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정리해고에 대한 글 - http://goo.gl/hRnqW
기회 비용이라는 게 있다. 워낙 일반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시중 금리가 3%일 때 1억원을 옷장 속에 넣어두고 1년이 지나면 그것은 '보존'이 아니라 300만원 손해를 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률적으로 볼 수는 없는게 탈세로 얻은 1억원이라면 가만히 가지고 있는 게 이익일 수도 있다. 시중 금리를 얻기 위해 은행에 맞겼을 때 걸려서 세금을 추징당할 확률로 기대 수익을 만들어야 알 수 있다. 추징당할 확률이 거의 없다면 물론 300만원 손해를 본 거고, 추징당할 확률이 일정 이상이면 손해는 없는 거다.
어떤 기업이 공장을 가지고 있는데 100억원어치 제품을 만들고 10억을 번다. 직원들에게 1억원을 준다. 이 1억원은 고정 비용으로 법이 정해 놓은 각종 비용을 포함한다. 그런데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바꾸는 데 아무런 법적 장치가 없다고 해보자. 더구나 독점 혹은 과점 상태의 대기업으로 사회적 비난이 매출의 향방을 크게 좌우하지도 못한다.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경우 고정 비용이 5천만원이라면 이 기업은 1년에 5천만원 손해를 보고 있는 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이들 기업에게 비정규직 대체를 하지말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시민들의 복지를 위해 정규직으로 유지하도록 여론 시위를 한다는 건 오직 하나 기업이 선심을 써 주길 바라는 것 뿐이다. 호의적 태도만이 이런 사회를 유지시킨다. 비정규직 대체는 또한 고정 비용을 감소시키고, 대차대조표를 우량하게 만들고, 주식 가격을 상승시키고, 더 나아가면 은행의 대출 이자율을 낮출 수도 있다. 기회 비용 대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그냥 착해서 유지하는 것 말고 아무런 동기가 없다.
그러므로 이건 법적 규제의 문제다. 기업에 손해에요 이딴 이야기 백날 해봐야 허공에 날라가는 기회 비용을 생각하면 회사가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없다. 기업이 엄창나게 남는다는 마약 장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차칫 잘못해서 그걸로 날려먹을 기회 비용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예전 제국주의 시대나 지금 남미는 그런 기회 비용이 낮기 때문에 마약 장사를 하지 않는 게 그냥 멍청한 짓일 뿐인 것과 같다.
그러므로 그게 다만 호의만 기다리지 않고, 비정규직 대체가 기회 비용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그 대체를 제지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 이사회에서 뽑히는 경영자가 기회 비용을 날려먹지 않는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게(예를 들어 회계 부정으로 가능해진 비정규직 대체로 인한 과태료가 엄청나게 크다), 노동자를 위한 경제학 따위를 찾는 것보다 훨씬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진이나 주주, 이사회의 호의 따위를 기다려서는 세상에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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