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09

기계비평을 읽다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 이영준 교수의 기계비평을 다 읽었다. 2006년에 나왔다. 관심이 가는 책으로 작년에 나온 페가서스 10000마일, 올해 나온 기계산책자가 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 페가수스를 잠깐 구경했었고, 기계 산책자를 구입할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 개인적으로도 기계에 관심이 많다 / 패션 비평에 응용할 부분이 있을까 궁금했다.

첫번째 이유는 넘어가고,

두번째 이유인 기계에 대한 관심 - 사실 약간 일관성이 없다. '덩어리'의 느낌을 좋아하는 건 확실한데 덩어리의 느낌이 크기에서 오지는 않는다.

또 소위 스펙 그리고 기능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이 자동차가 시속 몇 킬로로 달릴 수 있다든가, 이 비행기가 얼마나 높게 날 수 있다든가, 이 미사일이 터지면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가라든가, 이 잠수함에 얼마나 조용하고 효율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설치되어 있는가 등등은 개인적으로 큰 관심 사항이 아니다.

단순하고, 호기심을 당기는 메카니즘이 있고(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극히 비일관적이다) 뭐 그런 것들이다. 자동차와 비행기에는 큰 관심이 없고, 기차와 배에는 관심이 있다. 총과 탱크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지뢰(M16A1이나 M18같은 거)는 좀 관심이 있다. 기폭제에도 관심이 있다. 권총은 조금 재밌다. 또 뭐가 있지... 여튼 이런 식.

세번째는 말 그대로.

 

등등의 이유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왜 이거냐 하면 도서관에서 이게 제일 먼저 눈에 띄었기 때문에. 두 권이 있었는데 하나는 앞 면이, 또 하나는 뒷 면이 심하게 울어 있었다. 도서관이 책 관리를 잘못하고 있나...

여튼 마침 오늘 보니 이 분의 책들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어설픈 이야기를 늘어놓기가 창피하지만 어차피 그려러고 만든 블로그이니 몇 자 남겨보면

기계비평은 배, 기차, 비행기 등등의 소재를 다뤘는데 재미있고 몰랐던 에피소드같은 게 많다. 직접 경험을 하면서 느끼는 감동같은 걸 전하는 부분이 많은데, 문학인들 처럼 세세하고 정밀하게 적어놓지 않은 덕에 정말 닥쳐있는 순간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이상했던 점은 기계비평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의외로 '기계비평'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 최근 나온 책인 기계산책자라는 이름이 좀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기계를 파고 든다기보다는 기계 -> 경험 -> 감상 -> 학자이자 이론가로서 거기에 뭔가 씌우기 순으로 되어 있다. 마지막에는 들뢰즈가 자주 나타난다.

결국 비평이라는 말이 붙어있기는 한데 뭐라고 할까... 이게 비평이구나 하는 감은 잘 오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단어가 던져주는 의미의 '기계비평'이라는 게 약간 애매하게 사용되고(혹은 내가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했듯 개인적으로는 좀 더 '분석적'인 어떤 걸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조금 떨어져있다. 더불어 기계가 그냥 예처럼 사용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비평의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패션에서도 이런 애매함과 비슷하게 가지고 있다. 옷은 좀 더 상업 전선에 나서 있고, 혼자 동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기계에 비해 낮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우주복, 기능복 같은 데에는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예전에 회사에서 소방복 관련일을 한 적이 있는데 좀 살펴보면서 은근히 재미있는 거로구나 하는 생각은 했었다.

 

어쨌든 뭔가 이상한데 + 그닥 도움은 안되겠는데 정도 생각을 하고 말았는데 책을 다 읽고 트위터를 보니 마침 좀 더 본격적인 논의가 있다고 한다. http://blog.aladin.co.kr/culture/5898818

바로 기계산책자 출간 기념해 이영준 - 임근준(aka 이정우) 맞짱 토론. 위에서 내가 잠시 말한 의문같은 시덥잖은 내용이 나올 가능성은 없겠지만 여튼 저자를 좀 더 심도있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된다. 하지만 15명 밖에 못 간다고.. 녹화해서 유튜브라도 올려주지.

댓글 4개:

  1. 이번에 기계산책자는 본격적인 기계비평이더군요. 책 제목을 참 잘 지으신 것 같아요. 산책의 산 자가 산만하다 할 때의 그 산자인데...산만기계...이런 표현도 나오고 사고에 대한 분석이야말로 이런게 기계비평 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했고...아무래도 일반 독자를 상대로 한 단행본이다보니 기계공학적인 내용은 제한이 될거 같고. 그렇다고 막연한 이미지 비평만으로도 그렇고...이번 책은 그 중간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분야를 시도하시는 저자분의 모험성에 정말 감탐했는데요...그런데 생각해보면 당연한 비평같아요. 길거리에 나가보면 자동차, 즉 기계들이 얼마나 많고.기계에 대한 인문적 접근가능성...앞으로 어떻게 더 나타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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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저는 기계비평을 읽고 뭔가 기대했던 내용의 글이 아니라 조금 당황했는데 말씀하신 것 처럼 기계산책자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네요 오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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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ㅋ 기계산책자 안사셨으면 제가 한 권 드려도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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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평화,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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