지도에서 한반도 오른쪽 위를 자세히 쳐다보면 나온다.

아래에 보면 맨스 라군이라는 낯선 이름이 있다. 호수인데 라군(Lagoon)은 석호(바닷가에서 사주(砂洲), 평행사도(平行砂島) 또는 산호초에 의해 바다와 분리되어 있는 비교적 낮고 잔잔한 물이 채워진 호수라는 뜻이다. 블루 라군할 때 그 라군이다.

보면 알겠지만 중국 땅이 두만강을 따라 매우 좁지만 중간 중간 뭉텅이를 차지하고 있다.

2

자세히 보면 이런 모습이다. 두만강 너머 농지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토가 갈려있는데 저런 식으로 땅을 차지한 어떤 사연이 있을 거 같다. 중국인이 예전에 국경 그어질 때 눌러 앉아 있었던 걸까. 위쪽 뭉텅이에는 별 게 없는데, A189도로 왼쪽 호수 옆에 있는 아래쪽 더 큰 뭉텅이에는 건물도 있고, 집도 있다.

A189가 끝나는 부분에 하산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3

이 부분은 구름이 꼈는지 좀 흐리게 보인다. 삼각형으로 줄이 그어져 있는데 위쪽 삼각형은 중국 땅이다. 이 철로가 북한-러시아를 잇는 유일한 교량이다. A189 도로가 오른쪽에서 끊겨 있는데 나중에 북한-러시아 도로가 연결된다면 저 길을 이용하게 되겠지.

여하튼 저 철교는 이름이 친선교, 영어로 'friendship-bridge'다. 1959년 8월 9일 개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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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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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은 여기(링크), 여기(링크)에서 재인용.

 

이 두가지 링크 중에 두번째가 재미있다.

5

이런 기차를 타고 저 다리를 건넌 저 분의 블로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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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이렇게 닫혀 있다. 나진-선봉 지구에 들어가려면 아마도 저 기차길을 이용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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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하는 자가 많은 나라의 국경이니까 이런 경고문도 붙어있다. 이 두 사진 역시 위에서 말한 블로그에서.

 

여하튼 이 다리를 건너 조금만 더 가면 두만강 역에 도착한다.

4

A라고 핀이 달려있는 부분이 두만강 역이다.

역시 위 블로그의 다른 페이지(링크)에 가보면 북한 두만강 쪽 국경통행검사소 통과할 때 여권에 찍히는 도장의 모습과, 북한 비자, 그리고 두만강 역의 사진을 볼 수 있다. 블로그 아래 부분에 Continue를 눌러대다보면 평양 역까지 간이역, 열차, 역, 농촌, 강가 등 열차 안에서 사진을 참 열심히 찍어왔다.

20121205

몇가지 사소한 이야기

며칠 전 이야기한 고독한 미식가 책 맨 뒤에 보면 작가가 쓴 짧은 글이 하나 들어있다. 이 글이 문득 다시 생각났는데

1. 일본 맛집 다큐나, 아니면 일본에 가서 보면 혼자 밥먹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래서 나처럼 혼자 밥 먹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입장에서는 그 편의성 같은 게 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 글에 의하면 '혼자 식당에 들어가는 일'은 그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닌 거 같다. 망설이고, 고민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경우엔 '어쩔 수 없이' 먹는 다는 뜻이다. 미국은 어떨 지 모르겠다. 그쪽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할 거 같기도 하고, 인간이란 역시 외로움을 타는 존재들인가 싶기도 하고.

물론 여러 사람들하고 같이 먹는 게 즐겁기는 하지만 혼자 먹는 재미도 좀 있다. 난 혼자 밥을 먹을 때는 스마트폰도 TV도 거의 안 보고 밥에 집중하는 편이다. 밥을 '음미'까지는 그렇고 밥과 가벼운 '대화' 정도 한다고 할까.. 여하튼 집중하면서 사소한 반찬의 맛을 찬찬히 느낄 수 있는 점은 나름 괜찮다. 이제 습관이 되서 그런지 혼자 먹는 다고 굳이 허겁지겁 먹지는 않는 편이다.

단점은 아무래도 한정적인 식당 선택지를 가지게 되는 점은 좋지 않다. 어지간하면 그냥 들어가도 괜찮은 데, 혼자 가기엔 살짝 곤란해 보이는 곳들도 분명 많이 있다.

그래도 뭐, 백반 반찬이 맛있어 봤자지 사람하고 떠들고 웃으며 먹는 게 더 좋기는 하겠지만.

2. 또 하나는 문을 박차고 식당에 들어가 '영감, 밥 줘!"라고 소리치고 싶다는 부분이다. 이런 마쵸 동경은 어느 나라에서나 나타나기는 하는데, 소심한 문단을 이어가다가 이런 말이 나오면 그 갭을 보다 크게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식당에 터프하게 들어가고 싶다거나 하는 욕구는 별로 없는 편이다. 예전에 '무사'의 나라여서 그런지 종종 이런 동경을 만나게 된다. 마루야마 겐지처럼 이상하고 어설프게 삐툴어진 경우도 있고, 빙빙 돌려서 아주 메타하게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3. 약간 다른 이야기인데 평소에 로켓독을 사용하고 있는데 항상 미니멀-흑백 아이콘만 써왔다. 하도 심심해서 몇 가지를 원래 아이콘으로 돌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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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뭐 이런 분위기.

간만에 꿈을 꿨다. 그러므로 기록해 본다.

한국이었고, 나는 '남쪽 정부' 소속이었고(이건 어제 리양의 토론이 생각나서 그냥 붙인 거) 전쟁이 났다. 하지만 전쟁은 전면전까진 아니고 전방의 어느 섹터 안에서만, 하지만 매우 크게 났다. 동원령이 비밀리에 선포되서 개별 징집이 되고 있었고, 몇몇 부대가 그쪽으로 이동을 했고 많은 시민들이 그걸 목격했지만 양쪽 정부 모두 전쟁이 났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여하튼 전쟁이 난 섹터 안에서는 전투가 계속되고 양쪽 정부 모두 계속 전력을 그 안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서울은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지만 흉흉한 소문이 퍼지고 있었고, 정부는 루머를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나도 징집되어 버스를 타고 이동을 시작했다. 강원도 산길에 접어들면서 버스 창 옆으로 이동하는 탱크들과 완전 군장을 바리바리 두른 병사들의 긴 줄이 보였다. 무엇보다 추웠다. 겨울에 전쟁을 일으키다니 생각이 있는거냐 뭐 이런 생각을 하며 다가올 운명에 다들 깝깝해 하고 있었지만 뭐 원래 인생은 그런 것이다.

몇 십년 평화롭게 살았으면 그것도 나름 복인게지. 적어도 10살에 폭탄을 몸에 두르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도 모른채 시내 건물 사이에서 터지거나, 8살에 AK텐 같은 걸 들고 침팬지가 쳐다보고 있는 정글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지뢰를 밟는 운명을 겪을 나이는 지났으니까. 이제는 그런 일이 있어도 피난 가다가 블라 블라... 가 되는 상황이다.

뭐 이런 내용. 전장까지는 가지 않았고, 일어나서 밖을 보니 이미 해는 떴지만 눈이 온다는 예보와 다르게 하늘이 뿌옇기만 했다. 눈이 오기 직전 특유의 옅은 브라운 톤 공기. 카메라 플러스에서 Color Dodge와 Vibrant를 잘 섞으면 아무리 맑은 날씨도 그 비슷하게 된다.

여하튼 창문을 닫고 밥을 먹고 책을 읽다가 사람들의 목소리에 창을 열어보니 눈이 한가득 내리고 있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옥상에 잠시 다녀왔고, 어제 꿈을 기억 위로 다시 떠올려봤다. 눈이 싫고, 겨울이 정말 왔다는 느낌이 싫고, 올해가 끝난다는 느낌도 싫고, 이렇게 집에 가만히 있는 상황도 싫다.

20121204

영화 Rogue Trader를 보다

영국의 Barings 뱅크를 망하게 한 장본인으로 여겨지는 트레이더 닉 리슨을 다룬 영화. 영화로서의 가치보다는 다큐 비슷한 역사적 사실을 다시 보는 가치가 더 큰 영화다.

닉 리슨을 다룬 영화는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이번에 본 Rogue Trader로 1996년에 닉 리슨이 쓴 책을 바탕으로 1999년에 개봉했다. 이완 맥그리거와 안나 프리엘이 나온다. 또 하나는 1996년에 아담 커티스가 만든 25 Million 파운드라는 다큐멘터리다.

깡통 계좌를 돌리고 하다가 8억 파운드 정도 손해를 봐서 베어링스가 그걸 메꾸지 못해 부도가 난 사건인데 줄거리야 뭐 영화를 보면 차근차근 설명을 하고 있으니 보면 된다.

감정적으로 보면 트레이더 한 명 때문에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하나가 망해버렸다! 가 되겠지만 1) 일이 저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은행이 그때까지 잘도 살아남아 있었다라는 생각과 2) 뭔가 너무 쉽게 풀리는 게(이 모든 게 닉 리슨의 책임이다) 배후에 다른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도 좀 생긴다. 여하튼 닉 리슨 사건 이후 트레이딩 감독에 대한 법이 많이 수정 보완되었다고 한다.

닉 리슨은 어떻게 되었나 찾아보니 : 일단 그는 6년 6개월 형을 받고 싱가폴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암 진단을 받고 1999년에 조기 석방되었다. 감옥에 있는 동안 위 영화의 바탕이 된 책 Rogue Trader를 썼다. 이 책에 대해 뉴욕 타임즈는 "dreary한 책이지만 트레이더를 하는 사람, 특히 트레이더를 감독하는 사람은 꼭 봐야 한다"는 서평을 썼다.

출소 후 아일랜드에서 살고 있다. 거기서 2005년 Galway 유나이티드 풋볼 클럽의 마케팅 매니저 같은 걸 하다가 2005년에는 General Manager를 거쳐 2007년 이 클럽의 CEO가 되었다. 2011년에 은퇴해 여전히 클럽의 이사진이기는 한데 특별한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자기 돈으로 주식 거래는 지금도 하고 있단다.

트위터도 하고 있다. https://twitter.com/TheNickLeeson 프로필에 Former Barings Trader라고 적혀있다. 뭐 잘 살고 있는 듯.

20121203

고독한 미식가를 읽다

만화책 고독한 미식가를 봤다. 다니구치 지로 지음,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박정임 옮김, 이숲 comics, 2010. 원작은 1997년에 나왔나보다. 1권짜리다.

TV 시리즈로 1편을 봤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약간 다르다. TV 시리즈는 규격화되어 있는 배치(에피소드 - 약간 짜증/별 생각 없음 - 배고파! - 와구와구 - 다음엔 뭘 먹자)가 꽤나 독특한 리듬을 만든다. 한마디로 좀 웃긴다고나 할까, 정말 생각이 들어갈 여지가 없는 먹방이다.

책의 경우엔 구조 자체는 비슷한데 좀 더 휙휙 지나간다. 주인공의 인상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상상되는 공간의 모습도 다르다. 역시 음식의 컬러풀한 모습이나 쩝쩝거리는 소리같은 게 들어가진 못하고 뭐든 맛있게 먹는 방송과 다르게 투덜거리는 횟수가 꽤 많다.

여하튼 볼 수록 정말 뭐랄까... 만성 불임같은 여운의 만화다.

20121129

오늘

1. 아이폰 블로거 앱은 아직도 그지 깽깽이. 올레 어쩌구에 구경가서 옵이이를 봤는데 꽤 괜찮아보였다.

2. 간만에 정규식(즉 규칙적인 식사)을 했는데 지금 전혀 소화가 안되서 잠을 못자고 있다. 원인은 처음엔 밥을 먹은 행위 자체에 있을 거라 의심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녁으로 먹었던 만두국 만두 중에 하나에서 이상한 맛이 났던 기억이 난다. 상한 거였을까... 오한은 없으므로 손을 따거나 하는 건 안하기로 한다.

3. 몇 가지 이유로 정신이 피폐하다. 이것도 막연한 삶의 허무 같은 데서 오는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몇 가지 원인이 추론 가능하고, 해결 방안도 추론이 가능하다. 토스가 넘어오다.

4. 지금 이 시간에 옥상인지 복도인지에서 누가 뭘 하는 지 매우 시끄럽다. 뭐하는 거야, 잠이나 자.

20121126

뭔가 좀 보고, 읽고 등등

1. 극심한 슬럼프의 기간이다. 뭐 하는 것도 없으니 딱히 슬럼프라고 할 건 또 뭐냐 싶기는 하지만 여하튼 그러하다. 밀가루를 너무 많이 먹고, 춥기 때문이 아닐까.

2. 만화를 몇 가지 봤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마스터 키튼 재 발행본을 3권까지 봤다. 책이 꽤 두텁고 무겁다. 군인 + 고고학자 + 이혼남 + 예쁜 딸 조합을 가지고 맥가이버 풍의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3권까지 보고 나니 조금 질린다. 그래서 4권 부터는 일단 미뤘다.

마코토 오기노의 공작왕을 4권까지 봤다. 대체 언제인지 기억하기도 가물가물한 아주 예전에 이 만화 시리즈 1부, 2부를 다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억은 편견인지 뭔가 어렴풋이 기억은 나는 데 인상 속에 남아있는 것과는 역시 많이 다르다. 아수라와 만나는 장면까지 봤다. 아수라와 친해져서 공원인가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던 장면은 생각나는데 처음 만나는 장면은 전혀 기억에 없다.

ㄷㅁㄴ 회의 하기 전에 세인트 세이아와 현시원도 몇 권 들춰봤다. 이 두 만화의 의미에 대해 가벼운 코멘트도 들었는데 아직은 그렇게 이것을 봐야 겠다는 열망이 생기지는 않는다.

3. 영화도 몇 가지 봤다.

지옥의 묵시록을 다시 봤다. 지독하기는 한데 관람의 텀을 더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엘렉트라 룩스를 봤다. 조셉 고든 래빈이 나오는 시원찮은 영화다.

겜블과 엔론 다큐, The Fog of War를 볼 계획이다.

4. 음악도 몇 가지 들었다.

이하이는 곡으로 하나씩 풀고 있다. 새로 나온 허수아비는 너무 윤미래아니냐?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뭐 나쁘진 않다. 에픽하이 춥다가 나오고, 1,2,3,4가 나오고 허수아비가 나오는 스텝이 꽤 좋다.

그리고 또 몇 가지 들었는데... 요새 지하철에서 뭘 들으면 쿨쿨 잔다. 어디서든 숙면을 취하고 있다.

5. 강아지 웅이 생일이라고 간식을 하나 사줬는데 40초 정도 만에 다 먹어버렸다. 허무하다. 오늘이 그의 731일째 날이다.

6. 아이팟 나노 2세대가 있는데 그게 2006년 10월에 나온 제품이다. 어언 6년간 배터리 교체 한 번 없이 잘 작동하고 있는데 소모품을 안고 살아야 하는 전자제품의 운명 상 역시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아이팟 나노 2세대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은 69,000원이다. 요즘 나오는 아이팟 나노는 199,000원이나 되니까 어차피 가격상 대체재가 아닌데 찾아보니 아이팟 셔플 2G가 65,000원이다. 액정이 없고, 용량이 2G밖에 안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더 저렴하게 신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는 점이 좋다. 65,000원에 4G만 됐어도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르는데...

20121124

금요일

1. 오늘도 부산한 하루였다. 후배의 이사와 관련해 참 이상한 일 몇 가지를 겪었지만 하루를 되돌아 봤을 때 전반적으로 나쁘진 않았다.

2. 이번 선거에는 정말 관심이 가질 않는다. 지금까지 몇 개의 선거를 거친 나 자신을 돌아보면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다.

3. 계속 떠든다. 다른 수가 없다.

20121122

자잘자잘

1. 요 며칠은 바쁠 게 하나도 없으면서도, 신경쓸 건 꽤 많은 채 지나가고 있다. 책장사를 했던 토요일부터 매일 비슷하다.

예를 들어 오늘은 세탁기가 온 다는 전화를 기다렸고(8시~9시 사이에 전화가 온다고 했고 9시 15분에 전화가 왔다), 세탁기가 오기 전에 좁은 집안에 길을 텄고(장농 하나를 비우고 옆으로 밀었다), 세탁기가 오길 기다렸고(12시~2시 사이에 온다고 했고 1시 45분에 왔다), 세탁기가 오기 전에 김군에게 전화가 와 점심을 먹기로 했고, 세탁기를 들여 놓고(프로훼셔널 두 분이 찾아와 상당한 난도를 극복하고 능수능란하게 일을 마무리했다), 장농을 제 자리로 돌려놓는 사이에 김군이 내부순환도로 월곡램프로 내려오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고, 바로 정리하고 나갔고 등등등.

따지고 보면 별 게 없는데 기다리고, 준비하고, 움직이고, 기다리고... 가 반복되니 정신이 피곤하다.

2. 내일 모레가 강아지 생일이기도 하고, 더불어 슬슬 프라이빗한 생활도 꾸려보라는 뜻으로 집을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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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수명이 길어보이진 않기 때문에(ㅠㅠ) 아무래도 계절이 바뀌고 나면 하나 사줘야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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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펫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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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펫하우스

이런 게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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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신기한 것도 있고(하지만 뭔가 이용당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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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개집도 있다. 이 플라스틱 집은 그래도 청소 등이 용이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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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 양의 강아지 집은 이렇게 생겼다고 한다. 저기서 살면서 아양이나 부리며 힐튼의 사랑을 받으며 맘 편히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은근 많겠지.

Rubbermaid 재질을 좋아해서 혹시 그런 걸로 만들어진 개집은 없나 하고 찾아봤는데 직접 나오는 제품은 없지만 러버메이드 통을 이용해 강아지 집을 만드는 방법론이 오고 가고 있다. 역시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 나만 있는 게 아니었어.

3. 뭔가 더 쓸 말이 있었는데 피곤하다... ㅠㅠ

20121121

표현,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말은 하도 여기저기서 오랫동안 들어와서 케케묵고 낡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문구다. 이제 와서 '표현의 자유'를 달라! 라니, 이 무슨 일제 하 1920년대에나 군사정부 하 1970년대에나 들렸을 법한 구호인지. '아이고, 입 조심해, 그런 말 하면 큰일 나...'

여하튼 알려져 있다시피 2012년 11월에 소위 박정근 사건에 대해 유죄의 하급심 판결이 났다. 항소를 하겠다고 했으니 아직 진행 중이다.

공안 검사라는 직책의 존재 여부에 대한 논란을 떠나 일단 현존하고 있으니 그들도 밥 벌이는 해야 할 테고, 그러니 이런 사건을 기소하는 것 까지는 크게 봐서 이해할 수 있다. 10년, 아니 5년 만 지나도 속으로 그때 진짜 쪽팔린 짓 했다 하게 될 지 몰라도 여하튼 공안 검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생겼다. 기소한 검사도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아니, 이게 왠 떡 이러면서)하는 생각이 드는데 실상은 잘 모르겠다. 우리의 3부에는 자기들의 결정과 판결이 나라를 바로 잡고 있고, 세상을 옳게 끌어 가고 있다는 사명감에 들끓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니 모를 일이다.

여하튼 이번 판결은 맥락을 무시한 채, 단지 리트윗을 한 것 만으로도 죄가 된다는 판례를 만들었다. 이 논리대로 따지자면 뉴스 중간에 북한 뉴스를 삽입한 것도, 신문 중간에 북한 소식을 인용한 것도 죄가 된다. 예를 들어

그들은 시위 도중에 "김정일을 받들자~"라고 구호를 외쳤다.

라는 신문 기사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중간 따옴표는 맥락을 읽지 못하는 자들에게 위해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죄의 가능성도 있다.

즉, 이 판결은 시민의 사고 수준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북한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찬양하고 있든, 놀리고 있든 시민들은 그냥 써져 있는 것만 보고 맥락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니 직접 명시해 떠 먹여 주지 않으면 전혀 모를 거라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단체로 개무시를 할 수 있다니.

이전에도 몇 차례 이 블로그에서도 언급했듯이 그저 떠드는 것만 가지고는 전혀 위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 걸로 위해가 된다면 그 나라는 그게 더 큰 문제다. 농담이든 아니든 이상하게 들리는 소리를 떠들었다고 나라에 '위해'까지 된다면 대체 그 나라는 얼마나 간당간당한 토대 위에 놓여있는 것인지, 그런 존속이 의미가 있기는 한 건지 전혀 모르겠다.

누군가 기분이 나쁠 수는 있다. 그러면 논박하든지, 무시하든지, 같이 놀리든지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대화에 국가가 왜 끼어드는 건지. 또한 그렇게 불안불안하게 사람들이 보는 거, 말하는 거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참견하고 감옥에 가두면 벌의 경중에 차이만 있을 뿐이지 북한하고 다를 게 대체 뭔가. 다만 똑같이 간섭은 해도 형은 더 낮으니까(노동 교화형 10년이나 강제 수용소에 보내진 않으니) 우리가 정신적으로 더 우월한 건가?

자본주의 파괴를 외치는 투쟁 선언문이라도 하나 썼다면 말을 안해, 이건 뭐 웃기지도 않다. 그런게 유머집도, 사설이나 신문 만평도 아니고 법원의 판결이라니, 더구나 그런 판결이 나온 나라가 바로 여기 우리나라라니 웃기다는 말도 못하겠다.

20121119

11월도 중반

1. 아이폰용 블로거 앱도 조금 바뀌었네. 불편하기는 매 한가지... 를 넘어서 쓰다보니 이거 심각한데.

2. 주말 이틀간은 매우 정신없이 지나갔다. 생각을 너무 안 하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그래도 이렇게 생각없는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몸을 고되게 만드는 게 좋은데 아쉽게 그렇게 고되진 않았다.

3. 다만 이틀간 빅맥 세트 하나, 진라면, 식빵 두 쪽과 계란 후라이 하나, 비빔면, 핫도그 하나, 맥주 한잔, 톨 사이즈 커피 네 잔, 초콜렛 맛 음료수 하나, 이름은 모르겠는데 꽤 작고 맛있는 제과점 빵 하나만 먹었다는 건 문제다. 배 속이 엉망진창이다.

4. 이 바쁨과 별개로 생활은 쉼 없이 돌아간다. 고개를 돌리면 산적한 문제들로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프다. 여튼 현재 인터넷이 끊겼다.

5. 방은 매우 춥고, 이불 속은 매우 따뜻하다. 어제 세 시간을 잤고, 오늘은 다섯 시간을 잤다. 좀 자야겠다.

20121115

지갑, 소설, 감기

1. ㅇㅇㅇ 쎅ㅅ 이러면서 놀리는 거나, 진짜 문화 노찾사하는 거나 이상하게 들리긴 마찬가지. 이 분야로는 즉각적인 반발 심리를 가지고 있는 듯. 그저 다들 먹고 사는 건데.

2. 그저께, 그러니까 화요일은 너무 계획없이 동선을 짜고, 생각없이 결정을 하는 바람에 2호선을 뱅뱅 돌면서 고생을 했다. 감기가 더욱 심해짐.

3. (동생이 준 갈색) 지갑을 밀봉하고 예전에 쓰던 (내가 산 검정) 지갑을 다시 꺼냈다. 많이 낡은 거고, 더 사용하면 회복 불가의 길에 접어들 거 같은데 그냥 이걸 쓰고 싶어졌다. 계절이 바뀌었기 때문인가.

4. 한유주의 얼음의 책(2009, 문학과 지성사)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여러 잡지에 실렸던 단편들의 모음집이다. 첫번째 단편인 '허구0'까지 읽었는데 이제 읽기 시작한 거고, 두 권째일 뿐이라 정확히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전에 봤던 것과 비슷한 '실험'이 전개되고 있다.

이것을 실험이라고 해야 하나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 게 스타일로 구축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 먼저 나온 것부터 읽을 걸 그랬나 하고 잠시 후회했다 // 상정된 독자, 그러니까 직업적 이유, 체크 등이 아니라 아무 정보도 없이 서점 가판대를 뒤적거리다가 이 책을 계산대로 가지고 간 독자를 상상해봤다, 이런 상상은 역시 좀 어렵다, 생각나는 게 별로 없다 // 이건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다.

책은 미국에서 적힌 것 같다. 시간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지하철 요금이나 거리의 가게 명 등이 등장하지만 이상하게도 '현실'을 느끼기는 어렵다. 또 어떤 여자가 옷을 벗고 침대에 눕는 모습을 본 오전 12시 20분은 낮인지 밤인지도 헷갈린다. 오후 12시 5분이라는 게 등장하니 앞은 말하자면 0시 20분일테고 그렇다면 밤 풍경을 떠올리는 게 맞을 것이다. 여하튼 시간과 공간을 구체적으로 적시할 수록, 모호하게 존재하고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혹은, 아니 등등 계속 반복되는 사고의 흔적들은 '허구0'이 흘러가면서 서서히 옅어진다. 이게 문장에 익숙해져 가기 때문인 건지, 실제로 빈도수가 떨어져 가는 건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어쨌든 아직은 42분동안 63페이지를 읽었을 뿐이다.... 그리고... 아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

5. 머리가 많이 아프다. 몸이 좋지가 않다. 아주 나쁜 건 아니고, 그냥 감기가 매우 끈덕지게 붙어있다. 방이 너무 건조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숨이 막힌다.

20121114

눈이 왔다는 거 같다

1. 하지만 공식적인 첫눈으로 기록되지는 못했다. 나는 삼성역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우박 비슷한 걸 맞았다. 평생 살면서 우박 몇 번 본 적도 없는데 올해 두 번 맞았다. 역시 2012년은 이상한 해다. 혹시나 마야 달력이 맞는 거라고 해도 12월 (며칠이지?) 멸망의 날, 과연 그런 거였군... 하면서 최후를 맞이할 거 같다.

2. 요즘은 초기 자본주의 시대처럼 계급/계층 분류가 명징하지 않다.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같은 급여를 받고 있어도 한 명은 100억 쯤 물려받았고, 다른 한 명은 매달 150만원 씩 주택 대출 이자를 내고 있을 수도 있다.

둘은 같은 업종이라는 이유로 같은 이해 관계를 가지는 부분도 있겠지만(예를 들어 사회 안에서 업종의 발언권이라든가, 대중의 이해 호소라든가) 다른 이해 관계를 가지는 부분도 그만큼 존재한다. 하지만 딱히 다른 수라는 게 있기가 어렵다.

3. 어제 길을 걷다가 문득 롤 플레잉과 모에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했다. 사실 모에라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뭔가 알 거 같기도 하다.

4. 예전에도 이야기했듯이 실제적인 문제(아니면 거의 실제가 되기 직전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거의 모든 규제에 대해 반대한다. 돈의 경우 당장 손에 들어온 게 아니라면 거의 손에 들어온 건 손배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추상적인 생각이나 글이 어떤 부분에서 더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는 건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여하튼 옛날 말 대로 ㅇㅂ가 헌법의 보호를 받는다면, 거의 모든 다른 커뮤니티의 의견 교환도 보호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했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물론 작당 모의를 넘어서는 순간 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5. 중국이 규제 하에 있기 때문에 자국 SNS가 발달할 수 있었다는 생각은 맞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 아이폰이 들어오고 각종 SNS 서비스가 들어오면서 싸이월드가 어떤 식으로 대처했고, 어떤 식으로 예전의 명성을 잃었는지 기억해 보면 그것만이 다는 아니라는 생각이 있다.

당시 ㅆㅇ-옴니아 조합이 웃기는 짓을 정말 많이 했었는데, 요즘 850MHz를 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보고 있으면 뭐 변한 건 하나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폰 5가 나와야 4s가격이 떨어지든지, 아이패드 미니 LTE가 나오든지 할 텐데 내 일정도 자꾸 미뤄진다. 지금 3GS 배터리를 교체하기도 애매하고, 안 하자니 너무 불편하고.

6. 개인적으로 공기업론에 약간 찬성하는 편인데 ㅋㅌ나 ㅅㅋ나 꽤나 많은 뻘짓을 하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이론상으로 ㅋㅌ의 사장은 투표로 교체가 가능한 반면 ㅅㅋ는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루트가 꽤 멀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이론상으로.

7. 투표 시간 연장보다 투표 의무화에 더 찬성하는데(안 하면 과태료, 타인의 투표 행위를 방해하면 구속 이런 식으로) 우리 헌법에는 참정권이 권리(의무가 아니다)로만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법제화하기에는 좀 복잡할 거 같다. 개헌을 해야 가능한 거 같은데..

8. 윈도우8을 가져다 놓고 설치는 안 하고 있다. 오늘 체험관 같은 데서 윈도우8을 써봤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일단 데스크탑 모드로 들어가면 윈도우7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왜 타블렛형 노트북, 기존 키보드-마우스 체제를 분리해서 만들 지 않았을까? 2013년에는 모두들 터치가 되는 노트북을 쓸 거라고 가정한 걸까?

9. 뭐 보다시피 잡 생각이 많았던 하루.

20121112

날씨, 겨울

1. 갑자기 겨울이 찾아왔다. 겨울은 몇 가지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하나는 몇 년 전, 역시 갑자기 추워진 바람에 단풍이 들어있던 나무가 그대로 얼어 버린(아마도, 혹은 겨울을 나기 위해 모든 종류의 생존 활동을 멈춰 버린 걸 수도 있다) 것. 단풍이 든 상태로 찬 바람과 영하의 기온과 눈을 맞이하며 버텼다. 나뭇잎을 다 떨어뜨려놔야 겨울 나기에 편하다는데 그 단풍은 몹시 힘든 겨울을 보냈을 거다. 다행히 잘 버텼고 여전히 나뭇잎을 잔뜩 단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역시 군대다. 한 겨울에 군대에 간 바람에 추위에 트라우마가 좀 있는데 특히 길을 걷고 있는 동안 찬 바람이 코로 들어오는 느낌이(특유의 냄새가 있다) 드는 순간이면, 1월의 논산 훈련소에서 속에 아무 것도 안 입고 겉에 체육복만 입은 채(빨리 벗기 위해서다) 줄을 맞춰 목욕탕에 가던 기억이 반사적으로 떠오른다. 개별적인 물건에 대한 강렬한 차가운 기억들과는 별개로 이건 거의 파블로프의 개 수준으로 지워지지가 않는다.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는 순간을 보다 강렬한 다른 기억(이왕이면 좋은 거면 좋겠다)으로 채워야 치유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게 없다.

여하튼 문득 든 생각은 얼어 죽을 운명이라면 급속 냉동으로... 정도가 되겠다.

2. 어제는 재미있는 점도 있었지만 좀 고약한 날이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시기에 블로그 후원금 모집을 시작한, 나보다 훨씬 유명한 분이 300여 명의 후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역시 조금 더 내실을 기한 이후에 했어야 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실을 블로그 자체로 만들어 낼 수는 없는 처지니 이 역시 악순환 루트에 빠지게 된다.

3. 이와 별개로 블로그 스킨을 바꾸고 싶은 열망에 시달리고 있다. 정말 오래간 만이다. 보나마나 귀찮을 거고, 티스토리에서는 뭘 해봐야 별 볼일 없기도 하고, 뜻대로 되지도 않을텐데 그래도 홈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노란 타일과 FashionBoop이라는 글자가 딱 보이면 아, 바꿔버릴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원래 계획은 후원이나 원고 수입 등으로 설치형 워드프레스로 바꾸는 거다. 미니멈으로 잡아 1년 대략 10만원 남짓 정도 소요되는 듯. 그런데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스킨이라도? 하는 생각이 드는 거 같다.

4. 이거 말고 꾸준히 써온 앱, Todo와 Tripline도 다른 툴로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몇 가지 뒤져본 결과 저 둘을 선택한 이유로 돌아오게 된다. 이토록 대안이 없다니, 세상이 마음 같지가 않다.

5. 이렇게 바꿔보자 열망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바꿀 게 없다. 이런 건 좀 문제다. 그렇다고 자주 쓰지도 않는 걸 바꾸는 건 사실 별 의미가 없다. 뭐든 효용이 높은 일을 하기 위해선 높은 리스크가 요구되는 법이다.

6. 어제 밤에 집에 오는 길이 너무 추웠고, 감기 기운도 있어서 머플러를 하고 나왔는데 살이 너무 따갑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나마 이게 가장 따갑지 않다라고 생각했던 제품이라 내가 잘 못된 건지, 머플러에 문제가 생긴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7. 주말 이틀은 2시부터 9시까지 무대륙이라는 곳에 있을 예정인데 아무리 견적을 잡아봐도 이 긴 시간동안 무척 지루하고 심심할 거 같다는 공포를 떨칠 수가 없다.

8. 저녁을 먹고 2차 대전사 중 아프리카 전투 부분 - 롬멜과 몽고메리 - 에 대해 열심히 자료를 찾아가며 읽었다. 읽다가 보니 왜 읽기 시작했는 지를 잊어버렸다. 그래서 이걸 쓰기 시작했고, 그러므로 자판기 커피나 한 잔 뽑아 마셔야겠다.

9. "얼른, 주사를". 좀 재밌는 대사다.

20121109

조조 : 황제의 반란을 보다

조조 : 황제의 반란을 봤다. imdb에는 Tong que tai라고 되어 있고, 시네 21에는 The Assassins라고 되어 있다. 중국에서 거대한 판타지풍 사극에 외국인 배우를 껴서 내 놓는 건 앞으로도 전통이 될 거 같다. 여기에는 노다메의 히로시 타카미가 나온다.

실제 역사와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듯한 내용이다. 초선의 딸(영저)이 나오고, 목순이 나온다. 목순은 실제로 AD 200년에 있었던 조조 암살 음모 사건이 걸리게 된 원인이 되었던 사람인데, 여기서는 역사 안에 좀 애매하게 걸려있다. 영화 중간에 황후가 얽혀 있는 암살 음모 사건이 잠깐 나오기는 한다.

전반적으로 영웅 호걸이 얽힌 사랑 이야기인데 복잡한 세간 사정을 텅~ 텅 하며 뛰어 넘어가기 때문에 신들의 연결이 마치 하일라이트를 보는 기분이 된다. 관우도, 여포도, 초선의 이야기도, 심지어 주인공(조조-영저-목순) 들의 이야기도 튄다. 50부 대하 사극 정도였으면 차라리 나았을 지도 모르겠다.

이런 팩션(이라고 하던가?)에 대해선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사실 이 영화만 보고 조조가 사실은 황제를 위해 통일을 꿈꾼거고 블라블라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예전에 이연걸하고 진시황 나오는 영화(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가 거의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런 걸 보고 역사를 오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어차피 이거 보고 실제 역사를 안 찾아보는 타입이라면 어디가서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교육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있는 건데 지가 안 찾아보고, 안 읽어보고 하는 거에 무슨 방법이 있겠나.

문제는 내용이 그다지 재미가 없다는 것. 이런 영화는 화면으로든, 스토리로든 관객을 압도하는 스펙터클을 기대하게 되는데 고만고만하게 흘러가 버린다.

다만 주윤발은... 그 시대에 태어났으면 정말 대군을 이끄는 장수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포스를 보여준다. 영저가 목순에게 가 버린 후 황제와 이야기하며 보여준 정신이 나가버리고 온 힘이 다 빠져버린 거 같은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20121108

감기

1. 저번 주에 잠시 감기에 걸렸다가 나은 듯 했는데 다시 감기가 도지고 있다. 저번 주와 발현 양상이 다른 걸로 보아 새로운 바이러스가 유입되었나 보다. 여튼 이번 건 콧물이 줄줄 흘러서 매우 귀찮다.

 

2. 정치의 계절이지만 작금의 돌아가는 상황에 크게 관심이 가지는 않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설명하자면 매우 복잡해지고, 귀찮아지기 때문에 생략한다.

미국에서는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다. 4년 간 하는 걸 봐서는 틀림없이 재선에 실패할 줄 알았는데 라이벌이 롬니라서 가능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의 양당제는 한계가 점점 명백해지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깨질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보다는 느리게 움직이는 나라니 중간에 무슨 일이 몇 번 더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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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의 이 인포그라픽은 꽤 재미있다.

다만 인구를 표시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백인의 오바마 vs 롬니가 40 vs 58, 히스패닉이 69 vs 29이지만 백인 인구가 1억이고 히스패닉 인구가 10만 명이면 히스패닉이 100% 오바마에 투표를 해도 선거 결과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다른 항목도 마찬가지다.

여하튼 저 그래프를 보면 오바마를 당선시킨 건 비 백인, 40세 이하, 5만불 이하 소득, 전문대졸 이하와 대학원 졸, 가톨릭이다.

 

3. 개인적으로 법원의 힘에 기대를 하는 편이다. 물론 그것은 강력하되, 소극적이어야 한다.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방향을 주도하면 안된다. 검찰 권력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법에 기대는 권력이면서 적극적이기 까지 하기 때문이다. 시민 - 국회로 이어지는 권력이 매우 세심하고 정교하게 통제를 해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요 몇 년간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모두들 술 먹고 그랬다는 변명을 했다. 감형이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물론 비난의 포화는 법원에 집중되었다. 하지만 법원이 법을 넘어 재판을 주도할 수는 없다. 인지상정이니, 판사는 애가 없냐 이런 거 별로 소용없다.

조두순 사건인가(계기가 된 사건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때문에 여론의 더욱 횡횡해지고 결국 성범죄에 관한 특별법이 약간 바뀌어서 완전 인사 불성이 되었을 때가 아니면 감형을 해주지 않도록 바뀌었다.

최근 들어 술을 먹었다는 변명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음주가 성범죄의 감형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의 판결도 늘어났고 뉴스에도 자주 나온다. 이건 법원이 정신을 차려서 생긴 일이 아니다. 그런 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다. 국회의 힘이 거대한 이유는 시민들의 권력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 좀 잘살게 하겠다고 깝치다가 나라 망치는 일이 매우 흔하다. 사실 지역구와 의원은 결합될 이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의원 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이야기도 기니까 다음 기회에.

여하튼 헌법을 가만히 두고 좀 더 낫게 고칠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다. 대신 의원 선거를 잘 해야 한다.

4. 오늘 구글은 브라암 스토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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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5

오션스 13을 보다

음악과 영화를 꽤 좋아하지만 신작들을 줄줄이 체크하지는 않는다. 투신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지면서(포기하면서) 콘트롤하는 나름의 질서가 생기긴 했는데 이게 좀 애매하다. 이 블로그를 보고 있는 분들은 알겠지만 어느날 문득 막 이것저것 듣기 시작해 한 동안 듣다가 잠잠... 그러다가 또 어느날 문득 막 이것저것 보기 시작해 한 동안 보다가 잠잠... 이런 식이다.

꾸준히 체크하고 있는 걸 들자면 패션쪽 소식, 걸그룹 신작, 버라이어티 정도다. 너무 메마르고 말초적인 삶을 살고 있는 건가 싶어 요새 들어 프레시안 북스의 책리뷰를 보면서 뭘 읽을까 체크를 하기 시작했다.

여하튼 음악, 영화는 볼 때는 별 생각없이 보는데 나름 신경을 많이 쓰는지 '내킬 때'까지 시간을 좀 잡아먹는다. 한동안 케이팝만 듣다가 어제 뭔가 땡겨서 뭉크의 리버사이드 컬렉션 중 두 장하고 호로비츠의 스크리아빈 연주집을 곰곰이 들었는데 다시 피곤해졌다. 그리고 오늘 문득 생각이 들어 오션스13을 봤다.

60년대에 프랭크 시나트라가 나왔던 오션스 11이 있고, 오션스 11(2001), 오션스 12(2004), 오션스 13(2007) 이렇게 나왔다. 2001년 이후 소더버그가 계속 만들고 있다. 사실 이 넷 중 하나도 보지 않았다. 소더버그 건 좀 본 거 같은데 싶어서 imdb를 뒤져보니 섹스, 거짓말 부터 솔라리스까지다. 솔라리스가 2002년이니까 대충 생각해 보건데 이때 쯤이 맞는 거 같다. 그때부터 영화 쪽 DB 구축은 포기했고 멋대로 보고 있다.

약간 재미있다고 생각한 게 imdb를 간 김에 오션스 13 크레딧을 보는데 애비가일 역을 맡은 엘렌 바킨이 중국 갑부 옌 역을 맡은 샤오보 킨보다 뒤에 있다. 아니 시에스타의 엘렌 바킨이 ㅠㅠ 여하튼 영화는 그다지 신통치는 않았다. 하지만 엘렌 바킨 아주머니가 멋진 중견 연기자가 된 걸 목격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 본 보람은 있었다.

20121104

일요일

1. 일요일이고 비가 내렸다. 아니 내린다.

2. 며칠 전에, 그러니까 수요일에 비를 잠깐 맞았는데 그 이후로 '졸림'이 양과 질이 늘어났다. 잠이 들면 깨질 않는다. 예전부터 비가 오는 날이면 날이 어둑해서 잘 깨지 않는 습성이 있기는 했지만 요즘엔 양상이 약간 다른 것 같다. 매우 무턱대고 졸리다. 항상 결과가 있으면 원인을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데 영양 결핍의 일종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혹은 늦가을 특유의 무력감일 수도 있다.

3. 여하튼 날이 흐리고 추워 잠깐만 바깥에 방치되어도 몸이 으슬거린다. 한동안 '머리를 쓴다'라는 행위조차 부담스러워서 케이팝 말고는 듣는 게 거의 없었는데 방 창문도 닫아놓고 오래간 만에 뭉크를 듣고 있다. 리버사이드 시절에 나온 I Got it Bad (And That Ain't Good Enough)가 지금 흘러나오고 있다. 클래식과 재즈는 아이튠스에 태그 정리가 골때려서 푸바2000으로 듣는데 화면 위에서 출렁거리는 사운드 바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4. 2시에 ㄷㅁㄴ 회의였는데 8시에 일어났다. 아휴, 다시 자야지 하고 잠들었다가 눈을 떴더니 오후 1시 10분이다. "그것 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세수를 하고 나갔다. 그러고 나서 여러가지 사정으로 다들 늦어서 4시쯤 회의가 시작되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계속 자고 있던 게 아닌가 싶게 기분이 멍하다. 다 끝나고 밥을 먹으면서 살짝 정신을 차렸다.

5. 김&홍 사무실에 있는 바 레몬하트를 어제 7권까지 보고 돌려주면서 이제는 뭘 보냐 했는데 8권이 있길래 냉큼 빌려왔다. 214페이지까지 있으니 하루에 30페이지 씩만 봐야지.

20121103

식당

고독한 미식가이런 식당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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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 출연자 분들이 매우 어색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

야키니쿠 집인데 보다시피 왼쪽에는 4명 테이블이 있고 오른쪽은 카운터다. 카운터 위에 불판이 주르륵 놓여있어서 혼자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큰 맘 먹고 나가도 혼자(...) 고기를 먹기가 어렵다. 혼자 먹는 게 어색해서 이런 문제를 떠나 해주질 않고 난처해 하는 집들이 많다. 최소 2인분을 요구하는 집도 있다. 혼자서 2인분을 시켜버리면 곤란한게 1인분 + 밥 + 된장찌개, 1인분 + 냉면/김치말이  국수 이런 조합이 불가하다.

간혹 구워진 걸 접시에 담아주는 집이 있는데 그런 곳은 괜찮을 거 같다. 담양의 숯불 돼지 갈비집들이 그런 식이 많고, 전남 보성에서 가 본 곳도 접시에 담아 줬다. 그거 꽤 맛있었는데...

 

여하튼 보기에 저 식당의 장점은 혼자 어색하지 않게 구워먹을 수 있다는 점.

단점은 보다시피 연기와 냄새가 나가는 통로가 없다(창 쪽에 환풍기들에 의지하고 있다) / 에피소드에도 나오지만 혼자 시키랴 구우랴 먹으랴 굉장히 바쁘다 / 불판을 교환이 불가하다 정도가 있다.

가끔 방송에서 고기 구우는 집게와 먹을 때 젓가락을 반드시 따로 사용하라는 내용을 볼 수 있는데 저기에선 모두들 그냥 나무 젓가락으로 굽다가 먹다가 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저 아저씨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저 집에서 정말 많이 먹었다.

추위

종일 시원찮은 컨디션이었는데 그것보다 우선 너무 추웠다. 경품으로 받은 UU의 오리털 파카는 이 정도 추위도 버텨내질 못한다. 안에다 두터운 스웨터도 껴 입었는데. 하지만 머플러를 했으면 좀 더 나았을 지도 모르겠다.

낮에 인스턴트 커피를 4잔 정도 마셨고, 밤에 후배를 만났다가 스타벅스에 가서 라테를 한 잔 마셨다. 이게 데미지가 좀 있어서 지금 또 컨디션이 좋지 않아졌다. 그래서 포도를 먹고, 삼립에서 나온 무슨 빵을 먹었다.

독한 감기약 같은 게 있으면 먹고 푹 자면 좋을 거 같은데 독한 감기약이 없고, 졸리지도 않다.

20121102

일상

1. 모니터가 생겼다. 원래 쓰던 것보다 대각선 길이가 1cm 작다. 하지만 몇 년 잘 사용한 기존 CRT 모니터가 얼마 전부터 화면이 이상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훨씬 낫다. TN 패널이라 누워서 보기가 어려운 건 좀 아쉽다.

2. 뭔가 잊어버렸다. 내가 잊어버린 건 아닌데 그것 때문에 요즘 정신적 타격이 좀 크다. 지하철에 놓여 있던 걸 멋대로 가지고 가는 인간들이 큰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3. 몇 가지 안 좋은 일이 좀 더 있었다. 하지만 수요일 저녁은 오래간 만에 즐거웠다.

4. 데스크 탑 하나와 엘시디 모니터 하나를 들고 걷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환승을 하며 1시간 30분 쯤 걸려 집까지 들고 왔다. 너무 너무 무거워서 한숨이 나왔고 잠깐 슬퍼졌다.

5. 너무 추워서 이걸 대체 어째야 할 지 모를 정도다.

6. 역시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

20121101

보기, 읽기, 듣기 뭐 그런 것들

1. 저번 주에 모로호시 다이지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궁금해져서 시오리와 시미코의 한밤의 무서운 이야기를 빌려서 봤다. 유명세에 비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다 보니 낯이 익어서 찾아봤더니 몇 편 본 적이 있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미장원이다. 거기서 간츠 1, 2편과 모로호시의 만화 등등을 봤다. 뭐가 기다리는 게 아닌 평상의 상태에서 곰곰이 보다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다. 이토 준지같은 지글지글한 여운은 개인적으론 덜하게 느껴진다.

2. 바 레몬하트 6, 7권을 보다. 역시 먹고 마시는 이야기는 재미있다.

3. 현아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 많은 이들이 재미없고 어색하다고 하는 바에 비해 좀 좋아하는 편인데 포텐이 좀 더 있는 듯 한데 잘 못 풀어가는 거 같다. 특히 솔로 음반이 포미닛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게 영 이상하다.

하지만 이번 EP를 어제 밤에 유심히 들었는데 풋사과 - 내 남자친구에게 - Very Hot으로 연결되는 약간의 실험들이 꽤 인상깊다. 이건 포미닛과는 색이 많이 다른 컬러의 곡들이다. 풋사과는 괜찮긴 한데 현아 이미지에 비해 좀 약하고, 내 남자친구에게는 곤란할 거 같다. Very Hot의 힙합스러운 느낌이 어울리기는 하는데 효리가 떠오른다.

따지고 보면 이게 다 포미닛의 정체성이 약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인데 뭔가 잘 좀 정돈해 놨으면 좋겠다. 닻을 잘 내려놓고 나면 휙휙 질러댈 수 있을 거 같은데.

4. 지옥의 묵시록을 다시 봤다.

5. 제임스 본드 수트 이야기를 찾다보니 예전 007이 궁금해 졌다. 몇 편 챙겨 볼 생각이다. 달튼이라는 이름이 참 재미있다.

20121030

오후

어제 새벽에 라면을 먹은 덕분에 종일 배가 아프다. 라면 같은 건 역시 먹는 게 아니었다. 지금 여기는 인터넷 상태가 무척 좋지 않다. 옆자리 인간은 엔터키를 망치질하듯이 두드리고 있다. 암이나 사고가 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며 사는 것도 좀 웃기지 않을까.

20121029

29일

1. 요즘은 먹는 거 이야기가 다인 거 같다. 그다지 맛있는 걸 먹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생존을 위한 것들이다. 소면과 파스타를 돌아가면서 먹다가 며칠 전 미령 곰탕이라는 곰탕집에 갔다. 마침 며칠 전에 이런 이야기(링크)도 한 적이 있다. 여하튼 먹고 있는데 양분을 쏙쏙 빨아들이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게 몸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내 지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DB를 늘려놓아야 한다. 몸이 곰탕같은 고도의 단백질과 콜라겐을 원하는데 곰탕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면 뭔가 부족하다라는 생각만 들지 필요한 걸 알아낼 수가 없다.

하지만 경험상 이 DB 구축은, 물론 직접이 더 낫고 미세한 변수를 더욱 용이하게 콘트롤할 수 있지만, 간접이든 직접이든 큰 상관은 없는 거 같다. 결론은 아는 게 약이다.

 

2. 신라면 블랙이 재출시되면서 광고를 싸이가 하는데 마지막 카피가 '아침은 꼭 챙겨먹으세요'인가? 여튼 이런 거다. 컵라면 - 아침밥은 꽤 많은 이들에게 작금의 현실이긴 하지만 '부자 되세요~'만큼이나 짠한 21세기의 이야기같다. 적어도 '부자 되세요~'는 모종의 희망극이라도 들어있었지.

 

3. 컴퓨터의 안 쓰는 프로그램들을 정리했다. 쟁겨놓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4. the라멘을 다 보고 난 이후 뭐 이런 거 없나 하고 찾다가 드라마 심야식당을 몇 편 봤다. 하지만 레시피 몇 가지를 감잡은 거 말고는 별로 재미가 없네 하고 있었다. 일본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지 이런 거 좀 좋아한다.

여하튼 그러다가 어제부터 고독한 미식가를 보기 시작했다. 주연은 마츠시게 유타카. 원래 만화책에서는 그래도 마른 편은 아닌데, 이 분은 약간 마른 편이라 약간 의외라고 생각했다. 

심야식당에서 문어 비엔나 소시지를 좋아하는 야쿠자가 나오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 사람이 마츠시게 유타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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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 레몬하트(이것도 요즘 ㄱ+ㅎ 디자이너 사무실에서 빌려 열독중이다)에 보면 버버리 코트입고 나오는 안경씨인가 하는 주연 3인방 중 한 명이 있는데 그 사람을 보면 자꾸 이 사람이 떠오른다. 어딘가 식성도 비슷할 거 같은...

 

어쨌든 맛있게 먹을라나 살짝 걱정했는데 완전 기우였다. 이 드라마는 고도의 먹방이다. 화면으로는 맛과 향을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은 색과 분위기에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다. 고독한 미식가에는 여기에 하나가 더 붙어 있는데 소리다. 아삭 아삭 아삭 아삭... 아저씨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정말 뭐든 맛있게 먹는다. 사실 나도 혼자 밥 먹을 때는 이렇게 집중해서 먹는 편이다.

극은 매우 짧은데 25분 안팎에서 후반 5분 정도가 식당 소개고 에피소드가 10분 남짓, 나머지 먹는 모습이 10분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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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으면 이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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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를 왜 쓰고 있나

1. 모르겠다.

 

2. 윈도우7을 설치했다는 이야기를 어제 했는데 다시 윈도우XP로 컴백했다. XP시대는 그렇게 쉽게 끝나는 게 아니었다.

문제가 여러가지 있는데 램이 1.5G인데 아무 것도 안하는 상태에서 윈도우7이 1G 정도를 사용한다. 그리고 너무 느리다. 에어로 모드를 끈다고 해도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또한 사운드 드라이버 설치에 문제가 있다.

사운드 문제가 가장 컸다. 다른 건 그려려니 하고 참고 쓰면 되지만 소리가 안 나니 수가 없다. 요즘은 외장 사운드 카드가 고장나서 그냥 메인보드에 붙어있는 걸 쓰고 있는데 그게 윈도우7용 드라이버가 없다. 무명의 회사도 아니고 ASUS인데도 별 볼일 없다.

처음엔 아예 잡지를 못했고 그래서 범용 드라이버를 설치했는데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이 문제는 복잡하니까 생략.

여하튼 어제 9시부터 새벽까지 한 노력이 이렇게 사라졌다.

 

3. 예전에는 컴퓨터 시스템과 기계에 관심이 많아 참 이것 저것 해봤었다. 지금도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시간과 돈이 얼마든지 있다면 부품을 잔뜩 구해다 PC나 만들고 OS도 설치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특히 문제가 있는 컴퓨터를 가져다가 원인을 규명해 원상 복귀하는 거 아주 재미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댓가가 꽤 큰 이런 불필요한 노력이 조금씩 피곤해지기 시작했고 그러한 덕분에 가능한 컴퓨터는 뜯어보지도 않고 있다. 어제 OS 설치도 매우 오래간 만이다.

'폴더'라는 걸 만드는 것도, 시스템 정보를 보는 것도 싫다.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는데 방해나 되지 않으면 좋겠다.

음악 같은 경우엔 그런 게 어느 정도 성립했다. 뮤직이라고 만들어놓은 하드 디스크에 들어가 본 지도 오래되었다. 그냥 아이튠스에 다 들어있고, 뭘 들을까가 전부다. 걔가 뭘 하는 지도 잘 모른다. 컴퓨터를 바꿔도, 하드 디스크를 교체해도 내 문서 안의 내 음악 폴더만(아이폰 백업이 들어있다) 백업했다가 다시 복사해 넣으면 그대로 살아난다.

사진과 문서도 이런 식으로 정리하고 싶은데 아직은 잘 안 된다. 양이 너무 많다. 폴더 이름이 나에게 알려주는 정보는 거의 없고, 태그를 정리하라는데 대책도 안 선다. 뭐가 어디에 있는 지도 잘 모르겠다. 원칙을 대충 정해도 곧 엉망이 된다. 이건 마치 빈 서랍같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며칠 지나 열어보면 꽉 차 있다.

귀찮은 일상이다.

 

4. 홈플에 갔다가 유부 우동이라는 게 있길래 사봤다. 우동집에 가면 기쯔네 우동을 일단 먹어보는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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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우동은 뭔가 발란스가 안 맞다. 유부의 맛이 조금 강하기 때문에 원래 국물을 조금 더 가볍게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데 그냥 강-강-강-강으로 간다. 건더기가 매우 부실해 할 수 없이 파를 좀 더 넣었다. 유부는 생긴 건 저래도 아주 나쁘진 않다. 하지만 유부라는 건 원래 빨리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 이런 식으로 들어있는 유부는 한계가 명백하다.

얼마 전 명동 우에스토에 가서도 기츠네 우동을 먹었다. 맛있었는데 뭐랄까.... 밀도감이 좀 낮다고 할까. 또한 먹고 나서 매우 졸렸다. 덕분에 지하철 내리는 정거장도 놓침. 이게 허위 변수인지 뭔지는 모르겠다.

 

5. 책을 한 권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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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이.

20121028 새벽

1. 어제 바꾼 CPU가 문제를 일으켰다. 윈도우8도 못 돌리는 주제에 문제까지 일으키다니 잠시 짜증이 났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원상 복귀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에라 이왕 이렇게 된 거 싶은 생각에 데스크 탑에 윈도우7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백업은 어제 해놨으니 포맷 후 설치까지 일사천리로 나아갔다. 예전에는 북마크, 패스워드들 백업을 안 했다가 홧김에 포맷하면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처했었는데 그건 또 나름대로 리프레시하며 뭔가 새로 시작된다는 기분이 있었다. 요즘은 클라우드 덕분에 그런 리프레시가 없는 게 편하긴 한데 또 아쉽기도 하다.

여하튼 내 문서를 복사하고(아이튠스 백업이 들어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구글 드라이브와 드롭박스를 설치하고, AVAST를 설치하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다. 밥 먹고, 무한도전 보고, 강아지 목욕시키고 곧바로 시작해 조금 전에 끝났다. Windows Live Writer를 설치하고 발전소를 등록한 다음 이걸 쓴다.

오래간 만에 컴퓨터를 열심히 쳐다봤더니 지금 머리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정신이 없다. 모니터 위치가 정면이 아니라 살짝 삐딱하니 있는데 그게 시간이 지날 수록 큰 영향을 미친다. 이것도 어떻게 좀 하고, 내 문서도 언제 날 잡고 필요없는 것들 정리를 좀 해야겠다. 겹치는 것도 많고, 쓸데없는 것도 많고 정신이 없다.

여하튼 몇 달 전 노트북을 윈도우 7으로 업데이트한 이후 근 몇 년을 유지해 온 지 모르겠는 윈도우 XP 체제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감개무량하다.

노트북을 집에 가지고 올까 말까하다 혹시나 해서 들고 왔는데 안 가져왔으면 아무 것도 못할 뻔했다. 구글 2단계 인증인가 뭔가를 해 놨는데 그게 시시 때때로 발목을 잡는다. 보안이라는 건 참으로 덧없다.

 

2. 점심을 꽤 일찍 + 부실하게 먹었더니 저녁에 너무 배가 고팠다. 그래서 대량의 파스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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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참 맛 없어 보이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_- 여하튼 두 가지 교훈 : 1) 카펠리니는 복잡한 소스에 어울리지 않는다. 2) 배고플 때까지 사람을 방치하면 안된다. 못 먹을 만큼 만들어 놓고 배불러서 후회한다.

1)의 경우 카펠리니는 보통 스프에 같이 먹거나 냉 파스타를 만든다. 오늘은 배가 고파서 뭘 잔뜩 넣고 지지고 볶고 했는데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먹다가 질려버렸다. 2)번은 중요한데 특히 쇼핑 센터나 마트를 갈 때도 그렇다. 배가 고프면 확실히 많이 산다.

 

3. 어쨌든 윈도우 7이다. 올레.

20121027

20121027 오후

1. 오늘은 비가 상당히 많이 온다. 가을비 수준이 전혀 아닌데 요즘 같이 무턱대고 추워졌다/더워졌다 하는 상황에 계절이 어쩌구 하는 것도 우습기도 하고.

2. 새벽 포스팅에 썼다시피 어제는 크진 않지만 액운이 낀 하루였다. 예전에는 그럴 때 컴퓨터 청소같은 걸 했는데 요새는 한 적이 없다. 여하튼 새벽 3시인가 집에 다른 CPU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혹시 그 놈은 NX를 지원하지 않을까 싶어 교체를 해봤다. 하지만 그 놈은 NX는 물론이고 SSE2도 지원하지 않는 더 구형이었다.

775 메인보드와 그에 맞는 CPU가 하나 더 있기는 한데... 고민 중이다. 그것까지 바꾸는 건 일이 너무 큰데.

어쨌든 컴퓨터 뚜껑 연 김에 다 뜯어내고 하나씩 청소를 했다. 쿨러는 알루미늄을 반짝반짝하게 닦고, 써멀 그리스도 새로 바르고, 히트 탱크는 먼지를 제거하고, 메인보드 먼지도 제거하고, 램도 뽑아서 BW100 뿌려주고 등등. BW100 만한 게 없는데 환경 오염으로 생산이 중지되더니 원래 3천원인가 하던게 요새는 만원이 넘는다. 대체재가 뭐 없나.

여튼 컴퓨터 OS 설치, 컴퓨터 부품 교체, 컴퓨터 청소만큼 잡 생각이 사라지는 일도 별로 없다. 하지만 청소 대행은 일이 들어오지 않았다(링크). 혹시나 일이 생기면 가려고 종이 봉지 하나에 다 챙겨놨는데 -_- 그건 그렇고 혹시 2005~2006년 경에 구입하신 컴퓨터를 어디 구석에 쳐박아 놓고 저거 언제 버리지 하고 계신 분의 원조를 기다려 봅니다.

3. 징크스인데 좋아 보이든 / 나빠 보이든 기억에 남는 꿈을 꾸면 복권을 산다. 좋은 꿈이면 당첨이 될테고, 나쁜 꿈이면 복권이 떨어지면서 액운이 거기로 사라지겠지 라는 게 이유다. 일종의 헷징이라고나 할까...

20121027 새벽

1. 텀블러가 종일 안된다. 일기장, 메모장같은 걸 텀블러에 마련해 놓으면 이게 문제다. 그래도 요즘은 예전보다는 좀 된다 싶었는데 여지없이 사단이 났다.

2. 밤에 햄버거를 먹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게 낫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한참 이것 저것 고르고 내일은 이걸 만들어 먹어야지 했는데 지갑을 사물함에 넣어두고 그냥 왔다. 조용히 나왔다.

3. 윈도우8이 프로모션으로 4만원 대, 윈도우7이 있으면 만 6천원 대에 풀렸다. 집 데스크탑이 워낙 지겨워 윈도우8이나 설치해 볼까? 하고 집에 들어와 호환성 검사를 했다. 안된다. CPU가 NX라는 걸 지원해야 한단다. 2004년에 나온 신기술...이다.

4. 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졌다. 하필 이럴 때...

5. 이렇게 토요일이다.

20121025

20121025 긴 하루

아무 의미도 없고,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날들이 길게, 길게, 길게 이어지고 있다. 차라리 도를 닦았으면 부처 비슷한 거라도 되지 않았을까. 이런 걸 삶이라고 붙잡고 있다니 이 무슨.

20121024

20121024 오늘

1. 죽을 끓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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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간단한데 물 조절을 실패했기 때문이다. 취사를 눌러놓고 나갔다 들어와보니 밥이 과자같이 되어 있었다. 뭐, 긴 세월 밥을 만드신 나의 어머니도 여전히 물을 잘 못 맞춰서 자주 죽 또는 과자가 되는데 그 정도야 뭐.

사실 어제부터 계속 속도 안 좋았다. 냉장고에 넣어둔 고기가 조금 있어서 구워 먹었는데 어제 종일 나는 배탈이 났고, 같이 먹은 웅이는 토악질을 해 댔다.

밥이 깡통이길래 이를 어쩐다, 리조토를 만들어볼까 싶었지만 마땅한 치즈도 없고, 라면밥을 만들까 했는데 라면도 지겹고 해서 뜨거운 물을 부어 말아먹을려다가 이왕 이렇게 된거 물을 더 넣고 냄비에 푹푹 끓였다. 참치 조금 넣고, 파슬리가 보이길래 넣고. 맛은 영 없었지만 죽의 좋은 점은 깨와 양반김만 있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2. 배가 부르길래 웅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춥다고, 비온다고 핑계로 산책 나간 지도 오래 됐고 이 녀석이 요새 욕구 불만인 거 같아 운동으로 잊게 해주기 위해서다. 여하튼 우이천 옆길은 공사가 대충 마무리 되어 나무 다리 같은 게 새로 놓여있었다. 사람도 얼마 없길래 달리기를 한참 했더니 지금은 내가 죽겠다. 심장과 폐가 안정이 안됨.

3.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보면 : 처음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 키노트를 보면서 커뮤니티 댓글들도 보고 있었는데 당시는 태블릿이 본격 데뷔 전이라 사용의 감도 잘 안잡혔고 비교 대상이 노트북이었기 때문에 베젤 뭐냐, CPU는 또 뭐냐, 넙적해 뭐 이러다가 가격! 우오오오오! 였던 기억이 난다.

어제 아이패드 미니 발표 때는 와 예뻐, 와 얇아, 저걸로 비쥬얼드를 하고 싶다, 와 시리도 되 막 이러다가 가격! -_- 가 되었다.

레티나가 되든지, 가격이 더 싸든지 해야 될 거 같은데 느낌상 좀 애매하다. 사실 소개가 계속 나오면서 가격 이야기를 잘 안 하길래 아이패드 1때 기억이 나면서 뭔가 저 시장에 확 불을 지르는 거 아냐 기대를 좀 했었다. 하지만 42만원... -_-

만약 구입한다고 해도 빨리는 다음 시즌, 혹시 아니면 이후 애플의 키노트 때 마다 레티나 미니 발표되는 거 아냐... 하다가 결국 화 낼 거 같다. 킨들 파이어 HD가 199불이니까... 뭐 그랬다.

레티나였으면 휴대폰을 요금제 자유로 구할 수 있는 공짜폰으로 바꾸고 샀을 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금도 뉴 아이패드 가격 봐서 그렇게 넘어가고 싶은 생각이 좀 있기는 하다.

20121024 어제

1. 벽보고 이야기하는 기분은 오래 전부터 느끼고 있지만 요새는 죽은 건지 산 건지도 잘 모르겠다. 여하튼 여기도 어지간히 쓸데 없는 소리만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주 쓸데 없는 소리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기 때문에 재미가 좀 없다. 그래도 나름 포스팅마다 조회수 100은 나오는 데.

 

2. 웅이는 고자인데 발정 비슷한 게 난 거 같다. 2차 대전 때 부상으로 손이 잘렸는데도 죽을 때 까지 손이 간지러운 느낌이 난다고 말하던 상이 용사의 다큐멘터리가 생각난다.

 

3.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비빔국수는 만들기도 쉽고, 면의 부족한 완성도를 대충 덮을 수도 있고, 입맛이 없을 때도 쉽게 먹을 수 있고, 자극적이고, 다 만들었을 때 완성도도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류의 음식은 양념을 먹기 위해(양념만 먹을 수는 없으니까) 면은 거들어줄 뿐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뭔가 반칙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마 육수를 만들었는데 성에 차지 않았다. 가쓰오부시가 없는데 거지다. 그래도 거대한 무 하나와 쪽파는 조금 샀다.

 

4. 어제 백화점 및 여러 매장을 돌아다녔다. 하도 오래간 만에 가서 그랬는지 셀린느 같은 매장을 들어설 때는 왠지 쭈삣쭈삣했다. 더구나 좀 이르게 가서 사람은 별로 없고 매장 직원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 나누고 그러는 정겨운 분위기였다. 로컬 호프집에 우연히 들어갔을 때 드는 기분. 사람 사는 곳이니까 뭐.

나와 비슷한 목적으로 어슬렁 거리는 사람들이 몇 있었고, 커플이 와서 어슬렁 거리는 사람이 몇 있었다. 신세계 본점 직원들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 못하는 건지 아니면 그 쪽이 더 빨라서 그러는 건지 본관 계단을 이용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딱히 재미있는 건 없었고 테이블 웨어에 컵 파는 곳을 한참 어슬렁거렸다. 요즘 하이볼 글라스를 하나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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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igi Bormioli의 Allegro 하이볼 글라스. 일자로 생긴 게 제대로 된 진토직 잔 같고 예쁘지만 설거지가 어렵다.

그리고 H&M을 갔는데 기억에 남아 있는 건 어떤 직원의 복숭아 색 스타킹 / 유니클로에서는 커다란 유승범 사진들 / Zara에서는 옷을 벗어놓고 카무플라주 자켓을 입어보고 있는데 누가 와서 걸어 놓은 내 옷을 만지작 거렸다. 좋지도 않은 건데 왜 그래.

에이랜드에서 A.P.C 겨울 제품들과 칩 먼데이 구경을 했다. 칩 먼데이는 바지가 꽤 얇다. 아니 얇다기보다는 존재감이 옅다. 네페진 뻣뻣한 종류는 만지작 거리는 재미는 있는데 입고 다니면 어떨지 모르겠다. 해링본 헌팅캡이 가지고 싶어져서 계속 썼다 벗었다 했는데 그냥 왔다.

여하튼 어디에 가도 진중하게 반짝이는 왁스드 카튼 타입의 컬러 바지들이 있었다.

 

5. 새벽에는 애플의 이벤트를 봤다. 새로운 것들이 펑펑 나왔고, 우와~ 했지만, 끝나고 애플 스토어를 가보고 가격에 좌절했다. 그나마 가시권에 있는 건 아이패드 미니인데 레티나가 아니다. 3GS를 쓰는 입장에 무슨 레티나 타령이냐지만, 사실 어제 레티나 맥북 프로라는 걸 봤다.

15인치 레티나 맥북 프로 글자의 그 선명함이란 정말 굉장했다. 그걸 한참 쳐다보다가 옆에 있던 13인치 맥북 프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오징어로 보인다는 건 바로 이런 걸 말한다. 어제 13인치 레티나 맥북 프로도 발표가 되었는데 220 몇 만원이었다.

여하튼 아이패드 미니. 42만원. 으음. 폰을 싸구려로 가고 저걸 살까싶다가도 그럴거면 차라리 아이패드 4세대가 낫잖아? 라는 생각이.

사실 맥미니에 조금 관심이 있는데 데스크탑 / 노트북을 다 팔아치우면 어떻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앱을 만드는 거야...

 

6. 어제 3시간 가량을 돌아다녔는데 매우 지쳤다. 요즘 집에 푹 박혀 있고 너무 안 돌아다니니까 몸이 못 따라간다.

 

7. 집에 들어오다가 새우버거 600원을 사보겠다고 롯데리아에 갔는데 : 아이들 6명 쯤과 그들의 부모님 6명 쯤이 생일 케이크에 불을 켜놓고 있었다. 주문을 하려고 줄을 서 있는데 아주머니 중 한 분이 생일 축하 노래를 틀어달라고 그랬고, 그런 건 없다고 하자, 12명이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는데 대학생 쯤으로 보이는 커플 둘은 깔깔거리며 매장 복도를 돌아다니면서 나잡아 봐라를 시전하고 있고, 그 와중에 어떤 커플은 또 구석에서 싸우고 있었다.

"굉장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여러가지 듣기

요즘도 물론 여러가지 듣고 있다.

1. 미스에이 - Independent Women Part III

5곡짜리 싱글. Independent Women Part I, II가 데스티니 차일드 음반일텐데 III라고 얹어서 나왔다. 하지만 이것부터가 인디펜던트가 아니잖아...

소시/원걸이 있고 에프엑스/미스에이가 있다. 지금은 이 사이에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어쨌든 처음엔 이랬다. 개인적으로는 에프엑스/미스에이 쪽에 더 관심이 있다. 그리고 원걸과 미스에이에 관심이 있다. SM은... 뭐랄까... 그렇다면 JYP는 좋냐 하면 그건 더 별루고 솔직한 심정은 얘네들이 차라리 SM에 갔으면 더 만개하지 않았을까 하는 팬의 심정이랄까.

여하튼 약간 전형적인 선을 걸을 수 밖에 없는 소/원 라이벌 구도에 비해 후발인 이 두 그룹은 보다 도발적인 이미지로 구축되었다. 에프엑스는 충분히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미스에이는... 사실 이 전 음반까지는 그럭저럭 따라가고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건.. 말하자면 지나간 유행같다.

타이틀 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이 원걸 음반에서 타이틀 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 지 모르겠다. 거기다가 인디펜던트 위민이라니. 여타 걸 그룹 다들 밀고 있는 섹시한 분위기로 밀고 나가지 않은 건 그래도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민의 팬이다... 슬슬 솔로 EP 쯤 나와도 될 듯한데 왜 안 내지.

 

2. 에픽하이 - 7집 99

타블로가 중간에 솔로 음반을 나름 괜찮게, 그러니까 에픽하이의 기존 팬들이 좋아할 만하게 내버리는 바람에 이 음반이 사실 애매해졌다. 똑같은 걸 연속으로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너무 다른 걸 할 수도 없다. 뭐 이제와서 옛날에 에픽하이는, 옛날에 미쓰라는 이런 이야기는 아무 짝에도 쓸데 없는 이야기고.

YG는 다 좋은데 '피처링 봄'이라는 아이템을 너무 남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이하이 목소리가 상당히 좋다는 생각을 했다. 이하이하면 Mercy를 부를 때의 그 출렁거림이 머리 속에 남아 있는데 이 곡에서는 아주 직선으로, 목소리 만으로 승부를 본다 - 그런데 에픽하이가 이런 곡 + 이런 목소리 조합을 너무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 Don't hate Me 뮤직 비디오는 이상하다 / 사랑해서는... 의 심플함은 괜찮다. 다른 곡들 사이에서 알맞게 자리 잡고 있다 / .. 생각나는 건 이 정도.

 

3. 제시카 - Younique Album Vol.1

한곡 밖에 없는데 앨범이라고 적혀 있는 거 보면 계속 나오는 건지 어떻게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건 뭐지 하고 구입했다... -_- feat DoK2인데 물론 도끼다.

여하튼 난 이렇게 입을 끝까지 안 닫는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가 무척 신경쓰인다.

 

4. 장재인 - 여름밤

저번 겨울에 겨울밤이라는 한 곡을 내 놓은 적이 있는데 이번엔 여름밤이라는 타이틀로 5곡 EP가 나왔다.

장재인은 예전에 통기타칠 때는 잘 안 듣다가(포크송이 싫다는 게 아니라 포크송에 그렇게 어울리는 거 같지가 않다), 중간에 잠시 발라드 풍의 곡들이 나올 때 좀 들었다. 그리고 이 EP인데 자켓부터 다시 통기타... STEP, Rainy Day같은 곡들 조곤조곤하니 괜찮다.

어떻게 하다가 장재인이라는 배를 타서 데이브레이커부터 계속 챙겨 듣고 있는데 약간만 더 힘을 뺐으면 좋겠고, 굳이 억지로 리듬을 타지 않아도 본인의 목소리가 꽤 좋다는 사실을 좀 더 잘 활용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리버럴한 분으로 보이지만 어떤 엄격한 틀 안에 좀 집어 넣은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

 

5. 현아의 MELTING

타이틀이 멜팅이고 타이틀곡은 아이스크림. 확고하게 현아라는 브랜드를 구축하려 한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싸이의 뮤비 출연은 아마도 보답성일테고.

좀 더 캐릭터강하게 천연덕스럽고 귀여운 걸 해도 되지 않았을까? 오렌지 캬라멜보다 훨씬 잘 할 거 같은데. 섹시는... 그런 건 그냥 숨겨놓고 아주 아주 조금씩 흘리기만 해도 되는 거라고. 다른 그룹들도 마찬가지인데 보고 있으면 드는 생각이, 왜 아이돌 가수가 팬들을 애타게 만들 길을 갈고 닦지 않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팬덤 관리의 목표가 기본적으로 상사병이 되게 해야되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음.

내 남자친구에게라는 상당히 뜬금없는 곡이 들어있다.

20121021

혼자먹기

심심해서 DB를 쌓아본다. 예전같았으면 따로 또 블로그를 만들고 뭐 그런 짓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별 의미가 없을 거 같고 여기에 그냥 쌓는다. 혼자먹기라는 이름으로 요리나 식당 정도를 줄줄 써내려갈 생각이다.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일을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이랄까.. -_-

사실 혼자 못 갈 식당이 또 뭐 있냐 싶지만 벽제 갈비나 같은 데를 혼자 가는 행동도 좀 애매하다. 주로 저렴한 곳과 간혹 가다 있는 혼자 영양 보충할 만한 곳들을 중심으로 써 내려가고 포스퀘어에 random이라는 이름으로 리스트를 만들 생각이다.

리스트를 만들면 좋은 점은 어느 장소에서든 포스퀘어를 열어 보면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주변 음식점을 알려준다. 예전에 만들어 놓은 서울 칼국수 50개점(사실 45개다 http://goo.gl/hQFzL) 리스트 같은 건 나름 인기가 좋다.

태그를 붙여서 오른쪽 주요 태그 리스트에 올릴 예정이니 참고하시길.

20121019

간단 우동 만들기

심심해서 다시마 국물로 만든 우동 만들기.

1) 다시마를 찬 물에 한 시간 담근다. 그러다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를 뺌.

2) 1) 육수 만들기에서 끓이기 시작할 때 대파를 썰고(없으면 쪽파), 무를 간다.

2) 우동면은 농심 냉동 우동, 코스트코 사누키 우동 같은 게 좋다. 집 가스레인지가 화력이 매우 좋고 거대한 통이 있다면 좋은 면을 구입해도 좋겠지만 평범한 집에서 그나마 재현할 방법은 위 두가지 같은 냉동면들이다. 뭐 안되면 소면, 중면 넣어도 된다. 집 요리란 거는 뭐든 없으면 대체하면 된다.

3) 우동면의 물을 빼고(찬물로 씻는 건 아니고) 다시마 육수를 붓는다. 반쯤 잠기는 게 좋은 듯.

4) 대파와 무를 넣는다.

 

이렇게 하면 됨. 육수 만들 때 가쓰오부시를 넣으면 더 좋아지는데 귀찮으면 다 끓이고 가쓰오부시 들어간 기꼬망을 넣어도 된다.

그리고 유부를 넣으면 더 좋겠지만 유부 집에서 못 만든다. 비슷하게는 되는데 절대 삼국기 우동 위에 올려져 있는 유부처럼 못 만듬. 그러므로 사다 올린다. 미타니야 우동은 중상 정도이지만 유부를 꽤 맛있는 걸 쓰는데 정체는 모르겠다.

만사가 귀찮으면 다시마 육수를 좀 짜다 싶게 졸이고 거기에 가쓰오부시 맛 나는 기꼬망을 넣고 찍어먹어도 된다. 유자 폰즈 곁들이면 최고.

맛있는 우동 먹고 싶다! ㅠㅠ

20121017

기회비용

참고 : 정리해고에 대한 글 - http://goo.gl/hRnqW

기회 비용이라는 게 있다. 워낙 일반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시중 금리가 3%일 때 1억원을 옷장 속에 넣어두고 1년이 지나면 그것은 '보존'이 아니라 300만원 손해를 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률적으로 볼 수는 없는게 탈세로 얻은 1억원이라면 가만히 가지고 있는 게 이익일 수도 있다. 시중 금리를 얻기 위해 은행에 맞겼을 때 걸려서 세금을 추징당할 확률로 기대 수익을 만들어야 알 수 있다. 추징당할 확률이 거의 없다면 물론 300만원 손해를 본 거고, 추징당할 확률이 일정 이상이면 손해는 없는 거다.

어떤 기업이 공장을 가지고 있는데 100억원어치 제품을 만들고 10억을 번다. 직원들에게 1억원을 준다. 이 1억원은 고정 비용으로 법이 정해 놓은 각종 비용을 포함한다. 그런데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바꾸는 데 아무런 법적 장치가 없다고 해보자. 더구나 독점 혹은 과점 상태의 대기업으로 사회적 비난이 매출의 향방을 크게 좌우하지도 못한다.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경우 고정 비용이 5천만원이라면 이 기업은 1년에 5천만원 손해를 보고 있는 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이들 기업에게 비정규직 대체를 하지말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시민들의 복지를 위해 정규직으로 유지하도록 여론 시위를 한다는 건 오직 하나 기업이 선심을 써 주길 바라는 것 뿐이다. 호의적 태도만이 이런 사회를 유지시킨다. 비정규직 대체는 또한 고정 비용을 감소시키고, 대차대조표를 우량하게 만들고, 주식 가격을 상승시키고, 더 나아가면 은행의 대출 이자율을 낮출 수도 있다. 기회 비용 대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그냥 착해서 유지하는 것 말고 아무런 동기가 없다.

그러므로 이건 법적 규제의 문제다. 기업에 손해에요 이딴 이야기 백날 해봐야 허공에 날라가는 기회 비용을 생각하면 회사가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없다. 기업이 엄창나게 남는다는 마약 장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차칫 잘못해서 그걸로 날려먹을 기회 비용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예전 제국주의 시대나 지금 남미는 그런 기회 비용이 낮기 때문에 마약 장사를 하지 않는 게 그냥 멍청한 짓일 뿐인 것과 같다.

그러므로 그게 다만 호의만 기다리지 않고, 비정규직 대체가 기회 비용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그 대체를 제지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 이사회에서 뽑히는 경영자가 기회 비용을 날려먹지 않는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게(예를 들어 회계 부정으로 가능해진 비정규직 대체로 인한 과태료가 엄청나게 크다), 노동자를 위한 경제학 따위를 찾는 것보다 훨씬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진이나 주주, 이사회의 호의 따위를 기다려서는 세상에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20121017

1. 집에서 먹고 있는 걸 가만히 보면 인스턴트 음식과 별로 다를 게 없다. 합쳐져 있는 걸 분해해서 구입해 하나씩 데워서 함께 먹는 꼴이다. 하동관 곰탕과 이문 설렁탕을 한달 내내 한끼 씩 먹어보자가 일단은 가장 근접해 있는 소망이다. 기름진 삶이란.

2. 어제의 사태 때문에 상담사가 찾아왔다. 아무도 없으니 옆집 문이라도 일단 두드려 본 듯. 밤 8시부터 10시까지 계속 전화가 왔는데 못 받았다고. 뭐 각개전투하듯 상담 대상자에게 꼭 달라 붙어 있을 수도 없고, 각자의 사정이라는 게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 2시간 동안 위급하게 걸어온 전화를 전혀 못 받을 정도면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조금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여하튼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으니 뭐라 할 말도 없지만.

3. 오늘은 너무 춥다. 집에서 먼지와 사투 중인데 수만년 동안 그래왔듯이 인간은 먼지를 이길 수 없다. 그래도 바람이 많이 불어서 창문 열어 놓으니 좀 상쾌해 지기는 한다.

4. SNL 코리아를 몇 편 봤는데, 미국식 코미디 운운이 문제가 아니라 자체가 재미가 없다. 정치 이야기를 전면에 내새운다고 정치 풍자가 되는 게 아니다. 이건 뭐 고교 학예회를 보는 것 같다.

이 비슷한 느낌을 받은 걸로 Miss에이의 신곡이 있다. 개념녀 운운을 떠나 컨셉이 틀에 박힌 듯 전형적이고 곡도 마찬가지다. 원걸vs소시, 에펙vs미스에서 거의 언제나 심정적으로 전자를 응원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행보는 안타깝다.

아이돌은 '오래 남을 좋은 곡'으로 승부를 보는 싸움터가 아니다. 이번에 나온 곡이 좋다는 건, 그저 전투에 임하는 병사에게 약간 좋은 군화가 생겼다는 정도의 장점일 뿐이다.

5. 악마의 유혹 프렌치 카페 선물 세트가 생겨서 뜯어 먹고 있다. 세가지가 들어있는데 노란색, 빨간색, 까만색이다. 그래서 그냥 보고 나머지는 설탕 커피나 블랙인가 이렇게 생각했는데 빨간색을 뜯고 보니 그냥 좋은 인스턴트 설탕-프림 커피다.

예전에 마트에서 세일할 때 노란색 포장지에 들어있는 걸 사다 먹고, 진짜 맛없다 역시 모카 골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건 아닌듯. 빨간색도 꽤 괜찮다(고소한 맛을 너무 강조해서 조금 질리긴 한다). 그러고 나니 까만색의 퀄러티가 궁금해진다.

6. 집에 고기가 좀 있다. 혼자 구워먹기 싫은데(양도 그렇고 혼자 지글지글-아구아구 패턴 정말 지겹다 -_-) 그렇다고 누굴 부르기도 그렇고. 뭐 그러하다.

20121016

날씨 앱

앱이라고 쓰고 보니 어떤 사람이 모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어느 순간부터 응용 프로그램이 앱이라는 이름으로 바뀌더니, UX와 UI의 중요성이 과대 포장되고 있다'라고 적은 걸 본 기억이 난다. 이러니 나라가 이 모양이지라는 생각을 문득 했었다. 그저 '문득' 했다는 거다...

날씨 앱을 좋아하는데 여러가지를 쓰다가 국산앱 하나에 정착했었다. 이유는 이 변화무쌍한 날씨의 파형 속에서 아무래도 기상청 특보를 알아야 되기 때문이다. 웨더 어쩌구라는 앱을 골랐는데 그 이유는 들어있는 아이콘 세트가 4가지 중 하나가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 하지만 이 앱은 거의 1년 전에 버전 업을 예고해 놓고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

그렇게 1년을 넘게 썼는데 오늘 절망과 괴로움, 혼란과 분노 속에서 문득 날씨 앱을 뒤적거리다가 하나를 구입했다. 말하자면 0.99불의 충동 구매.

2012-10-16 23.22.27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래 화씨/섭씨 고르는 것 뿐이고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밤이라 화면이 까맣다. 위 캡쳐는 내가 한 거고 낮에는 안 해놔서 검색해서 나온 거.

asd

맨 위는 날씨를 알리는 아이콘, 동그라미에 화살표는 리프레시, 그 아래 날씨와 온도, 그 아래는 일주일 예보다. 일주일 예보는 한번 터치하면 시간별 예보로 바뀐다.

설정이 너무 없지만 약간 좋아하는 타입이다. 그래도 설정에서 도시 몇 군데를 픽스해 놓고 스와이프하면 다른 도시가 나오는 정도의 유연함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이 앱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날씨가 좀 엉망이라는 거(어디서 데이터를 받아오는 지 모르겠다). 그래서 리뷰 점수가 상당히 낮은데 '도대체 이 화면에 보이는 날씨는 어디 날씨냐'라는 항의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 문제점은 앱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아이콘이 찐따라는 점.

445532

이게 뭐니 대체...

20121016

옆집의 부인은 꽤 어려보인다. 필리핀에서 왔고 얼마 전 아이를 낳았다. 남편은 뭐 하는 사람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무슨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있을 것이다. 작은 단칸방이고, 무쏘가 한 대 있다. 여름엔 매우 덥고, 겨울엔 매우 춥다. 내가 있는 곳도 그러한데 구조상 아마 더 덥고, 더 추울 것이다. 옥상에는 필리핀 입맛에 맞는 몇 가지 허브를 기른다.

나와는 계단을 올라오다 마주치면 목례 정도 하는 사이다. 민방위 훈련장에서 우연히 만나 담배를 한 대 같이 피운 적은 있다.

이 집은 자주 싸운다. 때때로 남편이 폭력을 쓰는 거 같기도 하고, 때때로 부인이 크게 소리지르며 화를 내기도 한다. 단란한 가정에 시집 와 편하게 산다는 다른 친구들과 비교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남편이 성질이 급하고 짜증이 많은 성격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한 자리에 가만히 있다보면 이런 저런 일들을 알게 되는 법이다.

부인은 우는 아이를 안고 울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약간 어둑한 복도에서 그걸 눈치 채지 못하고 난 살짝 인사를 했다. 조금 지나고 옆 집에서 삑삑삑 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곧이어 퉁퉁거리며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또 한참을 지나 이번에는 우는 부인이 우는 아이를 안고 다시 계단을 올라왔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지만 문이 열리지 않나보다. 아마도 남편이 비밀번호를 바꿔놓고 나갔나 보다. 부인은 계속 운다. 아이도 계속 운다. 아이에게 화를 낸다. 문을 두드린다. 남편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늘 하루 절망하고, 괴롭고, 힘들었고, 포기했는데 바로 옆에 아마도 더 절망하고 더 괴로운 사람이 있다. 그런 이들은 어디서나 그러하듯 한 곳에 모여 살지만, 서로를 신경 쓸 틈도 남을 도와줄 힘도 없다. 일단은 옆 건물 할머니에게 데려다 주기라도 해야겠다. 방과 도로가 붙어있는 집에 사시는 할머니. 예전에 자전거를 잊어버렸다고 해서 잠시 도와드린 적이 있다.

20121012

타임테이블

1. 밤에 잠자려고 가만히 누워있다가 사는 게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쨌든 내 몸을 정교한 타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자는 십년 전 쯤의 결심이 문득 떠올랐다. 왜 그걸  잊어버렸을까, 중간에 무슨 일들이 있었지...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고. 여하튼 내일 죽어도 쉬는 시간에 죽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뭐 그렇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초등학교 방학 숙제같은 정교한 타임 테이블을 만들었고, 순서대로 지키고 있다. 어려울 건 하나도 없다. 다만 이왕이면 현대 문명의 이기를 활용해 보자 싶어 아이폰 앱들을 뒤적거렸다. 사실 캘린더 / todo / 플래너 / 어젠다 류는 아이폰을 구입한 이후 계속 찾고 있는 종류다. 하지만 낮에 트위터에 잠깐 적었는데 하나같이 못 생기거나, 조잡하거나, 복잡하거나, 불편하거나 중 하나다.

왜 적당한 게 없는 걸까. todo와 아이폰 기본 캘린더는 구글 싱크를 중심으로 예전부터 활용해 왔고, 이번에 데일리 루틴이라는 앱을 설치해 봤다. 그다지.. 인데 딱히 대안도 없다. 가장 안 좋은 점은 타임 테이블 만드는 방식이 무척 까다롭고, 어딘가 중간을 고치려면 정신없이 복잡해 진다는 점.

2. 요즘 얼굴에 뭐가 진짜 많이 나고 있는데 그게 대충 씻어서 또는 요새 강아지를 얼굴에 부벼대는 때가 많은데 그것 때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인과 관계를 가만히 따져보니 니베아 선크림 때문이다. 스킨과 로션을 대충 바르고 50+ PA+++ 선크림을 발랐더니 문제가 생긴 거 같다. 뭐든 대충 하면 문제가 생긴다.

3. 타임 테이블 위에 한참 있느라고 트위터를 거의 안 보다가 집에 오면서 잠깐 쳐다 봤더니 재벌 좌파인가 뭔가 이야기를 했다는 ㄱㅅㅈ 씨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 뭐 시니컬하고 이상한 타입의 인간 중 하나인 그의 인생 반추 같은 이야기들. 요새 영 까칠한 기분 탓인지 시시해서 읽다가 닫았다.

뭐 재벌의 딸이고, 그의 이상한 행동 패턴들은(그 자신이 숨기기는 커녕 매우 자랑스러워 하는 덕분에) 세상에 거의 다 알려져 있다. 더구나 여성 벤처인 협회 같은 곳에 가보면 그를 프로토타입으로 삼는 듯한 부자 부인, 부자 딸 혹은 지망생이 널려 있다. 나름 음기가 탱천하는, 굉장하면서도 우울한 곳이다. 정부의 눈먼 돈들도 둥둥 떠 있고, 기업가의 핸드백에는 콘돔이 가득하고.

변명이지만 내가 그런 곳의 먼 발치에 있지만 않았어도 지금 인생이 아주 조금은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건 아닐 거 같다.

여하튼 이런 분들은 대부분 개인의 성격이나 몇 개의 사건 그런 것들이 아니라, 이 사회의 구조의 힘으로 버티고 있고 그 덕분에 부를 축적하고 권한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실로 골치아픈 부분이다.

4. 벌레들은 경우가 없어서 싫다. 초파리, 파리, 모기 하나같이 말귀를 전혀 못알아 듣고 분노에 치민 내 손에 의해 동짝이 납작해져 터져 죽고 만다. 그 순간 작은 깨달음이라도 보탬이 있기를 언제나 기원한다.

'춥춥대는 각다귀'라는 메밀꽃 필 무렵의 구절은 참 적절하다. 몸에 당나귀 꼬리 같은 게 달려있으면 좋겠다. 컴퓨터 치면서 모기도 잡을 수 있었을 텐데.

5. 밤에 방을 쓸면 왜 작은 모래와 돌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 걸까. 내가 무슨 공사장을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쇼생크처럼 굴을 파고 있는 것도 아니고(논리적으로는 파고 있지만 물리적으로는 파고 있지 않다), 가만히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지하철을 거쳐 학교에 갔다가 가만히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지하철을 거쳐 집에 오는데. 뭐 중간에 운동이라도 잠시 했다면 억울하지나 않지.

20121011

일반적이란 무엇인가

기계비평에 살짝이라도 얽힌 이야기를 세 번째 하게 되는데(-_-) 사실 북스윙(링크)이라는 앱을 사용하면서 테스트해본다고 이것 저것 사진도 찍은 게 있고, 다시 보다 보니 생각도 나고 그래서 이렇게 되었다.

2012-10-11 18.57.01

이런 이야기가 있다. 본 적이 없다는 게 두 가지가 나온다. 전자는 기술적인 부분(보조 터빈, 윙릿) / 후자는 저게 뭘까 궁금해 하는 사람이다.

둘 다 '-없다' 와 '한 번도 보지 못했다'라는 단정적인 어구로 끝난다. 물론 이는 일종의 과장법으로 일단 이 글의 저자가 아마도 궁금해 했으니 자신이 예외가 된다. 크레타 출신 아저씨가 모든 크레타 인은 거짓말 장이야~ 뭐 이랬다는 이야기가 문득 생각나는데.

 

여튼 이 구절은 나로서는 쓸 수 없다. 예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본인도 예외겠지만 저런 단정적인 어투를 쓰는 게 좀 이상하기는 한데 글 쓰는 습관의 문제라 그럴 수도 있다고는 생각한다.

전자의 경우 내 사촌은 신월동에 살면서 어려서부터 김포공항을 오르 내리는 비행기를 끝없이 쳐다보며 프라모델을 만들고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자라나 결국 인하대를 거쳐 지금 대한항공에서 에어버스라는 비행기를 몰고 있다.

후자의 경우 비행기 데이터를 좋아하는 내 친구 하나 덕분에 가끔 인천 공항 활주로가 내려다 보이는 곳을 따라가, 인천공항 앱을 켜 놓은 채 내리고 뜨는 비행기가 뭐고, 어디로 가는지 이런 걸 체크하면서 한참 쳐다보고는 한다. 나야 뭐 농담이나 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진지한 설명을 듣기도 한다. 올해 초에도 그러고 나서 영종도에서 밥 먹고 돌아왔었다. 거기가 나름 괜찮은 자리인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사실 일반적이라는 말은 무척 모호하다. 일반이라는 이름을 달고 예외들을 다 쳐내면 뭔가 덩어리가 남을 거 같은 느낌이 있기는 한데 요즘은 그 크기가 워낙 비슷해져 가고 있어서 쳐내고 나면 뭐가 남기는 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세상 모든 게 예외이니.. 뭐 이런 식도 곤란하긴 하다.

철도사고 왜 일어나는가를 읽다

철도사고 왜 일어나는가를 읽다. 야마노우치 슈우이치로라는 일본에서 기차 관련해 오랫동안 일하신 분이 쓴 책이다. 즉 매우 실용적인 목적의 업계용 데이터 모음 느낌을 주는 책이다. 도서관 안에 있는 것도 완전 새거였는데 학교 안에 이런 걸 읽을 사람이 거의 없을 듯. 누가 가져다 놨을까..

책은 전반부 철도 역사를 잠시 훑으면서 세계 곳곳의 대형 철도 사고에 대해 다루고, 후반부에서는 일본 안에서 겪었던 사건들에 대해 정리한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지하철이 생긴 나라가 헝가리라는 게 신기했다. 맨 뒤에 국내 열차 사건을 정리한 도표도 들어있다.

뭐 이 책은 정말 훌훌 지나가면서 읽었다. 문제는 이 책 근처에 있던 한국 열차의 역사(제목은 이 비슷한 느낌인데 이건 아니다)인가 뭔가 하는 매우 두껍고 두 권짜리인 여러 교수들의 공저. 이걸 읽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는데, 해도 너무한 한가한 짓 같아 망설이고 있다.

20121011 자잘한 이야기

1. 이 전에 말했듯이 여러가지 이유로 궁싯거리는 개인적인 이야기는 모처에 따로 포스팅을 하기로 했다. 트위터도 그렇고. 여하튼 그런 이유로 여기에는 음악/영화/책/여행/뭐 개인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는 이야기들을 주로 올리게 될 것 같다.

2.

a) 완전히 미친 거 같은 패션쇼는 있는가?

b) 선거는 어떻게 되려나?

c) 한류를 좋아하는 서양인은 어떤 사람들인가?

3. 공기업에 대한 긴 글을 적다가 말았다. 적다가 말았으니 말 안하는 게 맞는 거긴 한데 그래도 적어놓아본다. 요지는 민영화에 반대하고, 공기업 적자는 무조건 비난 대상이 아니라 그게 어디서 생겨난 건지 알아봐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 경우 감시의 눈을 위해 기구가 더 많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소비에트나 동독이 그런 거 계속 만들다가 망했다. 뭐 다가오는 선거와 맞 물려 그런 생각을 좀 하고 있음.

4. 전문가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한 후보의 의견에 반대한다.

전문가는 자기 분야의 한계 / 특징을 너무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 그 학문의 특징에 따라 사고의 방향과 정책이 결정된다. 적어도 방향은 일반적인 시민의 의사에 기반해 있어야 하고, 그러므로 일반적인 의견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어야 한다. 전문가는 그 의견의 추상적인 부분을 보다 실질적으로 구성하고 현실화시키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상력을 마음대로 펼친 패션쇼를 패턴 디자이너가 상품화 하는 것과 같다. 전문가의 역할은 패턴 디자이너의 역할 같은 게 되어야 하지, 옷을 만드는 건 내가 더 낫다고 나서기 시작하면 패턴의 한계에 대한 인식들이 그의 상상력을 제한하게 된다. 애초에 출발점이 다르다.

결국 공무원 조직의 중하부 조직은 전문가로, 방향을 결정하는 상부 구조는 여러 의견을 두루 포섭하는 일반직으로 조직하는 게 기본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

조직론에 대해 긴 이야기가 뒤에 덧붙여져야 겠지만, 교재가 아니므로 여기서는 생략.

5. 검사들이 계속 저런 걸(박정근, 김정도 등등) 기소하고 있는 거 보면, 그냥 어쩌다 위협조로 이런 건 아니고 역시 정말 그러하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에이 설마 그럴까 하는 게 정말 그렇다로 확인되는 순간은 많이 겪어왔지만, 여전히 난감하다.

어차피 어느 사회에서나 다양한 사고 방식이 존재하고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설득하거나 이해시키는 건 무리다. 결국 각자 생각하는 걸 지니고, 각자 삶의 방식을 가진 채 살아가는 건데 힘을 가진 쪽에서 법률에 의한 강압으로 압력을 넣고 설득하는 방식을 들고 나오는 건 실로 불만이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이 거대한 간극을 간직한 채 사회를 유지시킬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건가. 국회의원 투표를 잘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인데 그건 이제 불가능하고. 여튼 오지랍이 현시화되어 완성 된 사회 구조란 골치아프다.

20121010

어제 썼던 기계비평에 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말했듯 배 자체를 파고 드는 게 아니라 배의 거대함과 배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건 항구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평범한 사람들은 볼 수 없는 도시의 모습이다. 이런 걸 보고 싶다면 사진기를 들고 견학을 하는 게 아니라 해군에 입대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는 한데 여하튼.

2012-10-09 19.47.22

저자가 탄 배의 이동 경로다. 그 배는 자동차를 나르는 운반선이다. 길이가 100m인가 뭐 그렇다고 함. 11월 28일에 마산항에서 출발했고 2월 3일에는 일본 지바에 도착했다. 경로로 보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유럽에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 안에서 여기저기 들렀다. 가장 먼 곳이 스웨덴이다. 스웨덴까지 한 달 정도 걸리는구나.

일반적으로는 저렇게 항에 들르면 잠깐 내려서 선원들이 잔뜩 있는 술집에서 술도 퍼마시고 뭐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전혀 그런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런 건 '대항해 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고 요즘엔 자동차를 잔뜩 싣고 싱가포르 항에 들르면 차를 막 내리고, 그 다음에 가져갈 차를 막 싣고 출발~ 이런 식이라고 한다.

전혀 시간 없다고. 물류의 발전이라는 건 이런 면에서 놀랍다. 하긴 제주도에서 동생이 붙인 물품이 다음 날이면 서울에 들어오는 데 그 중간에 스케일은 작지만 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겠지. 물류는 시간이 곧 돈이라 어쩔 수 없을 거다. 선장의 경우 11개월 째 육지에 못 내려가 보고 있다고 한다. 1년을 바다 위에 있는 건 어떤 기분일까. 어떤 기분인지 생각할 틈도 없는 거겠지.

20121009

기계비평을 읽다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 이영준 교수의 기계비평을 다 읽었다. 2006년에 나왔다. 관심이 가는 책으로 작년에 나온 페가서스 10000마일, 올해 나온 기계산책자가 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 페가수스를 잠깐 구경했었고, 기계 산책자를 구입할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 개인적으로도 기계에 관심이 많다 / 패션 비평에 응용할 부분이 있을까 궁금했다.

첫번째 이유는 넘어가고,

두번째 이유인 기계에 대한 관심 - 사실 약간 일관성이 없다. '덩어리'의 느낌을 좋아하는 건 확실한데 덩어리의 느낌이 크기에서 오지는 않는다.

또 소위 스펙 그리고 기능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이 자동차가 시속 몇 킬로로 달릴 수 있다든가, 이 비행기가 얼마나 높게 날 수 있다든가, 이 미사일이 터지면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가라든가, 이 잠수함에 얼마나 조용하고 효율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설치되어 있는가 등등은 개인적으로 큰 관심 사항이 아니다.

단순하고, 호기심을 당기는 메카니즘이 있고(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극히 비일관적이다) 뭐 그런 것들이다. 자동차와 비행기에는 큰 관심이 없고, 기차와 배에는 관심이 있다. 총과 탱크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지뢰(M16A1이나 M18같은 거)는 좀 관심이 있다. 기폭제에도 관심이 있다. 권총은 조금 재밌다. 또 뭐가 있지... 여튼 이런 식.

세번째는 말 그대로.

 

등등의 이유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왜 이거냐 하면 도서관에서 이게 제일 먼저 눈에 띄었기 때문에. 두 권이 있었는데 하나는 앞 면이, 또 하나는 뒷 면이 심하게 울어 있었다. 도서관이 책 관리를 잘못하고 있나...

여튼 마침 오늘 보니 이 분의 책들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어설픈 이야기를 늘어놓기가 창피하지만 어차피 그려러고 만든 블로그이니 몇 자 남겨보면

기계비평은 배, 기차, 비행기 등등의 소재를 다뤘는데 재미있고 몰랐던 에피소드같은 게 많다. 직접 경험을 하면서 느끼는 감동같은 걸 전하는 부분이 많은데, 문학인들 처럼 세세하고 정밀하게 적어놓지 않은 덕에 정말 닥쳐있는 순간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이상했던 점은 기계비평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의외로 '기계비평'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 최근 나온 책인 기계산책자라는 이름이 좀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기계를 파고 든다기보다는 기계 -> 경험 -> 감상 -> 학자이자 이론가로서 거기에 뭔가 씌우기 순으로 되어 있다. 마지막에는 들뢰즈가 자주 나타난다.

결국 비평이라는 말이 붙어있기는 한데 뭐라고 할까... 이게 비평이구나 하는 감은 잘 오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단어가 던져주는 의미의 '기계비평'이라는 게 약간 애매하게 사용되고(혹은 내가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했듯 개인적으로는 좀 더 '분석적'인 어떤 걸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조금 떨어져있다. 더불어 기계가 그냥 예처럼 사용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비평의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패션에서도 이런 애매함과 비슷하게 가지고 있다. 옷은 좀 더 상업 전선에 나서 있고, 혼자 동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기계에 비해 낮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우주복, 기능복 같은 데에는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예전에 회사에서 소방복 관련일을 한 적이 있는데 좀 살펴보면서 은근히 재미있는 거로구나 하는 생각은 했었다.

 

어쨌든 뭔가 이상한데 + 그닥 도움은 안되겠는데 정도 생각을 하고 말았는데 책을 다 읽고 트위터를 보니 마침 좀 더 본격적인 논의가 있다고 한다. http://blog.aladin.co.kr/culture/5898818

바로 기계산책자 출간 기념해 이영준 - 임근준(aka 이정우) 맞짱 토론. 위에서 내가 잠시 말한 의문같은 시덥잖은 내용이 나올 가능성은 없겠지만 여튼 저자를 좀 더 심도있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된다. 하지만 15명 밖에 못 간다고.. 녹화해서 유튜브라도 올려주지.

아바, 우왁, 소음

1. 12월 24일 집으로 오는 버스에는 3명 정도가 앉아있었다. 버스 기사님이 틀어놓은 라디오에서는 아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댄싱 퀸, 워털루에 이어 김미 김미가 나오는 걸 들으면서 라디오가 아니고 히트곡 메들리 같은 거구나 생각을 하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