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24

20121024 어제

1. 벽보고 이야기하는 기분은 오래 전부터 느끼고 있지만 요새는 죽은 건지 산 건지도 잘 모르겠다. 여하튼 여기도 어지간히 쓸데 없는 소리만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주 쓸데 없는 소리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기 때문에 재미가 좀 없다. 그래도 나름 포스팅마다 조회수 100은 나오는 데.

 

2. 웅이는 고자인데 발정 비슷한 게 난 거 같다. 2차 대전 때 부상으로 손이 잘렸는데도 죽을 때 까지 손이 간지러운 느낌이 난다고 말하던 상이 용사의 다큐멘터리가 생각난다.

 

3.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비빔국수는 만들기도 쉽고, 면의 부족한 완성도를 대충 덮을 수도 있고, 입맛이 없을 때도 쉽게 먹을 수 있고, 자극적이고, 다 만들었을 때 완성도도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류의 음식은 양념을 먹기 위해(양념만 먹을 수는 없으니까) 면은 거들어줄 뿐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뭔가 반칙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마 육수를 만들었는데 성에 차지 않았다. 가쓰오부시가 없는데 거지다. 그래도 거대한 무 하나와 쪽파는 조금 샀다.

 

4. 어제 백화점 및 여러 매장을 돌아다녔다. 하도 오래간 만에 가서 그랬는지 셀린느 같은 매장을 들어설 때는 왠지 쭈삣쭈삣했다. 더구나 좀 이르게 가서 사람은 별로 없고 매장 직원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 나누고 그러는 정겨운 분위기였다. 로컬 호프집에 우연히 들어갔을 때 드는 기분. 사람 사는 곳이니까 뭐.

나와 비슷한 목적으로 어슬렁 거리는 사람들이 몇 있었고, 커플이 와서 어슬렁 거리는 사람이 몇 있었다. 신세계 본점 직원들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 못하는 건지 아니면 그 쪽이 더 빨라서 그러는 건지 본관 계단을 이용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딱히 재미있는 건 없었고 테이블 웨어에 컵 파는 곳을 한참 어슬렁거렸다. 요즘 하이볼 글라스를 하나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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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igi Bormioli의 Allegro 하이볼 글라스. 일자로 생긴 게 제대로 된 진토직 잔 같고 예쁘지만 설거지가 어렵다.

그리고 H&M을 갔는데 기억에 남아 있는 건 어떤 직원의 복숭아 색 스타킹 / 유니클로에서는 커다란 유승범 사진들 / Zara에서는 옷을 벗어놓고 카무플라주 자켓을 입어보고 있는데 누가 와서 걸어 놓은 내 옷을 만지작 거렸다. 좋지도 않은 건데 왜 그래.

에이랜드에서 A.P.C 겨울 제품들과 칩 먼데이 구경을 했다. 칩 먼데이는 바지가 꽤 얇다. 아니 얇다기보다는 존재감이 옅다. 네페진 뻣뻣한 종류는 만지작 거리는 재미는 있는데 입고 다니면 어떨지 모르겠다. 해링본 헌팅캡이 가지고 싶어져서 계속 썼다 벗었다 했는데 그냥 왔다.

여하튼 어디에 가도 진중하게 반짝이는 왁스드 카튼 타입의 컬러 바지들이 있었다.

 

5. 새벽에는 애플의 이벤트를 봤다. 새로운 것들이 펑펑 나왔고, 우와~ 했지만, 끝나고 애플 스토어를 가보고 가격에 좌절했다. 그나마 가시권에 있는 건 아이패드 미니인데 레티나가 아니다. 3GS를 쓰는 입장에 무슨 레티나 타령이냐지만, 사실 어제 레티나 맥북 프로라는 걸 봤다.

15인치 레티나 맥북 프로 글자의 그 선명함이란 정말 굉장했다. 그걸 한참 쳐다보다가 옆에 있던 13인치 맥북 프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오징어로 보인다는 건 바로 이런 걸 말한다. 어제 13인치 레티나 맥북 프로도 발표가 되었는데 220 몇 만원이었다.

여하튼 아이패드 미니. 42만원. 으음. 폰을 싸구려로 가고 저걸 살까싶다가도 그럴거면 차라리 아이패드 4세대가 낫잖아? 라는 생각이.

사실 맥미니에 조금 관심이 있는데 데스크탑 / 노트북을 다 팔아치우면 어떻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앱을 만드는 거야...

 

6. 어제 3시간 가량을 돌아다녔는데 매우 지쳤다. 요즘 집에 푹 박혀 있고 너무 안 돌아다니니까 몸이 못 따라간다.

 

7. 집에 들어오다가 새우버거 600원을 사보겠다고 롯데리아에 갔는데 : 아이들 6명 쯤과 그들의 부모님 6명 쯤이 생일 케이크에 불을 켜놓고 있었다. 주문을 하려고 줄을 서 있는데 아주머니 중 한 분이 생일 축하 노래를 틀어달라고 그랬고, 그런 건 없다고 하자, 12명이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는데 대학생 쯤으로 보이는 커플 둘은 깔깔거리며 매장 복도를 돌아다니면서 나잡아 봐라를 시전하고 있고, 그 와중에 어떤 커플은 또 구석에서 싸우고 있었다.

"굉장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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